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7, 토요일 오후 3시 ]
공항 > 호텔
여행은 늘 아쉬움과 함께 시작된다. 미리 준비하지 못한 아쉬움, 그리고 여행이 끝나갈 무렵에 겪게될 아쉬움.
공항에 가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어쨋든 여행 시작이다. 평창 올림픽 때문에 기차 시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30분 가까이 지난 뒤 탈 수 있었다. 환승역인 공덕역에서 수란이를 만나 공항으로 항했다.
인천공항 입구에서 겨울을 반납하듯 코트를 맡기고, 와이파이를 찾은 뒤 출국수속을 밟았다. 설연휴가 끝날 무렵이어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해외여행의 정해진 코스처럼 라운지를 갔다. 수란이는 카드혜택이 되는지 알았는데 실적 미달이고 둘다 돈을 내고 먹었다. 수란이는 분노의 표시로 카드사에 문의를 남겼고, 과식을 했다.
베트남 도착.
제주항공을 타서 그런지 비행 5시간 동안 물 한잔만 제공됐다. 목이 말랐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환전을 했다. 1달러당 22,700동, 총 500달러를 환전했으니 1,135만동. 그런데 교환원이 35만이 아닌 3.5만동을 줬다. 틀렸다고 말했다. 그러자 ㄴ자연스럽게 정상금액을 줬다. 이런데서도 사기를 치나? 어이가 없다. 하지만 어이가 없는 일은 연달아 일어났다. 두번째는 택시기사. 40만 동을 불렀다. 책으로 이미 20만동이라는 걸 알고 있던 터였다. 싫다고 했다. 늦은 시간이라 그렇다며 해피뉴이어란다. 해피고 뭐고 20만동을 부른 다른 택시를 탔다. 그런데 세번째 어이없는 일이 여기서 일어났다. 택시기사가 우리를 이상한데 내려준 것이다. 우리는 여기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말이 통하지 않았다. 결국 내려서 구글 맵으로 검색해 보니 호텔은 500m 떨어진 곳에 있었다. 호텔까지 걸어갔다.
[ 2/18, 일요일 ]
Bep Me In(반세오, 쌀국수, 분짜) > 통일궁 > 전쟁박물관 > High Land Coffee > 노트르담 성당 > 우체국 > Mr.8 Coffee > 오페라하우스 > 아파트 카페(Melee, 핫윙)
여행에서 첫 음식은 중요하다. 그만큼 트립 어드바이저에서 고심해서 고른 식당은 벱미인이었다. 벤탄시장 안에 있었는데 향도 없어서 꽤 먹을만했다.
호치민은 생각보다 더웠다. 습하진 않았지만 몸이 끈적거렸다. 더위도 피할겸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전쟁박물관으로 갔다. 전쟁박물관은 베트남인의 입장에서 베트남 전쟁을 바라 볼 수 있는 중요한 장소이다. 실제로 이들은 항미전쟁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1층은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분 베트남 전쟁 종식 평화활동에 대한 전시였다. 특히 징집명령서가 내려온 미국인들이 명령서를 태우는 시위를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2층은 프랑스 식민지 시절과 베트남 전쟁시절 서양인들이 얼마나 야만적으로 베트남인들을 학살했는지 보여주는 곳이었다. 탱크 뒤에 매달아 죽을 때까지 끌고다닌 사진, 헬리콥터에서 산 채로 떨어뜨리는 사진 등이 인상적이었다. 3층은 화학전에 관한 내용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잔인하다고 생각되었는데 세대를 이어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중에 베트남의 한 아이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본인들의 피해를 알린 편지가 인상적이었다.
저녁에는 호치민에서 꼭 가봐야한다는 아파트 카페를 갔다. 오래된 아파트를 개조해서 각 호수별로 이색적인 카페를 만든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엘레베이터를 타기 위해 우리 돈으로 150원 정도를 내야하는 점이었다. 하지만 7층에서 라래를 내려다 본 뷰는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아래에서는 축제가 벌어지고 왼쪽으로는 강, 정면으로는 호치민의 마천루가 있는 광경은 환상적이었다.
[ 2/19, 월요일 ]
벤탄시장 > Runam Bistro(반미) > 데탐거리 > Cong Caphe(코코넛 쉐이크 커피) > 구찌터널 > Royal Sigon(쌀국수, 반세오) > 슬리핑버스 > 무이네
구찌터널을 가는 날이다. 베트남전쟁 당시에 베트남 사람들이 어떻게 저항했는지를 보여주는 곳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우리가 간 곳은 모형에 가까웠다. 어쨋거나 그 당시 삶이 얼마나 처절했는지, 그리고 지혜로웠는지 알 수 있었다. 베트남 사람들은 결국 자신들이 미국을 이겼다는데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땅굴을 파서 아지트를 마련했는데 구찌에 땅굴을 판 이유는 땅이 단단해서 무너지지 않고 비가 새어 들어가지 않아서라고 한다. 또한 지대가 높아 강물이 범람할 위험도 적고 여차하면 국경인 캄보디아와 라오스로 도망가기 쉬웠다고 한다.
