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자란다
집에서 학교로 가는 길에서 아이들은 항상 뛴다. 조그만 벌레와 이름 모를 풀꽃들, 스쳐가는 바람에도 아이들은 호기심이 발동하고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원래 느린 엄마이지만 이제는 그 아이들의 걸음을 도저히 따라가지 못한다. 그만큼 아이들은 건강하고 즐겁게 자라고 있다.
그런 아이들을 품고 있는 이 조그마한 동네와 학교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행복감이 밀려 온다.도시에서만 자라고 살아온 부모가 작은 시골 마을에서 학부모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나름 과감한 결단이었다. 모든 것이 처음이라 서툴고 때로는 힘들기도 했지만 1년이 지난 시점에 생각해보면 우리가족 모두에게 대견하고 애썼다 말하고 싶다. 쌍둥이라는 특별한 관계가 주는 충만함으로, 친구든 학교든 새로운 관계를 맺을 필요를 별로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이기도 했다.
처음 맞는 학교라는 낯선 공간... 그 속에서 지켜야 할 하지만 잘 지킬수 없었던 규칙과 규율들... 태어나 처음 해보는 학습에 대한 부담감... 도심에서 사귀었던 친구들과는 또 다른 느낌의 친구들... 이 모든 것이 아이들에게는 많이 힘들었던 것도 같다. 하지만 시간은 흘렀고 아이들도 적응해나가면서 자라고 있었다. 크고 작은 갈등과 다툼이 있었지만 학교라는 테두리 안에서 아이들 스스로 또는 어른들과 함께 원만하게 해결하는 법을 배우게도 되었다.
반성문을 써온 날이 안써온 날보다 더 많은 천하무적 무법자들을 사랑으로 품어 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우리 아이들의 영혼이 자유롭고 푸르게 성장하기를, 더불어 어른들도 평화롭고 순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먼 훗날 우리 아이들의 기억속에 지금의 시간들이, 학교가, 선생님과 친구들이, 정배리의 어른들이 따뜻하게 기억된다면 그것이면 충분하다. (권민준 권민혁 엄마 김현미)
눈빛이 초롱 초롱 빛나고 살아 있는 축복 받은 정배 어린이
늘 바쁜 서울 일상 속에서 가끔 쉬는 날이면 아이들이 왜 이렇게 살아야 하고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사는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의 모습은 능동적으로 행복하게 삶을 누리는 모습이 아닌 그저 학교를 다녀야 하니까 다니고 공부를 안 하면 뒤쳐지니까 하는 수동적이고 불행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다 아이들이 즐겁게 다닐 수 있는 학교, 기왕이면 서울에서 가까운 학교를 주위에서 추천도 받고 직접 성환아빠랑 쉬는 날 찾아 다니게 되었습니다. 양평에 있는 여러 학교 중에 처음 왔던 정배초의 모습은 처음에는 충격이었습니다. 일본 영화' 우드 잡'에서 나오는 환경처럼 시내에서 들어가 첩첩산중에서 더 한참 들어가 갑자기 펼쳐지는 많은 집들 그리고 학교 주변 편의시설이라고는 달랑 슈퍼 몇 개뿐인 여기서 과연 생활할 수 있고 아이들이 잘 지낼 수 있는지 걱정이 밀물처럼 밀려왔습니다. 그러다 작년 늦가을 정배초에 들어가 아이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언뜻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아이들과 선생님의 표정은 밝아 보였고 무언가 살아 있는 듯한 따듯한 기운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그 후로 이사와서 잘 지낼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불안한 마음이 점점 기대와 희망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마침 정배초 인근에 집이 하나 나왔다는 소식에 더 망설이지 않고 몇 달후 곧 짐을 싸서 올 겨울에 이사를 왔습니다. 그 때 너무 추워서 가뜩이나 물이 잘 안나오는 집에 수도관이 얼어 물티슈로 집을 닦으면서도 기운이 났습니다. 입학식때 1학년 엄마들이 축가로 불렀던" 꽃은 참 예쁘다." 이 노래가 그때는 그냥 별 생각없이 노래 좋다며 불렀는데 지금은 가끔 흥얼거리곤 합니다. 정말 아이들이 꽃처럼 예쁜 것을 원래 알았지만 여기 이사와서 자연속에서 살다보니 더 알겠더라구요. 지금은 비록 전에 살던 집이 임자가 나타나서 갑자기 팔려 땀이 가만히 있어도 줄줄 흘러서 이사를 못할 정도로 가장 더울 때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왔지만 마냥 즐거워 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흐뭇합니다.
