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여인보다 더... 한라산
-한 해가 간다-
여러 번 다녀온 한라산 이건 만 설레임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성판악으로 전화를 해 보니 눈도 적당히 있단다. 그렇다면 상고대만 만들어 진다면 금상첨화...
이런저런 이유로 그간 산행을 하지 못했다. 오랜만의 산행이다.
내 가슴속 깊은 곳에 자라한 산 그 아름다운 산 그 산속의 아름다운 소리를 듣고 싶다.
왜! 나는 산에 올라가는지? 나의 고독함 때문인가? 내 인생이 우울해서 산으로 드는 건가?
한라산을 상상을 하며
한해가 간다. 세월이 이리도 빠르게 흐르는지...
연한 초록빛의 봄이 수줍게 우리를 부름도 잠시 여름 산의 풍성한 푸르름이 우릴 부르고 이내 그 푸르름에 지쳐 가을 단풍 빛이 우릴 부르더니, 겨울 산의 순백의 맑음으로 우릴 맞이한다.
한해가 가며 내 나이도 또 한 살 들어간다. 이게 인생살이 인가보다.
은하수 버스가 완도를 향해서 힘차게 달린다. 카나다에서 살다가 오신 조용하고 아름다운 큰 언니 같은 분, 주희, 네잎크로바님 산수산악회일행 등등 회원 모든 분들, 밝은 표정들이다. 인솔자로서 안도감이 생긴다.
남쪽으로 내려 올 수 록 아직도 가을빛이 남아 있는 게, 아니 벌써 봄기운이 파릇하게 빛나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작은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계절의 차이가 있다.
-흔들리는 배-
완도항에서 제주행배에 승선한다. 바닷바람이 세차다. 모두들 멀미에 대한 부담이 드는 모양이다. 여느 때 같으면 갑판에서 추억을 담느라 정신이 없을 터인데... 선실에 누워 안절부절... ㅎㅎ 그 안절부절도 추억으로 만들어야 이 여행이 뜻있을...
나 자신도 다른 분들의 표정에 주늑이 들어 멀미가 날 것만 같다.
그래! 갑판에 나가, 바다향기를 들이켜 보자! 코끝에 스미는 바닷바람이 상큼하다. 이 한해의 아쉬움을 바닷물에 던져보련다.
나는 배를 타면 파푸아뉴기니라는 나라에서 작은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던 때가 생각난다. 수상스키 끄는 정도의 배를 타고 건너갔으니... 지금도 소름이 끼친다. 죽을 고비도 몇 번 넘겼다.
바다에 석양이 드리운다.
이동의 노고를 “추억”이라 생각하면 즐거운 여행이지 않겠는가?
흔들리는 배에 우리의 소중한 추억을 배 한가득 담는다.
어둠이 드리우고 제주에 도착하여 제주의 첫날밤을 보낸다. 잠자리가 바뀐 탓일까 잠이 잘 오질 않는다.
내일 한라산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한라산과 제주도는 같은-
강원도에 있다고 설악산이 강원도이고 강원도가 설악산 이라고 말 할 수 있을까?
서울에 있다고 북한산이 서울이고 서울이 북한산이라 말 할 수 있을까?
강원도나 서울에서 설악산, 북한산을 싹둑 잘라내도 강원도와 서울은 남는다.
하지만 제주도에서 한라산을 잘라 낸다면 제주는 바다가 되고 말 것이다. 이렇듯 제주와 한라산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제주인은 힘들게 일을 하다가도 허리를 펴면 항상 바라보이는
그리고 내 곁을 지키는
먹구름에 가려 있어도... 아! 거기에 있겠거니 생각 되어지는 심정적인 산이 한라산인 것이다.
설악산을 날렵한 도시처녀, 지리산을 어머니에 비유 한다면 한라산은 우리의 아버지 같은 산으로 비유 할 수 있다. 많은 기생화산인 자식을 거느리고 제주의 한가운대를 지키고 있다.
항상 마음속에 있는 마음의 산에 우리가 든다.
