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래트럴collateral의 뜻은 담보물, 부차적인, 평행선을 달린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2004년에 나온 마이클 만이 감독하고 톰 크루즈와 제이미 폭스가 주연인 영화이다.
톰 크루즈는 빈센트라는 살인청부업자이고 제이미 폭스는 맥스라는 택시기사이다. 빈센트는 하루 저녁에 다섯군데를 돌아줄 수 있도록 맥스의 택시를 전세 낸다. 알고보니 살인할 사람이 있는 다섯 곳을 찾아다니는 일이었다. 맥스는 빈센트와 계약관계인 것 같지만 사실은 목숨을 담보물로 잡힌 존재가 되어 하룻밤을 악몽 속에서 끌려다닌다. 그러나 그 하룻밤의 죽을 정도의 고생을 통해 본인이 평소같으면 도저히 낼 수없는 용기를 내며 자기자신의 진가를 알아보게 된다. 맥스는 영화 마지막에 강한 빈센트를 결국 이겨버리고 자기의 삶과 호감을 갖게 된 여인의 삶까지도 지켜낸다.
맥스는 리무진회사를 차리는게 꿈이지만 12년째 택시회사에서 근무하고있는 아직 애인도 없고 꿈도 이룰 용기도 없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에 비해 빈센트는 지성도 있고 용기와 결단력, 체력, 살인청부라는 자기 직업에 전문성도 뛰어난 사람이다. 그럼에도 우유부단하고 빈틈이 많지만 인간적인 맥스에 비해 비정하고 완벽주의자인 빈센트는 어쩌면 그렇게 외로워보이는 걸까? 뼛속이 시릴만큼 외로워 보인다.
그런데 그 외로움이 그렇게 낯설지 않아서 공감이 되는 것은 왜일까? 사실 지금 이 시대는 우리 모두가 빈센트처럼 자기 할일만 경쟁적으로 잘하려 옆 돌아볼 여유없이 그렇게 외롭게 살고있는 것은 아닐까?
톰 크루즈에 죽기살기로 뛰어가던 모습과 마지막에 전철에서 누구 하나 신경써 주지않는 외로운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이 마치 내 모습인것처럼 기억에 남는다.
악당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린시절의 가족이나 주변사람들을 통한 너무 아팠던 상처에서 비롯된다. 빈센트는 사이코패스가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과 별다를 것 없는 생각과 감정과 고민을 가지고 있어서 연민이 느껴진다. 빈센트가 범죄자가된 것은 본인의 책임도 있겠지만 부모가 자식을 괴물로 만들었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내가 만약에 그런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고민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굉장히 위험한 영화이다. 악당이 너무 인간적이고 지적이고 잘 생겼고 멋지기까지 해서 아직 가치관이 제대로 세워지지않은 어린 사람들에게 선악에 대한 가치판단을 흐리게 해 권선징악이나 사필귀정의 가치를 뭉개버리는 것이다. 범죄자는 결코 직업이 아니다. 그냥 범죄인 것이다. 범죄자가 너무 자연스럽고 정당하게 그려진 것은 정말 위험한 일인 것 같다. 아직 가치관이 제대로 만들어지지않은 이들이 살인이나 폭력을 일삼는 범죄자의 모습을 아무런 죄책감이나 잘못됨을 인지하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흡수해 자기화시켜 모방하게 되지않을까 염려스럽다. 가끔 뉴스를 통해 전해듣는 살인이나 사기사건들은 범죄영화와 너무 흡사한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