가끔 제가 주위 사람에게 여기 생활을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을 찾을 때 아이들이 일주일에 한번씩 엄마들이 돌아가며 책 읽어 주기를 할때면 보는 아이들 눈빛이 서울서 보았던 아이들의 눈빛과 많이 다르다고 말하곤 합니다. " 정배 아이들은 눈빛이 살아 있어. 서울서 보던 공부와 경쟁에 찌들리고 억눌린 그 흐리고 지친 눈빛이 아니야." 봄 여름 가울 겨울 늘 자연의 품속에서 자라고 많은 것을 배우는 정배 어린이는 지금까지 행복했고 앞으로도 늘 행복할 것을 믿습니다.
그리고 정배초의 선생님이 좋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1학년 선생님은 최고란 말을 듣고 은근한 기대감으로 지낸 1년의 생활속에서 자기 이름의 획순도 틀리고 편지는 오로지 '누구야 사랑해'밖에 안 쓰던 성환이가 어쩔 땐 제가 생각치도 못한 표현과 글을 생각해 냅니다. 일기쓸 때 물론 옆에서 좀 더 길게 더 자세히 쓰라고 압력을 넣긴 하고 영원한 숙제 글자 반듯하고 예쁘게 쓰기는 시간이 한참 걸릴 지라도 점점 무엇인가 생각하는 힘 표현하는 힘이 아이의 맘속에서 자라나는 것 같아 완전히 감동했습니다. 정말 문집 정리하면서 너무 행복한 추억이 많아 어떤 것을 어떤 식으로 정리해야 하는 지 고민하는 성환이와 저희 가족이 참 축복받은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좋은 교육 환경을 만들어 주시고 가르쳐 주신 김중기 선생님께 깊은 감사와 존경을 보내고 싶습니다. 늘 건강하셔서 더 오래 더 많은 아이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부탁드립니다. (김성환엄마 윤주영)
믿고 기다리며
학교에 가면 유치원 때보다 더 재밌고 즐거워 할거라 기대를 했었다. 그런데 기대와는 다르게 오히려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고,어릴때부터 감기도 거의 안걸리고 잘 아프지 않던 아이가 한달에 몇 번씩 열이 나고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아 걱정과 고민을 하였다. 그렇게 한 학기를 보내고 나니 학교에 가기 싫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으나 아이가 많이 달라지는 듯 하였다. 짓궂은 행동도 많아지고 말도 잘 듣지 않고 산만해지는 아이를 보며 또 고민을 하게 되었다.