산행하기 전날에는 왜 이리 잠이 안 오는지...
그래 자자. 산은 마음으로 든다 하는데... 그 마음을 안정 시켜 보자.(지난산행기에서)
-경희보다는 경애가 이쁘다-
드디어 한라산 산행이다. 어둠을 헤치며 한발한발 정상을 향한다.
겨울 산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기대감이 든다. 한라의 새벽바람이 훈훈하다.
성판악부터 눈이 제법 많이 쌓여있다. 날도 흐려있고 조금은 걱정이 된다.
선두 후미가 생기고 발걸음이 무거워 지는 분 들이 생긴다. 녹녹치 않은 모양이다. 겨울 산 치고는 오늘은 봄날 이련만...
멀미 아우님이 이쁜 경희씨 일행을 채가지고 달아난다. 멀미아우 다음에는 가만 안 놔둔다. 그러니 멀미를 하지... 경희씨도 그렇지, 나를 두고 멀미아우를 쫓아 갈 수 있는지? 경희 보다는 경애씨가 열배는 더 이쁘다.
왕언니, 주희, 이 여사, 그리고 진짜 충성스러운 찍사 분 일행은 돈독한 우애를 과시한다.
좌측남자 충성스런 찍사
코부라님 방값내 놓으시구려. 아시겠수 ㅎㅎ
그 찍사 분 대단한 열의를 가진, 세 여인의 사랑을 듬뿍 받은 행운아다. 내가 얼마나 열이 받는지...ㅎㅎ
날이 서서히 밝아지며 겨울 산의 모습을 보여준다. 바람이 불며, 수분이 나무에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우린 그것을 상고대라 한다.
상고대가 서서히 아름다움을 더해가고 있다. 난 마음속으로 날씨가 맑아지기만을 바랜다.
진달래 대피소도착! 흐린 날이지만 상고대가 대단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대피소 안에서 간단히 허기를 달래고 정산으로 발길을 옮기려 하니 순백의세계가 펼쳐진다.
맑다. 밝다. 깨끗하다.
-어떤 언어로 그 경이로움을 표현 할 수 있을까?-
상고대가 아름답다. 아름답다기 보다 경이롭다.
맑은 햇살에 부서지는 상고대가 경이롭다 못해 애잔함이 묻어난다.
그 아름다움의 맑은 소리가 나의 귓가를 스친다.
벅찬 가슴으로 부르는 새 소리 같은 은백의 향연에 내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다.
그 반짝이는 자연의 빛에 눈물이 핑 돈다.
너무나도 풍성한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베풀어 주심에 감사한다.
살아 숨 쉬는 나무에 옷을 입혀 따스함을 주고 더불어 우리에게 아름다음까지...
자연은 우리에게 아무 것도 바라지 아니하고 무한한 선물을 준다.
나뭇가지가 겨울을 이겨내고 있는 모습이 힘차 보인다.
나무사이를 스치는 바람은 소리로 말하고 꽃은 향기로 말하고 푸른 숲은 빛깔로 말하고 상고대는 맑은 빛으로 말을 한다.
땀을 흘리며 이곳 까지 온 이에게만이 주어지는 선물을 우리는 지금 받고 있다.
정상이 눈앞에 나타난다. 힘들지만 좋다.
정상에서 추억을 담는다. 백록담이 손에 잡힐 듯 눈앞에 펼쳐진다.
내가 산행경험중의 최고의 날이다. 어느 언어로 나의 마음을 표현 할 수 있을지...
사랑하는 여인보다도 더 한 아름다움이다.
-용진각 대피소-
이제 하산이다. 정상에서 관음사로 향하는 길의 상고대가 압권이다. 북사면이기에 더욱 그런 것 같다.
계단 길이지만 눈이 쌓여 보이지 않는다. 경치에 마음을 빼앗기며 하산... 주희 땅을 사고 싶다고 흥정을 한다. 깨소금이다.
