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남산이 있다. 천년고찰 범어사의 남쪽에 있다하여 남산이라 이름 했지만 서울 남산과는 비할 데 없이 조용한 마을이다. 이 마을에 부산온배움터가 있다. 함양에 생태적 앎과 삶의 일치를 추구했던 녹색대학이 현재 이름을 바꿔 함양 온배움터로 자리 잡고 있다면, 부산에는 남산동에 온배움터가 자리하고 있다. 얼마 전 이 곳에서 우리술빚기 수업이 열렸다.
술은 곰팡이의 일종인 효모가 당을 먹고 배설한 물질인 알콜이 주효성분이다. 지구 전역에 그 지역에 맞는 다양한 술이 있다. 포도 같은 과일은 효모의 먹이인 단순당(포도당,과당)이 이미 있으니 바로 한번에 발효되어 술이 된다. 이른바 단발효주다. 쌀, 밀 같은 곡물은 복합당인 전분이 단순당으로 우선 바뀌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알콜 발효가 일어나야 하니 복(復)발효주라 부른다. 이 복발효주는 다시 두 가지로 분류된다. 단행복발효와 병행복발효이다. 우리술은 당화와 알콜발효가 동시에(병행) 진행되어서 병행복발효주이다. 반면 맥주는 먼저 당화와 알콜발효가 순서대로 차례차례로 진행되니 단행복발효라 한다. 순서야 어떻든 이 발효라는 드라마에서 주연은 효모이다.
이 효모의 발견에는 지난한 사연이 서려있다. 레우엔훅이 현미경으로 미생물을 발견한 것이 '1600년대'이다. 200년이 지나는 동안 유럽에서는 알콜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다. 생명체가 주인공이라 주장한 한 쪽이 있었고 반대편엔 생명체가 아니라 어떤 물질이 주인공이라 주장했다. 논란에 종지부를 지은 이는 파스퇴르였다. 알콜발효의 주인공은 효모임을, 즉 발효 현상은 미생물의 작용임을 증명한 것이다. 발효의 유일무이한 주연은 미생물임이 절대 진리로 굳어졌을까? 아니! 반전이 일어났다. 효모 세포를 마쇄, 즉 완전히 죽여서 만든 효모추출액을 넣어도 알콜 발효가 되었던 것이다. 생물이 없어도 발효가 일어난 것이다. 즉 발효를 일으키는 요소물질, 즉 효소라는 단백질의 발견이다. 발효를 일으키는 물질이니 이름이 '효소'가 되었고, 이 효소를 생산하는 미생물은 효소 어머니라 할 만하니 '효모'로 명명되었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효소'는 수백, 수천가지라는 점이다. 우리 몸에서 작용하는 효소 수백종을 발견했는데, 아직도 모르는 효소가 더 많다. 즉 효소는 몸의 에너지 대사에서 필수적인 생리화학적 변화를 촉매하는 단백질을 총칭한다. 그렇기 때문에 상품으로 만들어 파는 '건강효소'와는 그 결이 달라도 많이 다르다.
효모의 학명은 사카로미세스(Saccharomyces), 사카로=설탕, 미세스=곰팡이, 즉 설탕곰팡이라는 라틴어에서 따왔다. 보통 영어로 'Yeast'라 하는데, 그리스어 '끓는다. 들어올린다'는 말이 어원으로하는 영어단어이라 한다. 효모의 작용에 걸맞는 학명과 단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 ~ 이제 우리쌀과 알콜발효의 어머니 효모가 만나 우리술이 되는 과정을 직접 참여하면서 찍은 사진으로 살짝 소개해볼까 한다. 준비물은 누룩 1kg, 찹쌀 4kg, 물 4kg다. 쌀과 물은 1:1이 좋다.
식힌 고두밥과 끓은 물 2kg를 잘 섞어준다.
술이 익어간다. 병행복발효주인 우리술은 당화와 알콜발효가 동시에 일어난다. 당화과정은 산소가 있어도 되지만, 알콜발효는 산소가 없어야 잘 된다. 단행복발효주인 맥주는 당화과정에선 통기시키고, 알콜발효에선 혐기환경을 순차적으로 만들지만, 우리술은 동시에 진행되므로 적당하게 통기시킨다. 발효과정에서 이산화탄소 가스가 발생하므로 적절히 빼주는 효과도 있다.
짜고 남은 술지게미다. 두 종류가 색이 좀 다른데, 좌측이 한번 발효시킨 단양주, 우측이 두번 발효시킨 이양주다.
거른 술을 통에 담는다. 원액은 알콜도수가 매우 높다. 원액의 30~50%까지 희석해서 마신다. 모든 과정에서 공통적인 주의점은 항상 잡균이 들어가지 않도록 과정마다 소독을 잘 해야 한다.
이상이 단양주 만들기의 순서이다. 술빚기 전과정을 함께 따라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모든 생명체는 배설물 조차도 지구생태계의 생명순환고리에서 일정 역할을 다 하고 있다. 효모균이 식사하고 배설한 물질이 알콜이니 말이다. 이 생명순환고리 덕에 호모사피엔스 진화도 가능했고, 현재도 그 은혜를 누리고 산다. 이 생명순환고리에서 우리 사람 배설물만 유일하게 삐져나와버렸다. 이 생태계 생명순환에 참여하기는 커녕, 하늘, 강, 바다 땅을 더럽히며 여섯 번째 대멸종을 부르고 있다. 진짜 똥은 말할 것도 없고, 썩지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 심지어 10만년간 사라지지 않는 방사능 똥은 어찌 할 것인가?" 라고 말이다.
첫댓글 후기는 감사합니다....
만,
명인이란 칭호는 빼주시면 더 감사요... 그냥 취미생활인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