땅굴은 체구가 작은 내가 들어가기도 어렵고 어두웠다. 미군들이 들어갈 엄두도 못냈을 것 같다. 게다가 곳곳에 함정을 파 놓았고, 비올때는 발자국이 남는걸 이용하여 거꾸로 된 신발을 신어 적을 유린하는 등 지혜가 돋보였다. 음식을 거의 먹지 못했지만 음식을 만들 때에도 연기가 다른 곳에서 나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얼마나 치밀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호치민으로 돌아와 무이네로 가는 슬리핑 버스를 탔다. 힘들거라고 예상은 했었지만 생각보다 더럽고, 또 베트남 아이들이 너무 시끄러워 잠을 자기가 힘들었다. 새벽 1시에 무이네에 도착했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택시가 잡히지 않았다.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이 싸다며 오토바이로 호텔까지 가자고 했지만 10분 넘게 기다린 끝에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
[ 2/20, 화요일 ]
해변가 > 레드샌드 > 보케거리(저녁 : Mr.Crab)
여행에서의 시간은 쏜살같다. 벌써 절반이 지났다. 지난 새벽에 도착해서인지 느즈막히 일어나 부페에서 아침을 먹었다.
2시까지 낮잠을 잔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웬일? 따뜻한 날씨와 달리 물이 차가웠다. 결국 수영은 포기. 해변가로 가 맥주와 칵테일을 시키고 잠시 여유를 즐겼다. 하지만 여기는 바람이 너무 불었다. 결국 다시 수영장 썬베드에서 책을 읽으며 나른한 오후를 즐겼다.
저녁은 보케거리에서 먹기로 했다. 셔틀 시간이 좀 남아 호텔 주위를 돌던 중 레드샌드를 발견했다. 때마침 해가 질 시간이라 걸어올라갔다. 생각보다 크기가 작았지만 나름의 운치가 있었다. 여기도 바람이 많이 불었다.
무이네는 작은 도시다. 가장 번화하다고 할 수 있는 무이네조차 2층을 넘는 건물을 보기가 힘들었다. 셔틀에서 내려 20분을 걸은 끝에 Mr.Crab 이란 곳에서 새우 1kg, 가리비 1 kg, 오징어 튀김, 수박주스, 환타를 먹었다. 배부르게 먹었지만 2만원 정도가 나왔다. 역시 싸다 ㅋㅋ 밥을 먹고 셔틀 시간에 맞추기 위해 20분간 달린 것만 빼면 완벽한 날이었다.
[ 2/21, 수요일 ]
요정의 샘 > 어촌 > 화이트샌듄
화가 나는 날이다. 두통으로 저녁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루의 시작은 오후 2시 지프투어로 시작되었다. 후기를 보면 다들 멋있는 지프를 타던데 굉장히 오래된 지프가 우리를 데리러 온 것이 화근이었다. 차는 굉장히 덜커덩거렸고, 일자목으로 두통이 있던 나에게 무리가 왔다.
첫 여행지는 요정의 샘이었다. 래드샌듄과 같은 곳에 얕은 물이 계속 흐르는 것인데 마르지 않아 요정의 샘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막상 보면 그리 이쁘진 않았는데 사진이 잘 나왔다. 날씨가 더워 샘을 따라 걷고 있자니 뭔가 고행의 길을 걷는 느낌이었다.
그 다음 여행지는 어부의 마을이었다. 무이네의 어시장은 굉장히 이색적이었다. 어부들이 통통배와 튜브 비슷한 조그마한 배를 타고 잡아온 생선을 파는 모습이 인간적이면서도 장관이었다. 랍스터도 있어 신기해했더니 아이스박스에서 꺼냈다.ㅋㅋ 간이 식당도 있어 마음에 드는 음식이 있으면 자리에서 먹을 수도 있지만 파리가 많이 날려 먹고 싶지는 않았다.
마지막 여행지는 화이트 샌듄이었다. 화이트샌듄은 무이네에서 꽤 멀었다. 지프로 30분은 더 들어갔던 것 같다. 화이트 샌듄은 굉장히 멋있었다. 래드샌듄이 애들 놀이터 같다면 화이트 샌듄은 어린이대공원? 생각보다 컸고, 사막이 이렇게 생겼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썬셋을 보기 위해 간 것이라 사진이 잘 나오는 명소까지 또다른 지프를 타고 갔다. ATV를 타고 갈 수도 있는데 너무 무서워서 안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썬쎗까지 썰매를 타거나 ATV를 타며 사막 스포츠를 즐겼다. 용기가 없던 우리는 그냥 모래나 만지며 놀았다. 모래 입자가 고와도 너무 고왔고 발에 닿는 느낌이 좋았다. 너무 바람이 불었다. 장시간 서 있다보니 온 몸이, 온 얼굴이 흙투성이었다. 입자가 고와서 떨어지지도 않았다. 결국 썬쎗까지 못 기다리고 2시간은 그냥 있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지프는 유난히도 덜컹거렸다. 그러다 보니 두통이 심해졌다. 숙소에 오자마자 약도 먹고 샤워도 했지만 두통은 최고에 달했다. 결국 보케거리에서 다시 가리비를 먹겠다는 약속은 못지키고 숙소에서 그렇게 잠이 들었다. 여행와서 이렇게 아파보기는 처음이다.
