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오서 2회 친구들에게
<“참 빨랐지! 그 양반!”
신랑이라고 거드는 게 아녀..
그 양반 빠른거야 근동 사람들이 다 알았지
면내에서
오토바이도 그중 먼저 샀고
달리기를 잘해서 군수한테 송아지도 탔으니까
죽는 거까지 남보다 앞선 게 섭섭하지만
어쩔 거여 박복한 팔자 탓이지
읍내 양지다방에서 맞선 보던 날
나는 사카린도 안 넣었는데
그 뜨건 커피를 단숨에 털어 넣더라니까
그러더니 오토바이에 시동부터 걸더라고
번갯불에 도롱이 말릴 양반이었지
겨우 이름 석자 물어 본 게 단데 말이여
그래서 저 남자가 날 퇴짜 놓는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어서 타라는 거여
망설이고 있으니까 번쩍 안아서 태우더라고
뱃살이며 가슴이며 출렁출렁하는데
처녀적에도 내가 좀 푸짐했거든
월산 뒷덜미로 몰고 가더니
밀밭에다 오토바이를 팽게치더라고
자갈길에 젖가슴이 치근대니까
피가 아랫도리로 쏠렸던가 봐
치마가 훌러덩 뒤집혀 얼굴을 덮더라고
그 순간 쑤욱~
이게 이년의 운명이구나 싶었지
부끄러워서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는데
정말 빠르더라고
외마디 비명 한 번에 끝장났다니까!
초조루증..
꽃무늬 치마를 입응 게 다행이었지
풀물 핏물 찍어내며 훌쩍거리고 있으니까
먼 산에다 대고 그러는거여
시집가려고 나온 거 아니었냐고..
눈물 닦고 훔쳐보니까
불한당 같은 불곰 한 마리가
밀 이삭만 씹고 있더라니까
내 인생을 통째로 넘어뜨린
그 어마어마한 역사가 한순간에 끝장나더니
하늘이 밀밭처럼 노랗더라니까
내 매무새가 꼭 누룩에 빠진 흰 쌀밥 같았지
얼마나 빨랐던지 그때까지도
오토바이 뒷바퀴가 하늘을 향해
따그르르 돌아가고 있더라니까
덕분에 그 양반 바람 한 번 안 피웠어
가정용도 안 되는 걸
어디 가서 상업적으로 써 먹겠어
정말 날랜 양반이었지>
이정록. 「정말」
홍성 출신의, 64년 생이니 우리보다 여서일곱 살 아래인 친구가 쓴 시입니다. 이 친구가 어렸을 때도 밀밭이나 보리밭이 있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제가 군대에 다녀오니 오서산 아래의 보리밭이 다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아니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그때쯤부터 보리밭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도 같구요. 정말 저는 보리밭에 가보지 못했습니다. 남들이 짓이겨 놓은 보리밭은 많이 보았지만 저는 끝내 가보지 못했습니다.
이번 주 일요일에 오성리 황동호 친구가 딸을 결혼시킵니다.
홍성이라 수도권에서 가기는 쉽지 않겠지만 친구들의 많은 참석을 부탁드립니다. 지난 운동회 때 동호가 빈딩이 굽느라 고생 많이 했고 그 덕에 우리 친구들은 근 40년 만에 빈딩이 맛을 봤을 겁니다.
대전에서 성운이, 은복이, 주원이가 올 수 있을 것 같고, 혹 대구에서 경자가 대전에 와서 같이 올지도 모르고, 주몽이, 종설이, 자순이, 재순이, 남순이, 병우가 올 거라고 생각하고 길순이, 용주, 재운이, 인자, 경후, 복순이, 우상이, 기동이와 상만이 민수, 중에 한 친구, 오성리 정주, 진석이, 혜선이가 갈 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갑니다.
지금 은난이는 이석증(耳石症, Benign paroxysmal vertigo)이라는 흔치 않은 병으로 당분간 보호자 없이 장거리 나들이 어렵다고 합니다. 제가 보호자가 될 수가 없어 미안할 뿐입니다.
우리 2회에서 스무 명은 가줬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저번 운동회에 대거 참석해서 자리를 빛낸 것처럼 친구 자녀 결혼식에도 가급적 대거 참석해서 자리를 빛내주시고 뒤풀이 자리에서 뒷담화하는 것도 재미있을 겁니다.
가실 수 있는 분들은 은난이에게 미리 연락주시면 더욱 고맙겠습니다.
다들 건강하고 평안한 5월 되시기 바랍니다.
5월 초하룻날 은난이와 영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