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들의 노래
정 나 금
검고 앙상한 가지에 연두 빛 새싹들이 피어나려할 때쯤 이었든가요. 봄비 정말 이슬같이 어느 곳 적시지 않은 곳 없던 날에 낯설지 않은 교실에서 그 애들을 만났었는데 조잘조잘 지치지 않고 이어지는 소음은 병아리들이 연상되었습니다.
매주 수요일 9시, 설레는 마음 안고 찻길을 달려 영해초등학교에 갔습니다. 처음으로 그들과 눈길을 마주 한 날 초롱한 눈빛에 감동 받고 이어진 나눔으로 기대에 찬 마음이 바로 철렁 내려앉았다가 다른 반에서 위로를 받기도 하는데 지금껏 6회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첫 반의 수업 사십 분 동안 잠시도 쉴 틈 없이 의자를 구르거나 무슨 말을 하거나 주의를 끄는 한 아이에 동조해 집단 전체가 어수선해지고 주제에 근접한 어설픈 나눔이 수업 종 친 후에 겨우 끝냈을 때 저는 실망으로 험한 절벽에서 구른 기분이었고 나의 능력을 의심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다음 반에서 프로그램대로 아이들이 자신을 탐색하고 느낌을 잘 표현하고 그 분위기대로 역동이 일어나기도 하고 모두들 그날의 활동 느낌을 이야기하고 시간 안에 프로그램을 끝냈을 때, 집단원 중에서 “집단상담이라고 해서 나의 비밀을 이야기 하는 시간인가해서 걱정했는데, 활동을 통해 나도 잘 알지 못했던 자신을 찾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라는 말을 해서 감격하기도 했습니다. 일곱 번의 좌절 후에 한 명에게라도 이런 말을 들으면 힘이 나고 집단상담의 묘미였음을 깨달으며 보람을 얻는 순간 이었습니다.
산이 나날이 풍성하게 부풀어 오를 요즈음 집단상담도 이론에 의하면 도입단계, 준비단계도 지나 작업단계에 접어들어 집단원들의 행동변화를 촉진, 자기노출과 피드백과 맞닥뜨림을 통해 집단 역동을 경험하면서 신뢰감과 소속감을 느낄 때라고 합니다. 변변히 이론대로의 단계를 제대로 느껴 본 적도 없이 3반의 활동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 변화하는 산에 매료 되어 풍성한 풍경에 눈길이 가면 잠시의 위로를 받지만 마음은 늘 프로그램을 마친 후 집단활동 중에 나눔의 맥을 끊게 하던 아이의 행동과 그것에 대응 하던 나의 행동이 적절했나에 고정되어 수 없이 그때의 상황을 다시 그려보기를 반복하는 귀가길 이었습니다.
과연 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가? 잘한 부분도 있었을 텐데 부정적이게도 부적절한 행동과 언사들만 곱씹으며 돌아오는 20분 남짓의 시간 앞에서 부자유스럽고 낯 뜨거워지고 능력 부족을 자책하면서 내린 결론은 진행 중인 학기가 끝나면 상담자원봉사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매년 한 학기를 끝내면서 다짐했건만 새 학기에 다시 주제를 들고 아이들과 함께 지금의 이 느낌 그대로를 되풀이 하고 있는 자신을 봅니다. 집단상담의 어떤 매력이 이렇게 나를 사로잡고 놓아 주려 하지 않는지!
집단상담에서의 매력은 무엇일까? 곰곰 생각해 봅니다. 눈앞에서 큰 행동변화로 나타나지 않지만 ‘나를 알 수 있어 좋아요, 이런 활동은 처음인데 재미있어요,’ 어떤 것을 활동지에 적거나 느낌을 토로할지 모르겠지만 초등 4학년답게 잠시도 멈추지 않고 소음이 일어나는 가운데도 자신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들, 별칭짓기에서 ‘백수’나 하필이면 부정적인 단어를 골랐다가 시간이 흘러 스스로 새로운 단어로 바꾸어 쓸 때, 이런 작은 것들이 모여 아이들에게 자아존중감을 형성하는 귀중한 자원임을 깨달게 되는 순간 행복감을 느낌니다. 함께 하는 봉사자 회원님들 또한 충분히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모두들 이런 순간들이 있어 함께 이 길을 묵묵히 걷고 있으시겠지요.
정리하면서 영해초등학교 4학년, 1반, 2반, 3반 병아리들의 노래를 가만히 들어 봅니다.
첫댓글 감사해요~~ 탁월한 감성을 누가 말리겠습니까???ㅎㅎㅎ
발목이 지대로 잡혔응께 그러고 있는거죠잉~~ 아이들의 기억한편에 머물수 있겠죠... 화이팅하십시요!
차 한 잔 하고 싶은 날,
그 어떤 꽃이라도 한 송이 꽂아 두고서
일상을 후식삼아...수다를 떨고 싶네요.
^^그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