[ 2/22, 목요일 ]
워킹투어 > 신밧드 케밥 > 슬리핑버스
두통은 계속되었다. 호텔 워킹투어를 6시 30분에 예약했는데 갈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어쨋든 여행을 시작했다. 어제 갔던 어촌에서 투어는 시작되었다. 똑같이 어시장을 보고 어부들이 사는 동네를 돌아다녔다. 무이네 어부들은 가난하다고 한다. 집 역시도 소박했다. 이색적이었던 건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집밖에서 아침을 먹고 있었는데 그런 곳들이 다 가게라는 점이다. 바닥에 좌판을 깔면 식당이 되는 베트남의 이색풍경이다. 그 다음은 무이네 장터를 갔다. 각종 과일, 고기, 꽃, 옷, 식당까지 없는 것이 없었다. 그렇게 투어는 끝이 났다.
오후 4시에 호치민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예약했기 때문에 숙소에서 체크아웃 때까지 쉬었다. 두통이 약간 잦아들었다. 점심시간이었지만 아침을 먹은지 얼마 안되 커피숍으로 먼저 향했다. 콜라를 주문했는데 아이스크림이 올려져 나왔다. Coke float이라는 건데 동남아에서는 보편적이라고 한다. 아이스크림과 콜라를 따로 먹으면 맛이 있었다. 점심은 보케거리 끝에 있는 신밧드 케밥에서 먹었다. 무이네 오기 전부터 유명하다고 해서 가자고 한 곳이었다. 결론적으로는 음.. 한국이었으면 안먹었을 맛. 무이네에서는 상대적으로 향이 덜나 먹을만 한 맛이었다.
4시가 되었다. 지난 새벽 다급하게 예약한 버스가 다행히 우리를 데리러 왔다. 이렇게 우리는 호치민으로 다시 갔다. 호치민에 도착하니 밤 10시가 다 되었다. 수란이는 맥주 한잔을 하고 싶어했지만 난 다시 두통이 엄습해오고 있었다. 결국 숙소에 오자 또 두통이 심해졌다. 속이 안좋아 계속 헛구역질을 했다. 이렇게 여행에서 소중한 이틀을 날리다니 너무 속상하다.
[ 2/23, 금요일 ]
Wrap&Roll > 떤딘성당 > 통일궁 > 콩카페 > 빈콤센터(빈마트) > Bitexco EON51바 > 공항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왜 항상 여행은 빨리 끝나는 느낌일까. 아쉽기 그지 없다. 아침부터 상태가 안좋았다. 이놈의 두통.. 지긋지긋하다. 아침을 먹으니 좀 나아졌다. 어쨋거나 체크 아웃을 해야하니 호텔을 나섰다.
점심은 랩앤롤이라는 곳에서 먹었다. 월남쌈을 판다고 하는데 베트남 사람들은 이미 싸져있는 걸 먹는다. 향이 강하지 않아 먹을만 했다.
이미 호치민은 한 번 둘러보았길래 갈곳이 별로 없었다. 핑크성당이라고 불리는 떤딘성당을 갔다. 생각보다 이쁘진 않았다. 역시 사진이 잘나오는 곳이었다. 그 근처 공원에서 잠시 쉬다 통일궁으로 향했다.
통일궁은 프랑스 식민지 시절 인도차이나를 지배하기 위해 사용했던 곳이라고 한다. 현재는 사용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유럽에서 궁전을 많이 봤던 우리는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쇼핑을 하기 위해 빈콤센터로 향했다. 수란이는 자라와 H&M을 샅샅이 뒤지더니 결국 가방 하나를 건졌다. 그 뒤 빈마트에 가서 망고 과자, 커피 등을 샀다. 어느새 저녁이 밝았다.
호치민 전망을 한눈에 볼 수 있다던 EON51 바에 갔다. 51층에 있어 바 이름이 그런가 보다. 수란이는 피나콜라다를, 나는 블러디 메리를 시켰다. 근데 이게 왠일! 블러디 메리 맛이 오마이 갓이다. 토마토주스를 혼합해서 만든다는데 정말 벌칙같은 맛이었다. 결국 한모금 마시고 말았다. 그래도 베트남 여행을 마무리하기에는 좋은 전망과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