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SHING IN U.S]
1.LA에서
d.네번째
한국에서 철영이형님이 왔다.
무척 반가왔다.
철영이형님은 자칭 낚시 9단이다.
(사실은 어느 정도 자타가 공인)
늘 2칸대 1대에 외바늘, 떡밥 낚시만을 고집하는 정통파 이다.
그런데도 항시 다른사람보다 어획량이 많은걸 보면 역시 실력이 있긴 있는 모양이다.
그런분이 이렇게 미국여행을 왔으니 어찌 낚시 생각이 나지 않겠는가!
그날 저녁 우리는 다음날로 날짜를 정해버렸다.
드디어 D데이 새벽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주섬주섬 준비를 해 출발 하였다.
행선지는 지난번 더위로 어쩔수 없이 철수 했던 Lake Evans.........
6시경 출발을 했는데 5번 Free Way에 의외로 차가 많다.
(5번 Free Way는 남쪽 샌디에고에서 출발해 L.A 시내를 가로질러 통과하여 북으로 샌 프란시스코를 지나 시애틀 까지 이어지는 태평양 연안 종주 고속도로)
북서쪽으로 약 150Km 떨어진 곳에 우리의 목적지가 있다.
가는 길에 산맥을 하나 넘어야 한다.(해발 1500~200M)
L.A 부근에는 높은 산이 많다.
그 산맥을 넘는데 때마침 그곳에선 우주 우산쇼
(혹 기억하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는데 집채만한 노란우산을 엄청 많이 제작해 인공위성에서 보이도록 산맥 위 가득히 꽂아놓았음)
를 하고 있었다.
뜻하지 않은 구경을 하며 오늘 조행에 뭔가 길한 조짐이 보이는 것 같아 우리는 즐거워 했다.
1시간 20분쯤 달리니 목적지로 빠지는 램프가 나온다.
고속도로에서 내려와서는 들판길을 가는데 그곳은 사막지대이다.
사막을 개간한 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비가 오지 않는 그곳에선 밭 사이, 약 20~30M 간격으로 밭두렁 길이 있고 그 길 위에 바퀴(지름이 2M는 될 것임) 하나 다음 길에 트랙터, 또 그 다음에 바퀴 하나 이런식으로 그 위에 스프링 쿨러가 연결 되어 있어 천천히 굴러가며 밭에 물을 뿌리고 있었다.
그런데 작동하는 사람은 보이질 않는다.
대단한 광경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 그 밭은 목화밭이었다.
어느 날 차에서 내려 살펴보니 말라붙은 줄기 위마다 솜뭉치가 하나씩 붙어 있었다.
..............................
이제 낚시터에 도착했다.
먼저 갔던 자리에 짐을 풀었다.
시간은 아침 8시경,
슬슬 낚시를 펴려는데 형님은 벌써 미숫가루 떡밥을 개고 있었다.
수심은 1.5M 정도...........
오늘은 아직 아침이라 그런지 별로 덥지 않다.
호숫가에는 우리 외엔 아무도 없다.
낚시대를 다 펴고 미끼를 달아 던지려는 순간,
철영이 형님이 나지막히 외친다.
“왔어!!!!!”
.................................................
순간 내 눈은 형님의 찌로 고정 되었다.
그런데 찌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형님이 농담을 한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나 다음순간 두마디 정도 나와있던 찌가 눈 깜짝 할새에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었다.
동시에 낚시대가 쭉 끌려갔다.
형님이 입질에 대비를 하고 있었기에 간신이 낚시대 끝을 잡을 수 있었다.
대는 사정없이 휘며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줄에서는 핑 핑 소리가 난다.
아! 얼마나 오랜만에 듣는 소리인가!
물고기의 무게와 힘은 소리의 높이와 비례한다.
잠시 용을 쓰던 고기는 힘이 빠져 맥없이 끌려 나온다.
조심조심 뜰채로 뜨는데 황금빛 비늘이 눈부시다.
드디어 뭍에 올렸다.
얼핏 보기에 2자 정도.....
이것이 미국잉어와의 첫 상면이었다.
철영이 형님과 나는 완전히 흥분해 버렸다.
살림 그물이 없어 파로호에서 했듯이 등지느러미 앞쪽 딱딱한 톱니 같은 곳에 노끈을 묶어 물에 넣어 두었다.
철영이 형님은 다시 미끼를 달고 있었다.
나도 빨리.................................
둘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무섭게 찌를 노려본다.
3~4분 지났을까
짜가 올라오지도 않고 내려가지도 않은채 옆으로 슬쩍 흔들린다
얼핏 보면 바람에 흔들린 것 같지만 아니다.
내눈은 못속인다.
이건 분명 어신이다.
고기가 줄을 건드렸거나 했을 것이다.
반사적으로 낚시대를 반쯤 쥐었다.