사실 아이가 학교에 새로 입학을 하였는데 바쁜 일도 많았고, 찬웅이가 둘째라 그런지 건웅이보다 신경을 잘 쓰지 못하였다. 숙제도 잘 챙겨주지 못하고 학교 수업 내용도 잘 따라가도록 봐주지 못하였다. 부모로서 사랑과 관심을 가지고 아이를 지켜보되 개입은 최소한으로 하려고 하기도 하였다. 찬웅이의 지금 이런 변화가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이 시기를 넘기면 괜찮아질거라는 기대와 믿음을 가지고 지켜보려고 한다. 아이는 끊임없이 변하고 이런 시기도 있고 저런 시기도 있다고 생각한다. 마냥 말 잘 듣고 착한 아이이기만 하다가 중고등학교 혹은 대학교에 가서 아이가 갑자기 변하여 당황할 수도 있는데 오히려 우리 아이도 그럴 수 있구나...하는 것을 일찍 깨닫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가 된다는 것과 부모의 역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고 그 생각도 계속 바뀐다. 아이들은 내가 깨닫지 못하던 것들을 깨닫게 해주고 변화시켜준다. 이런 아이들을 믿으며 오늘 하루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행복한 하루를 보내려 한다. (김찬웅엄마 이정은)
처음처럼
아이는 아직 덮고 있던 이불 속
엄마 품 안에서 재재발거린다
처음 이 세상에 나와 눈 맞추던 날
아이는 눈을 뜨기도 힘들어 눈꼬리를 꼬물거렸다
가슴팍에 코 박고 짤막한 손가락으로 주물거리며 젖을 빨던 날
아이는 살짝 눈 뜨며 입꼬리 끝을 올렸더랬다
뒤집고 기고 걷고 뛰고
아이는 하루가 짧아
쪼개고 쪼갠 시간을 꽉 채워 살았다
유치원에 간다고 나서던 첫 날
아이는 가방에 가려서 다리인지 등짝인지 알 수 없는 걸음으로 콩콩 뛰어 버스에 올라타고는 겁먹은 눈을 굴리며 멀어져갔다
연고 없던 정배에 처음 오던 날
그리 춥던 방 안에서 다섯 식구가 오글오글 떠는데
참 설레어 하던 아이의 입김이 뽀얗게 하늘로 올라가 별들과 뒤섞였다
그리 한 해가 지나고
총총이 오빠 뒤꽁무니를 따라 학교로 가던 아이는
이제 매일 세상을 품고 와서 내 안에 비밀스레 풀어놓는다
내가 잊고 있던 어릴 적 기억이
아이에게서 툭 터져 나온다
세상에 나온 그 날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딸아, 네가 신비로움의 연속이었다는 걸
때마다 새로운 시작이었다는 걸
시린 가슴팍에 안겨 재잘댄다
그리하여 엄마는
다시 이불을 툭툭 털어 갠다
네가 온 첫 날처럼 (2016-1-11 박겸 엄마 장동숙)
아이도 1학년 엄마도 1학년
우빈이의 손을 잡고 입학식을 향해 걸어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어느덧 1학년의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순수하고 귀엽게만 느껴지던 1학년 아이들이 곧 조금은 의젓해야 하는 2학년 선배들이 된다는 것에 마냥 웃음납니다. 우빈이와 엄마는 함께 1학년을 지내면서 어린이집과는 다른 환경에 좌절하고, 기뻐하고, 슬퍼하고, 즐거워하며 조금씩 성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우빈이의 할아버지,아빠,우빈이 이렇게 3대가 정배초에 다니고 있음에 더욱더 의미가 깊고 행복한 학교 생활이 되길 바라며 초등학교의 첫출발인 1학년을 아이들 교육에 항상 연구하며 노력해주시는 김중기 선생님을 만나게 되어 행복했습니다.우빈이가 어느날 집에 와서 제게 "엄마, 김중기쌤은 정말 좋은사람같아"라고 했을때 이런 마음이 생길수 있는 선생님을 만난 우빈이가 너무나 부러웠습니다. 김중기 선생님과 함께한 1년을 기반으로 2학년에는 더욱 의젓한 우빈이가 되길 바라며 그동안 개구쟁이들을 가르쳐 주시고 보살펴 주신 선생님께 너무나 고맙고 감사합니다.(박우빈맘 이현주)
마냥 어리기만 한 태균이가
태균이가 어리다고 하면 다른 엄마들이 웃으려나..덩치는 남들보다 크지만 더 성숙하지는 못한..엄마에게는 그저 마냥 어린 태균이..
그런 태균이 가족이 정배리에 이사온 지 4년차. 처음에 태균이는 유치원에 다니고 싶어했으나 자리가 없어서 6개월을 엄마학교에 다녀야 했다. 그리고 2년... 유치원생활을 하고선... 너무 힘들어 하고 유치원에 안가고 싶어해서 1학년은 잘 다닐수 있을까..하는 걱정으로 학교에 입학했다.
하지만 태균이는 씩씩하게도 학교생활을 잘 해 나갔다. 아니 어쩜 선생님이 잘 이끌어 주셨기 때문이리라. 체험학습도 좋아하고, 친구도 좋아하고, 실로폰치는 것도 연습은 잘 안해도 좋아라 하면서... 그러면서도 친구들과도 많이 토닥거리고, 선생님 말씀도 안들어 반성문 써온 날이 얼마인지...
