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백현] 우리 반 일지니가 나를 좋아한다 16~20

[청 초]

16

내가 가만히 폰을 쥐고 있는 동안에도 알림은 끊임없이 울려댔다. 박찬열은 톡 방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나를 계속 찾으며 협박을 했고, 오세훈은 그런 박찬열을 보고 작작하라며 뭐라고 했다. 김종대는 아직도 손잡은 거 가지고 놀려대기 바빴고, 도경수는 시끄러운 톡 방을 조금이나마 진정시키려고 노력하는 듯했다. 그 사이 배주현은 페북으로 옮겨가 내 탐라를 도배했다. 변백현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난장판이었다. 개난리. 지랄 지랄 해대는 건어물들(오세훈, 박찬열 + 김종대)을 보기가 싫어서 그냥 카톡을 나가고 자는 척하려고 했다. 배주현 연락이 와도 다 씹었다. 이제 이 기집애도 믿을 수가 없다.

에휴... 그저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 누웠다. 딱히 핸드폰을 안 하니까 할 게 없어서 더 심심했다. 이게 다 도경수의 지랄 맞은 친구들 때문이다. 걔네 아니었음 나는 평화로운 찐따생활을 할 수 있었는데. 그래도 뭐, 이렇게 활기찬 생활을 하는 것이 가능해서 좋다고 해야 하나.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잠에 들지 못하고 있을 때, 갑작스럽게 진동이 울렸다.

[ 변백현 ]

변백현의 전화였다. 나 지금 자는 척하는데... 받아야 하는 건가. 받아야 해? 받아야겠지?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자 곧이어 나긋나긋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ㅡ 여보세요, 전화받았네.

"아, 응. 자려고 누웠어 지금."
ㅡ 내가 방해가 됐나? 미안해. 끊을까?

"아니야, 괜찮아. 왜 전화했어?"

ㅡ 그냥. 음... 너 톡 방 안 보는 것 같아서 전화해 봤지.

"솔직히 너무 시끄러워서...! 물론 이건 걔네한테는 비밀이야."

ㅡ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연하지. 그럼 빨리 자. 피곤할 텐데.

"그래그래, 알겠어. 너도 빨리 자! 잘 자~"
ㅡ 아... 진짜.

"응? 왜?"
ㅡ 아니야. 잘 자, 너도.

비교적 간단하게 통화를 마치고 진짜 자야겠다 싶어 불을 껐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가뿐해진 느낌. 왜 그러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

피곤한데 조금 늦게 잠이 들어서 그런가, 일어나니 이미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잘 때 입은 수면바지에 반팔 티셔츠 차림으로 몸을 일으켜 비몽사몽 한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다.

"와, 감사해요. 이모."
"에이 뭘~ 저 가시나 없을 때 빨리 먹어."

"하하, 감사합니다."

"어휴, 진짜 저 기집애는 아직까지 안 일어나고 뭐 하는지 몰라. 게을러터졌어, 그냥."
"여주 귀엽잖아요. 공부 못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저러다 떨어질까 걱정이야. 에휴."

"흠흠, 여주 요즘 썸남ㅇ..."
"뭐어? 썸남? 기집애가 진짜! 공부는 안 하고!"
"근데 걔가 여주 진짜 좋아해요. 공부도 전교권이고요."
"어머... 진짜? 그래도, 조금 걱정되지 않나?"
"김여주도 알아서 잘 하잖아요. 그리고 옆에 저도 있는데 무슨 걱정이에요~"

"어이구, 그래. 경수 너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아니... 잠시만. 지금 저 목소리는 우리 집에서 들릴만한 목소리가 아닌데? 저건 누가 들어도 백퍼 도경수잖아. 그리고 엄마한테 저 자식이 지금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앉아서 졸다가 퍼뜩 일어나 거실로 달려갔다.

"야!!!!!!!!! 도갱!!!!!!!!!!!!!!!"
"어...........풉......야........."

"뭐뭐뭐머!!!!!!!!!! 아무 말도 하지 마 엄마한테!"
 

도경수가 갑자기 나를 보고 폭소하기 시작했다. 왜 그러나 싶어 화내던 걸 멈추고 가만히 서 있자 엄마가 뒤에서 등짝을 한 대 강력하게 때렸다.

"아!!!! 엄마, 왜 때려!"
"옷 꼬라지 하고는. 너 가서 거울이나 보고 와."
"아........"

그래서 웃은 거야? 도경수를 보니 아직도 웃고 있다. 그냥 쿨한 척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봤는데, 

아... 

도경수가 비웃을만 하구나.

시발.

17

"너 왜 왔어."

"나? 심심해서 왔다, 왜."

"우리 집이 놀이터야? 심심하면 피방 가던가!"

"서럽다, 김여주. 예전에는 안 그랬으면서."

"너가 엄마한테 이상한 말하니까 그러지!"

"사실이잖아."

"......"

급하게 세수를 하고 로션을 치덕치덕 바르며 도경수한테 화를 냈다. 역시나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잘도 맞받아친다. 저러니까 재수 없어ㅠ 저게 다 건어물들 때문이야.

"어제 왜 카톡에서 아무 말도 안 했어. 박찬열 빡쳤던데."

"?????진짜로? 진짜? 걔 화나면 그렇게 무섭다던데...."

"구라야. 근데 좀 화내긴 했어. 걔 원래 성격파탄자야."

어... 딱 봐도 그래 보이더라. 차마 입에 담지 못한 말을 속으로 삼키며 도경수를 다시 추궁하기 시작했다.

"됐고, 너 진짜 왜 온 거야?"

"왜, 오면 안 돼? 오늘 약속도 없잖아."

"없는 걸 니가 어떻게 알아?"

"너 꼴 보면 답 나오잖아."

"이게..."

주먹을 말아 쥐자 도경수가 내가 이상한 짓이라도 한 것처럼 두 손으로 엑스 자를 만들어냈다. 장난스럽게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내 방바닥에 털썩 앉은 도경수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런 게 있어, 넌 몰라도 돼."

"뭔데, 뭔데!!"

"진짜 몰라도 돼."

