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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09
민석에게서 아무런 연락도 없이 일주일이 또 흘렀다.
하루하루 똑같은 일상이지만 하루하루 피가 바짝바짝 말랐다.
이러다 내 몸속에 있는 피가 모두 말라버려 무미건조한 사람이 되진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요가를 마치고 샤워 후 옷을 입은 채 폰을 확인했다.
수많은 부재중 통화에 깜짝 놀라 난 서둘러 확인버튼을 눌렀다.
혹시 그 중 민석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며.
그런데 의외로 그 수많은 부재중 통화는 모두 한 사람에게선 온 것이었다.
이태민.
태민에게서 온 수십 통의 부재중 전화를 보며 그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연락을 한 것일까 조금 의아한 마음을 가지며 통화 버튼을 누르려는데 다시 벨이 울렸다.
또 그였다.
"어, 태민아. 부재중 전화 방금 봤어. 무슨 일 있니?"
[ㅇㅇ야, 침착하게 들어... 알았지?]
"뭔데 그래? 정말 큰 일 있는 거야?"
내가 살짝 긴장한 채 태민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네 아버지, 네 아버지 지금 병원 가는 길이야. 구급차에 지금 내가 함께 타고 있어.]
"그...그게 무슨 말이야? 병원 가는 길이라니? 네가 왜 같이?"
[아파트 앞에서 교통사고가 났어. 사고 현장 가보니깐 네 아버지더라고... 지금 한국 병원으로 가는 길이야.]
숨이 턱하니 막혀와 입 밖으로 말이 나오질 못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지.
난 휴대폰을 쥔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
[ㅇㅇㅇ! 정신 차려!]
"으응... 듣고 있어. 아빤...아빤 괜찮으신 거지?"
[빨리 와...]
태민은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덜컥 겁이 나 난 자꾸 위험한 생각을 하는 내 머리를 세차게 한 대 쳤다.
"한국 병원이랬지? 지금 바로 갈게... 그동안 곁에 있어 줘...아빠 곁에 있어줘..."
서둘러 일어서려고 바닥에 팔을 대고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지만 다시 픽 쓰러졌다.
그때 같이 탈의실에 있던 요가강사가 내 곁으로 다가와 날 부축했다.
"괜찮아요?"
"아...네..."
순간 눈물이 후드득 흘러내렸다.
"괜찮은 게 아닌 것 같은데요."
"...괜찮지 않아요. 무서워 죽겠어요."
내가 꺽꺽거리며 울자 강사가 내 등을 쓸어주었다.
강사가 콜택시를 불러주어 난 요가 학원을 나와 곧장 택시에 오를 수 있었다.
택시 안에서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 태민이 한 말을 똑같이 전달했다.
엄마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반응이었다.
잔뜩 겁을 먹은 말투로 곧 병원으로 가겠다는 말만 전하고는 엄마는 전화를 끊었다.
엄마와 통화를 하는 내내 한국 병원으로 향하는 내내 내 눈에선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병원에 도착해 아빠를 찾았다.
그러나 내가 먼저 만나게 된 사람은 피로 얼룩진 옷차림을 한 태민이었다.
"태민아... 울 아빤? 울 아빤 어디 있어? 괜찮은 거지? 응?"
울어서 엉망이 된 얼굴로 내가 태민의 팔을 잡고 쉴 새 없이 물어댔다.
그 순간 태민의 얼굴에 비친 곤란한 기색을 읽은 내 두 눈이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다.
"태민아... 울 아빠 어딨냐고... 울 아빠... 수술 받으러 들어가신 거야? 응?"
"응급실에..."
"왜 아직 응급실이야!"
"병원 도착하자마자..."
"흡... 말...말하지 마..."
"ㅇㅇ야..."
"말하지 말라고... 제발 입 다물 라고."
병원 안에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소리쳐대는 날 보며 경비원이 다가오려다 쯧 하며 혀를 차더니 고개를 돌렸다.
"아저씨...보내 드려야지... 네가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너 지금 무슨 말 하는 거야! 아빠가 왜!"
그때 내 뒤에서 곧 끊어질 듯한 가녀린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다 ...무슨 말ㅇ..."
엄마는 그 자리에서 말을 다 마치지도 못한 채 혼절했다.
병원 사람들이 몰려와 엄마를 응급실로 옮겨 링거를 놓는 동안 난 아빠가 있는 곳으로 갔다.
엄마가 쓰러지고 나니 정신이 번뜩 들었다.