그렇게 1년이 지났다. 1년사이 태균이는 훌쩍 자라있었다. 한글도, 친구사이도, 선생님말씀을 듣는 자세도, 숙제에 임하는 자세도, 무엇보다도 자연을 보는 자세가 많이 성숙해져 갔다.
그래. 태균아, 지난 1년간 엄마가 생각하는것처럼 그렇게 아이로만 그대로 있지는 않았겠지. 몸도 마음도 많이 성장한 한해였지. 정배에서의 첫 학교생활이 태균이의 삶에서 많은 추억과 좋은 경험으로 남길 바래. 그리고 건강하게 잘 지내줘서 고마워. 새로운 2학년을 기대하며 남은 1학년 잘 마무리 하고, 끝까지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과도 사이좋게 지내며 마무리 하자. 그리고 개구쟁이 아이들 씩씩하고 건강하게 그리고 밝게 자라게 해 주신 김중기 쌤께도 감사드립니다. (박태균맘 )
쓰고 달고 해도
아마 이 글을 방학 전에 썼다면 좀 더 용감하게 써내려 갔을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긴긴 겨울 방중. 아이들과 아침부터 밤까지 성근 품으로 하루 종일 아이들을 대하다 보니 힘들고 자신없음이라. 하루 세 끼 밥을 챙기는 것도, 하루 중 뭐 한 가지라도 하게끔 하재도 뭣이 이리 탈이 많고 시끄러운지...이런 기분으로 1년을 돌아보니 풍문에 들려오던, 선생님께서 그토록 방학을 기다리신다던 말씀에 공감 백배라!
학기초, 수업 시간에 엉덩이는 잘 붙이고 있으려나? 친구들이랑 한 교실에서 탈없이 지내려나? 모락모락 걱정이 피어올랐지. 그러나 큰 탈없이 1년도 감지덕지한데 글도 깨치고 숫자도 깨치고! 해저물녁까지 실컷 놀다가 알아서 들어올 줄도 알고! 여기까지는 엄마인 내 입장이고.
아이입장에서 1년도 돌아봐졌다. 어떤 마음이었을까? 숙제때문에 유치원이 더 좋다던, 그래도 한 자씩 글씨를 배워나가던, 책가방보다 딱지가방을 먼저 챙기던, 친구가 괴롭혀서 아침부터 집에 돌아가고 싶다던, 친구를 괴롭혀서 힘들게도 하던 ...그래도 이튿날이면 학교로 뛰어가던 딸은 그 속이 얼마나 자랐을까? 내 속은 그만큼이나 자랐을까...
이렇게 지난 1년, 선생님께 꾸벅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엄마들에게 또 우리 아이들 모두에게 고맙다. 특히 엄마(아빠)들은 정배에서 같은 학년에 이렇게 만나 앞으로 다시 5년, 이런 인연도 없겠다. 쓰고 달고 해도 단 것은 달아 좋고 쓴 것은 약이 될터이니! 아이들도 마찬가지리라.
그런데 학교에 특별히 바라는 것이 있다. 지금 아니라도 언젠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욕심과 꿈처럼. 초등도 간식 나왔으면 좋겠고 조교도 있어서 저마다 다른 아이들 하나하나 돌봐주면 좋겠고 어느 하나 안이쁜 아이없이 소중히 여겨주면 좋겠고 공부보다 친구가 더 소중한 줄 아는 아이들로 만들어주면 좋겠고 지 인생 지가 책임지고 살아 갈 사람으로 만들어주면 좋겠고 세상 다정하게 만들 아이들로 주물럭주물럭 제조해 주면 좋겠고 ...그러자니 나는 학교일을 남일처럼 여겨서는 아니되겠고 새 해와 그 이듬해에 투표를 참 잘해야겠고 세상은 갈수록 나아지리라 기대도 버리지 말아야겠고 일신우일신 나 먼저 돼먹은 엄마 돼먹은 사람이 되어야 하리라.
