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문부
<금상>
따뜻한 내 가방
강릉 동명초 4학년 충반
장유빈
가방아 나를 포근하게 안아줘
가방아 나도 나도 안아줘
필통, 교과서, 물통...
천천히 천천히 나에게로 들어와
고마워 고마워 가방아
우와~~너는 참 따뜻하구나
하하 호호 우리 사이좋게 지내자
가방아 가방아
네가 있어 우린 참 행복해
<은상>
핸드폰1
강릉 율곡초 5학년 두리반 양시유
조금만 할래
째깍째깍
벌써 30분이 지났네!
조금 뒤
에이, 괜찮겠지
조금만 더 하자
째깍째깍
30분이 또 지났네!
힝, 내 시간을 훔치다니!
범인은 바로 너, 핸드폰!
<동상>
핸드폰 팽이
강릉 교동초 4학년 매화반
박지영
내 핸드폰은 팽이다
유튜브에서 게임으로
게임에서 다른 게임으로
또 다른 게임으로
뱅글뱅글 돈다.
핸드폰은
팽이처럼 빙빙 돈다.
이리 돌고
저리 돈다.
//////////////////////////////////
산문부
<금상>
13살 우리에게 필요한 것
강릉 송양초 6학년 1반
김예린
“카캌카캌 완전 웃기네. 최나래 폰도 없고. 와 진짜. 너는 6학년이 맞긴 하냐? 내 5살짜리 사촌 동생도 폰은 있는데! 어, 종 쳤다. 아,맞다. 최나래는 그런 거 모르지? 폰이 뭔지. 그거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1초 안에 알 수 있는데.”
“아싸, 쉬는 시간”.
“얘들아... 나 너희랑 같이 놀아도 돼?”
“ 되겠냐?! 완전 웃기네. 너 같은 따랑 우리가 왜 같이 ‘놀아’? 그리고…요즘 누가 ‘놀자’라는 말을 쓰니, 진짜 너무 재밌다.”
촤르르르르 갑자기 검은 비가 내리더니 반 아이들이 모두 사라진다.
“어... 어.. 이게 뭐야”
그랬더니 칠흑 같은 어둠에서 웃고 있는, 입이 귀까지 닿을 것 같은 괴생명체가 나래를 잡으러 온다.
“살려줘!! 살려줘! 거기 누구 없어요?!”
나래는 점점 잡히고 있었다.
“악!”
추르르르 이제 난 끝이다. 아! 아! 아… 흐억… 현재 시각은 오전 1시, 새벽이다. 나래는 이마를 따라 흐르는 땀을 소매로 닦았다. 베개는 흠뻑 젖은지 오래고, 이런 악몽을 꾸는 것도 벌써 5번이 넘었다. 그리고 매번 꿈인지 알면서도 항상 당한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반 아이들이 요즘 뜨는 쇼츠 이야기를 할 때면 나래의 굽은 어깨는 더 굽어진다.
‘제발 나한테만 물어보지 마’
나래는 마음속으로 되뇐다. 다행히 나래랑 친한 사람이 없어서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다. 너무 피곤한데, 또 악몽을 꿀까 봐 두렵다. 나래는 깨어 있기로 했다. 이게 나래에겐 최선이다. 그리고 그렇게 학교에 갔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는데 예지가 나래의 등을 두드렸다.
“야, 최나래 너 전번 좀. 우리 새로 생긴 단톡방 있는데 한 명이 부족하더라. 알고 보니 너 여가지구.”
그렇게 예지는 나래에게 전화번호를 물어봤다. 누군가 그걸 물어보면 수치스럽다. 다들 알게 될까 봐. 핸드폰이 없는 나래는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없을까 봐 두렵다. 그래서 나래는 그냥 뛰었다.
‘아 진짜. 쪽팔려 죽겠네’
나래는 한참을 엄마네 가게로 달려가고 있었다. 나래네 엄마는 자신이 나왔던 중학교 주변에서 분식집을 하고 있었다.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대신 엄마네 가게로 가는 것이 일상이었기 때문에, 어느새 나래 자신도 모르게 그곳으로 가고 있었다. 원래 나래와는 다르게 오늘은 엄마에게 인사를 하지 않고 곧바로 옥상으로 올라갔다. 오늘 있었던 수치스럽고 쪽팔리는 일을 잊기 위해. 그리고 항상 바람을 맞으면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에. 나래는 옥상에서 가을바람을 쐬며 10분 정도 오늘의 일을 잊고 있었을 때, 예지가 당당히 옥상으로 올라왔다. 그 순간, 나래의 마음은 철렁했다. 예지가 나래는 핸드폰이 없다는 걸 알게 되면, 이제 나래는 따가 될 것이다. 나래는 숨고 싶었다. 쥐구멍이라도. 그때 예지가 말을 걸었다. 그 순간 나래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복잡하고 슬픈 생각. 하지만 예지가 한 말은 이거였다.