지금 이 순간 나보다 더 힘들 엄마를 생각해야 했다.
그렇게 인정하기 싫었던 아빠의 마지막을 인정했다.
친척들에게 연락을 했고 친구는 수정이에게 연락해 다른 친구들에게 말을 전해 달라 했다.
병원직원이 영정사진으로 쓸 증명사진이 필요하다고 해서 태민과 함께 사진관으로 가, 지갑에 넣고 다니던 아빠의 사진을 꺼내 영정사진으로 만들었다.
작던 증명사진이 크게 인화되어 나오자 참았던 눈물이 다시금 흘렀다.
하지만 행여나 사진에 눈물이 묻을까봐 서둘러 닦아내고는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 빈 장례식장이었던 곳은 한사람의 마지막을 보내 줄 수 있는 곳으로 탈바꿈되어 있었다.
사진관에 가기 전 병원 직원에게 꽃도 음식도 모두 최상급으로 해달라고 했던 내 요구대로 호사스런 장례식 장이었다.
화려한 꽃으로 가득가득 채워진 벽면 한 중간에 영정사진 자리만이 비워진 채.
그 자리에 영정 사진이 놓였고, 곧 친척어른들이 당도했다.
"ㅇㅇ야... 이게 다 무슨 일이냐!"
고모의 울부짖음으로 곡소리가 시작되었다.
아직은 어린 나를, 많지 않은 나이에 과부가 된 엄마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말들이 줄을 이었다.
수정이에게서 연락을 받았다며 고등학교 친구들이 하나둘 오길 시작했다.
수정인 지금 제주도인데 비행기 티켓 끊었으니 곧 올라간다며 자기 도착할 때까지 울지 말고 있으라는 말을 했다.
하지만 그 말을 하는 수정이도 이미 울고 있었다.
"대학 친구들은 연락 안 해도 괜찮아? 내가 대신 연락 돌릴까?"
여태껏 곁은 지켜준 태민의 말에 내가 고개를 내 저었다.
"아무한테도... 아무한테도 연락하지 마. 너만 알고 있어."
학기가 시작되면 매일 얼굴 맞대고 지내야 할 대학 사람들이 아는 건 싫었다.
걱정스레 쳐다 볼 그 눈빛을 견뎌낼 자신이 없어서였다.
내 속내를 읽은 태민이 알았다 며 고개를 끄덕였다.
밤이 깊어 자정을 넘겼다.
정신을 차린 엄마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장례식장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더니 꿋꿋하게 상주 노릇하는 날 끌어안고는 다시금 오열했다.
그 모습에 잠시 진정했던 친척들도 다시 울음을 삼켜야 했다.
엄마가 온 뒤 여태껏 자리를 비우지 못했던 난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비웠다.
하지만 정작 내가 찾은 곳은 화장실이 아닌 장례식장 밖이었다.
잠시, 혼자 있고 싶었다.
울어도 아무도 보지 못하는 곳에서.
너무너무 힘들어 펑펑 울고 싶었지만 엄마 때문에 강하게 견뎌내고 있던 중이었다.
하지만 어둠이 깊어지니 참지내지 못한 슬픔이 자꾸만 겉으로 삐져나왔다.
바닥에 쭈그려 앉은 채 휴대폰을 꺼냈다.
그리고는 몇 번을 망설이다 민석의 번호를 눌렀다.
긴 통화음이 울리고 그가 전화를 받았다.
[어, ㅇㅇ야...]
주변이 소란스러웠다.
"오빠..."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하나 망설이다 그저 그를 부르기만 했다.
[나 지금 회사 식구들하고 같이 있어. 통화하기가 좀 곤란하다.]
"...오빠...잠시만 와 주면 안 돼?"
내가 용기내 말했지만 민석에겐 내 목소리가 잘 안 들리는 듯 했다.
[있다가 내가 다시 전화할게.]
"오...오빠!"
내가 다급하게 그를 불렀지만 이미 전화는 끊어진 뒤였다.
생각해보니 여길 와서 뭘 어쩌라고 그에게 와달라고 한 건지 내가 생각해도 우스웠다.
하지만 이렇게나 힘든 순간에 곁에 있어주지 못하는 민석이 한없이 원망스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
엄마는 발인 때 한 번 더 혼절했다.
보낼 수 없다며 울부짖다, 그리됐다.
그 와중에도 난 내내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태연하게 장례를 치렀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눈엔 그게 더 위태로워 보였던지 날 향해 안쓰러운 눈빛을 보냈다.
