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이 철학가들 천재의 시대였다. 우리가 기억하는 조선시대 웬만한 학자들이 철학가들이니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일제강점기에 와서는 믿기지 않게도 그 시대의 천재들은 거의 문학가였다. 사실 이 시대 시나 소설들은 현대 철학을 공부하는 내가 지금 보기에도 내가 공부한 철학보다 더 현대적이다. 게다가 그들은 그것들을 이론이 아니라 삶의 서사, 즉 실천을 통해말했으니 정말로 대단한 일을 한 것이다. 경세가들이 아니라 이런 사람들이 있었으니 한국의 현대가 열린 것이다. 이들 앞에 놓였있던 신문명을 접할 방법이 일본 밖에 없었던 그 열악한 환경 등등에 대해서는 상술하지 않겠다.
지금부터는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있으나, 거의 팔구십년대까지도 시대의 천재들은 문학가였다. 내가 보기에는 이때까지도 첨단은 문학가들이었으나, 그렇지 않다고 수모가 말하더라도, "민중과 함께" 시대를 진단하고 처방하던 것이 이때까지 문학가들이었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 이후 사람들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읽는 것들을 하지 않게 되었고, 문학가들의 시대는, 문학가들은 멸종 위기를 맞는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이후 시대의 천재들이 법가와 경제인들이었다는 것은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좌파에서든 우파에서든 대통령이든 누구든 유력가들은 거의 법가 아니면 경제인 둘 중하나였다. 심지어 2024년 지금까지도 적어도 여기에 대해서는, 예컨대 대선에서도, 마찬가지였고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라가 어떻게 이토록 경화되었을까? 그 앞세대 천재들의 과오.
최근래, 이천년대에 들어서 뛰어난 사람들은 의사가 되고자 한다고 한다. 만약 이들이, 다른 욕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 의술에 호기심이 있는 사람들이었다면, 사람들이라면, 한국은 이미 생명철학의 제왕이 되었거나, 될 것이다. 과장이 아니라 정말로 그러고도 남았다. 나는 많은 지원자가 꼭 나쁘다고만은 보지 않으려한다. 그들이 새 시대의 징조를 읽고, 시대의 천재들의 구색이라도 맞추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