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꿈인 2학년 A양의 케이스를 소개하기로 한다.
A양은 1학년 3월 모의고사 때 언수외가 각각 3, 3, 4등급이 나왔다. 좋아하는 과목은 수학>국어>영어 순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독서를 좋아해 책을 많이 읽은 아이다. 수학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수학성적이 다른 과목에 비해 그나마 제일 잘 나오기 때문이다.
A양과 상담을 해보니, 이 학생은 독서를 좋아하고 책을 많이 읽은 아이이기 때문에 2학년 말에 가면 성적이 향상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학생이 다니는 학교는 1, 2등급 학생층이 워낙 단단한 학업적 역량을 갖고 있어 지금 당장 내신등급을 올리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이런 학교 학생의 경우에는 내신성적을 올리기보다는 학업적 역량을 키워 의대진학이라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수능에서 승부를 거는 장기적 플랜이 필요하다. 단기간에 올라가지 않은 성적 때문에 A양의 스트레스가 가중된다면 자신감을 잃는 것은 물론 A양이 꾸는 진로 목표에 접근하는 것도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
A양이 그동안 공부해온 상황을 들여다보면 영어는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6학년까지 동네학원에서 독해와 문제풀이 위주로 공부했다. 중학교 때부터 현재까지 중등 프랜차이즈 OO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이 학원 역시 문제풀이 위주의 학원이다.
이렇게 열심히 학원을 다니는데도 우수한 수능성적을 거두는 고교에서 수학이 내신 3등급이 나오고 외국어가 4등급이 나온 이유는 상당히 많은 양의 시간을 수학과 영어에 투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A양이 다니는 수학과 영어 프랜차이즈 학원은 선행하기로 유명한 학원이다. 어릴 때 독서를 좋아했지만 학원을 다니는 탓에 중학교 때부터는 책을 별로 읽지 못했다. 독서와 성적은 관계없을 것이라는 부모님의 생각때문에 이런 A양과 같은 경우는 우리 주위에 흔히 볼 수 있는 학생들의 케이스이다.
이 학생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공부 방법을 전면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 한다. 내신도 나오지 않고 모의고사에서 낮은 등급으로는 갈 수 없는 꿈을 꾸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 교사는 '국어는 네가 좋아하는 책을 많이 읽고, 영어는 문법중심의 학습법에서 벗어나 당장 듣기 중심의 영어를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이렇게 공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학생으로부터 “영어가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어요!”라는 메시지가 왔다.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나 미드를 보면서 듣기중심의 영어공부를 단어공부와 함께 3개월만 꾸준히 병행하면 어느 순간 대사가 들리기 시작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영어 시험에서 꼴찌 하던 아이가 외국에서 1년 연수하고 오면 1등급이 나오는 것과 같은 효과를 영화나 미드 학습만으로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결과물을 받아든 A양은 “이제부터 성적에 신경에 쓰지 않고 공부할래요”라는 메시지를 정 교사에게 보내왔다. 공부는 이래야 한다. 공부하는 방법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꾸고 자신의 효능감도 배가되어 밝은 미래를 상상하게 된다.
2학년이 된 A양은 요즘 점심시간에 짬을 내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쳐주고 있다. 일단 영어는 듣기, 말하기를 먼저 하고 문제풀이는 3학년 때 신경쓰자고 조언한 정 교사의 말에 충실히 따른 결과가 아이를 이렇게 달라지게 만든 것이다. 영어 공부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A양은 꾸준히 영어원서를 읽으며 영어 실력이 나날이 발전해가고 있다.
즉 영어 듣기와 말하기를 통해서 영어가 재미있어 지고, 영어원서도 쉽게 읽어가기 시작하니 이제는 영어로 토론까지 가능하게 된 것이다. 공부방법을 바꾸고 나서 A양이 영어를 읽고 말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6개월이었다. 영어실력이 대폭 향상된 A양은 이후 영어원서 토론과 화상영어 토론학습을 시작했다. 잘못된 공부방법을 바꾸어 주는 것만으로도 영어실력이 몰라보게 성장한 것이다.
한편 수학은 그동안의 선행학습에 기본적인 문제가 있었음을 인지시켰다. 모르는 부분은 알게 될 때까지 복습하는 것이 중요하며. 절대로 진도를 나가서는 안 된다고 A양에게 조언했다.
