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장 여 명
희미한 새벽의 빛이 작업실의 한쪽 귀퉁이에
자그마한 창문새로 스며들었다.
아삼은 오랜 작업을 마친 듯 길게 기지개를 켰다.
아함... 겨우 끝냈군.
그러자 잠시 눈을 붙이고 있던 엽천상이 눈을 번쩍 떴다.
다 됐느냐?
그는 성큼성큼 작업대 앞으로 다가섰다.
작업대 위에는 모도 여섯 개의 천년인형설삼과
여섯 권의 천마심경이 놓여 있었다.
흠..
엽천상은 눈을 가늘게 뜨며 여섯 뿌리의 천년인형설삼을 살폈다.
형태와 기이한 광휘마저 똑같아 어느 것이 진품인지 분간하기가 어여웠다.
그는 또 여섯 권의 천마심경을 차례로 훑어보았다.
그는 놀라움을 넘어 경악하고 말았다.
(이럴 수가...) 그는 시선을 아삼에게로 돌렸다.
아삼, 너의 모조 솜씨는 가히 달인의 경지에 이르렀구나.
과찬이십니다.
아삼은 짐짓 겸양의 표정을 지었다.
아삼, 너는 그 신기를 왜 올바른 일에 사용하려 하지 않느냐?
너의 손재주라며 능히 천하제일의 장인이 되고도 남겠다.
엽천상은 아삼의 뛰어난 재능을 진심으로 안타까와 했다.
아삼은 고개를 숙었다.
앞으로는 올바른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래야지! 한데... 어느 것이 진품이냐?
엽천상은 다소 씁쓸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삼은 한 뿌리의 천년인형설삼을 집어 들었다.
이것이 진품입니다.
모조품들은 삼 일이 못 가서 변색되고 맙니다.
향기가 사라지게 되죠.
음...삼 일이나 ..그 정도면 놈들을 따돌리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그리고 이것이 진짜 입니다.
아삼은 한 권의 천마심경을 집어 그에게 내밀었다.
모조품들은 군데군데 글자를 바꿔 놓았습니다.
음, 정말 수고 많았다.
엽천상은 품 속에서 자그마한 비단주머니를 거내 그의 손에 쥐어 주었다.
이건 얼마 안 되지만 수고비로 생각해라.
아..아닙니다.
아니다, 받아 두어라.
예, 그럼..
아삼은 비단 주머니를 품 속에 넣고는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그럼, 부디 두 기보를 악도들 손에서 지키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오냐, 인연이 있으면 또 만나겠지.
엽천상은 아삼의 어깨를 다독이고는 열 개의 모조품들을
다섯 꾸러미로 나누어 쌌다.
이어, 휙! 그는 날렵한 신형으로 지하실을 빠져 나갔다.
아삼은 그 자리에 선 채 잠시 그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푸하하하하하...!
아삼은 별안간 앙천대소를 터뜨리는 것이 아닌가?
그는 무엇이 그리 좋은지배를 움켜쥐며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아하하하하하하..!
그는 눈물까지 쏟으며 미친 듯이 웃어젖혔다.
그러다 문득, 그는 벌떡 일어서며 작업대로 달려갔다.
그는 희열에 겨운 미소를 흘리며 작업대 밑으로 손을 넣었다.
무엇인가를 움켜진 그이 손이 천천히 당겨졌다.
아아..그것은 한 뿌리의 천년인형설삼과 한 권의 천마심경이 아닌가?
이것이 어찌된 일인가?
훗훗... 어리석은 엽천상아! 진품은 여기에 있다.
네가 가지고 간 것은 모도 가짜란이다!
아아...! 실로 기막힌 술책이 아닐 수 없었다.
그는 엽천상의 허술해진 감시 동안에
하나씩의 모조품들을 더 만들어낸 것이었다.
연후 그는 떨리는 손으로 두 개의 기보르 품에 안았다.
이것만 있으면...이것만 있으면 나도 천하제일의 고수가 될 수 있다.
남을 두러워하지 않는 강자가 될 수 있단 말이다.
그렇다.
그는 천년인형설삼의 지고한 효능과 천마심경의 가공할 위력에 대해
교묘한 대화술로 엽천상이 스스로 말하게끔 유도한 것이었다.