"왜 어째서? 굳이 우리 집까지 왜 찾아왔냐고!"

"그냥, 너 얼굴 보려고."

"구라 즐."

"유치해."

도경수가 이쯤 되면 말할 때도 됐는데 계속 얘기를 하지 않는다. 도대체 뭔 일이야, 왜 우리 집에 뜬금포로 찾아오지? 어차피 지금 보니까 폰만 하고 있는데. 절대 나랑 놀러 여기 온 건 아닌 것 같단 말이지. 침대에 걸터앉아 도경수를 노려보며 쿡쿡 치자 도경수가 핸드폰을 갑자기 숨긴다. 곧 도경수가 아차 싶었는지 어색하게 핸드폰을 조용히 바닥에 내려놓았다. 저 어색한 표정은 전에도 잘 본 적이 없는 표정인데.

"뭐야, 줘 봐."

"아, 아무것도 아님."

"내놔."

"안 돼. 진짜 안 됨."

"안 말하면 진짜로 너 죽어라 팰 거야. 진짜야."

삐진 척을 하니 도경수가 내 눈치를 슬슬 본다. 지금 먹히는 건가? 어, 도경수의 표정이 약간 당황한 게 보인다. 아무래도 평소에는 잘 티를 안 내니까... 도경수가 계속 의미 모를 감탄사와 같은 탄식을 내뱉으며 망설였다.

"아.. 그니까..."

"......"

"아, 알겠어. 말해줄게. 화내지 마."

".... 뭔데."

"단톡에서 얘기 중이었어. 너네 집 왔다고."

"뭔 소리야, 그게?"

"오세훈이 계속 나한테 질투 유발 하라고 하잖아. 그래서..."

"변백현 질투하라고?"

"어. 한 번 반응이나 보려고 했지."

"변백현이 이런 걸로 질투할까? 너랑 나랑 친한 것도 알 거 아니야."

내 말에 도경수가 숨겼던 폰을 다시 꺼내 들여다보았다. 그리고는 갑자기 불안하게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뭐야, 왜? 내 말에 도경수가 폰을 들어 내게 건네줬다.

"ㅋㅋㅋㅋㅋㅋ 변백현 화 남."

"진짜?"

"어. 이제 나한테 전화 올 걸."

도경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변백현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어떻게 해? 이거? 당황한 나를 보며 도경수가 웃음을 꼭 참고 내게 말했다. 받아서 나 지금 너 침대에서 자고 있다고 해. 그래서 니가 받았다고 하고. 알겠지? 일단 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알겠다고 하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버튼을 누르기 무섭게 변백현의 저음 목소리가 들려왔다.

ㅡ 야, 도경수. 시ㅂ...

"... 여보세요?"

ㅡ 어... 여주?

"응, 나 맞아. 왜 전화했어?"

ㅡ 후... 도경수 어디 있어?

변백현의 물음에 도경수를 힐끔 쳐다봤다. 도경수는 입술을 꾹 다물고 속으로 웃음을 삼켜내고 있었다. 어떡해? 내 눈짓에 도경수가 손을 훠이훠이 내저었다. 아까 말한 대로 하라는 건가?

"경수 지금 내 침대에서 자고 있어!"

ㅡ ...뭐라고?

"지금... 자고... 있.."

ㅡ 여주야.

"응...?"

ㅡ 걔 놔두고 그냥 나와. 나랑 놀자.

"김여주 나랑 놀아야 해. 이제 통화 그만해. 자는 데 시끄러워."

ㅡ 야!!! 도경수!!!

변백현의 외침을 끝으로 전화가 종료되었다. 걱정스러운 눈빛을 하자 도경수가 배를 잡고 뒹굴었다. 웃음을 멈추지 못하고 계속 웃자 내가 도경수의 등짝을 한 대 때렸다.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큽... 야. 이럴 때가 아니야. 오세훈한테 전화를 해야겠어. 해맑은 도경수를 보고 그저 하하.. 웃었다. 도경수는 곧 폰을 다시 집어 들어 오세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ㅡ ... 왜.

"나 변백현이랑 전화 함."

ㅡ 뭐? 뭐래? 화내디? 와 씨 개궁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화내다가 김여주가 받으니까 진정하는 척 함.ㅋㅋㅋㅋㅋㅋㅋㅋ"

ㅡ 미친놈. 진짜 질투할 줄은 몰랐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갴ㅋㅋㅋㅋ웃기다곸ㅋㅋㅋㅋㅋㅋ 지금 폰 계속 카톡 오짐ㅋㅋㅋㅋㅋㅋㅋ"

ㅡ 야 그럼 이번엔 김여주랑 사진 찍어서 페북 프사 ㄱㄱ

"미친놈 신박하게 엿 맥이는 방법인데? 개콜 지금 한다."

ㅡ 오키. 난 박찬열 김종대 데리고 대기 탐. 댓글로 극딜 해야겠다.

도경수가 통화를 마치고 갑자기 폰을 들이댔다. 뭔데. 미심쩍은 눈빛으로 바라보자 도경수가 사진. 이라며 짧게 정리해서 말했다. 지금 꼴이 좀... 손사래를 치자 도경수가 끌어당겨 최대한 가깝게 붙었다.

"야. 죽고 싶냐????"

"빨리. 질투작전 동참해."

"내가 왜!!!"

"아, 한 번 해봐."

찍는다, 하나, 둘, 셋! 얼떨결에 잠옷 입은 그대로 도경수와 사진을 찍었다. 슈발. 그리고는 나보고 지금 이 상태에서 셀카를 찍으라며 핸드폰을 건네줬다.

"싫어ㅠ"

"찍어. 진짜 너 지금 안 못생겼어."

"너 아까 나 보고 웃었잖아."

"그건 너 세수하기 전이고."

찍어, 빨리.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도경수에 마지못해 셀카를 찍었다. 에이 설마. 이상한 짓은 안 하겠지. 폰을 주자 도경수가 해맑게 웃으며 무언가를 하기 시작했다.

