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라는 한 폭의 추상화 읽기 (5)
- 별
1. 예술가의 단짝 친구, 별
별은 해와 달 못지않게 많은 작품에 등장한다. 특히 자연현상 앞에 무력했던 오랜 옛날에는 별은 해와 달과 더불어 숭배의 대상이었다.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신비감이 없어지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여전히 별은 인간에게, 특히 예술가에게 숱한 영감을 주고 있다.
『신약성경』에 의하면, 동방박사들은 하늘의 별을 보고 페르시아에서 예루살렘까지 예수를 찾아갔다. 점성술사로 보이는 동방박사들은 베들레헴의 별을 보고 메시아의 탄생을 알았다. 점성술에서는, 일월성신의 움직임이 인간의 운명은 물론 일상생활과 자연을 지배한다고 믿었다.
오랜 옛날부터 많은 설화가 걸려 있는 별자리는, 온갖 세상사에 영향을 미쳤다. 농사를 짓는 데 중요한 지침이 되었고, 여행자와 뱃길의 길잡이가 되었다. 북극성의 위치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길 잃은 사람들은 북극성을 보며 길을 찾았다. 북두칠성도 항해나 여행의 안내자 역할은 물론, 밤에 시간을 측정하는 데도 유용하였다. 우리나라 민간신앙에서도 북두칠성이 자연현상과 인간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으로 여겨져, 칠성단을 쌓아 정화수를 올려놓고 빌기도 했다.
과학의 발달과 무관하게, 여전히 별은 많은 글과 그림과 노래로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 주고 있다. 최은하 시인에게 별은 그리움의 대상이며, 희망이요, 삶의 좌표여서, 별과 한 몸 되어 노래하기를 즐겨한다.
2. 「별과 같이 살고 지고」 읽기
고향을 떠나 살면서부터
별 하나 품고 산다네
깊이 잠들지 못하는 밤이면
별을 날리고
꿈결에서도 별을 내리받아
별과 함께 반짝이고
별이 뜨지 않는 날이어도
창문은 꼬옥 열어 놓는다네
별을 안고도
마냥 별이 그리워서
대낮에도 별을 찾아
별을 심고 가꾸며 살고지고
최은하 「별과 같이 살고 지고」 『한국 문학의 100년을 열다』 (시문학사, 2021).
이 시는 항상 별을 품고 사는 왕십리 시인의 자선 대표시다. 최은하 시인은 “고향을 떠나 살면서부터/ 별 하나 품고 산다. (⸱⸱⸱) 대낮에도 별을 찾아/ 별을 심고 가꾸며 살고”있는 시인은 하나님께서 보내주시는 별빛에 기대어 삶의 어떤 고난도 능히 극복할 수 있으리라. 신앙심이 깊은 최은하 시인에게 별은 하나님께서 비춰주시는 희망의 등불이 되고 있다.
2021년 PEN 문학상을 받은 시집 『푸른 별나라 풍경』(믿음의 문학사, 2019)에 실린 「별 하나와 나」라는 시에서도 “꿈을 잃을라치면/ 별은 사뭇 가물거리기도 하지만/ 별을 꼬옥 안고 하루를 지내노라면/ 가슴 속에서 별은 빛난다네/ 바로 이런 참이면/ 비로소 나도 별 하나가 되본다네”라고 노래하고 있다.
해와 달은 하나이기 때문에 모두의 해요 달이다. 그러나 별의 숫자는 너무도 많아서, 하늘에는 최 시인의 별도 있고, 너의 별도 있고 나의 별도 있다. 천국에 들어 있는 사람들이 밝히는 등불이 별빛이 아닐까.
3. 「별빛은 우리를 구원하고」 읽기
론(Rhone)강 위 하늘에서 떠돌던 별들은
당신과 나의 진한 키스에
깔깔거리며 강물 위로 달려듭니다
그림 속으로 들어가
거기 우리만의 세상을 세우시지요
돈 화가만이 갈 수 있는 나라
그림도 그리고 시도 그리고
어제도 버리고 내일도 버리고
불빛 별빛
온 세상을 휘마는 회오리
우주의 블랙홀 속으로
시(詩)마저 그림자마저
기꺼이 몸과 함께 던지면
별들의 향기를 맡을 수 있을까
김철교 「별빛은 우리를 구원하고 - 고흐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무제 2018』 (시와시학, 2018).
필자가 파리에 있는 오르세 미술관에서 고흐의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앞에 섰을 때,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가서 쓴 시다. 인쇄물이나 인터넷에서 보는 그림과는 완전히 다른 감흥을, 실제 그림 앞에 서면 느낄 수 있다.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명화를 찾아 나서는 이유다.
고흐가 아를에서 그린, 서로 다른 ‘별이 빛나는 밤’은 프랑스 오르세미술관과 뉴욕현대미술관, 두 곳에서 소장하고 있다. 오르세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아를 지역을 흐르는 론(Rhone)강 강가에서 보는 별이 빛나는 밤에는, 하늘에 북두칠성이 그려있고, 강가에는 두 연인이 데이트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정답게 강가에서, 별들이 강물 위로 깔깔거리며 뛰어드는 것을 바라보고 있는듯싶다.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있는 ‘별이 빛나는 밤’에는 아를 지역 마을 위에서 빛나는 별과, 커다란 사이프러스 나무가 강조되고 있다. 사이프러스 나무는 죽음을 상징한다. 하늘에는 구름 별빛 달빛이 격정적으로 소용돌이치고 있다.
고흐가 론강 위로 별이 빛나는 밤을 그릴 때는 평온한 상태였다고 하며, 커다란 사이프러스 나무가 강조된 별이 빛나는 밤을 그릴 때는,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자른 후 생레미 정신병원에 입원해서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별을 보는 것은 언제나 나를 꿈꾸게 한다.’ ‘우리는 별에 다다르기 위해 죽는다’고 했다. 고흐는 지금 프로방스의 하늘 위에 별로 빛나고 있으리라. 나의 별은 천국의 어디쯤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