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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울산전국시조백일장
♣일시: 2013년 9월 7일 토요일 (10:00~ 15:00)
♣장소: 달동문화공원
◈시제◈
*대학․일반부: 나무 - 손 - 여행
*중고등부: 스마트 폰 - 태화루 - 연어
*초등부: 가을소풍 - 고래 - 풍선
〈대학․일반부 장원〉
여행
이 수 자
(울산 북구 신천동)
달력 속 동그라미 마음 졸여 기다린 날
대낮도 긴 밤 같아 뒤척였던 생각들을
한 순간 떨쳐내고서 낯선 곳을 향했다
우물 안 개구리는 눈 크게 껌벅였다
가도 가도 줄지 않는 지구촌 별천지에
겁 많은 아이가 되어 다시 세상 태어났다
푸른 이끼 앉힌 세월 앙코르 부처바위
천 년 천 년 흘러가도 잃지 않은 미소 보며
내 몸도 그를 닮으려 검은 버섯 핀듯 했다
〈대학․일반부 차상〉
나무
성 주 향
(울산 중구 우정동)
누군가 오기만을 붙박여 섰습니다
바람이 없는데도 내 팔이 흔들일 땐
아마도 새들이 와서 쉬고 있나 봅니다
똑똑똑 비가 오면 우산을 내어주고
볕 쨍쨍 쏟는 날은 그늘을 펼쳐주고
밤에는 달을 품어서 그리움을 앉힙니다
내게 온 사람들은 추억을 사 갑니다
마음이 색색으로 물드는 가을에는
책갈피 잎새 편지를 가만 꺼내 읽겠지요
〈대학․일반부 차상〉
손
이 순 우
(울산 남구 신정4동)
옹이진 손마디가 호미처럼 굽었더니
마지막 숨 놓던 날 부채처럼 펼쳐졌다
값없이 내놓고 가신 시장통의 오래된 손
〈대학․일반부 차하〉
나무
송 화 숙
(울산 울주 언양 서부리)
수
직
의
본능으로
지상의 조건을 초월한 너
자신의 잎을 떨구어 뿌리를 북돋우고
지금도 흔들림 없이 내 앞에 서 있구나
살
면
서
어느 하루도
마음 다치는 날 없을까만,
그 많은 아픈 상처들 속으로 다진 나무처럼
낮은 곳 마음 탁 두고 내 갈길 걸어간다
〈대학․일반부 차하〉
나무
최 분 현
(울산 남구 대암로)
천년 넘은 은행나무 눈귀도 감감 멀어
쭉 뻗은 빈 가지를 안테나로 세워놓고
행인이 지날 때마다 톡톡 떨군 금구슬
〈대학․일반부 차하〉
여행
-연화도를 다녀와서
배 순 애
(울산 북구 매곡동)
연꽃처럼 연화도에 섬들이 떴다
토굴파고 일심수행 연화도사 득도하니
여기는 불지순례자가 진정으로 찾던 곳
연화봉 아미타불 바다향해 우뚝섰네
저 멀리 사라지는 통통배에 그리움 담고
의연히 서 있는 모습 고개가 숙여진다
불자의 도량에서 공기처럼 자비를 마시며
무거웠던 내 어깨에 가벼운 날개 단 듯
세파에 흔들리어도 마음은 허허롭다
〈고등부 장원〉
스마트 폰
황 정 혜
(울산 약사고 2년)
아라리 아라리오 절씨구 넘어간다
시간이 흘러흘러 고개고개 넘어간다
찌르릉 울려오는 것 혼자이니 서럽다
가슴이 뚫려버려 감추기도 힘들다
허해진 가슴팍에 기계가 꽂혀오면
감정도 의미도 없는 차디차게 어둔 마음
결국은 편해지나 사람들 나태해져
돌처럼 굳은 생각 좋은 방식 잊고 잊어
아둔히 변한 세상을 가슴가슴 고한다
〈중등부 장원〉
스마트 폰
구 민 지
(울산 학성여중 2년)
세상을 지배하는 귀여운 악마이다
너의 그 두 얼굴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손바닥 안 세상들
강력한 위력을 지닌 너는 태풍이다
신제품 나올 때면 우르르 몰려다니는
눈이 먼 심봉사처럼 홀린 듯이 따른다
인간이 살아가는 현실의 공간대신
네 안의 작은 창은 똑 같이 되풀이 된다
오늘도 네 세상에서 우리들은 물든다
〈초등부 고학년 장원〉
가을 소풍
최 윤 서
(울산 옥현초 4년)
즐거운 소풍길에 내 마음 파란 하늘
엄마의 사랑 담은 도시락 함께 먹고
친구랑 나누는 얘기 달콤하게 익어가네
〈초등부 저학년 장원〉
가을 소풍
김 효 빈
(울산 백합초 3년)
새싹이 파릇파릇 푸르른 봄이 가고
햇빛이 반작반짝 뜨거운 여름가고
드디어 울긋불긋한 아른다운 가을이네
초록은 풋사과를 노랑은 은행잎을
빨강은 단풍잎을 흰색은 국화꽃을
보란 듯 코스모스는 황갈색의 밤 주네
색깔은 우리에게 가을을 선물하네
