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 부는 겨울이면 참모습을 보여주는 ‘외포항’
포구를 끼고 있는 마을은 어머니 품처럼 따스하고 정겹습니다. 크고 작은 어선들이 빠져나가고 드나드는 포구. 항을 끼고 있는 거제도의 많은 포구 중에서 겨울에 참모습을 보여주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장목면 ‘외포항’입니다. 새벽 대구 경매가 열리는 외포위판장의 볼거리. 대구찜과 대구탕, 외포막걸리 등 먹거리, 그리고 외포항을 지긋이 바라보는 망월산 풍경까지 겨울 외포항은 어느 것 하나 빼놓을 게 없는 곳입니다. 외포항 입구에 세워진 커다란 대구 조형물이 사람들을 반기는 외포항으로 떠나봅니다.
#외포항의 새벽을 여는 사람들
‘대구’ 집산지인 외포항은 찬바람이 뼛속 깊이 파고드는 겨울이 돼야 외포항의 참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겨울 한철 대구를 잡기 위해 1년을 기다린 뱃사람에겐 옷깃을 여미는 찬바람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습니다. 생대구탕 한 그릇을 먹기 위해 1년을 기다린 사람들도 겨울이 여간 반갑지 않습니다. 겨울 외포항이 사람들로 북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새벽에 조업 나간 대구잡이 배가 항으로 하나둘 들어오면 아침 7시에 시작하는 외포위판장 경매에 참여하려는 사람들로 외포항은 바빠집니다.
‘거제수협 외포위판장’은 겨울이면 대구로 넘쳐납니다. 한 어부는 새벽 뱃일을 마치고 힘든 몸을 항구에 기대앉아서도 경매가 진행되는 위판장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경매를 보려는 대구와 물메기, 아귀 등 수산물이 줄지어 늘어섰습니다. 어떤 순서가 있는지, 누구의 물건인지 어떻게 구분하는지? 여러 의문점이 들지만 아무도 신경을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들만 알 수 있는 뭔가가 있겠지요.
경매사와 중매인이 알지 못할 손짓으로 수신호를 주고받더니 단 2~3초만에 경맷값이 정해집니다. 알 수 없는 손짓이 1시간여 가까이 쉼 없이 이어지더니 경매는 막을 내립니다.
그렇게 주인을 만난 대구와 물메기, 아귀가 중매인에게 넘겨집니다. 이 대구는 전국에서 대구를 사러 온 고객들에게 팔려나가겠지요.
외포위판장 6번 중매인에게 물었습니다. “오늘 대구 경맷값은 어땠나요? 대구는 많이 잡히나요?” “어제는 대구 값이 좋았는데 오늘은 대구가 많이 나서(잡혀서) 대구 값이 조금 내려갔네, 지난해보다는 올해 대구가 많이 납니다. 대구 풍년이 될 것 같습니다”
외포위판장의 또 다른 이름은 ‘새벽을 여는 사람들’입니다. 이름 하나는 멋지게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외포항의 사람들은 새벽을 여는 사람들이 틀림없습니다. #외포항 먹거리
외포항 곳곳에는 대구를 즉석에서 판매하는 좌판대가 즐비합니다. 겨울 볕에 잘 말려지고 있는 대구가 큰 입을 벌린 채 널려 있습니다. 포구 한쪽으로는 대구로 만든 요리를 파는 식당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굴 요리 등 겨울의 많은 먹거리가 아무리 최고라고 유혹해도 겨울 최고 먹거리는 대구탕입니다. 대구회, 대구찜 등도 있지만 대부분 사람은 대구탕을 으뜸으로 여깁니다.
대구탕 맛은 당연히 외포항이 최곱니다. 대구 집산지 외포항인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싶습니다. 겨울 외포항은 대구 요리를 먹으려는 사람들로 넘쳐납니다. 싱싱한 생대구를 끓이면 맛이 없을 수가 없지요. 맑은 탕은 뭐니 뭐니 해도 싱싱함이지요. 하얀 생대구살에 쫄깃한 대구 내장 곤이와 함께 끓여나온 대구탕을 한 입 넣으면 엄동설한의 추위도 단박에 사그라들고 맙니다. 그 맛은 온몸을 살살 녹게 합니다.
특히 애주가에게 더 인기가 좋습니다. 전날 마신 술을 해장하는 데는 속 시원한 국물이 으뜸인 대구탕만 한 게 없습니다.
대구찜도 먹을 만합니다. 묵은지, 각종 채소와 함께 대구를 푹 쪄서 만드는데 그 맛 또한 일품입니다. 대구찜은 세월이 흐를수록 요리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엔 대구 살을 크게 몇 토막 내 묵은지로 두 바퀴 둘러 쪄서 먹거나 대구 위에 묵은지를 올려 찜으로 해 먹기도 했습니다. 어떤 방법으로든 대구찜 맛은 변함없이 좋습니다.
오랜 세월 외포항을 지켜온 명품 막걸리 ‘두려움 막걸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무인으로 판매해서 막걸리 사는 재미가 남다릅니다. 1.8ℓ는 3000원, 0.75ℓ는 1000원입니다. 냉장고 안 통에 돈을 넣고 원하는 막걸리 들고 오면 됩니다. #외포항 최고의 절경 ‘망월산’
대구탕과 대구찜으로 배를 넉넉히 채웠다면 망월산에 올라보세요. 지금껏 보지 못했던 이수도와 거가대교, 그리고 어머니 품처럼 따스한 외포항을 오롯이 볼 수 있습니다.
높이 226m의 망월산은 외포항 입구 다리를 건너기 전 산 쪽으로 난 길을 따라 30분 남짓을 오르면 정상에 다다릅니다.
덱으로 만든 계단과 등산로를 번갈아 오르다 보면 외포항이 잘 보이는 곳이 있습니다. 올망졸망 야트막한 산 아래에 자리한 외포항을 배들이 드나들고 눈부신 겨울 햇살에 비친 항구는 푸근함이 그대로 묻어납니다.
덱길이 끝나고 등산로가 보이면 정상은 이제 코앞입니다. 정상 입구를 오르려는데 뭔가에 놀란 소리가 들립니다. 누군가 풀어놓은 염소들이 따뜻한 햇볕을 쬐고 있습니다. 정상에 서면 ‘와~’하는 감탄사 밖에 나오질 않습니다.
덱으로 절벽을 둘러 눈부시게 아름다운 절경을 안전하게 볼 수 있도록 해 놓았습니다. 한 그루 나무가 홀로 서 있는데 겨울이어서 그런지 조금은 외로워 보입니다.
학이 잔뜩 엎드려 누워 있는 모습을 한 이수도와 그 뒤로 보이는 거가대교와 저도, 중죽도, 대죽도, 그리고 더 멀리 부산진해신항과 가덕도 연대봉과 다대포 등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은 대한민국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들어도 조금도 손색없어 보입니다. 찰나의 고요함과 찰나의 아름다움을 나만의 기억 속에 저장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떴다를 반복해봅니다.
보름달이 걸렸다가 뜨는 모습에서 이름 붙여졌다는 망월산. 망월산에서 본 풍경은 찰나의 고요함과 아름다움으로 저장돼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추운 겨울밤 달과 함께하는 망월산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집니다.
외포항 거제시 장목면 외포리 5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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