엄마없이 아이들끼리 잠드는 연습을 1주일에 하루씩 한다. 제발, 하루 바삐 이 엄마를 떠나서 너의 세상을 살아다오. 일단은 개학부터 언제 오는지, 이단은 2학년은 또 어떤 얼굴로 올런지... 힘내자 웃자 화이팅~~~(윤나무맘 김진숙)
무릉도원
마주 이야기를 쓰면서 엄마는 정말 행복했다.
도원이가 일기글을 쓸 때 많이 기특했다.
1학년 지나고 나니 대견하구나.
그 어느때보다 부쩍 든든하고 의젓하게 자라니
아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엄마도 도원이를 이제
다르게 대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너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네가 더 훌륭하고 건강한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마음과 영혼의 양식이 되는 사랑과 책과 행복을
듬뿍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세상이 험해 언제까지나 유년시절의 행복만 간직할 수는 없겠지만
엄마는 네가 꿋꿋하게 헤쳐 나갈 수 있는 건강하고 굳센
어린이로 자라나길 바란다.
세상 부패에 물들지 않고
마음이 깨끗하고 굳센 도원이로 자라라.
이도원. 엄마의 무릉도원! (이도원엄마 문선영)
고맙습니다 여러분
정배리에서 나고 자라고 또 엄마가 되어서도 정배리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저는 정배마을과 정배학교를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정배가 주는 풍요로운 혜택과 고마움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며 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다른 엄마들의 얘기를 들으며, 글을 읽으며 새록새록 나의 고향 나의 모교 정배를 재발견합니다. 내가 무심코 지나쳐 버린 아이들의 모습, 자연, 계절의 변화, 사건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감동하고 행복해하는 이웃들을 보며 울컥하는 감동과 함께 고마움을 느낍니다.
아이의 한줄쓰기와 일기, 선생님이 밴드에 올려주신 글과 사진을 찬찬히 보니 후딱 지나가 버린듯한 일 년 동안 이렇게나 많은 일들이 있었고, 하루도 특별하지 않은 날이 없고, 헛되이 지나간 시간이 없었다는 생각에 경이로웠습니다. 그 시간들을 경험하며 우리 지효가, 1학년 친구들이 알차게 단단하게 대견하게 성장해왔겠지요. 그 소중한 시간들을 함께하지 못해 아쉽지만 한편으로 저를 대신해서 십시일반 나눠주신 우리 반 엄마들의 손길과 눈길과 정성과 관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요즘도 가끔 지효에게 얘기합니다.‘지효야 너는 아줌마들이 키워주고 있어’내 아이 남의 아이 구별 없이 모두의 아이로 품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선생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입학 전 한글을 익히지 못하고 입학하는 것에 대해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입학한지 한 달여 만에 그런 걱정은 씻은 듯이 사라졌습니다. 하나하나 깨우쳐가는 기쁨에 두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지효를 보며 저까지 덩달아 설레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중미산으로 가족 소풍을 갔을 때, 너 나 할 것 없이 선생님에게 대롱대롱 매달리는 아이들, 엄마 아빠와 함께한 소풍인데도 선생님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점심 도시락을 먹는 아이들을 보며 ‘그래 이 선생님이야!'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천박지축 개구쟁이들 돌보느라 동분서주 하시면서도 그날 그날의 활동들을 사진과 글로 남겨주셔서 매일 밴드 보는 것 또한 커다란 즐거움이었습니다. 선생님과 지낸 1년이 아이들이 앞으로 커 가는데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을 믿습니다.
