타로카드의 ‘황제’를 숙고하다보니
여성들의 무의식에 존재하는 ‘아버지 원형’과
가부장제 사회의 ‘아버지’ 역할에 대한 가치관과 기대,
실제 어린시절에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경험한 긍정적인면과 부정적인 면이
나의 ‘황제’ 원형의 작동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The everyday Enchantment Tarot의 황제와 컵왕
저의 박사논문 중에서
‘여성의 초기 심리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자아와 콤플렉스에 관한 논의’ 중에
‘부성콤플렉스’에 대한 개괄을 옮겨보았어요.
이제와서 다시 읽으니,
부성과 관련해서는 거의 연구를 하지 않았네요....
타로카드에서 아버지원형 관련한 이미지를 찾다보니
자녀와 관계 속에 있는 아버지의 그림은 거의 없네요.
대부분의 남성들은 혼자서 자기역할을 하거나
이성애적 관계의 연인으로 그려져 있어요.
여성주의타로덱들이 많아지고
여성의 힘과 다양한 관계와 사회적 활동에 대한 이미지들은 늘어났지만
남성들이 가족과 공동체와 친밀한 관계 속으로 들어오지는 못했네요
[연재 9]여신 원형으로 이해하는 여성의 생애주기별 심리와 여신 의례의 상담적 활용
김은아(2018) "여신 원형으로 이해하는 여성의 생애주기별 심리와 여신 의례의 상담적 활용.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박사학위논문. p88~90
2.4 긍정적 부성콤플렉스, 부정적 부성콤플렉스
모든 여성의 집단무의식 속에 있는 ‘부성 원형’,
실제 아버지와 어린 딸의 관계,
문화적이고 집단적인 아버지에 대한 가치관과 신념들이
부성콤플렉스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여성의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부성 콤플렉스의 경우에도 아버지 원형이 핵요소로 존재한다.
Jung(1956: 김계희, 2009에서 재인용)은
“‘아버지’는 원형적으로 남성상의 가장 강력한 육화肉化이며,
도덕적 계명과 금지의 세계를 나타내며,
순수한 본능적인 것에 대적하는 기능을 지닌 정신의 표상이며,
본능을 위협하는 법의 살아있는 체현이다.”(p. 21)라고 하였다.
부성 원형은 수천 년 동안 사회와 국가의 왕,
가정 내의 보호자, 사제와 같은 권력을 지닌 존재였다.
왕국과 가족을 거느리는 ‘현명한 왕’의 형상으로 드러나며,
법과 질서를 만들고 보호와 후원을 하는 존재이다.
긍정적일 때는 권력을 공평하게 사용하여 주변 사람들을 성장시킨다.
대조적으로 부정적인 면은 엄격하고 정의롭지 못한 방식으로
권력을 남용하는 ‘가부장적인 왕’으로 드러난다.
전체주의적인 방식으로 순종과 충성을 이끌어낸다(Murdock, 1994/1999).
전통적으로 ‘부성원리’는 말씀과 권위로서 딸에게 이상적인 가치관을 부여하며,
규율과 법칙에 따른 훈육과 명확성과 합리성의 본보기를 제공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사회적 규범과 정신적 의미의 영역을 전달하여
여성을 지적인 영역으로 인도하기도 한다(김계희, 2009).
또한 아버지적인 권위와 힘은 지배하고 관리하고 통제하는 무섭고 엄한 존재이기도 하다.
실제 개인적 아버지는 긍정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불완전하고 결함 있는 인간적 아버지이기도 하고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존재이기도 하다(김계희, 2009).
어린시절 딸은 내면의 부성 상을 통해 아버지를 경험하게 되기 때문에
실제 아버지보다 딸이 경험하는 아버지는 더욱 밝거나 어둡다.
한편 실제의 개인적 아버지의 경우에도
사회문화적으로 아버지라는 역할에 대한 상을 담지하고 있다.
김계희(2009)에 의하면 긍정적 부성 콤플렉스를 가지게 되면
자아의 의지력과 역량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게 되며,
이상적이고 완벽한 것을 이루고자 정진하게 한다.
이 경우 배움에 대한 의지가 많고 모든 것을 노력의 대가로 얻는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사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자신의 자아에 대한 고민은 많지 않으며,
관계 속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는다.
융학파 여성분석가인 Woodman은
“세상의 모든 딸들은 개인적인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아버지의 딸>들이 아닐지 모르지만,
지배적인 가부장적 문화의 측면에서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아버지의 딸>”(Murdock, 1994/1999, p. 14)이라고 하였다.
즉, 가부장제 문화에서 살고 있는 여성들에게 ‘부성 콤플렉스’는
개인 아버지와의 관계에서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가부장적이며 남성중심적인 사회의 ‘아버지적 가치’가 반영되어
이러한 가치를 내면화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가부장적인 가족문화와 사회에서 여성적 가치와 모성은 평가절하 당하고
남성과 아버지적인 것이 더 가치 있게 여겨질 때,
어린 여성은 존중받고 힘 있는 아버지나 아버지적인 것을 더 의식하면서
그것들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자 하는 욕구 속에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김계희(2009)는 임상에서 만나는 ‘부성 콤플렉스’에 고착된 여성들의 경우
아버지적이고 남성적인 것에 비해
어머니적이고 여성적인 가치를 열등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하였다.
또한 ‘몸’이나 ‘일상의 실생활’은 무관심하거나 소홀한 반면 ‘정신적인 측면’에 더 가치를 두며 살고 있었다.
‘부성 콤플렉스’는 사회적으로 보여지고 인정받는 것을 중시하기 때문에
여성이 페르소나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잘 가꾸어진 페르소나를 형성하게 한다.
하지만 그 안에 ‘성장하지 못한 어린 소녀의 측면’이 자리하고 있다.
‘영웅과도 같은 남성적 인격’의 페르소나와의 동일시는
자연적으로 무의식의 보상작용에 의해 필연적으로 ‘무너짐breakdown'을 겪게 된다(김계희, 2009).
이는 아버지의 딸들이 무너짐과 고통 속에서
내면으로부터 올라오는 것들을 접촉하고 의식화하여 개성화 과정을 시작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