“최나래, 너 괜찮아?”
예지의 따뜻한 듯 아닌 듯한 말이 마음속에 들어왔다.
“응…어, 아니… 그냥.”
“괜찮아. 없어도 있어도. 있으면 꼭 필요한데, 없으면 괜찮아. 아니, 괜찮더라.”
“폰 없는 너도 너고, 폰 있는 너도 너야, 뭐 내가 할로윈 코스튬을 입는다고 해서 내가 아닌 건 아니잖아.”
‘몰랐는데 은근히 예지도 좋은 친구다.’
나래가 생각했다. 나래와 예지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2시간을 보냈다. 핸드폰은 나래에겐 로망이자 남들과 똑같다고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수단 같은 것이었다. 없으면 놀림 받고 별종 취급받을 거 같은. 하지만 사실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나래는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핸드폰이 꼭 내 로망이 아니어도 된다는 것을. 핸드폰이 아니어도 친구는 찾아온다는 것을. 오늘 밤 나래는 조금은 다른 꿈을 꿀 수 있을 거 같다. 불안 없는 행복한 꿈을, 나래 옆에 같이 걸어가는 누군가가 있는 꿈을.
<은상>
책가방 속 빵점 시험지
강릉 송양초 3학년 1반
한유진
오늘도 여진이는 힘없이 학교에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하~ 뭔가 재밌는 일이 없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가방에서 준비물을 꺼내려고 가방 지퍼를 열었는데 말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아휴~답답해 죽는 줄 알았네. 여진아 안녕? 난 너의 수학 빵점 시험지야~”
가방 깊숙이 꼭꼭 숨겨둔 시험지에서 말소리가 들려왔어요.
“으앗! 깜짝이야 뭐…. 뭐야? 시험지가 말을 하네?”
“너무 놀랄 필요 없어. 난 전부터 말을 걸었는데 오늘따라 알아듣는 게 신기하네?”
“진짜 신기한 일이네? 암튼 조용히 해. 나 곧 수업 시작해.”
“어~어? 잠깐만 잠깐만, 날 또 이 어두컴컴한 곳에 가두려는 거야? 싫어! 가방 안은 너무 어둡고 숨이 막힌단 말이야!”
“그래? 아, 미안 그럼 어쩌라고!”
“그럼 내가 아주 특별한 능력을 하나 줄게. 이 능력으론 아주 재밌는 비밀을 알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나를 엄마한테 용기 내어 드릴 수 있을 거야.”
시험지의 속삭임에 여진이는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게 무슨 능력인데?”
“그건 점차 알게 될 거야.”
“에이~푸~뭐야! 됐다~ 됐어! 내가 지금 뭐하는 거냐!”
여진이는 가방 문을 확 닫아버렸어요. 수업 시작종이 울렸는데 교실 문이 열리면서 소정이, 민석이, 지우, 지호가 차례대로 교실에 들어섭니다. 소정이로 말할 것 같으면 항상 자랑할 것이 많은 아이입니다. 방학도 아닌 평일에 체험학습을 다녀온 후,
“여진아 내가 주말에 잠깐 대만에 갔었거든? 근데 거기서….”
새로운 머리핀을 샀을 때는,
“여진아, 이거 우리 엄마가 서울 가서 사 오신 거야. 부럽지? 너도 갖고 싶지?”
그럴 때마다 여진이는 자랑을 늘어놓는 단짝 친구 소정이가 부러워서 못마땅했습니다.
민석이는 항상 친구들을 때리고 욕을 하는 아이입니다. 민석이와 실수로 부딪쳐도 주먹이 날아갑니다. 그래서 여진이와 여진이의 반 친구들은 모두 민석이를 무서워합니다.
지우는 반에서 가장 공부를 못하는 아이입니다. 그래서 항상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합니다.
그런데 지우는 놀림을 당해도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여진이는 지우의 강한 멘탈이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들어온 지호는 자타공인 우리 반 최고 우등생이자 모범생입니다. 그래서 반 친구들은 모두 지호를 좋아합니다.