*


 

도경수

못생긴 김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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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진짜 돌았냐ㅡㅡ

변백현  니가 뭔데 김여주랑 있어

변백현  야

도경수  내 맴 꼬우면 너도 이사 오던가~

오세훈  도경수 패기 지려버렸곸ㅋㅋㅋㅋㅋㅌㅌㅌㅋㅋㅋㅋㅋㅋ

오세훈  박찬열 김종대

오세훈  여기가 핫플

박찬열  열/~~도경수~~~~~~~~

김종대  ㅋㅋㅋㅋㅋㅋㅋㅋ변백현 왜 질투나?

변백현  장난하냐 개새끼야

도경수 님이 프로필 사진을 변경했습니다.

 

좋아요 499개 댓글 420개

오세훈  도랐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목숨 연장 가능?

도경수  오세훈 ㅎ

박찬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수고 도경수

변백현  야 장난하냐 지금

변백현  니가 뭔데 여주랑 사진을 찍음

변백현  거지같이 생긴게

변백현  여주한테서 떨어져

도경수  변백현 거지? 열폭 지렸다

김종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ㅌㅋㅋㅌㅋㅋㅋㅌㅋㅋㅋ열폭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경수  변백현 왜 여주랑 나랑 친해서 질투남?ㅎ

오세훈  개얄미워 진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변백현  ㅅㅂ 이거 일부로 그러는 거지 와 진짜

박찬열  ㅋㅋㅋㅋㅋ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꿀잼 포인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경수

여주 이모랑도 한 컷

거의 미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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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ㅋㅋㅋㅋㅋㅋㅋㅋㅋ타자 치기도 힘드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래의 뒤에 뭔뎈ㅋㅋㅋ

오세훈  혹시 장모님??!

변백현  오세훈 뒤져 새끼야

박찬열  도경수 거~~즘 약올리기의 대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경수  이게 끝이 아닐걸

김종대  와 여주 다른 사진도 있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변백현  ? 시발

변백현  도경수 어디임 ㅅㅂ 나와

변백현  나랑 싸우자는 거지?

도경수  변백현 그럴리가?ㅎㅎ

박찬열  진심 존나 얄밉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도경수 이쯤해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경수  변백현 욕한거 캡쳐해서 김여주한테 ㄱㄱ

변백현  잠시만 야 야

도경수

김여주가 내 폰 가져가서 사진찍음ㅎ

변백현  느그 폰엔 이런 거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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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맘대로 해라

변백현  여주 어떻게 그럴 수 있냐... 너무해.....

박찬열  변백현 : 여주야... 내 말 들리니....? 들려....?

김종대  박찬열  미친놈아 이상한 소리 하지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종대  변백현 아련보스 지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박찬열  도경수 뭔뎈ㅋㅋㅋㅋㅋㅋㅋㅋ니가 점순이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세훈  변백현 이 새끼 전화와서 존나 아무 말도 안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 충격 받았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경수  ㅎㅎ

도경수  깝치지마라 변백

1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야 너 지금 뭐 해 불안하게;;"
"그냥. 변백현 질투하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래?"
"너보고 너무하대. 왜 사진 나랑 같이 찍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
"강제성이 담긴 사진이라고 얘기해."
"싫어. 질투하게 냅둬. 개 웃기다고ᄏᄏᄏ"



한심하다. 도경수. 에휴... 포기했다는 듯 도경수를 바라보자 도경수가 어깨를 으쓱한다. 우리끼리 놀자. 연락은 씹어도 괜찮.

니 폰은 안 괜찮은 거 같은데...

저 알람들 좀 봐. 속으로 말을 삼킨 채 침대에 누웠다. 빅뱅이 부릅니다. 에라 모르겠다.




*




도경수와 서든 몇 판하고 즐겁게 크아까지 하며 시간을 보냈다. 나는 겜찔인데 도경수는 게임을 너무 잘해서 짜증 났다. 온갖 짜증이란 짜증은 다 입을 거쳐 나간 듯했다.



 

"물 풍선! 예쓰 김여주!"
"아!!! 도경수 개짜증 나!!!!!"
"ㅋㅋㅋㅋㅋㅋ 내공을 더 쌓아와라."
"아, 진짜. 어떻게 맨날 지지? 짜증 나 진짜..... ㅠ"
"넌 나를 따라올 수 없어. 못생기고 게임도 못하는 김여주야."
"뒤져 그냥."



키보드를 부실 듯 쾅 내리치자 도경수가 한참을 웃었다. 저 기세면 밤에 치한 나타나도 발모가지 뜯어버릴 듯. 도경수의 말에 있는 힘껏 노려봤다. 그때 도경수가 웃음을 멈추고 나를 가리켰다. 뭐? 내가 묻자 도경수가 내 뒤를 가리킨다.



"너 말고 니 폰."
"아."



확인하니 전화가 온다. 변백현이었다. 내가 큼큼, 목을 가다듬고 변백현의 전화를 받자 곧장 변백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ㅡ 여주야, 잠깐 나와. 나랑 놀아.
"응? 너 지금 어딘데?"
ㅡ 너희 집 쪽으로 가는 중. 빨리 나와!
"저기, 변백ㅎ......!"



변백현이 무작정 전화를 끊었다. 우리 집 오는 중이라고? 뭐? 잠시만... 나 쌩얼.... 얼이 빠진 내 모습에 도경수가 뭐냐고 물었다.



"왜, 뭔 일 생김?"
"아니... 백현....."
"?뭔 말이야. 걔가 왜?"
"지금 우리 집 다 와간다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경수가 다시 배를 잡고 굴렀다. 뭐가 웃기다는 거야... 내가 정신을 차리고 다급하게 화장대 앞으로 가자 도경수가 뒤에서 나를 보며 말했다.



"화장하게?"
"조금은 해야지. 민폐잖아..."
"신경도 쓰네?"
"어떻게 안 써?"
"너 예전엔 이런 거에 관심도 없었잖아. 남자애들 앞에서 쌩얼로 잘만 돌아다니더구먼."
"그건 그때고...!"
"지금은?"
"그래도 음.... 그러게..."