큰언니는 표현도 조용히... 난 그런 여인이 좋더라. ㅎㅎ
용진각 대피소 자리에 도착을 한다. 많은 등산인들의 허기를 달래주고 지친 다리를 쉬게 해준 곳인데 지금은 수해로 사라지고 없다. 떠네려간 스라브 지붕이 건물이 있었던 곳임을 짐작케 한다.
용진각대피소 자리
삼각봉 밑에 대피소를 신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사히 하산을 하고 인원을 점검하고 있는데 최대장님으로부터 전화한통 “남자분 두분만 올려 보내달란다” 가슴이 덜컹!
헐레벌떡 도착해보니 다행이 쥐가 나서... 두 남정내등이 아마 넓게 느껴졌을 겁니다. 그렇지요. 이 여사님?
모든 안전하게 하산완료! 너무도 밝은 표정 들 이시다. 생애 최고의 날 이었다나...
-용두암-
산행 후 도깨비도로 관람 후 용두암으로 향한다.
우리 부부 신혼여행 첫날 첫 관광지가 용두암 이었다. 그때는 용두암 내려가서 사진을 찍었는데 지금은 출입을 하지 못하게 해 놓았다.
그때는 건강한 아름다운 여인 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아프다. 내 마음도 너무도 아프다. 서로 건강하게 살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이제는 어찌 할 수가 없다. 생이 다하는 날 까지 서로가 서로를 아끼며 살 수 밖에 없다.
집사람은 지리산 종주도하고 무박산행도 많이 하고 둘이서 한라산을 넘는데 6시간이면 충분 하리 만큼 건강한 여인 이었는데 이제는 그런 기대는 할 수가 없다. 내가 많이 불편 하지만 내가 감당해야할 부분이다.
내 사랑의 여인이다. 내 품안에서만이 살아갈 수 있는 여인이다. 나는 집사람을 사랑한다. 진짜 이쁘다.
저녁식사 후 마라도행 배의 노래자랑에 출전 하기위한 주희님의 노래연습이 밤 12시 까지 진행되었다한다. 그 연습이 지나쳤을까? 노래자랑이 취소될 줄이야...
-마라도의 향기는 상큼하다-
3일차, 1진은 아침 일찍 열실코스 산행을 하기 위하여 나서고 나는 마라도를 가기로 한다.
녹차밭을 거쳐서 모슬포항으로 간다. 배에는 많은 관광객이 있다. 배의 흔들림은 있었지만...
마라도에 도착!
해변 가를 따라 걷는다.
집사람하고 왔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만 해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섬 주위를 돌았건만...
네잎크로버님 일행이 한 여인을 데려 가라 한다. 난 겁이나서...
마라도에는 육지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느낌이 있다. 마음이 넓어진다. 맑은 향기가 느껴진다.
사랑하는 여인과 사랑여행을 떠나 몇일 간 머물고도 싶다. 바닷가를 거닐며 사랑의 밀어를... 꿈속에서나 이루어질 그런 사랑이 이 마라도 에서는 이루어 질 것만 같은 그런 생각이 든다.
바람은 불지만 겨울바람이 아닌 봄바람같이 따스하다. 이곳에는 벌써 봄이 옴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한라산 정상이 구름 속에 들어 있다.
영실팀이 멋진 산행을 하고 하산을 완료했다한다. 부럽지만 마라도는 상큼한 바다 내음이 있지 않은가?
배안에서 이번에온 아기가 내 낮이 익는다고 무릎에 앉는다. 할아버지가 어디 있냐고 하니 나를 가르 킨다. 이제 할아버지가 될 나이가 되어가는 모양이다.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룬 것만 같은 내 평생 다시는 볼 수 없을 것만 같은 경이로운 너무나도 아름답기에 그 아름다움을 잘 표현 수 없는 한라산 백록담에 추억을 담는다.
한라산의 그 아름다움을 나의 사랑 집에 있는 나의사랑에게도 담아 준다.
아름다움과 경이로움과 애잔함은 사랑이다.
20081228 산사랑맨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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