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행> 수천년 역사의 여로(旅路) 실크로드(Silk Road)(2)
3. 환상적인 경관의 천산천지(天山天池)
우루무치(烏魯木齊)에서 둔황(敦煌) 근처의 유원(柳園)까지는 기차로 11시간 정도 걸리고, 거기서 다시 버스로 둔황까지는 1시간 4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기차 출발이 저녁 9시 40분이라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마친 후 곧바로 우루무치 인근의 천산천지(天山天池) 관광길에 나섰다.
중국인들은 중국 북동부 길림성의 장백산 천지(白頭山 天池)보다도 이곳 천산의 천지를 더 높이 평가한다고 한다. 해발 2,000m 정도의 이 호수는 천산의 만년설이 녹아내린 물이 고인 호수로 산 아래의 황량한 사막 불모대지를 적시는 젖줄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불모의 뜨거운 벌판을 지나 천산이 가까워지자 계곡이 나타나고 계곡 속으로 푸른 나무와 숲이 나타나 눈이 편안해 진다. 계곡 멀리 푸른 초원이 나타나며 유목민족인 카자흐 족들의 천막집 빠오(Pao)가 보이고, 양떼와 소,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천지(天池)를 오르려고 좁고 가파른 계곡도로를 오르다보니 수천마리의 염소 떼들이 도로를 점거하고 오고 있어 수 십대의 관광버스들이 꼼짝을 못한다. 무리해서 비집고 가던 우리 버스가 기어이 염소 한 마리를 깔고 말았다. 염소 주인과 염소 값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느라...
우루무치의 천산(天山) 천지(天池) / 우루무치 홍산(紅山) 공원
천지(天池) 300m 쯤 아래 관광마을에 도착하면 이곳부터는 케이블카가 운행되는데 우리는 올라갈 때는 버스로 오르고 내려올 때 케이블카를 탔다. 케이블카에서 바라보면 수정처럼 푸른 소천지(小天池)도 보이고, 아름드리 전나무들이 하늘을 찌르고 울창하게 덮여있는 산봉우리들이 연이어 지나간다.
백두산 천지 2/3 정도의 크기라는 천산천지는 10여 대의 호화롭게 장식한 중국식 유람선이 관광객들을 싣고 호수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물빛도 너무 아름답고, 주변의 경관이 너무도 환상적이어서 잠시 넋을 빼앗겼다. 우리 일행도 유람선을 타고 20여 분 남짓 호수를 돌았다.
점심식사를 했던 관광마을은 갖가지 관광소품들을 진열한 가게들이 들어서 있는데 특히 이곳 지방 특산인 한약재인 동충하초(冬蟲夏草), 백사(白蛇) 말린 것, 석이(石耳)버섯 등을 전시한 한약방이 눈길을 잡는다. 돌아오면서 우루무치 시내 가운데 있는 홍산공원(紅山)에 들렀는데 잘 가꾸어진 낮으막한 산으로 숲도 잘 가꾸어져 있고 휴식을 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는데 삶의 여유가 보이고 표정들도 밝다.
우루무치 유일의 공원으로 토, 일요일이면 사람들로 무척 붐빈다고 한다. 공원의 꼭대기에 있는 3층 전시관의 맨 위층에 오르면 우루무치 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4. 황량한 사막도시 둔황(敦煌) - 그 인근의 유적들
우루무치에서 저녁 9시 50분 유원(柳園)행 밤기차를 탔는데 6인 1실, 3층 침대가 있는 기차로 2층이 내 자리인데 비좁기 그지없고, 가격은 비교적 저렴하다고 한다. 깜빡 잠이 들었는데 너무 시끄러워 눈을 떠보니 투루판(土魯番)인데 중국 단체관광객 떼거리가 올라타며 시끄럽기 짝이 없다. 비어있던 내 아래와 옆자리는 모두 중국 젊은 처녀들과 아주머니들이 차지한다.
아침 8시 30분에 유원에 토착하였으니 거의 11시간을 밤새워 달려온 셈이다. 곧 버스로 갈아타고 1시간 40분 만에 둔황에 도착하여 둔황양광호텔(敦惶陽光大酒店:Sunshine Hotel)에 짐을 풀고 아침을 먹었다.
예전 중국의 서쪽 끝이던 깐수성(甘肅)에 있는 둔황(敦惶)은 기원전 2세기, 한나라 때 세워진 도시이다. 훗날 실크로드의 시발점으로 번성과 영화를 누렸으나 지금은 인구 18만 정도의 소도시로 인근의 막고굴(莫高窟), 양관고성(陽關古城) 관광으로 명맥이 유지되는 사막 가운데의 작은 오아시스 도시이다. 이곳 깐수성(甘肅省)은 신장성(新疆省)에 비하여 경제가 매우 좋지 않다고 하는데 특히 도로사정이 좋지 않아 버스를 타고가다 보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
이곳은 사막(고비사막) 인근지역으로 모래바람이 특히 심하여 사주(沙州)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곳이다. 아침을 먹은 후 1시간 40분 거리의 양관(陽關)으로 이동하는데 뽀얀 고비사막의 흙바람 속으로 보수중인, 길도 아닌 길로 뽀얀 흙먼지를 일으키며 털털거리고 차가 달린다.