천마심경의 자세한 내력은 못 들었지만
그는 엽천상의 표정을 통해
천마심경이 무림 최강의 절예 중의 하나임을 이미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에 그는 중대한 결심을 했다
. 그에게 찾아든 생애 최대의 행운을 어떻게 해서든지 차지하리라고 ...
만에 하나라도 들키는 날에는 죽음을 면치 못할 위험 부담이 있었지만,
그는 찬란한 미래를 꿈꾸며 과감히 감내했다.
어차피 인생은 도박이 아닌가?
가자! 이제 여태껏 품어온 나의 공상이 모두 실현될 수 있다.
천하의 제왕, 화려한 저택, 기름진 음식, 신나는 도박..
문득, 그의 뇌리에 하나의 환상적인 영상이 환하게 피어올랐다.
아..엽소저...!
이제 그녀는 바라 보아야만 하는 구름 위의 선녀가 아니다.
내가 강자가 되면 그녀를 나의 아내로 맞이할 수 있다..
나의 아내로...!
그러다 퍼뜩 공상에서 깨어나 현실을 생각했다.
이럴 때가 아니다!
엽천상이 눈치채서 되돌아 오기 전에 어서 여기를 떠나야한다.
그는 황급히 계단으로 올라갔다.
엽천상이 준 주머니의 액수면 노자는 충분했다.
무공이라는 것을 수련할 심산유곡을 찾는 것이다.
얼마나 수련해야 할까?
일 년...? 어휴...그건 너무 길어!
그 동안 영소저가 결혼할지도 모르지..
반년이면 될 수 있을까? 그것도 참기 힘든데..
아삼은 철사조각으로 무거운 자물쇠를 열어갔다.
세상에 그가 열지 못하는 자물쇠를 없다.
그래! 나의 자질과 근골이 뛰어나다 하니
나는 이삼 개월이면 능히 천하제일인이 될 수 있을 거야!
아삼은 제멋대로 생각하며 뒷문을 나섰다.
이른 시각이라 거리는 텅 비어 있었다.
(악양아, 나는 간다.
내가 다시 돌아올 때 너는 나를 환호하며 맞이해야 한다.!)
아삼은 좁은 골목길을 따라 냅다 달려갔다.
모조품을 만드느라 꼬박 밤을 새웠지만 그는 펄펄 날 것만 같았따.
하나, 세상은 반드시 그의 공상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가 겪어야 할 고난은 첩첩 산맥처럼 펼쳐져 있다는 것을
그가 어찌 알겠는가?
또르르..영롱한 이슬방울이 풀잎 끝을 타고 구른다.
헉헉...
아삼은 가뿐 숨을 몰아쉬며 가파른 산길을 달려가고 있었다
그는 두 시진을 쉬지 않고 달렸어도 안심을 할 수 없어다
저 멀리 악양 성내가 보이지만 그의 두 다리는 멈출 줄을 몰랐다
(백 리는 더 달아나야 안심할수가 있다.
. 이런 호기를 놓칠 수는 없다.
아삼, 힘을 내자!)
그는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산 능선까지 단숨에 치달렸다
계곡을 타고 오르는 바람이 시원하게 땀을 식혀준다
그는 힐끗 뒤를 돌아 보았다.
마치 대양처럼 보이는 동정호가 눈에 가득 들어왔다
끝없는 수평선을 잠시 응시하며 아삼은 불끝 솟구치는 웅지를 느꼈다.
나는 하늘과 땅에서 가장 위대한 인간이 되리라!
한데 이때였다.
그는 저편 산 능선에서 질풍처럼 날아오는 하나의 인영을 보게 되었다
실로 경이적인 경공술이 아닐 수 없었다.
헉!
아삼은 심장이 오므라드는 전율을 느꼈다
상대의 너무도 빠른 접근에 그는감히 달아날 엄두도 내지 못했다
( 엽천상은 아니다
혹시 그를 추격해 온 악도들 중의 하나가 아닐까?)
그는 품 속의 천년인형설삼과 천마심경이 오히려 부담스러워졌다
만일 상대가 자신의 몸에 그러한 기보가 있따는 것을 발견하게 되면
생명을 부지하기가 수월치 않을 것이 아닌가?
