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페 운영을 위한 호소문 ]

[Charlie]

제가 뜻하지 않게 당구장을 하게 되어 서울에 십 수년을 살면서 한 번도 와본 적이 없었던 면목동 골짜기에 자리를 잡은 지 2년이 훨씬 지났습니다. 이상과 현실의 엄청난 갭을 느끼면서 너무나 많은 시행착오와 고통을 겪었습니다.

좋은 성적표는 아니었습니다. 물론 그 모든 게 저의 잘못이겠지만 불친절함과 엄격함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는 수많은 고객들을 개도하고 싶은 것이 그들을 위한 저의 진심이었습니다. 그래서 두 번 정도 수익이 난 달이 있었고 그 외에 수익이 난 적이 없었습니다. 이 곳에서 당구를 스포츠로 생각하는 사람만을 남기려면 90% 이상의 고객을 돌려 보내야 됩니다.

수익이 없어도 그럭저럭 밥은 먹고 살았겠지 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생각보다는 비참한 생활이었습니다. 칩거생활과도 같은 당구장 운영 때문에 방문하는 벗을 제외하고는 외출하여 사람을 만나 본 적이 없고 한 번도 고향에 부모님을 뵈러 내려간 적도 없었습니다.

이 정도까지 했으면 이제는 적당한 선에서 수용하며 기업의 최대 목적인 수익창출까지는 아니더라도 손님 비위 잘 맞추어 돈이라도 좀 벌려고 노력해야겠지만 전 당구에 대한 저의 열정과 꿈을 위해서 첫 번째 도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운이 따랐다고 가정한 저의 계획은 이전에 간략하게 적었었는데 단계적으로

금연당구장, 회원제 당구장, 갤러리 당구장(제가 낸 아이디어인데 설명이 필요하지만 추후로~~~), 제 이름의 당구대회 개최(타 스포츠에 비해 프로들의 환경이 너무 열악합니다.), 마지막으로 여건이 허락하면 당구관련 영화를 제작하고 싶습니다.(고 이상천씨의 얘기나 The Color of Money 같은...)

음~~~ 적어 놓고 보니 현실 가능성이 너무 희박하긴 하네요 ㅡㅡ;

이 중에서 첫 번째인 금연과 약간 축소된 세 번째의 갤러리 당구장을 동시에 실행하려고 합니다. 갤러리로서 미니 개인전을 하기 위해서 금연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첫 시작은 사진작가의 미니개인전을 가지려고 하는데 자신의 작품이 걸리는 공간이 낡은 것도 모자라 고객이 담배 피우고 술을 마시고 있으면 누가 자신의 작품을 주겠습니까? 그래서 저의 생존권이 걸린 금연을 시행하게 되었습니다. (작품은 2월 중에 걸릴 예정입니다. 따로 초대하겠습니다.)

실로 파장은 엄청 났습니다. 어떤 날은 모든 고객이 그냥 돌아간 적도 있었고 술에 취한 한 고객은 금연을 권하니 큐를 집어 던져서 부러뜨린 고객도 있었습니다. 안주와 술을 시켜주지 않는다고 화를 내는 고객도 많았습니다. 수십 년간 배어 있던 담배 냄새가 빠져나감과 동시에 고객도 빠져나가 80% 정도의 고객이 줄었습니다. 100%가 와도 운영이 힘든데~~~

이제부터 이런 장광설의 요지입니다. 제가 지금까지도 힘든데 더욱 힘들어 질 것은 명약관화합니다. 그래서 여러분의 응원과 도움이 필요합니다. 카페 운영을 위하여 제 나름대로 많은 정성을 들이지만 유료로 할 정도의 가치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럴 마음도 없습니다. 하지만 금연 시행 이후 경제난으로 결국 카페 운영을 위한 동영상이 제작되는 또한 제 삶의 터전인 가게의 존폐 위기까지 느끼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회원님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거미줄처럼 가벼운 현대 사회의 관계에서 인간적인 소속감을 가질 분들은 5%에도 미치지 않을 것이란 걸 저도 잘 알고 있지만 단 몇 분의 도움도 저에게 큰 힘이 되고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 글을 올려봅니다.

