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한 바람들이 돌아오는 저녁 무렵 층층이 쌓여가던 수척한 기다림으로 실로폰 음계를 치듯 불 밝히고 있구나
미화원 - 추창호
어둠 속의 이야기를 툭툭 털며 일어선다
햇살로 헹궈 내는 깨끗한 손 하나가
온 세상 모든 아침을 환하게 밝혀든다
1 요즘 신문 보기가 겁이 나는 건 경제가 어려운 탓이다. 제 2의 IMF가 올지도 모른다는 이 팽팽한 위기감. 세상은 항상 이렇듯 녹녹찮은 모습으로 다가서곤한다. 이런 시대에 시는 희망이 될 수 있을까?
나의 관심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것, 보잘 것 없는 것들에서부터 출발한다. 이처럼 작은 것들 중의 하나인 일터에서 돌아올 가장을 위하여 층층이 불 밝혀가는 아파트에서, 신새벽 미화원의 거친 손이 풀어내는 아름다움에서 희망을 읽곤한다. 그런 희망을 노래할 수 있다면 시는 희망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작은 것들이 모여 '우리'라는 웅장한 교향곡을 연주하게 될 때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을까.
2 어둠일 수도 있는 우리 삶의 진솔한 이야기에 서정성이 가미된다면 읽는 것만으로도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좋은 작품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많이 하고있다. 그래서 유재영시인이 옛날에 보내준 시집을 다시 꺼내 읽고 있다. 잔잔한 그 서정은 언제나 읽어도 좋다.
월포리산조(月浦里散調) - 유재영
녹슨 배경 하나 삐딱하니 버려졌고 그날 밤 빈 배 두엇 저음으로 가라앉는 바다는 4악장쯤서 가로접혀 있었어
하얀 뼈로 떠오르는 달이며 늙은 구름…… 누군가가 가만히 해안선을 끌고 와서 먼 기억 풍금 소리를 꺼내 듣고 있었어.
3 이 가을, 가깝고도 먼 사람...일 수도 있는 곱게 물든 단풍잎 같은 사랑을 보고 싶다. 그런 사랑으로 e-좋은 세상의 아름다운 사람들이 멋진 작품 하나 건지는 가을날들이 되었으면 한다. -가을남자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