아삼은 일부러 그와 맞부딪치지 않기 위해서
동정호만 주시하며 딴청을 부렸다
제발...그대로 지나가 다오...)
그는 내심 빌고 또 빌었다.
휘-익! 날카로운 파공음이 그에게로 엄습해 왔다.
아삼은 두려움에 어깨를 잔뜩 움츠렸다.
한데, 그의 간절한 기원 때문이었을까?
깡마른 인영은 그의 머리 위를 건너뛰며 전광석화처럼 산능선을 타고
계속 날아갔다.
후유...)
아삼은 마치 지옥에서 빠져나온 듯 내심 길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하나, 그가 안도하기에는 너무 일렀다.
크하핫... 내가 잠시 눈이 멀었군.
목쉰 듯한 음성과 함께 깡마른 인영이 다시 되날아 오는 것이 아닌가?
아삼은 공포에 질려 세상이 새까맣게 보이는 것만 같았다.
혈의노인,
살벌한 핏빛 안광을 발하는 그는 형태를 알아볼 수 없도록
안면이 파손되어 있었다.
그의 흉악한 외모에 아삼은 이빨마저 딱딱 마주쳐졌다.
파면의 노인은 아삼을 몇 번이고 훑어 보고는 득의의 광소를 터뜨렸다.
카하하하..좋아, 아주 훌륭하다!
이만하면 우리 잔결구지살의 공동 전인이 될 자격이 있다.
그는 아삼의 의향 따위는 안주에도 없다는 듯 그를 덥석 자신의 옆구리에 꼈다.
사... 살려 주십시오!
아삼은 그에게 끌려가며 바들바들 떨었다.
파면노인은 징그럽게 웃었다.
크흐흐..염려마라! 이제 우리 형제가 너를 천하제일의 고수로 만들어 주겠다.
너의 근골이라면 여덟 형님 모두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삼은 자신의 근골이 남다른 것을 한탄했다.
(대체 내 뼈다귀가 어떻다고 다들 이러는 것일까?
다행히 살아난다면 한 번 살갖을 벗겨 내 뼈를 살펴 봐야겠다.)
휘이익! 파면노인의 경공은 가히 빛살과 같았다
. 아삼은 귓전을 쌩쌩 스쳐가는 파공음에 호흡마저 턱턱 막혀왔다
(대체 이 늙은이의 무공 정도는 당금 무림계에서 어느 정도나 될까?
나도 무공을 수련하면 이렇게 날아다닐 수 있을까?)
낡은 사찰, 아주 오래 전에 목탁소리가 그친 듯
사찰은 흉가처럼 을씨년스럽게 보였다.
그 앞 넓은 공지에는 모두 십 육 인이 둥그렇게 모여 서 있었다.
여덟 명의 노인은 하나같이 혈의를 걸텼는데
불구자가 아닌 노인은 한 명도 없었다
. 꼽추, 외팔이, 장님, 외다리 등등..
그들의 전신에서 뿜어지는 기도는
오싹한 전율을 일으키게 하리 만큼 살벌했다.
그들 앞에는 한 명씩의 영기발랄한 청년들이 사색이 된 채 서 있었다.
이때, 장님노인이 탁한 음성으로 뇌까렸다.
막내가 여태 오지 않으니 웬일이냐?
혹시 십이대천마를 만난 것이 아니냐?
이에 꼽추노인이 대꾸했다.
대형께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오.
막내의 경공은 우리 중 가장 뛰어나오.
십이대천마를 만났다 해도 환마 구천섬표만 없다면
능히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오.
옆의 외팔이 노인이 투덜거렸다.
대형, 공공천야 공손찬이 천둔패역진은 불파의 절진이라 하지 않았소?
그래서 공공천야를 도와 십이대천마를 가두는데 협력했던 것인데
놈들이 어떻게 천둔해역진에서 탈출했단 말이오?
장님노인은 침중하게 대답했다.
아마도 누구의 도움을 받앗을 것이다.
어떤 미친 놈이 그 악마들을 탈출시켰소?
내 그 놈을 찾아가 찢어 발기고야 말겠소.
