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국립공원 한라산(1950m)
2008년 6월 7일(토) 맑음, 원성연 김덕하 엄은영 외 40명
한라산이 곧 제주도이다!
신의 조화가 머무는 산으로 알려진 한라산은 백두산 금강산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영산으로 꼽힌다. 한라라는 이름은 한문으로 중국의 강 이름인 한수 漢 자에 붙잡을 拏 자를 썼는데 漢 자는 은하수의 뜻도 있다. 그래서 이름 그대로 하늘의 은하수를 잡아당길 만큼 높다 해서 한라산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남한에서 제일 높은 산인 한라산은 1966년 천연기념물 182호인 천연보호구역으로 설정됐고 1970년 3월 24일 제7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또한, 2002년에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존지역으로, 2007년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의 이름으로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고 2010년에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가 되었다.
한라산의 탄생은 지금부터 30만 년-10만 년 전에 걸친 3단계 화산활동 시 분출한 용암류에 의해 솟아났다고 한다. 이때 거대한 병풍을 갖다 놓은 듯한 영실의 오백나한도 생겼고 그 후 10만 년-25000년 사이에 기생화산들이 분출했고 2만5천 년 전의 마지막 대폭발로 백록담과 현재의 제주도 해안선이 완성되었다.
제주도 해안가 주변을 보면 광대한 평원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완벽한 평야 지대는 단 1제곱 미터도 없다고 한다. 해수면부터 1m, 2m, 3m로 아주 조금씩 고도가 높아져 가다가 해발 1950m의 한라산 정상에서 모든 평원이 만난다. 평야 지대와 한라산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실은 한라산 자락이 제주도 전체를 이루고 있으므로 한라산이 곧 제주도가 되고 제주도가 한라산이 되는 것이다.
아름다운 주목이 군락을 이룬다
아버지의 산으로 알려진 한라산은 별달리 멋을 부리지 않고 장중하게 솟아올라 제주도 어느 곳에서도 잘 보인다.
목포나 통영에서 배를 타고 제주도를 갈 때 갑판에서도 잘 보인다. 한라산은 슬하에 수백의 오름 들을 거느리고 정상에서 내리뻗은 산줄기들이 굵게 뻗어 나가고 있다.
한라산은 사시사철 다양한 모습과 색깔로 지창하고 장엄하게 펼쳐진다. 봄에는 짙고 고운 철쭉과 진달래로 유명하고 여름은 적송의 푸름과 우리나라 3대 계곡의 하나인 탐라 계곡과 왕관릉의 풍광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을에는 용진각 대피소 일대의 단풍과 운무가 환상적인 풍광을 자아내고 야생화가 지천이다. 겨울은 주목에 상고대를 뒤집어쓴 설화로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 민수 산악회(대장 김민식)의 한라산 산행
대전 시민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매주(화, 목, 토, 일) 4회 등산을 하는 민수 산악회 가이드 김민식 대장은 필자의 후배로 태권도 선수 출신의 태권도 고단자이며 전국의 주요 명산 등산 안내 20년 동안 무사고 안전산행의 베테랑 가이드이기도 하다. 이번 민수 산악회 한라산 1박 2일 등산에 4명의 산객과 함께 참가한다.
성판악 등산로 초입 안내판
성판악 주차장에서 널찍하고 완만한 산길로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6:26). 이곳에서 고스락(정상)인 백록담까지는 9.6Km나 되는 장거리 등산길이다. 완만한 산길로 30분쯤 걸어가 성판악에서 2.1Km 거리인 지점에 이른다(6:56). 이어서 30분을 더 걸어가 약수터에 닿는다(7:26). 시원한 약수로 목을 축이고 물도 보충한 다음 완만한 산길로 1시간 4분쯤 더 올라가 진달래밭 대피소에 닿는다(8:32). 전망을 하니 한라산 산세가 지리산처럼 웅장함을 느끼게 한다.