이 위태위태한 모습을 제주도에서 급히 올라온 수정이 내내 곁에서 지켰다.
그리고 태민도.
수정이는 내 곁에서 내내 안타까운 표정으로 지키고 선 태민의 존재가 궁금한 눈치였고, 왜 남친 마냥 내 곁에 붙어 있나 의아해하는 듯 했지만 먼저 묻지는 않았다.
민석이 여기 올 수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가 수정이었기에 그저 누구라도 내 곁에 있어주는 것에 안도하는 듯 했다.
화장터를 거쳐 납골당에 함을 안치하고 집으로 돌아온 난 침대에 털썩 누웠다.
아빠와 함께인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 공간에 이젠 아빠는 없었다.
그 사실을 깨닫게 되자 사무치게 아빠가 그리웠다.
그제야 꺽꺽 눈물이 나려 했지만 거실에서 앨범을 보는 엄마가 또 울음을 터트리자 난 눈물을 다시 속으로 삼켜야 했다.
배터리가 방전되어 꺼져있던 휴대폰을 켰다.
걱정이 담긴 친구들의 문자가 수백 통을 이뤘다.
다 읽을 엄두가 안나 그냥 내려두려는 때 폰이 울렸다.
민석의 번호였다.
난 잠시 망설이다 그의 전화를 받았다.
장례를 치르며, 집으로 돌아오며 난 수없이 그를 떠올렸었다.
곁에 있어주지 못하는 게 당연한 그였고, 한 번도 섭섭함을 내색한 적 없었지만 이번은 달랐다.
그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 시간이었다.
혼자 견디기 힘든 가슴이 찢어지는 이런 날 조차 곁에 있어 줄 수 없는 그와 계속 만나야 하나, 진심으로 고민하게 되었다.
그 고민은 시간이 흐를수록 한 가지 결론으로 더욱 짙어져갔고, 화장터에서 한줌 재로 돌아온
아빠의 유골이 담긴 함을 받으며 확신으로 변해갔다.
더 이상은 견딜 수가 없었다.
아니 견디기가 힘이 들었다.
"여보세요."
[너 폰이 왜 꺼져있는 거야! 도대체 며칠 째!]
"그럴 일이 있었어. 잠시 볼 수 있어?"
[어디야.]
"집이야..."
[집 앞으로 갈게.]
어쩐 일인지 그가 바로 온다기에 내 심장 고동소리가 빨라져갔다.
그저 오늘은 전화통화로 약속만 잡으려고 했는데 이렇듯 바로 온다는 민석때문에 그와의 끝이 바로 앞으로 성큼 다가와 버렸기 때문이었다.
흔적 10
W. mingming
민석에게서 다시 연락이 온 건 정확히 30분 뒤였다.
난 그 전화를 끊고 머리를 질끈 묶었다.
이젠 그가 좋아하는 길게 늘어뜨린 긴 생머리는 필요가 없었다.
머리를 묶으며 길이를 가늠해봤다.
어깨쯤에 손가락을 댔다가, 다시 귀밑으로.
그래,
내일 이정도 길이로 잘라버려야지.
하고 싶었던 단발머리 이제 해봐야지.
난 거울을 보며 단발머리인 내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한번쯤 해보고 싶었는데 그 때문에 하지 못했던 거였다.
이제 그와 헤어지면 민석과 상관없는 사이가 되는 거니 자유롭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거였다.
그런데 단발머리를 한 내 모습을 그려보는 동안 코가 시큰해져왔다.
눈마저 빨갛게 충열되자 이를 꽉 깨물며 눈물을 참아냈다.
+
아파트 정문 앞에 그의 차가 정차되어 있었다.
차에 올라타니 그가 앙 다문 입으로 입술을 잘게 깨물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화가 많이 났을 때 하는 무의식중의 행동이며 그 화를 최대한 참기위해 하는 행동임을 잘 알고 있었다.
"삼일이야."
"응."
"삼일동안 연락이 안 됐다고."
"우리 그 보다 연락 더 안 된 적도 많았어."
"내가... 내가 연락을 안 해서 그런 거였지... 이런 식으로 연락이 안 된 적은 없었어."
"사정이 있었어."
단답형의 내 말에 민석이 화가 많이 난 듯 미간을 찌푸리며 인상을 썼다.
"너, 폰이 꺼져있었어. 배터리를 갈아 끼울 시간도 없을
만큼의 상황이었단 거야?"
"그래, 그랬어. 그럴 상황이었어."
"ㅇㅇㅇ!"