열심히 눈썹과 입술을 완성했다. 화장은 그냥 이 정도만. 뒤돌아보자 도경수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제발 저 미소 좀 어떻게 할 수 없나? 레알 음마낀 애 같아. 예전의 도경수가 아니야.



 

"변백현한테 관심이 생겼고~?"
"?"
"그래서 신경이 쓰이고~~~?"
"아니... 어..."
"어때? 변백현?"
"그냥. 음..."
"얼굴 빨개지네. 김여주. 관심 있나 보네~"



도경수의 말에 화들짝 놀라 거울을 봤다. 진짜 볼 터치라도 한 듯 얼굴이 빨개져있다. 민망해서 괜히 고개를 숙이자 도경수가 갑자기 진지하게 말했다.



"진짜 괜찮은 애야. 내가 볼 땐."
"......"
"너 그렇게 오래 좋아한 것도 그렇고. 자기 여자한테 진짜 잘하는 것도 그렇고."
"음......"
"내가 너 욕하는 거 싫어한다고 했더니 요즘엔 욕도 잘 안 하더라. 욕쟁이 새끼가."
"......"
"그리고 공부도 잘 하잖아? 너보다^^"
"그쓰끄음....."



진지한 척하더니 마무리가 이상하다. 쨌든 조금 감동이었다. 욕하는 거 싫어하는 것도 알고 있었네. 나는 정작 변백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데.



"어... 나가서 뭐 해야지?"
"ᄏᄏᄏᄏᄏᄏᄏᄏ네가 먼저 걔 손을 잡아줘. 추웠지? 이러면서.ㅋㅋㅋㅋㅋㅋㅋㅋ"
"장난치지 말고 ㅋㅋㅋㅋㅋㅋ"
"진짠데. 그럼 걔가 진짜 좋아할걸. 걔는 욕도 줄이는데. 너도 뭐 해줘야지."
"그런가...?"



묘하게 설득된다. 참나, 나도 이런 걸로 고민하다니. 도경수는 옷 갈아입으라며 방을 나갔다. 아~ 변백현한테 맞기 전에 가야겠다! 깝죽대면서. 대충 트레이닝복을 입고 머리를 정리한 다음 나가자 도경수가 엄마한테 뭔가를 말하고 있었다.



"ㅎㅎ 이모 여주 나가요!"
"가시나야. 썸남인가 뭔가 만난다면서? 빨리 들어와 가시나야."
"뭐야.....?"
"내가 말해놨어. 잘했지?"
"드즈르 그능...."



엄마 앞에서 더 착한 척 예의 바른 척하는 도경수를 한 대만 때리고 싶었다. 존나 얄미워. 진짜. 도경수를 노려보자 나를 잡아끌고 집 밖으로 나왔다.




"내가 이모한테 말 잘 해 놓음."
"뭐라고?"
"내가 친한 애 소개해 줬다고. 나 믿으면 걔도 괜찮은 애 일 거라고."
"너 안 괜찮잖아..."
"?장난? 이모는 오하려 나니까 믿는다 했는데. 너는 못 믿는대."
"어휴... 우리 엄마... 난 딸도 아닌가 보지....?"





도경수가 손을 흔들었다. 짜식. 그래도 조금 감동이다. 곧 도경수가 사라지고, 저 멀리서 걸어오는 흐릿한 인영이 보였다.

"여주야."
"빨리 왔네?"
"너 보려고. 도경수 그 새... 걘 갔지? 우리 조금 걸을까?"




여름으로 넘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아직도 날씨는 약간 추웠다. 이번 해는 날씨가 진짜 이상해. 얇게 입고 온 변백현이 걱정돼서 아까 도경수가 말한 대로 손을 꽉 잡았다. 휘둥그레진 변백현의 눈이 보여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더듬거리며 말했다.



"손... 손이 시려 보여서!!!"
"......"
"떼... 뗄까...?"



아무 말도 없이 나를 놀란 듯 바라보는 변백현을 보고 있자니 뻘쭘해서 손을 놓았다. 하... 하하... 어색한 내 웃음소리가 허공에 퍼지는 찰나,

변백현이 다시 내 손을 끌어와 잡았다.


 

"좋다. 가자."



해맑게 웃는 변백현이 잘생겨 보이는 건 날이 어두워서 그런 걸까.




*




"별 요즘 잘 안 보인다."
"별?"
"응. 달은 잘 보이는데. 달도 예쁘다."
"그러게. 달 예뻐."
"어, 저기 별도 보인다! 완전 밝게 빛나는데?"
"진짜. 별 진짜 밝다."
"어.. 근데 진짜 지금 우리 집 왜 왔어?"
"하... 도경수가 질투 나게 해서."
"왜? 걔가 너한테 혹시 진짜 내 사진 보냈어?"
"응. 막 보여주던데."
"아... 완전 쪽팔려. 진짜...."
"예뻐."
"어?"
"예쁘다고. 예뻐서 질투 나."
"......"
"달도 예쁜데, 나한테는 너가 더 예뻐."
"... 어... 음..."
"오글거리나? 그래도. 너 충분히 예쁘니까 쪽팔려 하지 마."

 S 

변백현


좋아

좋아요 497개 댓글 284개

오세훈  설마
박찬열  설마
김종대  설마
도경수  설마가 사람잡지
오세훈  헐 진짜임? 지금 이 시간에??
김종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겠다~~~!
박찬열  와
박찬열  행쇼각이네
박찬열  이게 다 우리덕분
도경수  내 덕분이 가장 크지 손도 잡으라고 김여주한테 알려줌ㅋㅋㅋㅋ
김종대  ㅋㅋㅋㅋㅋㅋㅋ큐피트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박찬열


부럽네 시발ㄹ 나는 왜 솔로...?

