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운포 사설
임 석
공단 하늘 물들이고 밤을 앓는 기계음들
볼트와 나사못이 붉은 울음 토하는 사이
빈혈증 아침 햇살은 깃들 자리 잃어갔다.
갈 곳이 마땅찮은 새떼들의 겨운 날개짓
야무진 믿음 하나 키워낼 겨를 없이
우리네 흩어진 삶은 또 어디로 향해 있나.
추적추적 빗소리가 지친 세월 다독일 때
풀씨로 돋아나는 키 작은 희망 하나는
그래도 추스러야 할 여백이 있기 때문.
수시로 불어닥친 눈 못 뜨는 황사바람
어줍잖은 명분 앞에 바다는 스러지고
문명의 역신을 블러 별신굿을 하는 포구.
*** 국제신문 신춘문예 출신 시조시인입니다.
개운포는 울산의 포구로 개운포성지가 있는
곳인데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공해와 환경파괴가
심한가 봅니다.
첫째 수엔 공해를 앓는 개운포를,
둘째 수엔 따뜻한 남쪽나라의 꿈,새떼들의 작은
희망도 흩어지고 있음을,
셋째 수엔 그래도 풀씨가 돋고 있는 희망의 작은 여백을,
마지막엔 문명이라는 어줍잖은 명분 앞에
별신굿을 하고 있는 개운포의 슬픈 운명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호흡도 길고 시상도 활달한 좋은 작품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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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의 [개운포 사설]
맷돌l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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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4.2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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