외팔이 노인은 안광을 폭사하며 철장으로 바닥으로 내리쳤다.
쾅-! 요란한 폭음과 함께 무려 일 장 깊이의 구덩이가 패였다.
이때, 장님노인의 귀가 순간적으로 쫑긋 움직였다.
가만.! 오! 막내가 오는군.
그의 청력은 그들 중 으뜸인 듯했다.
과연 잠시 후 파면노인이 장내에 내려섰다.
좀 늦었소.
그는 옆구리에 낀 아삼을 바닥에 휙 내던졌다.
하나 아삼은 너무도 긴장하여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그는 얼른 일어서며 빠르게 사위를 둘러보았다
. 사색이 된 여덟 명의 청년들이 우선적으로 눈에 띄었다.
(흠.. 이놈들도 나와 같은 목적으로 잡혀 왔나 보구나.)
눈치가 빠른 아삼은 그런 생각을 하다가 자신을 주시하는 팔 인의 예리한 안광에
심장이 파열되는 듯한 공포를 느꼈다.
장님노인을 제외한 일곱 노인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좋아!
크크크... 최상의 근골이다.
막내가 큰 공을 세웠구나
그들은 아삼을 훑어보며 찬탄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파면노인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크흐흐...이 놈을 찾아 오느라고 이렇게 늦었던 것이오.
이제 장님 노인이 아삼에게로 다가섰다.
그는 눈이 멀었어도 오감만큼은 놀랍도록 뛰어났다.
스슥...그는 정확하게 아삼 앞에 이르더니
갈고리 같은 손을 뻗어 그의 어깨와 사지를 더듬어 만졌다.
아삼은 질겁을 했지만 꼼짝할 수 없었다.
(크...큰일이다.!
품 속에 숨겨놓은 쳔년인형설삼과 천마심경이 발각되면 큰일 인데.)
하나, 장님노인은 그의 품 속은 손을 대지 않았다.
으음... 이 아이로 결정한다!
그는 한 걸음 물러서며 탁한 음성으로 외쳤다.
순간, 여덟 노인은 놀랍게도
각자 데리고 온 여덟 명의 청년의 천령개를 후려치는 것이 아닌가?
퍽...퍼퍼퍼퍽..!
아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연이은 비명과 함께 여덟 명의 청년이
대번에 피와 뇌수를 쏟으며 황천으로 직행하는 것이 아닌가?
(으으...! 이럴 수가...!) 아삼은 전신의 피가 싸늘하게 식는 것만 같았다.
살인을 하고도 눈 하나 깜박하지 않는 그들의 독랄한 심성이
또 그로 하여금 극도의 공포심을 유발시켰다.
이 아이가 우리 잔결구지살의 무공을 모두 터득한다면
십이대천마를 더 이상 두려워 하지 않아도 되다.
장님노인은 무표정하게 한 마디 던지고는 아삼의 맥문을 거머쥐었다.
너는 우리가 누구인지 아느냐?
모..모릅니다.
우리는..
한데 순간이었다.
콰콰콰-쾅-!
돌연 수림 한편이 요란한 폭음과 함께 붕괴되는 것이 아닌가?
동시에 그 폭음을 뚫고 엄청난 광소가 들러왔다.
크카카카...!
아삼은 천지를 강타하는 소성에 기혈이 뒤집힐 정도였다.
만일 장님노인이 그에게 공력을 주입시켜 주지 않았다면
즉시 피를 토하고 쓰러졌을 것이다.
(으으..대체 무림계에는 얼마나 많은 초강자가 존재한단 말인가?)
아삼은 자신의 좁은 시야를 비로소 느꼈다.
이때, 휙! 휘익! 세명의 불구노인이 광소가 터져나온 곳으로 날아갔다.
여섯 명의 노인들은 한결같이 긴장된 표정으로 세 형제가 사라져간 곳을 응시했다.
무림계의 상황을 모르는 아삼이지만
엄청난 초고수가 출현한 것임을 이내 감지할 수 있었다
잠시 후, 번-쩍! 맹렬한 폭음과 함께 어마어마한 핏빛 광채가 하늘을 뒤덮었다.
검마 십지천세-!
여섯 노인의 안색이 대변했다.
