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그리스 로마신화
- 유시주
제우스의 아버지인 크로노스, 어머니인 레아를 포함해 티탄 신족은 모두 12명. 남신이 여섯, 여신이 여섯이었는데 프로메테우스는 남신 가운데 하나인 이아페토스의 아들이었다. 이아페토스에게는 아들이 셋 있었다. 맏이는 아틀라스였고, 그 밑으로 프로메테우스(미리 내다보는 자)와 에피메테우스(나중에 깨닫는 자)가 있었다. 아틀라스는 감히 대적할 신이 없을만큼 힘이 장사였고, 프로메테우스는 지혜롭고 신중했다. 막내인 에피메테우스는 이름 그대로 일을 저질러 놓고야 허겁지겁 뒷수습을 하는, 좀 철딱서니가 없는 신이었다
티탄 신족과 일전을 치르고 최고 지배자의 자리에 오른 제우스는 어느 날, 지상에 살고 있던 프로메테우스를 불러 명함
“아래로는 뭇짐승들을 다스리고 위로는 우리 신들을 섬길 인간을 만들도록 하여라”
제우스의 명을 받고 다시 지상으로 내려온 프로메테우스는 우선 질 좋은 진흙을 구했다. 그리고 거기다 물을 붓고 이겨서 신들의 형상과 비슷하게 인간을 빚었다. 지나가던 지혜의 여신 아테나가 나비 한 마리를 날려보냈다. 나비가 인간의 콧구멍으로 들어가니 비로소 인간에게 마음이 깃들이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인간이 태어나게 되었는데 이윽고 그들은 몇 배로 불어나 땅을 가득 채웠다.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의 전용 무기인 벼락에서 불씨를 옮겨붙여, 들고 갔던 막대기 속에 숨겨가지고 돌아왔다. 이튿날, 인간을 불러 모아 불씨를 건네주고, 나무와 나무를 비벼서 불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이 프로메테우스의 선물 덕분에 인간은 다른 동물들이 감히 넘보지 못하는 존재가 되었다. 음식을 익혀 먹을 수 있었고, 사냥용 무기와 농사짓는 연모를 만들 수 있었으며 아무리 추워도 거처를 덥혀 따뜻하게 지낼 수 있었다. 나아가서는 갖가지 기술을 개발하고 화폐까지 만들어 쓰게 되었다.
이 사실을 안 제우스는 노발대발했다. 신들의 전유물인 불을 훔친 죄도 죄려니와, 우쭐대기 좋아해서 신들에게 대들지 않을까 앞날이 걱정스러운 인간에게 그걸 주었으니 뒷감당은 누가 한단 말인가.
제우스는 당장 자신의 아들이며 대장장이의 신인 헤파이토스를 불러 청동 쇠사슬을 만들게 했다. 그리고는 프로메테우스를 코카서스 산꼭대기에 있는 바위에다 묶어 버렸다. 그것으로 분이 안 풀린 제우스는 독수리로 하여금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파먹게 했다. 독수리가 간을 다 파먹으면 그때마다 간은 새로이 돋아났다. 프로메테우스의 죄, 그것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었다
인간을 창조하고, 신에게서 불을 훔쳐 인간을 이롭게 하였다는 것만으로도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의 숭앙을 받기에 충분하였다.
독일의 극작가 프랑크 베데킨트의 희곡 가운데 (판도라의 상자)라는 작품이 있다. 이 3막짜리 비극의 주인공은 루르라는 여자인데 그녀는 남편을 두고도 연인과 밀애를 즐기는 가 하면 동성애도 마다지 않는 음욕의 화신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악을 한 몸에 구현하고 있는 여자이다.