"소리 지르지 마. 오빠하고 싸우려고 나온 거 아니야."
"오늘 말이 왜 이렇게 삐딱해. 그날, 마지막으로 통화했던 날, 와달라고 했던 네 청 거절해서 그런 거야?"
그날의 일을 떠올리는 것조차 싫어 난 입을 꾹 다문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내 침묵에 민석은 화가 조금 수그러든 모습으로 내 안색을 살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날은... 어쩔 수 없었어. 너도 TV봤겠지만, 우리가...
엑소가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해서 회사에서..."
"안 봤어."
민석의 표정이 다시 굳어져갔다.
예민한 그이기에 분명 평소와는 다른 내 모습을 벌써 눈치 챘을 터였다.
평소의 나였다면 TV를 보지 않은 것에, 오빠가 멀어지는 기분이 들어서 싫어 라며 수줍게 말했을 테니.
"ㅇㅇ야."
차가워진 내 모습에 민석의 목소리가 젖어 들어갔다.
이 이상 날 몰아세우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그가 생각을 더 깊게 하지 않도록 난 더는 말을 지체할 수가 없었다.
그와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내 마음도 약해질 테니.
"...우리 그만하자, 끝내자...오빠."
그가 입술을 잘게 깨물더니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못들은 걸로 할게."
"제대로 들은 거 맞아. 그만하자, 우리."
내가 다시 한 번 더 쐐기를 박았다.
그러자 민석은 화가 참기 위함인지 다시 한 번 깊게 숨을 들이키며 입을 열었다.
"그만하라고 했다, ㅇㅇㅇ."
"그래, 그만하자고. 그만해, 그만하자고!"
"그런 뜻이 아니잖아. 입 다물어. 이 이상은 나도 참기 힘드니까."
"난 늘 힘들었어. 힘들 때 곁에 있어주지도 못하는 오빠하곤 이젠 더 이상 안 될 것 같아. 우리 정말 그만..."
그 순간 민석의 손이 내 목으로 향했고, 가녀린 내 목이 민석의 양 손에 잡혀버렸다.
"크...컥..."
"너... 나 떠나면 죽여 버릴 거라고 했지. 그 말 거짓 아니라고 했지!"
"컥... ㅇ...오...ㅃ..."
"너 나 떠나면 진짜 죽여 버릴 거다. 그러니깐 아니라고 말해! 그만두자고 한 말 농담이었다고 말해!"
붉게 충열 된 눈빛이 지금 민석이 제정신이 아님을 말해 주고 있었다.
난 숨이 막혀옴에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그의 눈빛이 안쓰러워 마음이 더 아파왔다.
눈물이 없던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렸다.
난 그 모습을 보며 눈을 감았다.
어쩌면 체념인지도 몰랐다.
그의 손에 죽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미친 생각도 들었다.
죽으면 아빨 볼 수 있을까,란 생각도 잠시 했다.
그 순간 그의 손이 내 목에서 떨어져 나갔다.
"ㅇㅇ야... ㅇㅇㅇ! 정신 차려, 내가 잘못했어, 내가 잘못했다고 ㅇㅇㅇ! 눈 떠!"
정신을 잃은 게 아닌데 민석이 오해 한 듯 했다.
살며시 눈을 떠 그를 올려다봤다.
그의 눈에서 쉴 새 없이 흐르는 눈물을 보며 내가 손을 뻗었다.
그러나 곧 그가 내 손을 쳐냈다.
"가. 잠시 시간을 갖자. 헤어지는 건... 절대 안 돼."
그러면 안 된다고, 정말 여기서 끝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여백이 길어지면 그만 더 힘들어질게 뻔하기에 냉정하게 끝내야 했다.
하지만 목이 아파서 말이 제대로 나오질 않았다.
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민석이 시킨 대로 차에서 내렸다.
내가 내리자마자 차는 매섭게 출발했다.
이런 상태로 운전을 하는 그가 벌써부터 걱정이 되길 시작했다.
이젠 생각하지 말아야하는 사람인데... 자꾸만 더 진하게 떠올랐다.
정말 끝을 맺어야 하는 사람인데.
민석은 시간을 갖자고 했지만, 난 다신 그의 연락을 주고받을 생각이 없었다.
내일 당장 번호도 바꿔야겠다, 마음먹었다.
그와 관련된 모든 연결고리를 끊을 참이었다.
그리고 곧 이사도 갈 터였다.
넓은 집에 엄마와 덩그러니 둘이 사는 건 너무 외로울 테니.