장님노인은 참담한 표졍에서 이내 굳건한 기색으로 돌아왔다.
우리가 늦었구나!
그는 파면노인에게 명했다.
구살, 이 아이를 숨겨 놓아라!
우리가 살아나게 된다면 이 아이로서 놈들을 처단케 할 것이다.
예, 대형!
파면노인은 아삼을 안고 즉시 낡은 사찰 안으로 날아들었다.
다섯 노인은쏜살같이 그들 형제의 비명이 터져나온 곳으로 달려갔다.
끼기기직...! 파면노인은 아삼을 장방형 석실 안으로 내던졌다.
여기 꼼짝말고 있어야 한다.
그는 육중한 철문을 움직여 입구를 봉쇄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아삼은 바닥에 웅크려 앉은 채 사방을 둘려보았다.
암울한 어둠만 보일 뿐이었다.
(그래도 노인들은 형제간에 의리는 있군...
세 형제를 구출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가니...
아삼은 품 속을 더듬어 보았다.
천년인형설삼과 천마심경은 그대로 있었다.
아삼은 눈을 굴리며 바깥의 동정을 살폈다.
위낙 밀폐된 석진이라서 그런지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않았다.
아삼은 문득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
(만일 그 아홉 노인들이 죽게 된다면 나도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 아닌가?)
그는 몸을 일으켜더듬더듬 앞으로 나갔다.
손 끝에서 차가운 무쇠의 감촉이 느껴진다
그는철문을 두드려 보았다
. 하나, 얼마나 견고한지 둔중한 음향만이 미약하게 들릴 뿐이었다.
아삼은 소매를 걷어붙었다.
에잇-!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철문을 밀어 보았다.
그는 내심 어림도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대로 앉아서 죽음을 기다릴 수만은 없었기에 한 번 힘을 써본 것이었다.
한데 놀랍게도 철문이 심하게 진동하며 급격히 열리는 것이 아닌가?
(내..힘이 이렇게 세지다니..)
그는 밖으로 나가려 했다.
하나 그는 다시 뒷걸음질침 자신이 커다란 오판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그렇지.) 철문은 혈의노인이 언 것이었다.
크으으...삼마가 함께 왔을 줄이야...
대형, 검마 십지천세의 아수라파천검법이 전보다 세 배는 강해졌소.
우리 아홉 형제가 이토록 무참히 패하다니...
석실로 들어선 세 명의 노인은 하나같이 참혹한 부상을 입고 있었다.
아삼은 잔뜩 긴장되 표정으로 웅크려 앉았다.
(장님, 꼽추, 그리고 나를 데려온 파면인만 살아 남았나 보구나...
세 노인은 아삼을 가운데 두고 품자형으로 둘러 앉았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장님노인은 깊숙이 베어진 가슴을 움켜쥐며 괴로운 표정으로 물었다.
아삼입니다.
그래, 아삼. 본래 우리 잔결주지살은 너를 공동전인으로 삼아
십이대천마와 대결케 할 생각이었는다.
헌데...
그는 밭은 기침을 하며 말을 이었다.
놈들이 먼저 알고 기습을 가해 왔다
. 독마 팔위폐황의 무형지독에 중독되지만 않았어도
우리 잔결구지살이 이렇게 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상처가 깊은 듯 검붉은 선혈은 선혈을 뿜으며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이에 꼽추노인이 말을 이었다.
나는 이살 사십장타라 한다.
우리와 십이대천마와의 원한은
훗날 공동천야라는 늙은이를 만나게 되면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곧 죽게 된다.길게 애기할 시간이 없다.
훗날 네가 천하제일의 무공을 얻게 되면 십이대천마를 죽여
우리의 복수를 해다오.
그러겠습니다.
아삼은 숙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는 최소한 자신이 죽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서자
어느 정도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
. 문득, 그는 품 속의 천년인형설삼을 상기했다
.(엽천상의 말에 의하면 이 영약은 기사회생의효능을 지녔다고 했는데..)
하나 이때 그가 생각을 결정하기도 전에
대살 전맹일파는 힘들게 가부좌를 틀며 말했다.
우리는 공력을 네게 전해 주겠다.
너는 임독양맥이 타통되며...
적어도 일 백년의 공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