좋아요 478개 댓글 365개

도경수  몰라서 묻냐?
박찬열  도경수 지는
김종대  그건 다 니가 무서워서 그런거야
김종대  얼굴이 괜찮으면 뭐해? 성격이 개 거지같은데
오세훈  ㅋㅋㅋㅋㅋㅋㅋㅋㅋ김종대 극딜 자제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박찬열  김종대  미친새끼가 ㅋㅋ
도경수  당신이 무심코 던진 팩트 한 마디가 누군가에겐 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김종대  도경수 미친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박찬열  시발 커플이랑 썸 다 깨져라 ㅅㅂ










도경수 → 변백현


에휴 인생... 방금 집 들어갔나봄 이제 전화해서 고작 하는 말이
너 다음에 보자 진심;;;; 걔네 집 가지마 새끼야
이지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세훈 김종대 박찬열

좋아요 427개 댓글 290개

김종대  질투만 존나 많아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변백현  닥쳐
박찬열  ㅉㅉ 여자 때문에 친구를 버리시겠다?
오세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친놈 도경수한테까지 질투할 줄은 몰랐다^^
변백현  박찬열 니가 친구냐
박찬열  헐... 찬열이 맴찢.......ㅠ
도경수  박찬열 찬열이 뭐임 존나 알차게 주둥아리 털어버릴까
김종대  오~~좋은생각~~! 도경수 같이 ㄱㄱ 강냉이머신
박찬열  개새끼들이 왜 나한테만 지랄이야ㅡㅡ









김종대


변백현 나 희귀짤있음

좋아요 457개 댓글 217개

변백현  ?뭔데
김종대  김여주 셀카 ㅎㅎ
변백현  그걸 너가 왜 가지고 있어 새끼야
김종대  여주가 욕하는거 싫어한다면서~?
변백현  ㅡㅡ줄이고 있어
변백현  그래서 사진은?
김종대  쉽게 넘겨주면 그게 나야?ㅎㅎ 체육대회 때 너가 우리 반 대표로
김종대  여장 나간다고 하면 줄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변백현  장난하냐
김종대  아쉽다ㅠ 무려 열 장인데ㅠㅠ 지금은 못구하는거ㅠ
변백현  열 장...?
김종대  알아서 해라~










변백현


김종대 내가 나가면 되는거지?
내가 나갈게 우리 반 여장  김하진

좋아요 698개 댓글 566개

김종대  도경수 박찬열 오세훈
도경수  및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진으로 딜했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세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박찬열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박찬열  와 지극정성 지리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하진  헐... 진짜로 나가는 거야? 그럼 내가 내일 명단에 너 이름 쓸게!
변백현  김하진 그래
도경수  진짜... 미친놈이다 변백현...

19

며칠이 지났다. 고2라서 그런가, 시간이 너무나도 빨리 지나갔다. 그동안 몇 가지 변화가 일어났다. 물론 변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그 사이 변백현과는 더 친해졌다. 처음에는 무섭고 별로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나를 한 대 치고 싶을 만큼 변백현은 내게 한결같이 잘해주었다. 배주현은 나와 변백현을 보며 썸이라며 제가 대신 좋아했다.
썸은 맞는 것 같았다. 우리 사이에 있는 미묘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내가 놀란 건 고작 며칠 새에 변백현과 내가 이렇게 친해질 줄 몰랐다는 거다.


내가 원래 이렇게 말을 잘 텄나... ㅇㅅㅇ...


두 번째 달라진 점은 나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선이 약간 달라졌다는 거다. 원래 반 애들과는 무난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어서 애들은 가끔씩 나한테 와서 변백현과 어떻게 지내냐고 묻곤 했다. 도대체 어디서 다들 알아오는 거야...? 그럴 때마다 나는 얼버무리며 말을 흐리곤 했다. 나도 지금 어떤 사이인지 정확히 결론 내릴 수는 없었기 때문에.


세 번째는 내가 그새 변백현에게 호감을 더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배주현은 내 얘기를 듣고 깔깔거리며 웃기도 했다. 답지 않게 부끄러워하는 내 모습 때문일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우리 여주 그래뗘여?"
"......."
"아, 근데 ㅋㅋㅋㅋ 내가 봐도 걔가 너한테 진짜 잘해주긴 해."
"그런가?"
"어. 솔직히 나였음 이미 고백했겠다."
"뭔 개소리얌ㅇㅅㅇ."
"봐, 보기 드문 순정남. 철벽남. 거기에 얼굴도 잘생겼어, 공부도 잘해. 성격 무서운 거 빼면 완벽한데? 물론 다정한 성격이 너한테만 한정돼 있는 게 문제지."
"음..."



생각해보니 배주현 말이 틀린 게 없었다. 그렇긴 하지... 나는 일단 변백현 앞에서 변백현에게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티를 안 내려고 노력했다. 물론 변백현은 그런 거에 상관없이 여전히 나를 보며 웃어줬지만.



마지막으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나를 은근 싫어하는 애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 페북을 비활 타고 삭제해서 몰랐는데, 도경수 무리 애들이 내 이름을 언급했었나 보다.  그냥 옛날 인소에 나오는 것처럼 대놓고 나를 싫어하는 애들은 없었지만, 나를 조금 아니꼬워 하는 애들이 는 건 사실이다. 배주현도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고, 나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나는 별 상관 안 하지만.





"김여주. 우리 매점 갔다 오자."
"그래. 뭐 먹게?"
"헿. 피카츄 빵."
"ㅋㅋㅋㅋㅋ 나도 사주는 거지?"
"야. 걍 나 혼자 갔다 옴."
"개냔아..."
"ㅎ. 오키 사줄 테니까 가자 빨리. 변백현 것도 살거얌?ㅎㅎ"
"아... 그럴까?"

 

평소처럼 쉬는 시간을 이용해 매점을 들르려던 참이었다. 배주현이 변백현 것도 살 거냐고 해서 웃으며 지갑을 챙기던 중이었다. 백현이도 하나 사줘야겠다. 저번 놀이공원도 미안하고...



"변백현 얘기 나오니까 실실 쪼개는 거 봐."
"ᄏᄏᄏᄏᄏᄏ내버려 둬. 좋~은가 보지."
"아, 난 쟤처럼 이쁘장한 척 은근슬쩍 달라붙는 애들이 제일 싫어."



들으라고 한 말은 아닌 것 같았지만 내 귀에 작게 들려왔다. 순간적으로 표정이 굳자 배주현도 들은 건지 인상을 굳혔다. 대화의 근원지를 찾으니 내가 평소에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입 잘 터는 애들이었다.