제가 생각하는 생존 방법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카페 회원들이나 이 지역 주민들 중에 형성된 동호회에 당구대를 월 단위로 대여하는 방법, 부분적인 회원제(입장제) 당구장으로의 운영, 회원님들의 적극적인 홍보와 방문, 소액기부에 의한 생명 연장 등등의 구상을 해 보았으나 사실 모두 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적은 회원수도 문제지만 그나마 서울 거주자도 상당히 적은 편이고 당구대 대여도 겨울이나 여름은 고가의 연료비로 운행이 어렵겠죠~~~

참 진퇴양난의 상황입니다. 하지만 제가 가진 모든 것을 걸고서라도 버티다가 가게 문을 닫게 되더라고 퇴행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당구를 좋아하는 동호인으로서 당구클럽이 흡연과 지나친 음주 그리고 도박 등의 장소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을 가슴 아파서 더 이상 볼 수가 없습니다. 당구가 스포츠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다가 현실의 벽에 무릎을 꿇게 되면 순수한 동호인으로 돌아가 취미로 가끔 즐길 생각입니다.

그 어떤 피드백이 없어도 전 묵묵히 제 길을 걸을 테지만 언제부터인가 카페의 업데이트가 심하게 더디게 되더라도 너무 아쉬워 마시고 카페지기가 현실과 사투하고 있다고 생각하시고 마음속으로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에 여러분께 호소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아빠짱]

힘내십시요,,,,,,,카페지기님,,,,,,,,참 가슴이 아프고 ,,시립니다...다시 한번 님의 당구에 대한 열정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화이팅!!

[Charlie]

감사합니다. 모두를 위해 차츰 나아지길 바라봅니다

[반창고]

항상 모니터 앞에서 ...도와드리지 못하는 제가 부끄러워집니다.... 조만간에 식사 한번 대접하러 가겠읍니다...

[Charlie]

^^ 아닙니다. 반창고님처럼 찾아와 주시고 격려해 주셔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건지도 모릅니다. 식사를 대접 받은 것보다 더욱 배가 부릅니다. 님처럼 당구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아지길 바라봅니다.

[산아래]

찰리님의 향후 계획 중 당구관련영화제작에 왠지 관심이..ㅎㅎ
어쨌든 힘든 결정을 하셨습니다. 잘 되어야 할 텐데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특히 경제적인 부분에서).
멀리서 마음으로나마 힘을 실어드립니다. 화이팅하시기 바랍니다.

[Charlie]

^^ 이렇게 많은 영화들이 쏟아지는 현실에서 제대로 된 당구영화가 없다는 것이 신기하지 않습니까? 제가 영화관련하여 전혀 아는 것이 없으니 투자를 하거나 시나리오를 쓰고 싶다는 꿈같은 얘기입니다. 바라면 이뤄질수도~~~ ㅎㅎㅎㅎㅎ

[김광수]

쿠션 동영상 감상 하다가 어제 회원가입 하고 글 몇자 적습니다.찰리님 글을 읽어보니 참좋은 생각을 하고 계시군요.대개 생각만 있을뿐 그렇게 하기 어려운데요,우리나라 당구 문화가 술 담배 없이 얘기가 안될 정도로 밀접한 관계라 생각 됩니다.때문에 생활고를 무릅쓰고 찰리님의 시도에 응원에 박수를 보냅니다..당구 동호인들 애주,애연가들 아주 많아 여러모로 힘드실텐데 암튼 정착이 되어서 좋은 결과 있길 바랍니다.
제가 건강때문에 금주금연 한지 약14년 정도 되어서 담배냄새 엄청 싫어 하거든요.시골이 아닌 서울 산다면 바로 회원가입 인데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