우리는 색깔에게 행복을 선물하네
너와 난 가을소풍을 기억 속에 남기네
〈특별 수록〉
~~~울산광역시 중구 노인복지회관~~~
♧문화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
손
김 영 숙 (73세)
두 손은 나의 천사 나만의 애인이다
힘겹다 하기 싫다 불평도 모르는 체
내 마음 깊은 곳까지 꼼꼼히 살피는 손
젊을 때 손이 예뻐 섬섬옥수 만지던 손
세월에 찌든 때가 덕지덕지 붙어버려
너무도 부린 흔적이 미안함에 얼굴 붉다
수많은 나날들에 무심코 쓰던 손이
고마운 마음일랑 단 한 번 못가지고
오늘에 내려다보니 귀한 보물 바로 내손
〈특별 수록〉
여행
이 화 자 (74세)
파아란 하늘가에 맞닿은 저산 너머
친척집 갔던 길에 할머니 손을 잡고
돌부리 걷어차면서 찾아갔던 기억들
부산항 제일 부두 밤배에 몸을 담고
일본에 도착했던 중년의 여행지였지
말끔한 도로와 질서 감동어린 검소함
황혼의 여행지는 인도의 뉴우델리
대자연 빚은 쪽빛 강가에 염원기도
이 세상 마지막 한 줌 재가 되어 가는 것을
〈특별 수록〉
나무
신 태 련 (75세)
푸르른 싱그러움 뙤약볕에 반짝이네
너처럼 한껏 펼쳐 시원하게 푸는 구나
그 모습 웅장도 하네, 동네어귀 지키네
〈특별 수록〉
손
박 춘 자 (76세)
힘 빠진 자식 놈의 어깨를 툭 쳐주면
살짜기 웃는 모습 내 손이 마술이다
주름져 억세졌어도 그놈에게 보약이다
남편 손 잡아주던 고운 손은 어딜 갔나
지켰던 가정화합 두툼하게 굳어져도
그래도 칠십의 손맛 온 가족이 행복하다
〈특별 수록〉
나무
이 정 숙 (75세)
단 향기 풍겨내던 연약한 가지 끝에
실바람이 춤을 추면 갈바람은 옷을 벗고
그대의 방긋한 웃음 아름아름 잡힐 듯
어여쁜 유혹 속에 내 영혼 빼앗기고
섹시한 몸매 위로 가을비 뿌려대면
오늘은 무지개 타고 디스코 춤을 추네
〈백일장 後記〉
비 오는 날 이사를 하면 부자를 산다는 속담이 있다. 그러하듯 아침부터 뿌려진 초가을 비의 우려 속에 치려진 2013년「제17회 울산전국시조백일장」행사는 무사히 마쳤고, 참가자들이 제출한 작품 속에는 기성 문단에 내어 놓아도 좋을 수작들이 많아 대회는 성공적 이었다.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전년도 대회와 마찬가지로 미래의 시조텃밭을 가꿔야 할 학생 참가율이 날이 갈수록 낮다는 것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남았다. 이는 다소 사전 홍보부족도 있었겠지만 교육열에 치인 학생들이 시간 내기가 힘들었든 것과, 누구보다 민족혼을 불어넣어줘야 할 관계 교사들이 교육정책에만 매달리다 보니 시조부흥이란 의미에 너무 소홀히 대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이 부분은 앞으로 신중히 논의 되어야 할 사안이며 여러 각도로 방안을 강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그나마 이번 행사에 보탬이 된 것은 전국 각지의 예비 문사들은 물론, 울산문협 시민문예대학 수강생들이 대거 몰려와 울산시조의 앞날을 밝게 했다.
특히나 울산광역시 중구 노인복지회관 문화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에서 시조강좌를 통해 공부를 하는 할머니 세대가 단체로 참가했다는 것은 주목할 일이다. 이 할머니들이야 말로 제2, 제3의 시바타 도요가 되어 국시國詩인 시조로 인하여 국위선양도 할 수 있는 날이 오리란 믿음이 가니 말이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백일장에 상위 성적은 못 내었지만 이 할머니들이 제출한 작품 중 일부를 특별 수록하게 되었다.
우천에도 불구하고 대회에 참가해준 모든 분들께 다시금 감사드린다.
심사위원장 박영식
첫댓글 박영식 선생님 원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