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 경매… 실제 전원생활에선 `후순위`
한 평생 아내 혹은 남편, 자식을 위해 달려온 베이비부머들이 본격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시대다. 적잖은 이들이 제2의 인생을 꿈꾸며 새로운 직업을 찾거나 자영업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은퇴 후의 삶을 목가적인 전원에서 찾고자 하는 이들 역시 적지 않다. 숨막히게 살아온 베이비부머 은퇴자들 중 상당수는 넓게 트여 있는, 그래서 마음까지 안정시켜줄 수 있는 노후의 보금자리를 꿈꾸는 것이다.
최근 경매시장을 살펴보면 이 같은 꿈을 현실화하려는 은퇴자들이 부쩍 늘었음을 알 수 있다. 농지와 전원주택, 펜션 등을 경매로 낙찰받아 전원 생활을 즐기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는 것이다.
1. 낙찰가율로 본 단독주택의 인기
이 같은 흐름은 주로 서울 근교나 경기도, 강원도 지방을 중심으로 발달해 있다. 구체적인 지역을 꼽아보면 강화, 가평, 남양주, 양평, 홍천, 이천, 여주, 광주 등이다.
이런 지역에 위치한 전원주택은 원래 삶의 본거지인 서울 및 수도권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전원생활에 대한 만족감과 심리적 안정감을 동시에 가져다 준다는 점에서 특히 높은 지지를 받고 있고 이들 지역 소재 전원주택들의 인기도 역시 상상 그 이상이다.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올 4월 들어 처음 경매에 나온 홍천군 북방면 소재 전원주택이 3개월 만인 지난 7월 중순 89%에 육박하는 높은 낙찰가율을 기록하며 주인을 찾았다. 법원 감정평가서에 따르면 이 주택은 통나무와 벽돌을 이용해 외부 인테리어를 마감한 복층형 단층주택으로 주택 전면에는 일굴 수 있는 밭이 있다.
옆엔 바비큐 파티가 가능한 널찍한 철골 차양막이 시공돼 있고 간이 화장실까지 딸려 있어 여럿이 모여 친목을 도모하기에도 그만인 물건으로 판단됐다. 결국 응찰자만 7명이 몰렸고 감정가 2억1830만원 대비 88.78%에 달하는 1억9380만원에 주인이 가려졌다.
같은 날 낙찰된 경기도 이천시 율면 소재 전원주택도 비슷한 경우다. 이 물건은 한적한 도로변에 위치해 있어 입지 측면에서 우월한 것으로 평가됐고 건물 자체도 남동향으로 깔끔하게 빠진데다 전면 뷰가 좋아 전반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소유관계는 불명이나 건물 뒤에 전답이 있어 마음만 먹는다면 역시 전원농경 생활이 가능한 여건이기도 하다.
감정가 1억8058만원에 나온 이 물건은 무려 10명이 응찰하는 치열하는 경쟁 끝에 1억8060만원에 낙찰됐다. 약 2만원에 불과하지만 감정가보다 더 비싼 `고가낙찰` 건이 된 것이다.
앞서 살펴본 물건들처럼 선호되는 지역에 자리잡은 전원주택 경매물건의 인기는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아파트 값이 급락하는 등 부동산불패 신화가 깨져버린 가운데 전원주택이 새로운 불패신화를 써내려 가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방증하듯 이천이나 홍천, 양평, 남양주 등에 위치한 단독주택 낙찰가율은 각 지역 평균보다 10%p 이상 높게 형성돼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7일 부동산태인 통계에 따르면 경기도의 경우 단독주택 낙찰가율이 67%에 불과했지만 양평과 남양주는 각각 76%, 이천은 81% 수준의 낙찰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대학생들이 즐겨찾는 MT장소로 유명한 가평은 단독주택 낙찰가율이 무려 89.96%에 달했다.
강원도 역시 비슷한 모습이다. 강원도 단독주택 낙찰가율이 72.18%를 기록한 가운데 각 지역별 낙찰가율을 보면 많이 알려진 홍천이 70.91%로 약간 낮았을 뿐 춘천이 81%, 화천이 88%, 정선이 99%를 기록하는 등 상당수 지역에서 강세를 보였다. 특히 횡성은 무려 116%에 달하는 낙찰가율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단독주택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낙찰가율도 오르는 추세지만 중요한 것은 전원주택의 가격을 투자개념으로 봐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본인이 은퇴해서 생활해야 할 집이기 때문에 본인의 여건에 부합하는 활용도를 지녔는지, 적절한 가격으로 낙찰받을 수 있을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가능성이 전혀 없는 맹지를 비싸게 사라는 게 아니라 실제 거주할 실수요자 입장에서 주택을 고르라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좋은 전원주택을 값싸게 사서 안돈할 수 있는 첫째가는 방안이 될 것이다.
2. 전원주택 취득, 복잡한 세금 어떻게 처리할까?