"헐. 이쪽 봄. 들린 거 아님?"
"몰라. 나야 모르지. 근데 난 사실만 말했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미친년ㅋㅋㅋㅋㅋㅋㅋ"




배주현이 말없이 한숨을 내쉬고 나를 잡아끌었다. 가자, 뭐 해. 그 말에 퍼뜩 정신이 들어 대답을 하고는 발걸음을 뗐다.






*





"야. 그냥 무시까. 쟤네 누가 남자랑만 있으면 못 까서 안달이야."
"ㅋㅋㅋ나도 알아. 그냥 본 거였어."
"신경 쓰지 마. 존나 열등감에 절여져있나 봐."
"알겠어. 너 빨리 빵이나 사."



변백현에게 줄 스프라이트와 내 것 초코우유를 산 다음 계산대에 내밀었다. 배주현은 아까 그 아이들이 못내 맘에 안 들었는지 자꾸 궁시렁댔다.


솔직히 신경이 아예 안 쓰인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신경이 쓰이긴 하는데 또 그렇게 신경 쓰이지도 않는다. 평소에도 별로 안 친하고 좋아하는 애들이 아니어서 그런가? 아니면 요즘 그런 시선들에 익숙해져서 그런가. 복잡해진 머리를 텅 지우려고 매점에서 나와 하늘을 올려다봤다.





"어. 여기 있었네!"





누군가 어깨를 잡아 뒤를 보니 변백현이었다. 그 옆에는 평소 같이 다니던 무리 3명이 있었다. 다들 나를 원숭이 보듯 보는 시선에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난 다른 애들은 괜찮은데 아직 박찬열은 좀 무섭단 말이지... 배주현도 이 무리가 익숙하지 않은 건지 나 먼저 갈게. 하고 먼저 튀었다.

 

"사이다랑 우유네. 이거 좋아해?"
"아... 이거 네 거야!"
"... 나?"



내가 스프라이트를 건네자 옆에 있던 건어물들이 웃었다. 뭐가 웃긴데...?


 

"변백현 저거 평생 소장할 듯."
 

"인정. ㅋㅋㅋㅋㅋㅋㅋㅋ미친 깨를 볶아라 아주."

 

"변백현 마침 스프라이트 사러 가던 길인뎈ㅋㅋㅋㅋㅋㅋㅋ이제 우리한테 김여주랑 자기는 운명이라면서 지랄하는 거 아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여주 발전했네~~~!~!"
 

"아, 너희 조용히 좀 해. 진짜 시끄러워."


변백현의 말에 다들 웃으며 더 떠들 준비를 했다. 그런 건어물들과 도경수를 보며 변백현은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내게 말했다.



"고마워. 나 스프라이트 사러 가던 길인데. 나 이거 좋아해."
"그래? 다행이다! 나도 이거 좋아해."
"잘 마실게. 그럼 교실 갈까?"
"아... 맞다."
"왜?"



내 말에 변백현 포함 넷 다 뭐지 쟨 뭔 말을 하려고?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진심 별말 아닌데...



"아니... 평생 소장하면 안 되고... 꼭 마시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닠ㅋㅋㅋㅋㅋ김여주 존나 웃기다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학학핰핰ㅋㅋㅋㅋㅋ!!!핰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말에 다 웃는다. 왜 웃냐 거지들아... 차마 말로 하지 못한 말을 속으로 숨기고 변백현을 보니 변백현 역시 웃는다.



 

"알았어. 꼭 마실게. 반 가자."




*




지루했던 수학 수업이 끝나고 체육 시간이 되었다. 아... 체육복 입기 졸라 귀찮....ㅎ 배주현과 꾸물대며 구석에서 옷을 대충 갈아입었다.

"얌. 오늘 체육대회 연습?"
"응. 그럴걸?"
"아 미친 무슨 체육대회가 시험 끝나고 바로 1주 뒤냐. 공부하지 말란 얘기?"
"아니, 주현아. 왜 공부를 포기할 생각해? 체육대회를 포기해;;"
"넌 잘하니까 그런 얘기가 나오지... 썅..."
"아닌뎅."
"아, 잠시만. 너 그럼 변백현이랑 같이 공부함?"
"아니?"
"왜?"



왜냐니... 공부를 내가 알아서 하겠다는데... 이상한 눈으로 배주현을 보자 배주현이 어깨를 으쓱한다.




"아니, 변백현 공부 잘하잖아. 그래서 같이 하는 줄."
"아."



그렇네. 생각해 보니까 변백현은 공부를 잘했다. 그럼 모르는 문제 있음 변백현한테 물어보면 되는 건가? 아... 그렇네... 운동장에 나와서 서니 체육쌤이 알아서 체육대회 연습을 하라며 들어가셨다.


"얘들아, 팀 나누자!"
"미친, 나는 김여주 편. 김여주 피구 존나 잘해."
"그래?? 그럼 여주야 너랑 지연이가 팀 대표로 가위바위보 해!"



이지연은 아까 나를 까던 애 중 하나였다. 아.. 진심 짜증 나.
피구로 다 발라버리겠다는 다짐을 한 채 이지연과 팀을 나눠서 경기를 시작했다. 남녀공학 피구도 여고 못지않게 센 듯했다. 남자애들은 축구하러 갔지만. 오랜만에 잡는 공이라 그런지 어색한 감이 있었다. 아까부터 계속 나를 힐끔힐끔 보는 게 안 그래도 짜증 났는데, 오늘 내가 이지연 죽이고 아웃된다. 와...



"김여주! 공!"
"아 씨... 깜짝이야."



이지연은 그냥 내가 꼴보기 싫은 가보다. 은근슬쩍 나한테 던질 때 더 힘을 실어서 던지는 것 같았다. 공을 주워 주변 애들부터 하나씩 맞춰서 아웃 시켰다.



"와... 김여주...."
"김여주! 김여주!"



