占
古者有善卜筮者. 非徒於人脩短陞沈吉凶悔吝也, 取驗若神, 至於種草木造器皿, 推究其終始, 契合於悠久者有之. 昔有買一瓦枕者, 常置書床. 忽有客叩門請謁, 側房迎之, 討論古今, 博洽慧敏無比. 知其僞物怪欲執之, 客驚走爲鼠于林下.
고자유선복서자. 비도어인수단승침길흉회린야, 취험약신, 지어종초목조기명, 추구기종시, 계합어유구자유지. 석유매일와침자, 상치서상. 홀유객고문청알, 측방영지, 토론고금, 박흡혜민무비. 지기위물괴욕집지, 객경주위서우림하.
[解釋] 옛날에 점을 잘 치는 자가 있었다. 비단 사람의 壽夭, 영고성쇠, 길흉, 회한뿐만 아니라, 귀신과도 같이, 초목의 심음과 그릇의 만듦에 이르기까지, 그 시종을 미루어, 연대가 오래된 것까지도 딱 들어 맞추었다. 옛날에 瓦枕을 구입한 자가 있어, 그 베개를 늘 책상에 두고 지냈다. 그런데 홀연 어떤 객이 찾아와 뵙기를 청하여서, 곁방에 맞이하여, 고금의 일에 관해 토론하였는데, 박식하여 막힌 데 없고 재빠르고 슬기로운 것이 비할 데 없었다. 그래서 요괴일 것이라 생각하고 잡으려 하니, 그는 놀라 달아나면서 쥐로 변하여 숲으로 가버렸다.
遂擧瓦枕投之不中, 瓦枕中裂, 其枕有文曰 : 「某年某日某時見異客破.」 高麗王入中國死. 或曰 : 「某僧舍栢梁可合爲棺.」 以他材易之, 拔其梁而浴之, 其梁有文曰 : 「某年某月某日某時, 爲高麗王棺.」
수거와침투지부중, 와침중렬, 기침유문왈 : 「모년모일모시견이객파.」 고려왕입중국사. 혹왈 : 「모승사백량가합위관.」 이타재역지, 발기량이욕지, 기량유문왈 : 「모년모월모일모시, 위고려왕관.」
[解釋] 주인은 결국 와침을 들어 던졌으나 맞히지 못하고, 와침만 가운데가 깨졌는데, 거기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었다. 「모년 모일 모시에 異客을 만나면 깨질 것이다.」 고려왕이 중국에 들어 갔다가 그곳에서 죽었다.(그런데 관을 만들 목재가 없었다.) 그러자 혹자가 말하였다. 「아무 절의 잣나무 대들보가 관을 만들기에 적합합니다.」 다른 목재로 바꿔치기로 하고, 그 대들보를 빼내니, 거기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었다. 「모년 모월 모일 모시에 고려왕의 관이 될 것이다.」
李濟臣爲書狀官赴燕京, 買一鏡于市. 其奩有文以銀字書之曰 : 「某年號某甲子某月日造, 後二百年歸李氏.」 其鏡背貫紐處, 銀字書八分李字. 濟臣旣買, 算其年適, 二百載矣.
이제신위서장관부연경, 매일경우시. 기렴유문이은자서지왈 : 「모년호모갑자모월일조, 후이백년귀이씨.」 기경배관뉴처, 은자서팔분이자. 제신기매, 산기년적, 이백재의.
[解釋] 李濟臣이 서장관이 되어 연경에 이르렀다가, 시장에서 거울을 하나 샀다. 그 화장 상자에는 은색 글자가 적혀 있었다. 「모년 모갑자 모월 일에 만들었으니, 이후 2백년 뒤에 이씨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 거울 뒤에는 끈이 매어 있었는데, 은색 글자로 李자가 8자가 쓰여 있었다.
제신은 이미 사서, 값을 치룬 그 해가, 이백년 이었더라.
虛庵希良遊全羅道, 朝日至友人書室坐語. 忽見叢竹長竹三竿無風自顫. 主人怪之問希良, 良曰 : 「某年必有官人來伐是竹而去.」 果至午, 官吏來謁, 問其故, 曰 : 「官家有所受覓, 長竿敢請.」 主人使其吏自擇於叢竹中, 自擇三竿而伐之, 旣其朝自顫之竹也.
허암희량유전라도, 조일지우인서실좌어. 홀견총죽장죽삼간무풍자전. 주인괴지문희량, 량왈 : 「모년필유관인래벌시죽이거.」 과지오, 관리래알, 문기고, 왈 : 「관가유소수멱, 장간감청.」 주인사기리자택어총죽중, 자택삼간이벌지, 기기조자전지죽야.