전원생활을 꿈꾸는 은퇴자라면 상당수가 내 집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전원주택을 낙찰받아 대금 납부를 마무리하는 순간 취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또 이렇게 되면 1가구 2주택자가 된다는 점도 함께 감안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세무적인 문제는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
먼저 취득세 부분부터 알아보자. 전원주택을 취득하는 시점에서 내 명의의 주거용 부동산(아파트, 빌라 등)이 있다면 낙찰자가 납부해야 하는 세금은 낙찰가액의 4.4~4.6%다.
낙찰받은 물건의 등기부상 면적이 85㎡ 이하일 땐 4.4%, 이를 초과하면 4.6%(농어촌특별세 추가)가 적용된다. 2주택을 보유한 상태에서 그 어느 주택도 2~3년 내에 팔 계획이 없다면 4.4~4.6%의 취득세를 납부한다.
전원주택 취득으로 다주택자가 됐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취득세 감면혜택은 없다. 다만 낙찰받은 후 마음이 바뀌어 3년 이내에 주택 중 하나를 처분하면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로 예외인정을 받게 돼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반대로 기존에 소유한 부동산이 없고(무주택자) 전원주택 낙찰가액이 9억원 미만이라면 절반인 2.2~2.3%의 취득세를 납부한다.
여기서 알아둘 점은 취득세와 양도소득세의 과세 주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취득세는 사람을 기준으로, 양도소득세는 세대를 기준으로 부과된다. 즉 1가구 1주택자가 등기부상 면적 85㎡ 이상의 새 주택을 취득할 경우 본인 명의로 취득하면 4.4~4.6%의 취득세가 부과되지만 배우자(무주택자) 명의로 취득하면 2.2~2.3%의 취득세가 부과돼 부담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현 시점에서 주의할 부분도 있다. 현재 양도소득세 예외인정기간은 3년으로 늘었지만 취득세 감면혜택을 받는 일시적 1가구 2주택자 요건은 아직 `취득 후 2년 이내 1주택 처분`이라는 점이다. 이는 양도소득세는 국세법, 취득세는 지방세법에 속하기 때문에 발생한 정책적 괴리다. 조만간 정리될 가능성이 크지만 아직 현실화된 것은 아니므로 주의가 요구된다.
만약 양도소득세 예외인정기간과 취득세 감면혜택 요건에 해당하는 기간을 동일시하는 `착각`을 저질러 주택을 2년 이내 처분하지 않았을 경우, 양도소득세와는 상관없이 감면됐던 취득세를 다시 내고 가산금까지 물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취득세 감면혜택 기준이 최종적으로 언제 어떻게 바뀌는지에 대해 관심있는 물건 소재지관할관청에 수시로 문의하는 것이야말로 보람찬 경매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다.
3. 쉽지 않은 전원생활, 미리 알아야 제대로 `안식`
드디어 전원주택을 낙찰받고 세금문제를 마무리했다. 들뜬 마음도 잠시, 너무나도 생소한 주변환경 탓에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어진다는 경험자들이 적지 않다.
지난 주 뉴스레터에서도 소개한 바 있지만 전원생활은 기본적으로 도시생활과 다르기 때문에 평소 지녔던 일상적인 생각과는 많은 차이가 난다. 여기서 생기는 갈등은 의외로 심각한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공동체 의식이다. 전원생활에서는 도시생활보다 더 높은 수준의 공동체 의식이 요구된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조언이다.
기본적으로 전원주택 위 아래, 측면에 자리잡고 있는 집들은 `한 동네 사람`이기 때문에 서로에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동네 주민들은 말 그대로 `토박이` 주민일 수도 있고 전원생활을 즐기려는 비슷한 처지의 은퇴자들일 수도 있다.
비슷한 처지의 은퇴자들이 모이는 동네의 경우, 주민들이 협력해 `경마장` 등 공동사업을 논의해서 추진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미시적으로는 수익사업이지만 거시적으로는 주민들이 살고 있는 토지와 건물 값을 상승시키는 전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전원주택 생활은 기본적으로 계절의 흐름에 따라 일을 해야 하는 시기가 있고 일손을 놓아야 하는 시기도 있다. 서로 도움을 주고 받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도시생활에서 익힌 개인주의적 생활관에 젖어버린 나머지 공동체 의식을 가지지 못한다면 동네를 겉돌 수밖에 없고 이는 꿈꿔왔던 `은퇴 후 안식`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전원생활을 시작한 경험자들은 이 같은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전원주택을 구입하기에 앞서 월세나 전세를 얻어 직접 살아보라`고 조언한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전원생활이 어떤지, 공동체 의식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 전원생활 자체에 적응을 할 수 있을지, 실제 주택을 구입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들은 무엇인지를 체험으로 알 수 있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상당폭 줄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후 전원생활에 대한 확신이 섰을 때 매매보다는 경매를 통해 저렴하게 집을 구입하는 것이 올바른 전략이다. 노후 대비가 돼 있다고 해도 비용은 최대한 절감하는 것이 나중을 위해 좋기 때문이다.
전원생활을 꿈꾸는 것은 쉽지만 꿈을 현실화하는 과정은 항상 그렇듯 녹록하지 않다. 따라서 정보를 모으고 경험담을 들어보고 실제 체험을 해보는 과정을 거치며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 비로소 원하는 전원주택을 낙찰받아 `안식`과 `평화`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