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와 [팬티]의 해법
[치마]
문정희
벌써 남자들은 그곳에/ 심상치 않은 것이 있음을 안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기는 있다// 가만두면 사라지는 달을 감추고/ 뜨겁게 불어오는 회오리 같은 것/ 대리석 두 기둥으로 받쳐 든 신전에/ 어쩌면 신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은밀한 곳에서 일어나는/ 흥망의 비밀이 궁금하여/ 남자들은 평생 신전 주위를/ 맴도는 관광객이다// 굳이 아니라면 신의 후손 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자꾸 족보를 확인하고/ 후계자를 만들려고 애를 쓴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다/ 여자들이 감춘 바다가 있을지도 모른다// 참혹하게 아름다운 갯벌이 있고/ 꿈꾸는 조개들이 살고 있는 바다/ 한번 들어가면 영원히 죽는/ 허무한 동굴// 놀라운 것은/ 그 힘은 벗었을 때/ 더욱 눈부시다는 것이다
[팬티]
--문정희의 '치마'를 읽다가
임 보
그렇구나./ 여자들의 치마 속에 감춰진/ 대리석 기둥의 그 은밀한 신전./ 남자들은 황홀한 밀교의 광신들처럼/ 그 주변을 맴돌며 한평생 참배의 기회를 엿본다/ 여자들이 가꾸는 풍요한 갯벌의 궁전,/ 그 남성 금지구역에 함부로 들어갔다가 붙들리면/ 옷이 다 벗겨진 채 무릎이 꿇려/ 천 번의 경배를 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런 곤욕이 무슨 소용이리/ 때가 되면 목숨을 걸고 모천으로 기어오르는 연어들처럼/ 남자들도 그들이 태어났던 모천의 성지를 찾아/ 때가 되면 밤마다 깃발을 세우고 순교를 꿈꾼다/ 그러나, 여자들이여. 상상해 보라/ 참배객이 끊긴./ 닫힌 신전의 문은 얼마나 적막한가!/ 그 깊고도 오묘한 문을 여는/ 신비의 열쇠를 남자들이 지녔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보라./ 그 소중한 열쇠를 혹 잃어버릴까 봐/ 단단히 감싸고 있는 저 탱탱한/ 남자들의 팬티를!
[옳거니]
-- 문정희 시인의 [치마]와 임보 시인의 [팬티]를 읽고
-정성수
치마를 올릴 것인지? 바지를 내릴 것인지?
이것이 문제로다
그렇다
세상의 빨랫줄에서 바람에게 부대끼며 말라가는 것 또한
삼각 아니면 사각이다
삼각 속에는 *대리석 두 기둥으로 받쳐 든 신전이 있고
사각 속에는 *그 깊고도 오묘한 문을 여는 신비의 열쇠가 있다고
문정희와 임보가 음풍농월을 주거니 받거니
진검승부를 펼친다
옳거니
방패 없는 창이 어디 있고
창 없는 방패가 무슨 소용이리
치마와 바지가 만나 밤은 뜨겁고 세상은 환한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