더블아웃, 아웃. 하나둘씩 아웃되는 상대 팀을 보니 이지연의 표정도 좋지 않아졌다. 마지막 몇 안 남은 상황에서 이지연이 온 힘을 다해서 내 쪽으로 던지는 것이 보였다.



"아...!"
"배주현! 괜찮음?!"
"아... 팔 존나 아파. 나 나간다."



퍽 소리와 함께 애꿎은 배주현이 맞아서 아웃됐다. 존나 세게 맞은 거 같은데... 애들이 수군거렸지만 이지연은 딱히 사과할 마음도 안 보이는 듯했다. 뒤에서 야... 쟤 사과도 안 하냐. 미안하다고 한 마디 정도는 말해야 하는 거 아님...?이라며 쑥덕거리는 소리가 났다.


떼구루루 굴러온 공을 잡아다 이지연한테 던졌다. 배주현 맞은 만큼 너도 존나 아파봐라.



"아!!"
"헐. 이지연 아웃."
"어머... 지연아. 괜찮아? 미안 힘 조절이 안 돼서..."



어깨를 부여잡고 넘어진 이지연에게 다가가 사과를 건넸다. 아니꼬운 눈빛으로 나를 봤지만 사과를 하니 어쩔 수 없었나 보다. 아니야.. 뭐 그럴 수도 있지. 짜증 난다는 식으로 말하는 이지연을 보다 일어섰다.

 

배주현이 내 옆으로 와 슬며시 엄지를 치켜들었다.

20

"야! 타임 오버!!!!"

"앗싸. 백현이 하드 캐리~~!"

"제발 깝죽 ㄴㄴ 2골 넣었다고 자랑 지려;"
"닥쳐. 난 여주 보러 간다."
"거지 같은 새끼."
"와... 나 진짜 여주 너무 좋아."
"뭔데 또?"



백현이 멈춰 섬과 동시에 뒤에서 땀을 닦으며 걸어오던 경수, 세훈, 찬열이 멈춰 섰다. 백현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여주가 무서운 속도로 공을 던지는 모습이 펼쳐지고 있었다.



"미친. 저거 맞으면 사망 아님?"
"야... 나 앞으로 김여주한테 안 깝죽대려고.."
"김여주 피구 원래 개 잘해. 저거 맞으면 근육통 3일 감."
"변백현 저 새끼는 저게 뭐가 예쁘다고 넋 놓고 봄?"
"너 몰랐냐?"


 

씨익 웃으며 도경수가 말했다.

"변백현. 저 새끼 1학년 때 수업 듣다 운동장에서 피구하는 김여주 보고 그때부터 혼자 좋아한 거잖아."









*







"김여주!"



피구가 끝나고 팔을 돌리고 있는 배주현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켜봤다. 저 여우 같은 년. 존나 싫어. 주현이가 성질을 냈다. 내가 복수해 줬다지만 기분이 나쁜가 보다. 그때 멀리서 나를 부르는 변백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ㅎㅎ. 선물."
"포카리? 고마워! 축구는 잘 했어?"
"응. 나 칭찬해 줘. 2골이나 넣었다."
"멋지다~~!" 

장난 식으로 칭찬하니 변백현이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배주현은 어느샌가 뒤로 한 발짝 물러나 우리를 지켜보며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 먼저 감.'



뒤에서 입모양으로 그렇게 말하곤 배주현은 또 사라졌다. 운동장에 애들이 하나둘씩 다 들어가기 시작했고, 변백현과 나 역시도 발걸음을 맞춰 걸으며 교실로 가기 시작했다. 그때 뒤에서 박찬열이 나를 불러 세웠다.




 

"김여주."

"응?"
 

"자고로 사람을 칭찬할 때에는 머리를 쓰담쓰담~ 해 줘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참고로 변백현 머리도 감았어 지금."

"응...?"

 

"모르겠어? 그럼 내가 시범을 보여주지. 차녀랑~~~~ 잘해떠~~ 쓰담쓰담!!"
 

"....하하! 기분 좋다 세후낭!"

"미친 새끼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미친 새끼. 레알 더러워. 뭐? 세후낭?"

"장난하냐 시발롬아? 니가 먼저 차녀랑~~이랬잖아 고자 새끼가."

"고자?"




박찬열과 오세훈이 싸우기 시작했다. 쟤네 왜 저래... 변백현은 한숨을 내쉬었고, 도경수는 싸우는 건어물들을 보며 배가 터져라 웃고 있었다.


"자. 음. 쓰담쓰담?...ㅎㅎ"
"......"


다른 애들이 안 보는 틈을 타서 재빠르게 변백현의 머리를 쓰담쓰담했다. 물기가 남아 촉촉해진 머리를 쓸고 지나가자 변백현이 내 손길이 닿았던 곳에 제 손을 올려놓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ㅎㅎ...갈까?"
"어? 어... 음... 어! 당연히 가야지! 가자!"

당황한 듯한 변백현의 볼이 빨개졌다. 귀까지도 전부. 그러면서도 머리에 얹은 손은 계속 머물고 있었다.









* *








배주현은 이미 옷을 다 갈아입은 상태여서 나 혼자 화장실에 교복을 가지고 갔다. 종례시간이 다가와서 그런지 사람이 거의 없었다. 완전 나이스...!