12분 정도 휴식을 한 후 2.3Km 거리인 백록담을 향해 나아간다(8:44). 산길의 경사는 조금 가팔라진다. 기운이 빠진 탓인지 동행한 엄은영 유성 향군 산악회장의 발걸음이 무거워져 속도가 늦어지고 쉬어가는 일이 많아졌다. 분홍 철쭉이 군락을 이룬 곳이 잘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잠시 쉬면서 아름다움에 취해본 다음 해발 1800m 푯말이 반기는 지점에 이른다(9:30).
주위를 둘러보니 군데군데 오름(화산)들이 멋진 눈요깃감을 선사한다. 아주 오래전 한라산이 분화하면서 만들어진 오름들을 마치 한라산 신령이 넓은 가슴으로 품어주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마침내 백록담이 잘 내려다보이는 정상에 올라선다(9:50). 시계를 보니 3시간 24분이 소요됐다. 예전에 한라산 전국등산대회에 참가했을 때 관음사에서 등산을 시작하여 백록담에 올라 다시 관음사로 내려오는 왕복 17.4Km의 코스를 3시간 40분 만에 완주했었는데 오늘은 성판악-백록담 등산 시간이 그때와 비슷하다.
오늘은 날씨가 워낙 좋아 백록담이 샅샅이 내려다보이고 백록담을 감싸고 있는 화구벽 능선이 내 마음을 한껏 부풀게 한다. 그리고 입산이 금지된 어리목 능선도 시원하게 조망되고 영실 능선도 한눈에 들어온다. 지금까지 한라산 정상을 5번 올랐는데 오늘의 조망이 최고의 선물이다.
한라산의 풍경은 신비스럽기도 하고 장엄하기도 하다. 한마디로 하늘로 뻗치고 땅으로 흐르는 산 기운을 느낄 수 있도록 천혜의 자연미가 고스란히 살아있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대자연의 선물이라 한라산의 아름다운 산세에 푹 빠져들고 만다. 백록담은 화산 폭발로 생긴 분화구이며 둘레가 1.7Km, 깊이가 108m, 넓이가 0.21제곱 킬로미터이다. 식사를 하며 50분 정도 머무른 다음 관음사 코스로 하산에 들어간다(10:40).
관음사로 내려가는 왕관릉엔 신비로움을 나타내는 주목과 멋진 나무들이 눈길을 사로잡아 발걸음이 느려진다. 거기에다 장쾌하게 뻗어 나간 어리목 능선은 탄성을 지르게 한다. 날씨가 워낙 좋아 한라산 산세가 훤히 조망된다. 어리목 능선과 왕관릉 사이엔 우리나라 3대 계곡의 하나인 탐라 계곡이 펼쳐진다. 철옹성 같은 바위들과 부드러운 능선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며 끝없이 펼쳐진 왕관릉은 자연의 오묘함의 극치를 이룬다.
왕관릉에서 급경사 내리막 산길을 타고 용진각 대피소로 내려선다. 용진각 대피소는 철거돼 있고 탐라 계곡의 물은 말라 있다. 계곡을 건너 시원한 물이 쏟아지는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나아간다. 조금 후 피라미드처럼 뾰족하게 솟아있는 삼각봉에서 사진 촬영도 하며 다시 한번 아름다움에 빠져든다. 관음사 코스는 비록 산길의 경사가 있는 편이지만 부드러운 흙길도 많아 성판악 코스보다 한결 편안한 느낌을 주는 기분 좋은 길이다.
탐라 계곡을 건너는 다리에 닿아 계곡을 내려다보니 계곡의 물이 말라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탐라 계곡과 벗 삼아 진행하는 길이 되면서 산길의 경사는 거의 없어 평지와 비슷해진다. 이윽고 백록담서 8.7Km 거리인 관음사 주차장에 닿아 행복한 한라산 산행이 마감됐다(1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