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제목은「Protest Incorporated, 저항주식회사」이다. 1971년, 비영리적 운동단체 그린피스의 돛이 올랐던 캐나다 서부해안 도시(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교)에서 국제환경변화의 정치를 전공하는 교수, 피터 도베르뉴와 이 대학의 리우세계문제연구의 연구원, 제네비브 르바론이 ‘저항주식회사들’에 대한 분석과 ‘자상한 비판’을 제시하였다. 이 책의 메시지는 간결하다. 즉 운동이 자본주의에 대항하지 못하고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 옹호하는 또 하나의 축이 되었다는 것이다.
주가 되는 내용들을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다. 1970년대 이후, 자본가들은 이윤율이 하락하자 자본의 이윤율의 회복을 위해 국가와 함께 연금에 대한 공격, 기업의 자유로운 해고, 임금 삭감, 규제완화라는 적극적인 공격을 시작하였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 환경적 문제에 대해 국가와 기업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 공세를 통해) 문제 해결의 주체를 소비자로 만들어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였고, 개인화되고 교외화된 ‘무기력한 의인’들은 환경, 사회적 불평등, 젠더 문제에 대해 개인적인 소비운동으로 접근하는 경향을 보이게 되었다. 여기에 NGO, NPO들의 ‘제도화’, ‘기업화’, 기업과의 동반자 관계형성, ‘조직의 하향식 통제 시스템’의 자발적 수용과정 등이 동반된다.
가령 비정부, 비영리기구의 상층 간부들이 세계화된 기업의 이사회에 참여하여 착하고 공정하고 친환경적인 상품의 생산에 조언을 한다. 그 후 그 기업의 상품에 ‘그린피스’나 ‘국제자연보호협회’의 캠페인이 담긴 ‘브랜드’로 권위를 실어주어 도덕과 윤리로 포장된 상품이 판매되도록 동반자적인 과정을 수행한다. 이들 거대 기업들은 사회적, 생태적 문제를 뒤처리 하는 데에서도 자유로우며, 응당 그러한 배려를 해 준 민간기구들에게 후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러한 NGO, NPO들이 기업 거버넌스의 주요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맺게 된 기업과의 공생관계를 통해, NGO, NPO들이 견지했던 출발 시점의 대의와 명분들을 퇴색시키는 사회적 관계들도 설명하고 있다. 2001년 이후 안보를 빙자한 지배권력의 운동세력에 대한 적극적 탄압, 그리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경제 호황국면에서 노동자들의 생활임금 상승 및 여가를 통한 개인화, 교외화로 지역, 집단, 사교모임 등의 구조에서 저항운동의 하부구조가 개별화되는 양상들도 ‘전향’의 한 원인임을 보여준다.
십 수 년 전부터 논의되었던 ‘박애자본주의’나 ‘사회적 자본’이라는 개념도 사이사이 소개되고 있어서 세계은행과 UN, IMF등의 세계 자본가 기구들의 ‘이념’이 비정부기구, 비영리기구, 기업과 정부, 자선재단 등 비영리산업복합체와 결이 다르지 않음을 확인하게 해준다.
NGO, NPO와 관련한 운동진영들 내의 일련의 분석과 평가들은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다. 주요 내용은 비영리, 비정부기구들의 사업진행에 대한 옹호와 비판, 의의와 한계, 그리고 분노이다. 이러한 판단의 근거들을 풍부하게 소개하면서, 이 책에서 내놓는 결론은 이렇다.
“지금의 성과는 운동조직들이 전지구적 자본주의를 변혁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순응함으로써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로 등장한 타협과 실용주의는 기업과 경제의 안녕을 가장 중시하는 세계질서를 정당화 하고 있다.”
NGO, NPO는 권력이나 자본에게 불편하지 않게 꾸준하게 진화를 해왔고 주변부에서 체제를 변혁하려는 운동의 집단적 하부구조는 회생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반면 2008년 미국의 과잉생산공황으로 드러난 부후화된 금융자본과 유럽국가들의 긴축에 저항하는 광장점거, 생존을 위한 전세계의 시위들은 새로운 세계를 갈구하는 ‘정치적 섬광’들일 것이다. 이러한 수평, 분산, 분권적인 저항들을 지속적으로 결집해 내고 집중해 가는 의식적인 노력과 행동들을 기대하는 게 이 책 저자들의 바람으로 보인다.
책을 읽어보면서, 한국의 노동사회운동진영의 현실에 대해 이러한 분석과 평가를 의식적으로 적용해 보는 것도 의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례로 ‘현장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고, 기대되는 ‘가시적 성과’ 내에서 이해득실을 따져 정부 돈을 지원 받아 사업을 하는 정부위탁노동운동이 있다. 지금, 일부 ‘노동운동세력’들과 기업, 국가와의 크고 작은 원탁에서 논의되는 개량과 개선은 지속적인 퇴각의 다른 말은 아닌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을 통해 이 다양한 계급, 집단들의 생활과 활동 전반에 대한 정치경제적인 분석과 평가 없이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계급의식적인 운동이 가능할까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