멀어지는 그의 차를 보며 발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한걸음이 너무나도 무거워 걷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눈앞이 어질해지고 하늘이 노래져왔다.
이제껏 꾹꾹 눌러 담았던 온갖 아픔과 슬픔이 터져버린 것이다.
참았던 울음이 터짐과 동시에 난 정신을 잃었다.
+
정신을 차리고 나니 병원이었다.
그리고 태민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걱정스레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정신이 좀 들어?"
"어떻게 된 거야?"
"내가 묻고 싶다. 너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네 어머니가 너 없어졌다고 울며 전화하셔서 아파트 앞에 찾아보는데 길거리에 너 쓰러져 있는 거 보고 얼마나 놀랬다고. 도대체 성치도 않은 몸으로 밖은 왜 나간거야."
"일이... 좀 있었어. 엄마는?"
"네 물건 좀 챙겨 오신다고 잠시 집에 가셨어."
"내 물건은 왜?"
"며칠 입원해야 된다고 해서."
"입원? 나 괜찮은데..."
"네가 의사냐, 인마! 영양실조에 탈수증상까지 왔다는데... 휴... 너 그동안 먹은 거 다 토했지? 제대로 소화 시킨 거 하나도 없었던 거였지? 어떻게 영양실조가 와! 어머니 걱정 많이 하시니깐 얌전히 병원에 있어."
태민의 말에 난 또 다시 울컥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한번 터지고 나니 잠가지지가 않았다.
"야, 울지 마. 안 그래도 탈수 증세 있는데... 아니다. 그래... 울어라, 너 너무 안 울어서 걱정됐는데 이렇게 우니깐 오히려 조금은 안심이 돼."
그의 말에 난 더욱 목 놓아 울었다.
애초부터 이렇게 울고 싶었다.
내 나이 이제 21살이었다.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이 아무리 커도 아빠를 잃은 아픔을 감추기엔 어린 나이였다.
그리고 그 힘든 상황을 곁에서 지켜주지 못하는 민석의 부재가 견디기 힘들었다.
이렇게 울었어야 했다.
훨씬 전 부터, 너무 참지 말고 표출했어야 했다.
+
퇴원과 동시에 오피스텔에 들렸다.
근 이 주 만에 이곳을 찾은 셈이었다.
그동안 수정이에게 오피스텔에 관한 얘기를 해주고 슈밍을 돌봐줄 것을 부탁했었다.
슈밍은 오랜만에 온 주인을 향해 애교를 부리며 다가왔다.
"슈밍아, 언니 이제 여기 안 올 거야. 그러니깐 너도 언니 따라 가자."
고양이가 낯선 환경을 싫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슈밍이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오피스텔을 계속 드나들 순 없었다.
슈밍을 이동장에 넣고 용품들을 다 챙겨 오피스텔을 나섰다.
그러고 보니 제법 오랜 시간을 보낸 곳인데 슈밍이와 관련된 것 외엔 이곳에서 가져갈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씁쓸함이 일었다.
여기서 내가 지냈다는 흔적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럼에도 미련이 남아 내가 자꾸만 뒤를 돌아보다, 이내 마음을 다 잡고 오피스텔을 빠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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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ㅠㅜㅠ 갈라진건 좀 그래도 민석이가 목조른건ㅜㅜㅜ허류ㅜㅠㅡ아버지ㅜㅜㅜ
ㅠㅠㅠ민석이랑 여주가 너무 안타까워요ㅠㅠㅠ
그냥말해둘다 여주는 아버지돌아가셔서 민석이는 진짜 여주를 좋아한다고!!!! 답답해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냥 말해주지ㅠㅠ 민석이가 몰라서 그런건데ㅠㅠㅠㅠㅠ
아ㅠㅠㅠ 맘아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헐ㅜㅜㅜㅜㅜㅠㅡ진짜보다가눈물날뻔
민석이 너무 삐뚤어진 방법으로 하지만 않으면 ㅠㅠㅠ
여주야 떠나는 거니ㅜㅜㅜ불쌍해...
아ㅠ진짜 왜이렇게 슬프지..?
ㅜㅜ오해가ㅜㅜㅜㅜ
민석이도 사정이 있었고..여주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였는데...너무 안타까운 상황이네요..무엇보다 계속 여주옆에 태민이가 있어서..정말 거슬려요..!!!! 이태민!!!!(원랜 태민이 좋아함(진짜 좋아함
하아 폭풍 눈물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03.21 14: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