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이 온도 ·압력의 변화를 보이지 않고 평형을 유지하면서 한 상(相)에서 다른 상으로 전이할 때 흡수 또는 발생하는 열.
잠열(潛熱)이라고도 한다. 융해열 ·증발열(기화열) ·승화열 등이 숨은열이다. 예를 들어 물을 가열하면 100℃에서 끓기 시작하는데, 그 이상 아무리 가열해도 완전한 수증기가 될 때까지 100℃를 넘지 않는다. 또 얼음을 가열해도 완전히 녹을 때까지는 0℃ 이상이 되지 않는다. 이와 같이 비등중인 물이나 융해중인 얼음에 가해진 숨은열은 물(액체)을 수증기(기체)로 바꾸고, 얼음(고체)을 물(액체)로 바꾸기 위해서만 소비되며, 온도를 상승시키지는 않는다. 반대로 수증기가 응축하여 물이 되는 경우나 물이 빙결(氷結)할 때는 그 열을 외부로 방출한다.
일반적으로 고체에서 액체로 변할 때 주위로부터 빼앗은 숨은열을 융해열이라 하고, 액체를 기체로 바꾸기 위해 필요한 숨은열을 증발열이라 하며, 각각 1g의 물질을 바꾸는 데 필요한 열량(칼로리)으로 크기를 나타낸다. 그 값은 물질의 종류 및 기화(융해)가 일어나는 온도에 따라 다르다. 앞의 경우를 예로 들면 물의 기화열인 물 1g을 증발시키는 데 필요한 열량은 539㎈이고, 얼음의 융해열, 즉 1g의 얼음을 녹이는 데 필요한 열량은 80 ㎈이다.
물질의 상태변화와 더불어 숨은열의 출입이 있다는 사실은 일상생활에서도 중요한 현상이다. 여름에 땅에 물을 뿌리면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은, 물이 증발할 때 주위에서 숨은열(기화열)을 빼앗기 때문이다. 냉동기는 이 효과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액화한 기체를 기화기로 기화시켜, 주위로부터 기화열을 빼앗아 냉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