유대교 경전 탈무드는 “여자의 충고에 따르는 자는 지옥에 떨어진다” 그리스의 극작가 에우리피데스는 “여자는 항상 남자의 앞을 가로막고 불행한 쪽으로 인도한다”는 금언을 남겼다. 사서삼경의 하나인 (시경)에는 “난리는 하늘에서 내리지 않고 부인네로 인하여 생겨나느니라. 아무리 가르쳐도 효험 없는 것, 그건 바로 부인네와 내시이니라”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처럼 여성을 타락과 불행의 근원으로 보는 습성에는 동서양의 차이도 없다.
인류의 타락과 불행의 책임을 송두리째 여자에게 전가하는, 이런 가당찮은 모험을 즐기는 사람들-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남자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흔히 갖다 대는 것이 바로 파노라의 이야기이다.
판도라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류 최초의 여성이다. 불을 훔쳐 인류에게 선사한 프로메테우스를 벌한 제우스는 이번에는 인간을 벌하기로 마음먹었다. 제우스는 헤파이스토스를 시켜 진흙을 이겨 여신의 형상대로 만들고 거기다 인간의 목소리와 힘을 불어넣게 하였다.
제우스는 이 여성에게 판도라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으니 ‘모든 선물을 다 받은 여자’라는 뜻이었다. 그런 다음 제우스는 판도라에게 예쁜 상자 하나를 건네주었다.
“이 상자는 내가 너에게 주는 선물인즉, 수명이 다할 때까지 절대로 열어서는 안된다”
상자를 볼 때마다 불같이 일어나는 호기심을 애써 누르던 판도라는 어느 날 궁금증을 삭히지 못하고 기어이 상자의 뚜껑을 열고 말았다. 판도라가 뚜껑을 여는 순간, 그때까지는 없었던 온갖 재앙과 질병이 쏟아져 나와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
이로써 판도라는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살던 인류에게 대재앙을 내리게 되었으며, 그 뒤로 인류의 절반인 여성은 판도라의 원죄로 말미암아 남성들로부터 갖가지 조롱과 경멸, 비난 때로는 저주까지 받으며 살게 된 것이다
상자 속에서 온갖 재앙이 빠져나가 는 걸 본 판도라는 놀라서 후닥닥 상자의 뚜껑을 닫았다. 그리하여 상자 속엔 오직 하나가 미처 빠져나가지 못하고 남았다. 그것은 에피로스, 즉 희망이었다. 그 덕분에 인간은 어떤 횡액을 당해도 희망만은 버리지 않고 사는 경건한 자세를 갖출 수 있었다.
“우리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엔 얼마나 많은 사악한 것들이 숨어 있는가. 그러나 인간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 한 우리는 그것들을 이길 수 있다. 어둠이 빛을 이기지 못하리라”
이것이 판도라가 인류에게 준 위대한 메시지이다
“희망이란 원래 있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고 또 없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것은 지상의 길과 같은 것이다. 땅 위에 원래 길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걸어가면 그것이 길이 된다”
-노신(중국의 사상가)
헤시오도스는 그리스인들이 믿었던 ‘세계의 시작’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태초에 카오스가 있었으며 다음에 생긴 것은 변함없는 만물의 터전으로서 넓고 넓은 가이아니라”
카오스는 누가, 또는 무엇이 만들어낸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거기 존재했으며 무한의 공간 속에 자리한 “잡탕으로 뒤섞인, 형태 없는 부동의 덩어리”였다. 그래도 그 안에는 만물의 씨앗이 잠재해 있었으니
가이아(카오스에서 나온 최초의 신)는 그 넓디 넓은 몸을 뒤척여 우라노스(하늘)와 폰토스(바다)를 낳았고 연후에 다시 우라노스와 교합하여 아들 여섯과 딸 여섯을 낳았다. 그 12남매가 바로 원시적인 자연력의 상징이면서 올림포스 신족의 앞 세대인 티탄신족들이었다.