다음 순간 찌가 마디부분 거의다가 솟아올랐다가 쑥 빨려 들어간다.
아니 그 움직임이 너무 빨라 솟아 올랐던 찌가 그냥 사라져 버렸다고 표현하는 것이 낫겠다.
이렇게 또 한 마리........................................................
이번 것은 약간 작아 자반 정도..............
지느러미를 묶고 있는데 철영이 형님이 또 왔다고 한다.
찌를 보니 세마디 정도 올라와 잠시 멈추는 듯 하더니 슬슬 아주 천천히 옆으로 가는 것이였다.
순간 형님이 채니 다시 핑 핑 소리가 난다.
역시 두자 정도............................
그놈도 묶어 놓고 나니 잠시 소강 상태라 배가 슬슬 고팠다.
그래서 3Km 정도 떨어진 공원입구 매점에 가서 햄버거를 사와 차에서 먹는데.............
내 찌가 옆으로 누워있다.
이상하다...............................
미끼가 없을텐데.................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는데 스르륵 똑바로 서는게 아닌가 !
재빨리 뛰어나가 대를 잡으려는데 손이 뒷 받침대 부근에 갔을 때 이미 낚시대는 앞 받침대 밖으로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낚시대는 모터보트처럼 빠르게 물살을 일으키며 가운데 쪽으로 끌려간다.
그곳은 지류라 호수 폭이 대략 80M 정도 였는데 딱 가운데 쯤 가더니 멈춰 섰다.
하나 밖에 없는 내 낚시대가..................
어떻게 하나.................................................
나는 그곳에서 계속 지켜보고, 철영이 형님은 차를 몰고 호수공원 관리실로 가서 보트를 빌려 보겠다고 갔다.
글쎄.........
이틀전에 미국에 온 양반이 빌릴 수 있을까?
의문이었지만 성공하기를 정말로 바랬다.
그러나 잠시 후 돌아온 형님은 보트가 다 렌트 나갔다고 매니저가 얘기 하더라며 투덜투덜 한다.
사연을 여러 가지로 설명하고 사정 했지만 그 인간이 못 알아 먹더라고 한다.
무식한 놈이라고 투덜대는 형님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그사이 낚시대는 다시 움직여 호수 건너편 기슭쪽으로 갔다.
아직 떠있는데 멀어지니까 물결에 보였다 안보였다 한다.
그때 저쪽에서 작은 Bass 낚시보트가 오고 있었다.
히스패닉(멕시코계 이민자) 2명이 타고 있었다.
철영이 형님이 소리쳐
Hello ! ! !
Help Me ! ! ! ! !
하니까 무슨일인가 하여 우리쪽으로 온다.
우리는 되지도 않는 영어로 떠듬떠듬하며 우리 낚시대가 저 건너편으로 도망 갔다고 하니까 그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미국에서 낚시대라고 하면 Reel 대를 말한다.
그러니 낚시대가 물에 떠서 고기에 끌려 갔다는 것은 그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상식 밖의 일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우리가 가르키는 곳으로 가서 물속을 들여다 보는 것이었다.
(당연히 물속에 가라 앉았겠지 하며)
뭐라고 얘기를 할 수가 없었다.
한참을 해매이던 그들은 못 찾겠다고 소리친다.
우리는 그냥 Thank You ! ! !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일단 손맛을 보고나니 그만 둘수가 없었다.
우리는 도구를 놔둔채 차를 몰고 Bakersfield 시로 향했다.
낚시대를 사기 위하여...................(Reel 대)
약 1시간 30분만에 우리는 조그만 릴대 하나를 들고 의기양양하게 돌아왔다.
됐다 ! ! !
이제 아무리 큰놈이 와도 문제 없다.
때는 오후 2시경 날이 더워졌다.
우리는 릴대를 대낚 받침대에 걸어 놓고 차안에 앉아 있었다.
에어콘을 틀어놓고...................................................................
아무 소식이 없다.
1시간 정도 차안에 있었더니 엔진이 열을 받기 시작한다.
시동을 껐다.
그랬더니 금새 한증막이 된다.
차 밖에서는 숨쉬기가 힘들 정도이다.
어쩔수 없이 도구를 챙겨야 했다.
그곳의 가장 무서운 적은 더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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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미국에서 첫조과를 거두었던 것이다.
그 후 L.A 사는 동안 그 호수에는 약 15번 정도 갔던 것 같다.
조과는 대개 서너마리, 5마리 넘게 잡은 적은 없었지만 또한 꽝을 친 날은 한번도 없었다.
한번은 대낚 받침대에 걸쳐놓은 릴대를 받침대까지 뽑히면서 끌고 가버린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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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저렇게 지내던 L.A 생활도 여러 가지 사정으로 마감하고 이사를 가게 되었다.
메릴랜드(Malyland)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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