그리고 민혁이, 민준이, 도원이, 시현이, 시준이, 태균이, 찬웅이, 성환이, 인갑이, 진유, 우빈이, 지오, 겸이, 하윤이, 나무, 수인이, 사랑이. 지효의 소중한 친구들. 너희들의 2016년을 기대한다. (이지효맘 박수영)
to 하윤이
하윤아~ 하윤이 2살 오빠 5살 때 너희들 생각보다 아빠 엄마가 더 좋아서 시골 정배리에 자리를 잡았는데 하윤이가 너무도 적응을 잘 해줘서 엄마는 늘 대견하고 자랑스러웠어. 오빠한테 엄마와의 시간을 양보해야 해서 1학년을 조금은 힘겹게 다닌것 같아 안타까왔는데 그래도 구김없이 잘 자라주니 너무도 고맙다. 하윤이의 장점은 솔직하고 꾸밈이 없고 궁금한건 이것저것 일단 해보는것! 그것이 엄마를 조금은 당황스럽게 할 때도 있지만 엄만 그런 하윤이가 얼마나 귀엽고 이쁜지 몰라^^
계절의 변화에 따라 흙을 밟으며 학교에서 씨뿌리고 물주고 잡초 뽑고 실하게 익어가는 열매들을 바라보며 더불어 하윤이의 마음도 순수하게 자라가고 있다고 생각해. 철마다 변하는 앞산 뒷산 옆산 사방에 둘러싸여 있는 자연의 색을 보며 자란 하윤이의 그림은 또 얼마나 기분을 즐겁게 하는지 몰라. 야무지게 조물딱 거리며 만든 하윤이 작품들을 보며 또 엄마따라 주방에서 이것저것 하고 싶어하는 하윤이의 지치지 않는 열정을 보면 엄만 오늘도 일이 많아지겠구나...하는 다소 텁텁한 어른의 마음도 있지만 그래도 열심히 새로운걸 탐구하고 경험하고 싶어하는 하윤이에 대한 고마움이 얼마나 큰지 몰라^^
하윤아~ 하윤이가 힘들어 하는 부분이 엄만 뭔지 알지^^ 1학년 친구들 대부분 재미있어하는 수학! 재미있는 이유를 아직 찾아내지 못했지만 자신감 잃지마!^^ 하윤이 자주 하는 말 있지? "괘~앤~찮아!" 그래 맞아. 아직은 못해도 괜찮고 실수도 괜찮고 혼나도 괜찮고. 우리 딸 하윤이에겐 언제든지 하고자 하는 마음과 해야 할 이유가 있으면 해내는 숨은 에너지가 있잖아. 그러면서 친구들과도 이해하고 배려하고 용서하고 화해하고 칭찬해줄 수 있는 건강한 마음을 가진 하윤이로 자랄 수 있을거라는 믿음을 아빠 엄마는 가지고 있지.. 우리 하윤이 보물단지, 강아지, 귀염둥이 많이많이 사랑하고 고마워~~^^ 2016 년 1월 12일 form 엄마가 (정하윤맘 신현주)
꿈의 학교 정배 초등학교
사랑이는 자연을 사랑하고 꽃과 나무 풀을 좋아하는 서울 아이였다. 가끔씩 "엄마 우리 시골 산 속에 살면 안돼요?"라고는 묻곤했었다. 아빠와 할머니의 영향을 받고 이러한 정서에 자란 것 같다. 그러기에 우리 가정은 생태적인 환경속에서 자연을 바라보며 살고자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결단을 하고 시골로 들어오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 사랑이라면 어디 어느곳에 있어도 잘 해낼것 같은 믿음과 신뢰가 늘 있었다. 그래서 고민하다 서울에서 입학하기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사랑이의 입학 후에 우리는 생각이 바뀌었다. 미루면 안될 일이라는 확신이 생긴 것이다. 1학년 아이들에게 엄청난 학업량과 숙제, 잦은 시험, 무엇보다 너무 속상했던 점은 쉬는 시간과 점심 시간 조차 편하게 쉴 수 없었던 그 환경이 숨막혀서 사랑이는 거의 매일 학교가기 힘들어하며 울곤하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우리 부부는 사랑이게 조금만 견뎌 달라고 사랑이가 행복한 학교를 아빠엄마가 찾고 있다고 하며 하루하루를 달래주고 하였다. 여름방학에 직접 다니면서 알아보다 이곳 정배리를 알게 되었고 이 학교 정배 초등학교를 찾아 이사왔던 것이었다.
이사와서 첫 등교 후 바로 다음날 현장학습, 알뜰시장, 고구마, 땅콩캐기, 메뚜기 잡기, 벼 베기,등 다양한 활동 등이 매일매일 사랑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 흥미롭고 신나는 일들이 계속 진행되면서 “엄마, 이사 와서 너무 좋아요. 선생님도 너무 좋고 재미 있으세요. 빨리 학교 가고 싶어요.”라며 이야기 했다. 우리 사랑이에게는 꿈만 같은 학교인 것이다. 또 학부모님께서는 새로온 전학생을 견제의 시선이 아닌, 너무 잘 왔다, 환영한다, 하시며 포근하게 안아주시는 모습에 큰 감동 받았다.