12신중 하나인 크로노스가 아비 우라노스를 죽이고 12신중 여신인 레아가 제우스를 낳음. 제우스는 아버지 크로노스를 폐위시키고 올림포스 신족의 시대를 열음
아폴론은 태양의 신이며 디오니소스는 술의 신이다. 아폴론의 세계는 ‘이성’이 지배하는 세계요, 디오니소스의 세계는 ‘광기’가 지배하는 세계이다
비너스는 올림포스12 주신 가운데 하나인 사랑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로마이름이다.
트로이 목마란 정체를 숨기거나 위장한 채로 적진에 들어가 적을 함락시키는 스파이를 말한다. 당하는 쪽에서 보면 멋모르고 받아들였다가 그로 말미암아 큰 낭패를 당하게 되는 화근 덩어리를 일컫는다
트로이는 지금의 소아시아 터키 지역에 있던 왕국이었다. 그 트로이와 그리스 연합군 사이에 벌어졌던 큰 전쟁이 트로이 전쟁이고 10년에 걸친 그 긴 전쟁의 전말을 서사시로 기록한 것이 바로 호머의 (일리아드)이다
그리스 군은 우선 선단의 일부를 철수시켜 가까운 섬에다 숨겨 놓았다. 그리고는 거대한 목마를 만들어 그 속을 무장한 장수들로 꽉 채웠다. 이어서 목마만 해변에 남겨둔 채, 나머지 그리스군도 각기 함선으로 돌아가 완전히 퇴각하는 척 했다. 트로이 군은 포위가 풀리고 선단이 항구를 떠나는 것을 보고 그리스 군이 완전히 철수하는 것으로 믿었다.
그리스 군이 남기고 간 목마를 트로이인들은 성안으로 끌어들였다. 그날 밤 토로이 성에서는 승리를 축하하는 잔치가 벌어졌다. 모두가 배불리 먹고 마셨다. 트로이 병사들이 모두 술에 곯아 떨어졌을 때 목마 속에서 쏟아져 나온 장수들이 트로이군사와 백성들을 무참히 도륙했다. 이로써 전쟁은 그리스의 승리로 끝났다
그리스 신화에 소아시아 프리기아 왕국의 왕으로 등장하는 미다스는 손으로 만지기만 하면 황금으로 변함. 포도주를 마시려는데 잔도, 잔 속에 든 술도 금으로 변해. 빵을 먹으려 해도, 고기를 먹으려 해도 손을 대는 순간 모두 금으로 변해. 사방엔 금이 흘러넘치는데 미다스는 굶어죽을 판. 미다스의 황금 손은 이제 횡재가 아니라 횡액이요 저주였다. 미다스가 자신의 탐욕을 뉘우치며 탄식하고 있을 때 하나뿐인 딸이 아버지를 위로하러 내전으로 들어왔다. 슬픔에 겨운 나머지 미다스는 위로하는 딸의 손을 잡았다. 아뿔싸, 애지중지 길러온 귀여운 딸마저 황금상으로 변하고 말았다
“황금을 사랑하면 별이 있는 곳도 모르게 된다”는 격언이 있다. 물질에 대한 숭배는 곧 영혼을 가두는 감옥을 짓는 행위임을 알리는 경구다.