[解釋] 虛庵 鄭希良이 전라도에서 노닐 때, 아침 일찍 벗의 집에 찾아가 서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叢竹 가운데 長竹 세 개가 바람이 불지 않는데도, 저절로 떨리는 것을 홀연 보았다. 주인이 괴이하게 여기고 희량에게 물으니, 희량이 대답하였다. 「午時에 틀림없이 어떤 관인이 와서 이 대[竹]를 잘라 갈 것이오.」 과연 오시가 되자, 관리가 와서 알현하는지라, 그 까닭을 물으니, 대답하였다. 「관가에서 쓸 일이 있어, 장대를 찾고 있으니, 허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인이 그 관리에게 총죽 가운데 알아서 가져가라고 시키니, 스스로 세 개의 장대를 가려 베는데, 그날 아침 저절로 떨리던 대였다.
韓億齡善卜之矇瞽也. 有人家中牝牛産犢. 推其年月日時誣以命. 令億齡占之. 億齡曰 : 「是命年四歲, 當具五刑而死. 人雖至惡, 豈四歲犯五刑者乎? 必六畜也.」 客大驚而服.
한억령선복지몽고야. 유인가중빈우산독. 추기년월일시무이명. 령억령점지. 억령왈 : 「시명년사세, 당구오형이사. 인수지악, 기사세범오형자호? 필육축야.」 객대경이복.
[解釋] 韓億齡은 점을 잘 치는 소경이다. 어떤 한 인가에서 암소가 새끼를 낳았는데, 그 연월일시를 뽑아 사람의 사주라고 속이고, 억령에게 점치도록 하니, 억령이 말하였다. 「이 命은 사세 때, 五刑을 다 당하고 죽을 것입니다. 사람이고서는 아무리 악하다 해도, 사세에 오형을 범하겠습니까? 틀림없이 六畜일 것입니다.」 객이 크게 놀라며 탄복하였다.
後四年家有婚, 宰其牛充盤肴. 又有一人令家僮種匏子, 見雙甲茁地, 以其年日時成五條, 問金孝明. 孝明瞽師中名卜者也. 曰 : 「是匏某年日時死, 不及結子矣.」 其人笑而不信, 識諸篋中.
후사년가유혼, 재기우충반효. 우유일인령가동종포자, 견쌍갑줄지, 이기년일시성오조, 문김효명. 효명고사중명복자야. 왈 : 「시포모년일시사, 불급결자의.」 기인소이불신, 식저협중.
[解釋] 그런지 사년 후에 집안에 혼사가 있어, 그 소를 잡아 음식으로 충당하였다. 또 어떤 한 사람이 집안 종으로 하여금 박씨를 심게 하여, 두 개의 껍질이 땅에 싹을 내는 것을 보고, 그날 연월일시로 五條를 갖추어, 金孝命에게 물었다. 효명은 소경 중 이름난 점쟁이였는데, 그가 말하였다. 「이 박은 모년 모월 모일 모시에 죽어, 미처 씨를 맺지 못할 것이오.」 이 말을 들은 박의 주인은 웃으며 믿지 않고서, 상자 가운데 기록해 두었다.
至夏月匏蔓長. 會天雨屋漏, 令家僮承屋易瓦. 失其手一瓦落蔓上中絶. 客驚悟視篋中所識, 果其日矣. 君子曰 : 「是豈占之者能之? 事前定於未形天也, 人謂事事可以力能營之乎? 半夜而憂不亦謬乎?」
지하월포만장. 회천우옥루, 영가동승옥역와. 실기수일와락만상중절. 객경오시협중소식, 과기일의. 군자왈 : 「시기점지자능지? 사전정어미형천야, 인위사사가이력능영지호? 반야이우불역류호?」
[解釋] 여름 달이 되자 박 넝쿨이 자랐다. 그런데 마침 비가 내려 지붕이 새는지라, 종놈에게 시켜 지붕에 올라가 기와를 바꿔 끼라고 하였다. 그런데 종놈이 실수하여 한 기왓장을 넝쿨에 떨어트려 한 가운데가 잘라졌다. 객은 깜짝 놀라 상자 속에 기록해 두었던 것을 꺼내 보니, 과연 그 날이었다. 군자가 말한다. 「이 어찌 꼭 점치는 자가 능력이 있어서이겠는가? 일이 형체를 드러내기 이전부터 정해져 있는 것은 천명이니, 사람이 일마다 힘써 경영할 수 있겠는가? 한밤중에 걱정하는 것 또한 부질 없는 일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