5. 중국 서부의 관문 양관(陽關)
양관은 작은 오아시스 옆에 세워진 중국 서부 관문으로 이곳을 개척한 장건장군의 기마상이 세워져 있다. 근처에는 박물관, 전시실 등 건물들이 세워져 있는데 근처에는 적의 침입을 알리는 횃불을 올렸던 당시의 봉수대(烽燧臺)만이 옛 모습 그대로 반쯤 무너져 내린 채 쓸쓸히 언덕위에 서있다. 붉은 언덕 위에 올라서 보면 아득히 멀리 사막 너머로 흰 만년설을 이고 있는 산줄기가 보이는데 치롄산맥(祁连山脈)이라고 한다.
실크로드의 시발점 양관고성 유적 / 당나라 대시인 왕유(王維) 시비
옛날, 이곳 양관을 나서면 타클라마칸 사막이 이어져 있는 죽음의 땅 서역(西域)으로, 살아 돌아오기를 기약하기 어려운 길로 알려졌다고 한다.
군인으로 혹은 장삿길로 이 양관을 나가면 살아 돌아오기가 쉽지 않아 눈물로 송별을 했다고 한다.
이곳에는 친구를 떠나보내는 슬픔을 읊은 당나라의 대시인 왕유(王維)의 동상과 시가 돌에 새겨져 있다.
送元二使安西<원이사를 안서로 보내며> 일명 渭城曲- 王維
渭城朝雨浥輕塵(위성조우읍경진) 위성에 내린 새벽비가 흙먼지를 적시네.
客舍靑靑柳色新(객사청청류색신) 객사에 푸른 버들 색깔이 더욱 더 푸르구나.
勸君更進一杯酒(권군경진이배주) 그대에게 다시 술 한 잔 권하노니
西出陽關無故人(서출양관무고인) 양관 서쪽으로 나가면 아는 사람이 없을 터.
당(唐)의 대시인 왕유(王維)는 절친이었던 원이(元二)가 안서도호부(현 돈황) 사절로 가게 되자 송별의 술잔을 기울이며 읊은 시다. 위성(渭城)은 현 산시(山西)성 함양(咸陽)의 옛 이름이다.
실크로드 천산남로의 시발점이었던 양관(陽關/천산북로의 시발점은 玉門關)은 이제 옛 영화를 까마득히 뒤로한 채 붉은 언덕위에 쓸쓸히 서 있고, 옆의 작은 오아시스 마을의 포도밭에는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매달려 사막의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향기로움을 더해가고 있다.
6. 고대도시 둔황(敦煌)
둔황 박물관 소장 불화(佛畵) / 백마탑
둔황의 관광꺼리 중 첫 번째는 모가오쿠(莫高窟)이고, 그 밖에 중국 서부의 관문인 양관(陽關), 백마탑(白馬塔), 박물관(博物館), 명사산(鳴砂山), 월아천(月芽泉) 등이 있다.
양관(陽關)을 본 후 둔황으로 되돌아와 백마탑과 박물관을 둘러보았다.
AD 386, 고승 구마라습(鳩摩羅什)이 불경을 실어오던 백마가 병들어 죽자 애도하여 세웠다는 커다란 탑으로 주위가 4각형 모양인 우리나라와 달리 둘레가 둥근 모양으로 상당히 높은 탑이다. 4세기에 세웠다는데 너무 완전하고 깨끗해서 조금 의심스럽다. 부근에는 자잘구레한 기념품을 파는 초라한 가게가 있고, 잠시 후 들른 박물관은 자그만 했으며 특별히 관심을 끄는 것이 없다.
저녁 식사로 제공되는 이곳 특식인 ‘낙타발(駱足)’ 요리에 기대가 컸는데 7명 한 테이블에 달랑 한 접시만 준다. 웬 강냉이 튀긴 것을 수북이 쌓아놓은 접시 한쪽에 푹 고아서 볶은 듯, 한 사람이 겨우 한 조각씩 맛을 볼 수 있었는데 흡사 소 도가니 같은 맛이었다. 사막의 배라고 일컬어지는 낙타는 발이 특히 커서 사막 모래에서도 빠지지 않고 잘 걸을 수 있다. 가이드 녀석은 내일 발목이 잘린 낙타를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너스레를 떨어 모두들 웃었다. 식사를 마친 후 야시장을 구경하였는데 제법 사람들이 북적이고, 기념품 가게, 먹거리 가게들이 시장 골목을 가득 채우고 있다. 중국지도 1장 12元, 낙타를 판자에 조각한 것 2개 10元씩, 그리고 실크 스카프는 160元 달라는 것을 깎아서 40元에 샀다.
또, 1000년 묵은 둔황 백단목(白檀木) 나무에 내 이름을 새겨주는데 30元, 낙타 조각이 매달린 열쇠고리 10개에 10元... 저녁에 발 마사지를 받으니 한결 피로가 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