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용옥 교수님,
"나는 찐빵"이고, "진 용옥 교수는 앙꼬"라 한 이유를 아실 텐데요.
진 교수님 et al 은 IT-정보화의 큰 틀을 개발하고 확장하는 일을 하시니까 '앙꼬'이고 내 소관은 그
앙꼬를 담는 찐빵의 껍질과 같아서 진 교수를 '앙꼬'라고 불렀던 겁니다.
누리망의 정보를 그물 고에 꿰어야 할 정보화의 기술개발은 정보통신 기술진이 할 일이고, 그물 고에
꿰어질 글자는 "Visualization of Speech Sounds, 즉 Visible Speech Sounds"이어야 제자원리 따라
쉽게 배워서 쉽게 쓸 수 있다는 지론을 펴온 것입니다.
말하자면 "인지성음의 발성정보를 정확하게 글자로 가시화한 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정음-누리글
개발자 김석연의 지론인 것 아시지요? 찐빵의 앙꼬가 필요해서 내가 서울에서 누리글 강연할 때마다
객원 스피커로 청하였고, 오셔서 앙꼬 강의를 해주신 것 아닙니까?
누리글과 같은 음소표기의 자소(grapheme)를 가진 글자들이 ISO 10646 에 있는 것 보고 놀랐지요.
그런데 그 자소들을 초성에 쓰면서 여러 자소들을 모아 쓴 것을 보고는 한 자소로 만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발성정보/형상이 글꼴로 가시화된 것이 정음이요 곧 누리글이니, Place of Articulation, Manner of
Articulation 이 그대로 시각화된 바른 소리글-누리글의 글꼴 개발은 Fonts 만드는 전문가에게
맡기면 쉽게 됩니다. SIL 의 미국 대표기구가 Dallas 에 있고, 거기서 누리글 강연을 할 때 진 교수님
이 오시기까지 하셨지요.
그 SIL 강연과 workshop 에 참석한 이들의 코멘트를 기억하시겠지요?
"Since Korean Nurigeul is like a metric system we can easily transcribe human speech sounds the
way we pronounce. But what are you going to do people wouldn't use it?"
라고 했을 때, 내 대답이: 그 십진법-metric system 을 안 쓰는 나라가 미국하고 영국 밖에 더 있는가?
길이의 최소단위가 inch 이고 보니 인치보다 작은 단위에는 ½인치, ¼인치 하고, 16 아운스가 1
파운드 하는 식으로 기억부담이 큰 '비 십진법'은 사라지고 온 누리가 미트릭 시스템과 같은 누리글을
쓸 날이 올 것이라"고 대답해주었지요.
누리글이 바로 십진법과 같이 정음제자원리에 있는 '내재적 논리-Built-in logic'을 원용하면
최소단위를 확장-전환-생성하여 컬럼비아대학의 Ledyard 교수가 원전을 번역한 것처럼
"Universally Applicable(精而通)"한 정음제자원리 대로 음가표기가 된 누리글이 생성된 것입니다.
그래서 누리글을 쓰면 미트릭 시스템과 같이 기억부담 없는 만민정음이 되는 것이지요.
'언문일치'란 말, 소리와 글꼴이 일치한다는 말 아닙니까?
진 용옥 교수, 박 경윤 교수, 송 기중 교수님들이 보내온 회신자료들은 정보화를 위해 전문적으로
다루어온 유익한 내용이라, 경력으로 보아 존경스런 일들을 해오신 것에 경의를 표합니다.
그런데, "한국어의 정보화" 라는 말을 대할 때마다 찜찜한 것이: 한국어는 한국인의 고유 언어요,
한국인의 말을 국제적 차원으로 정보화하는 매개는 한국어-말이 아니고 글자-표기체계인데, "한국어
정보화" 란 말을 대할 때마다 '말'과 '글'의 혼동이 오고 불편을 느끼는 것은 내 직업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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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의 인지성음人之聲音을 정보화하는 관건으로 쓰이는 글자"가 나의 주 대상이니까 '바른
소리글', 곧 '정음'이자 '누리글'이란 차원으로 확장한 술어를 쓰는 겁니다.
