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가시기 전에 올레를 걷기로 하고 제주로 향한다.
기억이 까마득해진 2코스. 15.6km, 소요시간 4~ 5시간.
광치기해변이 출발점이다.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내려보니 사람들이 꽤 많다.
올레를 걷고자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유채꽃밭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몰려든 사람들이다.
유채꽃이 풍성하게 펼쳐진 곳엔 어김없이 자릿세를 내야 하는데 이곳은 프리~
널찍한 유채꽃밭에서 덩달아 찰칵.
본격적인 걷기 시작.
오조리 내수면 둑방길을 걷는다.
조선말기 논으로 개간하였으나 늪이 되어버렸고 새마을 운동 때 양식장으로개발하였으나 버려진 땅이 되어버린 아픔이 있는 곳.
하지만 걷는 사람에겐 퍽이나 아름다운 곳이다.
잔잔한 물결, 콧잔등을 시원스레 쓸고 가는 차가운 바람, 한가롭게 노니는 철새 떼.
기분좋은 콧노래 흥얼거리며 신나게 걷는다.
걸을 때마다 성산일출봉이 따라 온다.
밭담 안쪽 무밭엔 수확 후 남겨진 무들이 버려져 있다. 생각보다 많다.
왜 버려졌을까, 멀쩡한 것들이 많은데... 상품 가치가 없었던 걸까.
팔뚝보다 훨씬 굵고 큰 자이언트무도 보인다. 크기가 장난 아니다.
깍아 먹으면 시원한 즙이 입안 가득할 것 같다.
식산봉이 보인다.
왜구들의 침입이 잦아 이 오름을 낟가리처럼 위장, 마치 군량미를 쌓아 놓은 것처럼 보이게 했단다.
이로 인해 식산봉으로 불리게 되었단다.
오르는 길이 쉽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시원스럽진 않지만 소나무 사이로 비치는 성산일출봉을 마주한다.
오조포구로 이어지는 길, 정말 많은 철새들이 무리지어 놀고 있다.
이곳은 철새들의 낙원이다.
오래된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의자 모작(MOJAK)벤치도 보인다.
지나고 보니 내수면과 오조포구 구석구석 반틈없이 꾹꾹 눌러가며 걸었다.
오조마을을 지나고 성산읍 거리를 지나 대수산봉으로 향한다.
가파르게 오르막을 오른다.
숨이 턱까지 차 오르고 심장이 쿵쾅거린다.
중간중간 쉬어주며 심호흡을 해야 한다.
힘들게 정상에 오른 보람이 있다.
사방팔방 시야가 훤하다.
섭치코지 가는 길이 쪽빛 바다와 어울어지고, 성산읍의 모습과 성산일출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 송당쪽으로는 수없이 많은 오름들이 펼쳐져 있다.
내려오는 길도 가파르다.
스틱의 도움을 톡톡히 받는다.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고 마른 솔잎들이 발걸음을 도와준다.
대수산봉 이후로 혼인지까지 밋밋한 시골길과 시멘트길이 이어진다.
6월이면 수국이 피어 아름답다는 곳 혼인지.
고씨 부씨 양씨 세 신인이 공주를 맞아 혼인을 올렸다는 못이다.
혼인지 주변이 산책하기 좋게 잘 조성되어 있고, 연못 주위로 데크가 이어진다.
연못속엔 남생이 여러 마리가 헤엄치고 있다.
온평포구로 가는 길, 환해장성이 보인다.
금세 2코스 종착지 온평포구가 보이고 해안가에는 혼인지 이야기를 돌 조형물로 표현해 놓았다. 갈매기들은 옹기종기 모여앉아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
Ps.
길을 걷다 만난 두 집
커다란 두 그루의 나무가 대문이 된 집. 정원을 참 예쁘게도 꾸며 놓았다.
수집한 것들로 대문이랑 정원을 멋스럽게 장식해 놓은 집
참 재미있는 풍경이었다.
첫댓글 제주 올레길 완전 한바퀴가 수백 km는 되겠죠.
한번에 완주는 무리겠죠.
제주에서 21:33에 올리셨네요.
노트북을 지참해 저녁에 올린 건가요.
글과 사진이 하도 정결하게 올라와서요. 휴대폰으로는 어려울 거 같거든요.
오늘 춘분...집안 가득 봄으로 채워요.
제주 올레는 27개의 코스로 437km에 달해요.
여행을 할 때 테블릿을 가지고 다니며 저녁에 글을 쓰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