곧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은 수학 단원평가 결과를 발표하는 날입니다. 이번엔 50점 이상 맞아야 엄마한테 드릴 수 있습니다.
쉬는 시간이 되자 지우는 0점을 맞았다는 것을 반의 모든 아이들이 알게 되었고, 모범생인 지호는 100점을 맞았다는 것을 모든 아이들이 알게 되었습니다. 민석이는 풀다가 화가 나서 시험지를 찢었다가 선생님께 혼이 났었고, 단짝 소정이는 55점을 맞았습니다. 여진이는 다행히 93점을 맞았습디다.
모두 각자의 시험 점수에 기뻐하고 실망하던 사이 드디어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자 어쩐 일인지 여진이는 피곤해졌습니다. 아이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데도 갑자기 쏟아지는 잠에 책상에 엎드려 금방 잠이 들었습니다. 잠시 뒤 여진이는 눈을 떴는데 사방이 어두 컴컴했습니다.
‘어? 여기는 어디지? 근데 저건 뭐지?’
자세히 들여다보니 편지가 있었습니다. 편지의 내용이 궁금해서 편지를 뜯으려고 하는데 편지가 거대하다 못해 자기 몸보다 커서 깜짝 놀랐습니다.
‘내 몸이 이렇게 작았나? 근데 편지를 보내는 사람의 이름이 정소정? 소정이? 편지를 받는 사람은 엄마? 소정이 어머니시네? 뜯어볼까?’
여진이는 궁금함을 못 이겨 편지를 뜯고 말았습니다.
엄마에게
엄마 안녕? 저 소정이예요.
부산에서 잘 지내고 계세요? 저희는 요즘 할머니가 아프셔서 걱정이 많아요. 허리가 많이 아프셔서 폐지를 주우러 못 나가실 만큼 아프시거든요.
할머니가 아프시니깐 엄마가 더 보고 싶어요.
곧 함께 살 수 있기만 손꼽아 기다릴게요.
이 세상에서 엄마를 제일 사랑하는 소정이가.
‘소정이가 가난하다고? 그럼 그동안 가난한 티를 내기 싫어서 자꾸 자랑한 거야?’
여진이는 소정이의 편지를 읽고 또 읽었습니다.
‘소정이가 이런 비밀이 있었구나.’
‘정소정! 사람 마음 복잡하게 하고 그러냐. 내가 그래도 너의 단짝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앞으로 소정이한테 잘해줘야겠다. 근데 여긴 도대체 어디야?’
그때 어디선가 말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어디긴 어디야~ 소정이 가방이지~’
‘어? 내 빵점 시험지 목소리네?’
“자꾸 빵점~빵점 하지 마! 뭔가 기분이 묘하네?!”
“내 93점 시험지랑 헷갈린단 말이야! 암튼 나 빨리 여기서 꺼내줘! 수업이 시작할 텐데.”
“흠~ 조금만 더 해보고! 기다려봐!”
그러면서 빵점 시험지는 요상한 주문을 외웠습니다. 여진이는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지면서 눈이 서서히 감겼습니다. 이번에도 눈을 떠보니 사방이 어두웠습니다.
‘이번에도 가방 안인가?’
공룡 장난감과 공룡 시계가 있는걸 보니 민석이의 가방 안입니다.
‘민석이의 가방인가? 왜 하필 애 가방으로 들어왔대? 김민석한테 혼나는 거 아니겠지? 이번엔 일기장이 있네? 민석이의 일기장이겠지? 내용 좀 볼까?’
2023년 3월 4일
난 왜 친구들을 매일 때릴까?
오늘도 친구들에게 욕을 했다. 때리기도 했다. 그러고 싶지 않은데 내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오늘 지우한테 시험을 못 봐서 ‘괜찮아 다음엔 더 잘 할 수 있을 거야’. 라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그런 말이 나오긴커녕 넌 왜 맨날 빵점이냐? 그 정도면 바보 아냐? 라고 말해 버렸다. 그래서 항상 나 자신이 싫다. 내일은 꼭 사과하고 놀리지 말아야지.
‘민석이도 이런 마음을 갖고 있었구나. 앞으로는 민석이의 말에 귀 기울여야겠네. 아~ 근데 나 여기서 나가야 하는데.’
“빵점 시험지야! 이제 나 좀 풀어주라!”