이런 학습 효과는 금방 나타나지는 않지만 꾸준히 하면 성적은 무조건 오르게 돼 있다. 단, 남들이 다하는 그동안의 학습법을 완전히 버려야 하므로 학생과 학부모의 의지와 믿음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정 교사는 "당장 모의고사 성적이 안 나온다고 해서 다시 문제풀이 위주의 공부로 돌아간다면 그동안 노력한 것이 수포가 된다. 학생들이 눈앞의 성적이 아니라 배움 그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A양은 영어 듣기, 말하기가 능숙하게 되고, 국어는 독서를 통해 이해력에 바탕을 둔 공부로 1등급을 찍게 되자, 수학 공부를 본격적으로 할 수 있는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국어와 영어에 할애했던 시간만큼 수학 공부에 몰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진전이 있음을 확인한 후, 정 교사는 수학과 영어의 문제풀이도 병행하도록 조언했다.
A양의 가정을 살펴보면 아빠는 대기업에 다니고 엄마는 전업주부였다. 학생에게 학업적인 지원을 충분히 해줄 수 있는 조건이었다. 학생은 원하는 목표가 뚜렷했지만 현재의 성적으로는 목표인 의사가 되기란 요원했기 때문에, 꿈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던 상황도 공부방법을 바꾸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가정환경에 맞춰 구체적인 장기 공부 플랜을 짜도록 유도하고 진행한 결과가 만족할 만한 성과로 이어진 것이다.
정 교사는 "수학 성적을 올리려면 국어, 영어 성적을 먼저 끌어올려야 한다. 국어와 영어가 3~4등급이 나오면 아무리 공부해도 성적을 올리기 힘들다. 국어와 영어를 1등급으로 올려놓고 수학 하나만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어야 수학도 1등급을 찍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사교육이다. 국어, 영어가 학원에 안 다니는데 어떻게 성적이 나오냐며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수능의 국어와 영어는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위에서 언급한 공부방법을 따르면 반드시 1등급이 나오게 돼 있다. 서두르지 말고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국어, 영어 공부를 하게 되면 공부가 재미있어 지고 성적도 오르게 된다.
그러나 수학의 경우에는 국어와 영어와는 교과 내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현재의 수학교과서는 공부할 양이 지나치게 많고 어려워서 개인지도나 학원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선행학원만큼은 절대 보내면 안 된다. 선행학원을 다닐 학생은 따로 있다. 수학 영재들이다. 영재들에게 적용해야 할 공부방식을 영재가 아닌 일반 학생들에게 대입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정교사는 단언한다.
특히 학부모가 알아야 할 것은 모의고사와 수능은 학생들의 실제 학업능력을 체크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내신과는 성격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학교공부는 많은 시간을 투자해 따로 공부해야 하고, 모의고사와 수능은 실제 활용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하여야 한다.
수능 국어를 잘하려면 책을 많이 읽는 것이 필요하고, 영어는 원서를 읽고 영화나 미드 그리고 팝송을 들는 것이 좋다. 학생들은 책을 읽고 드라마를 보는 것을 공부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공부에 대한 부담도 확 줄게 되며 자연스럽게 재미도 느끼게 된다. 영어원서를 읽고 토론하고, 독서를 통해서 향상된 언어 능력은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는 세상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수학은 공부하는 만큼 성적이 올라가지만 국어와 영어는 공부만 한다고 성적이 오르는 과목이 아니다. 대신 급격한 성적 향상이 없는 반면 한 번 1등급으로 오르면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이 성적이 계속 유지되는 특징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그러므로 국어와 영어를 먼저 잡고 그 다음 수학을 공략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제 우리 학부모들은 지나치게 사교육에 의존하는 공부방법을 바꿔야 할 때가 왔다. A양뿐만 아니라 내 자녀의 공부방법에도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인식하고 공부방법의 변화만으로도 상당부분 내아이의 성적이 달라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수학 선행학습이 모든 학생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학원에서 선행위주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학생과 학부모가 선행학습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거나 관심이 없고, 학원은 돈벌이를 위해 감언이설로 학부모를 유혹하기에 급급해 나타난 결과가 선행학습이라는 기형적인 학습방법이다.
단기간에 성적을 올리기 위한 공부에만 치중하다 보니 아무리 공부해도 내신은 오르지 않고, 늘 3~4등급에서 뱅뱅 돌다가 3학년이 되면 성적이 뚝뚝 떨어지는 학생을 수없이 보게 된다.
그러나 A양은 단기간의 내신 올리기가 아닌 의대 진학이라는 최종 골인지점을 목표로 설정해 학습방법을 바꾸는데 성공했고, 이런 영향으로 모의고사에서 국어, 영어 1등급을 찍게 되었고, 이제는 모의고사뿐만이 아니라 내신성적까지 향상되는 결과를 얻고 있다.
이런 경험에서 얻게 될 학생의 성취감과 자기효능감은 A양을 훌륭한 인격을 가진 인재로 만들어주는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 틀림없다. |
첫댓글 결국은 독서가 기본이군요. 이번 방학때 열심히 독서 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