훌륭하신 선생님과 좋은 친구들, 좋은 학부모님들까지 정배리에 들어오며 선물로 주신 소중한 인연들을 졸업때까지, 더 자라서 성인이 되어서까지 아름답게 잘 이어가고 만들어나가길 기도하게 되어진다. 이 글을 써내려가며 드는 마음은 보석 같은 우리 아이들이 너무 소중하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자연과 함께 자라나는 정배초등학교 안에 있음에 너무 감사하다. 이 보석들이 더욱 아름답게 빛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고 싶은 마음이 드는 시간이다. 앞으로의 시간들이 너무 기대되어진다.(김사랑 엄마 김숙현)
2016 새로운 한 해를 기대하며
이사를 오고 몇 주가 지났지만 정배리에서의 일상은 아직 낯설고 실감이 나질 않는다. 본의 아니게 주말 부부가 되었고 지오 누나가 없이 지오와 둘이서 적적하게 보내는 시간이 많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지오는 익숙한 학교와 친구들을 떠나 학기말에 낯선 정배초로 오게 돼서 처음에는 조금만 서운한 일이 있어도 다시 전학을 가자고 졸라댔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과 아이들 아빠에게 충분히 동의를 구하지 못하고 정배리로의 이사라는 엄청난 일을 저질러 버린 건 아닌가 고민이 들기도 했다. 정배리 생활에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말라는 주변의 조언과 걱정 어린 소리도 들었다.
몇 달전에 정배리로의 이사를 고민하면서 정배초를 둘러보다가 운동장 벤치에 앉아 아이들이 축구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되었다. 가을 햇살 아래서 운동장을 누비며 축구를 하는 아이들의 눈빛은 빛났고 표정은 밝고 즐거워 보였다. 작은 운동장은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왁자지껄 생기에 찬 소리들로 가득했다. 아이들에게 누가 골을 넣는지 누가 수비를 잘하는지 어떤 기술을 쓰는지 어느 편이 이기고 있는지 그런 것은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그저 다들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 내가 본 모습이 조금은 과장되고 내 기대감이 만들어 낸 부풀려진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히 지오가 전학오기 전 축구클럽에서 아이들과 운동을 하던 모습과는 너무도 달라 보였다. 그때 저 속에서 지오가 아이들과 함께 뛰어다니며 공을 차는 모습을 상상해 봤다.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리고는 바로 정배리로의 이사를 결정하게 됐던 것 같다.
학기말에 급하게 합류하게 되어 아이들과 익숙해질 시간도 없이 몇 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도시의 선생님과 다르게 아이들 하나 하나에 열정을 가지고 지도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서 그저 시험을 잘 보는 아이로 길들이던 도시에서의 방식이 아니라 일기 하나, 글 한 줄을 쓰더라도 아이들의 생각을 잘 표현하고 쓸 수 있게 지도해 주시는 모습을 보며 좀 더 일찍 전학을 왔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생겼다.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정은이와 지오가 천천히 이 곳 정배리에 익숙해 질거라 생각한다. 밤하늘에 별이 가득한 정배리에서 지오에게 초등학교의 소중한 추억을 함께하게 될 좋은 친구들이 생길 것과 평생 가슴에 간직하고 존경하게 될 좋은 선생님을 만나게 될 것을 기대하면서 지오가 그런 좋은 친구들과 좋은 선생님에게 어울리는 밝고 건강한 아이가 되길 기도한다. 어제 내린 눈에 하루 종일 강아지처럼 쏘다니며 지칠 줄 모르고 눈을 만지고 놀며 이제는 전학가자는 말은 쏙 들어가고 매일매일이 추억이 될 것 같다는 지오를 보며 내가 내린 결정이 온전히 지오를 위한 것이었음을... 옳은 선택이었기를 바래본다.(윤지오 엄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