그런데 다시 어지러워졌습니다. 여진이는 또다시 눈이 감겼습니다.
이번에는 전체가 시험지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이번엔 누구 가방 속이지? 아이참! 나 얼른 나가야 하는데! 지금쯤 수업이 시작되었을 것 같은데’
걱정하고 있는데 빵점 시험지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번엔 지우의 가방 속이야. 이번엔 생각이 좀 들도록 해!”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야! 잠깐만!”
‘근데 그러면 이 많은 빵점 시험지가 모두 지우 거란 말인가? 어? 지우가 상장도 있었네? 줄넘기 상장? 우와! 1등 했네?! 지우는 공부는 못하지만, 줄넘기는 챔피언이구나. 내일 친구들에게 알려줘야지!’
시험지에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어지러워진 여진이는 또다시 눈을 감았습니다.
이번에는 학원 일정표가 있었습니다. 여진이는 마음을 가다듬고 일정표를 봤습니다. 그런데 학원 일정표가 꽉꽉 차 있었습니다.
‘앤 누구야? 지…. 호? 지호네? 지호도 참 힘들겠다. 집이 부유하다고 들었는데…. 어머니 아버지가 너무 가혹하신가? 내일 지호랑 같이 놀까? 그래. 지호도 친구들과 자유롭게 놀고 싶어 할지도 몰라. 내일은 말을 걸어보자. 그러고 보면 지호랑 한 번도 얘기를 안 해본 것 같단 말이지? 근데 어쩌면 이렇게 가방 속에 마음속에 계속 비밀을 숨기고 있으면 아무도 몰라주니까 슬프지 않을까? 나도 빵점 시험지를 숨기고 있으니까 매일 매일 불안했어. 왠지 거짓말을 할 때마다 목구멍에 뭔가 걸린 것처럼 답답하고 마음이 불편했었는데. 그래! 결심했어! 내일은 꼭 엄마에게 빵점 시험지를 보여드릴 거야! 혼나는 건 싫지만 잠깐 혼나고 나면 가슴이 뻥 뚫리니까.’
‘좋아! 너의 생각이 바뀌었구나! 이제 나와도 돼!’
시험지의 말이 끝나자마자 여진이는 또다시 눈이 감겼습니다.
‘어? 빛이 나네? 창문이 있네? 여기 학교인가?’
‘아까 점심시간 그대로잖아? 우와! 나 돌아온 거야? 우왕! 아! 맞다! 애들한테 가봐야지.’
‘소정아 안녕?’
‘안녕 여진아. 저…사실은 내가 말할 것이 있는데….’
“그게 뭔데? 편하게 말해!”
“사실은 그동안 미안했어! 맨날 자랑하고 일부러 잘난 체해서 미안해. 사실은 우리 집이 너무 가난한 걸 티를 내기 싫어서 그랬어. 그리고 내가 엄마와도 떨어져서 지내서 많이 슬펐어. 근데 어제 엄마가 다시 돌아오셨는데 너에게 일부러 잘난 체 한 게 부끄럽더라.”
‘소정이가 직접 얘기해줄 줄 몰랐네?’
“그래? 괜찮아. 어머니랑 떨어져 지내서 슬펐겠다. 그래도 이제 돌아오셔서 다행이야. 정말 잘 됐어.”
“어! 정말? 이렇게 빨리 사과를 받아줄 거라고 생각 못했어. 정말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진짜 괜찮다니깐! 그럼 나 잠깐만 어디 좀 갔다 올게. 다른 친구들과 할 말이 있어서.”
“민석아 안녕?”
“어? 아, 안녕.”
“저기… 그동안 너랑 친구들 괴롭혀서 미안했어.”
“용서해줄게! 대신 나도 혹시 너에게 잘못하면 용서해줘야 해! 그럼 나 좀 바빠서 먼저 간다.”
“어? 어. 사과받아줘서 고마워!”
여진이는 지우를 찾아봤지만, 학교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어요. 이곳저곳을 찾고 있는데 체육관에서 줄넘기 연습을 하고 있는 지우가 보였어요.
“지우야 안녕? 줄넘기 대회에서 1등 했다며? 우리 엄마한테 들었어.”
“아~ 별거 아니야^^근데 너희 어머니는 그걸 어찌 아셨지? 신기한 일이네.”
