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얼라순례 네번째 이야기 시작합니다 :)
수많은 분들의 응원과 사랑을 가득 안고, 든든한 마음으로 출발했어요.
열 다섯 시간동안이나 이동해야 할 정도로 긴 비행이였지요.
하지만 받은 사랑과 수많은 변수를 기회로 바꾸었던 기억, 그렇게 늘 새롭게 앞으로 펼쳐갈 나날 떠올리면 전혀 힘들지 않았답니다. ^^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용기, 어떤 변수가 닥쳐도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길 수 있었던 까닭을 잊지 않기로 끊임없이 다짐했습니다.
함께이니 두렵지 않다는 굳센 마음 다지며 비행기에 올랐어요!
영국에 도착한 뒤에는 열차 타고, 택시 타며.. 숙소로 이동했어요.
도착하니 어느새 늦은 시간이 되어, 다음 일정을 위해 푹 잤어요. ^^
도착한 다음날, 버스를 타고 두 시간 달려 도착한 이 곳은 ‘코벤트리’입니다!
저희는 이 곳에 있는 코벤트리 대성당을 찾아왔어요.
먼저 성당을 안내하시는 할아버지께서 우리에게 성당 곳곳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짧은 시간에도 풍성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서기 700년경 지어진 코벤트리 대성당은 세계 2차대전 중이었던 1940년 11월 14일 밤 폭격으로 폐허가 되었다고 합니다.
성당과 함께 568명이 사망했고, 4300채의 집이 파괴될 만큼 큰 폭격이었다고 해요.
성당이 파괴된 직후, 정말 신비롭게도 성당을 관리하던 석공은 무너진 성당의 잔해에서 지붕 목재 두 개가 겹쳐져 만들어진 십자가 모양을 발견했습니다.
이를 본 그는 성당이 다시 되살아나리라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은 파괴된 성당 터에 그 십자가를 세웠어요.
십자가 뒤에는 ‘용서해달라’는 문구를 새겼는데, ‘누구를’ 용서해 달라는 목적어가 적혀있지 않습니다.
이는 영국 또한 전쟁에 참여하고 있음을 기억하겠다는 문구가 되었습니다.
이 십자가는 코벤트리 화해 사역의 상징이 되었다고 합니다.
영국은 폭격을 기억하고 수많은 이들의 죽음을 기리고자 폐허를 남겨둔 채 옆에 새로운 성당을 건립을 결단했습니다.
재건을 시작한지 12년만에 성당이 완공됐다고 해요.
다양한 나라에 있는 수많은 이들이 마음을 모아 성당에 다양한 예술작품을 선물했고, 기금을 함께 마련해 주었습니다.
성당 안과 밖에서 함께 해주고 있는 다양한 예술 작품들
옛 성당 터에는 영국과 미국이 참혹하게 폭격했던 벨기에 브뤼셀에서 보내온 선물이 있어요.
이 선물에는 ‘화해는 기억하는 것이고, 우리는 전쟁을 기억하고 있다, 화해는 상대가 겪은 것을 기억할 때 이뤄진다’ 라는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코벤트리는 전쟁의 역사를 기억하고, 화해와 용서를 이루자는 뜻을 품고있는 공간이었습니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구분하지 않고, 용서를 구하는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성당 옛 터는 폭격으로 지붕은 없었지만 남아있는 벽과 잔해가 아름다웠어요.
지금 이곳은 다양한 공연이나 행사를 하고, 누구나 둘러볼 수 있는 공간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언제든 아이들이 찾아와 쉬어가고, 뛰어노는 곳이기도 하지요.
그저 전쟁이 끝난 뒤 남은 폐허가 아닌, 언제나 지역 사람들(그리고 많은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닿는 곳으로 남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전쟁이 없기를 기도하고 평화를 구하며 성당 옛 터에서 마음 모아 공연했습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궁금한 마음에 조금씩 저희 주위로 모여들었어요.
***유튜브 채널은 갈무리를 위해 임시로 열었어요. 일부공개로 나누니 영상 공유는 하지 말아주시길 부탁드려요. ^^
코벤트리 성당 수사님께서 우리가 이곳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고, 6년 전 유럽 순례 때부터 항상 함께해 주셨던 리차드님과 레슬리님,
그리고 지난 유럽 순례 때 뵈었던 틸리님과 따님 이사벨이 얼라 공연을 보러 멀리서 와주셨어요.
생명평화의 바람이 널리 퍼지길 바라는 얼라의 마음이 공연을 보시는 모든 분들과 성당에 전해지길 바랐습니다. ^^
공연을 한 뒤, 성당에서 계시는 분들과 함께 기도회 시간을 보냈어요. 언어는 통하지 않지만, 기도하는 마음은 같았습니다.
우리가 이곳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던 것, 이곳에 오기까지 겪었던 일들 속에서 받은 도움과 넘치는 사랑, 응원, 기도…를 떠올렸어요. 함께 고요히 감사하며, 마음을 모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유럽에 도착한 뒤 나눈 첫 공연이자, 함께 보낸 일정이었어요.
얼라와 함께해 주시고, 우리의 마음과 바람을 함께 느껴주신 수많은 분들께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겉모습도, 사는 곳도 너무나 다르지만 우리 소리로 하나됨을 느낄 때 벅차오름을 느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많은 분들께 소중한 도움과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를 기억하고, 힘 듬뿍 받으며 성당에서의 시간을 갈무리했어요.
앞으로 이어질 신명나는 바람도 힘차게 불며 나아가길 기도했습니다. :)
이어질 순례 이야기는 런던에서 보낸 일정입니다. < # 5 런던 공원 평화 공연 및 길벗 만남 > ! 기대해 주세요 :)
첫댓글 사진과 문장 따라 읽어가며, 함께 순례 다니는 기분. ^^ 공간과 사람과의 만남 모두 뜻깊어 보여요. 특히 리차드님 반갑네요 : ) !
리차드님, 레슬리님, 틸리님과 따님 이사벨과 만남을 통해 길벗으로 살아가는데 거리는 전혀 문제가 아님을 보게 되네요. 얼라의 풍물 공연이 그곳에 평화를 전했으리라 믿어요!
오랜 세월에 걸쳐 여러 생명들의 삶과 이야기가 쌓였을 그 곳, 또 하나의 이야기를 주고받은 과정이 아름답게 느껴지네요. 때론 대화로, 때론 소리로 주고받은 울림이 글과 사진과 영상에서 두루 느껴져요. 나눔 고마워요^^
화해는 기억하는 것, 상대가 겪은 것을 기억하는 데서 시작한다는 얘기가 참 좋네요. 아픔이 큰 만큼 거기서 피어나는 화해와 평화를 향한 갈망이 참 크다는 진리도 깨닫습니다. 기억하고 멀리서 찾아온 이도 찾아간 이도 참 멋지고 아름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