"야. 너 요즘 페북 봤음?"
"뭐?"
"그 변백현이랑 걔랑 같이 다니는 애들. 변백현 김여주 좋아하나 봄."
"아, 나 그거 봤어. 아... 근데 나는 좀."
"ㅋㅋㅋㅋ너랑 나랑 같은 생각이겠지?"
"메이비? 아니 솔직히 다른 애도 아니고 변백현이 그렇게 빠지는 데에는 이유가 있겠지. 안 그러게 생겨서. 걔 막 꼬리친 거 아니야?"
"내 생각도 그럼. 걔 도경수 유일한 여사친 아님? 그 핑계 대고 만나기 딱 좋잖아 ㅋㅋㅋㅋㅋ"
"개씹 인정. 솔직히 난 변백현이 존나 정색 빨 땐 언제고 김여주한테 웃으면서 여주야~ 이러는 거 보고 소름."
"근데 잘생기긴 존나 잘생겼잖아. 소문엔 변백현이 그렇게 자기 여자한테 잘한담서."
"응 맞음. 근데 왜 하필 걔냐고 ㅋㅋ 다른 이쁜 애들도 존나 많은데."
"에휴 답이 나온다 답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약간 전에는 이쁜 편이네 했는데 이번에 걔네 보고 약간 별로임."
"김여주? 나도 좀 그랬음ㅋㅋㅋ"




이게 무슨 소리야. 칸 안에서 옷을 갈아입다가 들리는 소리에 모든 행동을 멈췄다. 누군지 알 수는 없었지만 또 나를 아니꼬워 하는 애들이 있다는 거겠지. 변백현이 인기가 많아서. 근데 나 같은 애를 만난다는 게 그 아이들에게는 납득이 안 가나 보다. 그냥...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어떻게 보면 뒷담인걸.


옷을 갈아입고 나와서 반으로 향했다. 반 친구들도 슬슬 자리에 앉아서 선생님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냥, 이런 사실을 누구에게 말하기도 그래서 그냥 핸드폰을 꺼냈다.

그때였다.



[ 김종대 : 너 끝나고 잠깐 나 볼 수 있어? ]
[ 김종대 : 물어볼 거 있어서. 도경수한테는 내가 말해 놓을게. ]



김종대가 나랑 할 말은 없을 텐데. 무슨 일이지.
망설임 없이 답장을 보냈다.


[ 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알았어! ]




고개를 돌려 도경수를 바라보니 도경수는 진작에 내 쪽을 보고 있었나 보다. 눈이 마주쳤다. 도경수는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했다. 문자 하는 건가? 핸드폰을 보니 다시 진동이 울렸다.





[ 갱수 : 뭔 일 있어? ]
[ 아니? 나 없는뎅 ]
[ 갱수 : 그럼 김종대가 왜 너한테 말할 게 있다고 먼저 가래? ]
[ 나야 모르징. 일단 오늘은 먼저 가셍ㅇㅇ ]
[ 갱수 : 알았어. 그래도 뭔 일 있으면 나한테 꼭 말해야 해. ]
[ 오킹ㅇㅇ!! ]





종례가 끝나고 변백현이 내게 인사했다. 솔직히 기분이 별로 좋진 않았지만 티는 전혀 내지 않았다. 웃으며 잘 가~라고 말하자 변백현이 손을 흔들어 보이곤 건어물들과 함께 나갔다.



 

"김여주."
"어? 왔네? 왜 부른 거야?"
"아... 나 이거 말해야 되는지 모르겠다."




뒷 문에서 김종대가 가방을 메고 들어왔다. 평소와 같지 않게 조금은 심각해 보이는 모습에 덩달아 나까지 긴장이 되었다.




"너..."
"응."
"너가 우리 때문에 욕먹고 있는 거 알아? 몇몇 여자애들한테."
"어...?"



이어 들려오는 말은 조금 충격이었다. 그걸 김종대가 어떻게 알았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김종대가 다시 말을 이었다.



"알고 있었어?"
"... 넌 어떻게 알았는데?"
"아까. 너가 변백현한테 음료수 줬을 때. 그거 보고 우리 반 여자애 중 어떤 애가 반에서 그러더라."
"...... 뭐라고?"
"그냥... 너 꼴 보기 싫다고. 남자애한테 달라붙는 거 눈에 보인다고."



아...
별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오늘만 해도 벌써 세 번째 듣는 욕이었다. 그것도 다 변백현과 관련되어서 나온 욕들.





"나... 혹시나 해서 묻는 거야."
"뭐가."
"이걸로 너 상처받았을까 봐. 보니까 너도 이미 들은 눈친데. 변백현이랑 멀어질 생각이야?"
"... 난 잘 모르겠어."
"... 야."
"아, 그게 아니구. 혼란스러워 지금은... 나도 잘 모르겠다."
"걔랑 관계 끊지 마."
"......"
"너 좋다고 우리 알기 전부터 혼자 좋아하는 마음 숨기던 애야. 요즘에는 맨날 좋다고 그러고 있고."
"관계 끊는다고 말한 적은 없어."
"알아.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말하는 거야. 걘 너 예전부터, 1학년 때부터 너 좋아했고."
"......"
"너가 싫다는 거 맨날 도경수한테 물어가보면서 고치려고 하는 애야, 걔가."
"......"
"너 좋다고 따라다니면서 니가 자기 마음에 안 들어 하면 어떡하지 한다."
"......"
"너무 상처받지 말고. 변백현한테 말해서 걔네 입 다물게 하면 되지."
"... 아니, 그러진 마."
".....?"
"그러면 더 욕먹을 거 같고. 난 그런 거 원래 상처 잘 안 받아."
"......"
"그리구 욕하는 애들 별로 없는 걸."
"그럼 다행이고. 그럼 난 입 다물고 있을 테니까."
"그래, 그래줬으면 한다. 티 내지 마!!"
"ㅋㅋ내가 바보냐. 알겠어. 이제 집 가야지."






현재 상황이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그냥 일단은 넘어가기로 했다. 내가 예민한 거일 수도 있고, 흘려보내면 그만이니까. 더군다나 내 입으로 변백현한테 나 너 때문에 욕먹고 있어,라고는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김종대와 정문에서 헤어지고 집 가는 길에 내 머릿속을 텅 비우려고 노력했다.

[Irene]

와 소문낸 애들 누구일지 뻔히 보이네요....이지연네무리들이 슬금슬금 소문을 내고 있었겠죠. 근데 종대 여주한테 몰래 말하는 걸 보면 종대도 백현을 꽤나 많이 친구로 느낀단 걸 알수 있네요....♡

[구빙]

종대.. 감동이야..ㅠㅅㅠ

[제시]

우일다..이십회가 끝이에유..?

[탱쟈]

21화부터 44화는 어디가서 보나요? 제 눈이 이상한가 왜 안보이죠?

[소디]

21화부터는 어디있죠?

[주영]

나머지 화는 어디가서 볼수 있는건가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