“지우야~ 친구들에게 1등 했다고 자랑 좀 해~ 친구들은 너를 자꾸 공부를 못한다고 놀리는데 속상하지도 않냐? 너의 반전 모습을 보여 줘야지!”
“무슨 일로 네가 알았는진 모르겠지만 응원 고맙다 야! 줄넘기 1등이 뭐 별거라고. 알겠어”
점심시간이 별로 남지 않아 급하게 지호를 찾았어요. 지호는 역시 오늘도 도서관에 혼자 있었어요.
“지호야~안녕?”
“어? 안녕.”
“뭐 하고 있었어?”
“어 나 국어 공부하고 있었어.”
“국어? 잘하는데 무슨 공부를 또 해.”
“그게 저번에 99점 맞았다가 부모님께 혼났거든.”
“우와. 칭찬이 아니라 혼이 났다고? 그러지 말고 오늘은 밖에서 놀자! 제발!”
“그럴까? 시험공부는 나중에 해도 되겠지?”
운동장에 나가자 지호, 소정이, 민석이, 지우가 놀고 있었어요.
“얘들아~ 오늘은 특별히 지호랑 같이 놀자 어때?”
쉬는 시간에 밖에 나온 지호를 보고 아이들은 어리둥절했지만 모두 즐겁게 환호했어요.
“여러분 안녕하세요? 전 여진이의 빵점 시험지예요. 여진이는 친구들의 가방 속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죠.
‘가방 속이나 자신에 마음속에 있는 사정을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몰라주니까 슬프지 않을까?’ 여진이는 그렇게 생각하며 저를 엄마한테 드렸지만 혼내시지 않으셨어요. 이처럼 뭐든 힘든 일이나 좋은 일을 마음속에 숨기고 있으면 아무도 몰라주어서 결국은 자신이 초라해서 슬퍼지게 됩니다. 걱정이 있으면 털어놓고 힘든 일이 있으면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꼭! 말하세요! 그럼 안녕!'
<동상>
가방
강릉 율곡초 4학년 나래반
송민서
나에게는 친구 같은 가방이 있다. 그 가방은 이름도 있다. 그 가방은 색깔이 초록색이어서 이름이 초록이다. 초록이는 명품가방도 아니고 예쁜 핸드백도 아닌 아주 평범한 책가방이다.
나는 다른 가방도 많지만 초록이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 다른 가방은 주머니가 많으면 2개 정도이지만 초록이는 4개나 있다. 그리고 가방의 뒤쪽에도 지퍼가 있어서 뒤에서도 초록이의 내부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 사랑받는 초록이도 나에게 속상할 때가 있을 때가 있을 것 같다. 나에게는 안 좋은 습관이 있다. 바로 쓰레기가 버리기 귀찮을 때 가방에 쏙 하고 넣는 습관이다,
어느 날 쓰레기를 초록이에게 넣으려고 했는데, 내가 초록이라고 생각하니 쓰레기를 누군가가 억지로 먹이는 거나 다름없어서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갖다 버렸다. 지금은 습관을 고치려고 노력 중이다.
내가 내 가방 초록이라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초록이라면 내 주인이 날 매는 날이 가장 싫어할 거 같다. 왜냐면 내 주인이 책, 쓰레기, 필통 등 주인이 필요한 것을 내 입에 쑤셔 넣는 날이기 때문이다.
내 가방 초록이 같이 학교를 다니는 주인이면 더더욱 싫을 것 같다. 학교에서 계속 입을 벌리고 있어야 해서 학교의 온갖 먼지와 세균을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초록이에게 미안한 마음도 든다. 화요일 목요일마다 일하는 초록이가 일하는 우리 아빠보다 더 힘들 것 같다. 가방은 정말 극한 직업 같다.
책들과 필통은 정말 즐거울 것 같다. 책들과 필통은 가방에 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뛰면 롤러코스터 같기 때문이다. 반면 뚜껑 열린 물통과 뚜껑 잘 닫힌 물병은 가방보다 힘들 것 같다. 뚜껑 열린 물병은 토하고 뚜껑 닫힌 물병은 속이 울렁거리기 때문이다. 가끔씩은 초록이가 나에게 말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예를 들면 이런 말들 말이다.
“민…민…민서야 나 너무 힘들어”
“나…나 휴가 좀 주…면 안돼?”
나도 가방이 힘들어 보여서 초록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요즘 초록이는 좀 쉬게 하고 너구리 꼬리 모양 열쇠고리가 달린 가방인 너구리 가방이 열일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