옛날에는 "국어정보학회/국어정보화" 등의 술어를 서정수 교수님과 같이 써오셨는데, 국어는 어느
개별 나라의 말, 즉 National Language 라, 어느 개별 나라의 말이 왜 국제적 정보화의 대상이
되느냐고 진언했을 때 "한국어"라고 고치셨는데... 한국어정보화도 애매하기는 마찬가집니다.
'말'과 '글'의 술어적 구별을 잘 못 하고 있는 것이 한국 뿐만 아니라 어디서나 겪는 현실 입니다. 어떤
유명한 분이 내게 질문하시기를: "에스페란트도 실패했는데 누리글이 꼭 성공하리라"는 확신이
있느냐"고 물어본 일이 있었지요.
말은 그 민족, 문화, 역사, 세계관을 담은 '존재의 집'이고, '글'은 말을 실어 담는 '말의 집'이고,
'컴퓨터는 글을 실어 담아 나르는 글의 집이요 수레"지요.
진 용옥 교수님이나, 송기중 교수님이나, 박경윤 교수님은 '글을 실어 나르는 수레의 집'을
효율적으로 개발하시는 일을 하시는 것 아닙니까?
전신에서도 언급했지만, ISO 10646 에 등록된 300 여 한글자모의 음가표기가 있어야 말소리의
정확한 표기화에 한글자모를 갖다 쓸 수 있지 않겠습니까?
사실 컴퓨터에서 작업을 하다가 정확한 음가표기/음가전사가 필요할 때 삽입글자에 들어가서
글꼴들을 찾아보는데 그럴 듯한 글자들이 많이 있지만, 그 음가를 바로 모르기 때문에 갖다 쓸 수가
없었던 겁니다. 누리글을 쓰는 것은 126 IPA 음가로 판정된 소리값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각자의 견해나 각론을 펴는 일을 피해야 합니다. 37 년 정음연구의 외길을 걸어온
김석연은 '바른 소리글'을 개발해두어야 문맹족이나 무문자족이 누리글을 갖다 쓸 것이고, "누리글로
온누리가 글살이를 하게 하자"는 것이 세종과 김석연의 공통관심사입니다. 그래서 진 교수님은 나를
'마마님' 이라고 불러주셨지요.
정음 제자를 위해 왼쪽 옆얼굴을 Head Orientation 으로 잡았기 때문에, 입술 밖으로 내밀어진
혀끝이나 앞니는 다 왼쪽 끝에 붙어야 제자원리에 맞는 제자법입니다. 또 손으로 쓸 경우 g[g]
d[d] j [ʤ] b[b] f[f] v[v] x[] S[]는 두 글자를 쓰지 않고 한 글자로서 획을 연장하여
간편하게 쓸 수 있지요. 전에 정음셈틀 연구원의 사람은 "누리글을 보면 발음법이 보인다"라
고 감탄조로 말한 것이 기억나는데 '만국어를 표기하는 음성기호'가 되는 근거를 천명한 것이지요.
유니코드의 문제도 예를 들면: f 는 ᄺ로; v 는 ᄲ로; x 는 ㅨ 로; S 는 ㅧ의 유니코드 넘버를
쓰면 되는 게 아닐까요? 누리글의 Fonts Design 을 맡아주셨던 Sandoll Communication. Inc. 글꼴
회사에서 누리글 폰트를 맡아주셔서 한어성경을 누리글로 전사할 수 있었던 겁니다. 우리도 SIL 과
같은 정음-누리글연구소를 가지게 되면 Fonts Design 과 Programmer 일을 맡을 분들을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15 세기 정음청 운학자들처럼 우리도 한 마음이 되어 헌신함으로써 세종의 꿈을 이루어 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죽고 정음을 살리면 되는 일로 믿습니다. 협력이지요. 협력의 協자를 상기하면서
서로 힘이 되고 받드는 힘으로 재 탄생하는 우리가 되기를 원합니다.
2010 년 11 월 28 일
버팔로에서 김 석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