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09 [논평] 은평구청은 살충제 남용을 중단해야 한다

[나영]

[논평] 은평구청은 살충제 남용을 중단해야 한다

근 수년간 연속해서 일어난 곤충의 대발생으로 은평구민은 많은 불편을 겪어왔다. 선녀벌레와 대벌레에 이어 올해 6월 말에는 일명 ‘러브버그’의 대발생에 많은 주민이 혐오감과 불편함을 호소했다. 빗발치는 주민 민원에 따라, 은평구청은 주택가뿐만 아니라 봉산까지 많은 양의 살충제를 뿌려 대응해 왔다.

은평민들레당은 은평구청과 산림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대벌레와 러브버그 관련 살충제 살포 현황을 알아봤다. 산림청은 대벌레 퇴치를 위해 2020년부터 올해까지 살충제 희석액 9,200L를 총 12회에 걸쳐 봉산 일대, 특히 해맞이 공원 일대에 살포했다. 살충제 중에는 꿀벌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으로 알려져 유럽연합이 2018년부터 사용을 전면 금지한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도 포함돼 있었다.

은평구청의 답변은 너무나 허술했다. 연도별 살포 횟수와 양에 대해서는 정보를 취합·가공해야 할 유형에 속한다며 정보가 없다고 답변했다. 체계적이고 엄격해야 할 살충제 사용이 허술하게 관리되고,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 건 아닌지 무척 우려스럽다. 은평구청은 대벌레와 러브버그 퇴치에 주민을 동원한 방역까지 실시한 것을 보면 매우 많은 양의 살충제를 사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은평구청은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취합해 관리하고 공개해야 한다.

저명한 생물학자이자 생태운동가 최재천 교수는 이번 러브버그 대발생과 관련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런 질문을 던졌다. 살충제로 해결할 수 있는가? 언제나 이런 방식으로 하는 게 옳은 건가? 그는 잠깐의 불편은 해결할 수 있지만, 오히려 살충제 사용이 생물다양성의 감소로 이어져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정 곤충의 대발생은 생물다양성 감소가 원인이며, 살충제 사용은 이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에는 러그버그 같은 익충이 아닌 질병을 옮기는 해충이 대발생할 수 있다는 것. 우리는 이번 러브버그의 대발생이 오랜 봄 가뭄뿐만 아니라 그동안 봉산에서 벌어진 살충제 남용이 초래한 생물다양성 감소 결과는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북한산 큰 숲’ 은평구이다. 봉산, 앵봉산, 백련산, 이말산, 북한산은 은평구민의 축복이자 은평구의 자랑이며, 동시에 수많은 동식물의 보금자리이다. 그리고 도시 은평구는 다양한 생명이 드나들고 인간과 교류하는 곳이다. 러브버그의 혼란은 금방 끝났다. 성충이 된 후 길어야 3~4일밖에 살지 못하는 단명의 벌레이다.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그런데도 잠시의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너무나 많은 양의 살충제를 뿌렸다. 이런 생태계 파괴 행위가 더 이상 벌어져서는 안 된다.

꿀벌이 사라지는 것을 걱정하면서 왜 스스로 꿀벌을 죽이는가? 이제라도 우리는 조금만 참고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은평구청의 살충제 사용 중단이 그 시작이다. 많은 주민의 민원에 살충제 살포로밖에 대처할 수 없는 것인지,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없는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보자.

2022년 8월 9일

은평민들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