‘철학의 근본문제’에 대한 카뮈의 결론은 이렇다
“인생은 무의미하다. 그러나 살아야 한다”
제우스의 분노를 산 시지프스는 높은 바위산을 가리키며 그 기슭에 있는 큰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밀어 올리라고 했다. 시지프스는 온 힘을 다해 바위를 꼭대기까지 밀어 올렸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에 바위는 제 무게만큼의 속도로 굴러 떨어져 버렸다. 시지프스는 다시 바위를 밀어 올려야만 했다. 왜냐면 저승의 신 하데스가 “바위가 늘 그 꼭대기에 있게 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시지프스는 “하늘이 없는 공간, 측량할 길 없는 시간”과 싸우면서 영원히 바위를 밀어 올려야만 했다
다시 굴러 떨어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산 위로 바위를 밀어 올려야 하는 영겁의 형벌! 끔찍하기 짝이 없다. 언제 끝나리라는 보장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시지프스의 무익한 노동 앞엔 헤아릴 길 없는 영겁의 시간이 있을 뿐이다
고르디우스의 매듭
소아시아 프리기아 땅에 고르디우스 왕이 수도 고르디움 안에 있던 신전의 기둥에다 수레를 동여매었다. 이리저리 어찌나 복잡하게 동여매었던지 아무도 그 매듭을 풀 수 없었다. 고르디우스는 도무지 풀기 어려운 그 매듭을 두고 “이 매듭을 푸는 자가 아시아의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남겼다. 그 뒤로 한다 하는 사람은 죄다 한 번씩 매듭을 푸는 일에 달려들게 되었다. 하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알 수 없는 어려운 문제를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라고 하였다
기원전 333년, 동방 원정에 나섰던 알렉산더 대왕이 프리기아를 지나치게 되었다. 관례에 따라 알렉산더도 매듭이 있는 신전으로 안내를 받았다. 매듭을 이리저리 살펴 본 알렉산더는 쾌도난마, 칼을 뽑아 매듭을 싹둑 잘라 버렸다. ‘콜롬부스의 달걀’과 같은 해법이었다. 고르디우스의 예언이 헛되지 않아 알렉산더는 그 뒤 아시아의 대부분을 정복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주요 신들
(여신들)
가이아
카오스에서 나온 최초의 신. 대지의 신. 아들이자 남편인 우라노스와 결혼해 티탄 족을 낳았다
레아
가이아와 우라노스 사이에서 난 딸. 크로노스와 결혼해 올림포스 신족 6남매, 즉 헤스티아, 데메테르, 헤라, 하데스, 포세이돈, 제우스를 낳았다
데메테르
대지의 여신이자 곡식의 신. 제우스와의 사이에 딸 페르세포네를 낳았다
헤라
가정과 결혼의 신. 제우스의 아내
헤스티아
화로와 신전의 신. 가장 알려지지 않은 신. 처음엔 12주신에 들었으나 나중에 디오니소스에게 자리를 내어주었다
아테나
지혜와 공예, 전쟁의 신. 어머니 메티스가 제우스에게 잡아먹히는 바람에 제우스의 머리에서 태어났다
아르테미스
사냥과 달의 신. 제우스와 여신 레토 사이에서 아폴론과 쌍둥이 남매로 태어났다
아프로디테
사랑과 미의 여신. 바다의 거품에서 태어났다고도 하고 제우스와 바다의 정령 디오네 사이에서 태어났다고도 한다. 헤파이스토스의 아내
(남신들)
우라노스
최초의 하늘 신, 가이아의 아들이자 남편
크로노스
티탄 신족의 막내로서 아버지 우라노스를 거세하고 신들의 통치자가 되었다. 레아와 결혼하여 올림포스 신족을 낳았다
제우스
올림포스의 최고신, 번개와 천둥의 신. 여러 여신, 여성들과 관계를 맺어 많은 자식을 두었다
포세이돈
바다의 신. 여신 암피트리테와 결혼하였다
하데스
저승의 신. 데메테르의 딸인 페르세포네를 납치하여 아내로 삼았다
아폴론
태양의 신이자 입법자, 궁수, 예술의 신. 아르테미스의 동생
헤르메스
신들의 전령이자 여행자, 무역, 상업, 도둑의 신. 제우스와 여신 마이아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레스
전쟁의 신. 제우스와 헤라의 아들이라고도 하고 헤라가 혼자 낳은 아들이라고도 한다
헤파이스토스
대장간의 신. 헤라가 아비 없이 낳은 아들로서 절름발이다. 아프로디테의 남편
디오니소스
술과 황홀경의 신. 제우스와 인간인 세멜레 사이에서 태어났다. 헤스티아 대신 나중에 12주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