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기맥 1

[樂山者]

씰데없이 여기저기 서핑을 하다 아산기맥이 있고, 거기를 다녀온 사람이 있고, 우연히 알게 되었다. 어 어 이거 봐라 하면서 흥미를 갖게 되고 다녀온 산행기를 읽다 보니 회蛔가 동動했다. 나도 해 보자 1박 2일 50여Km!!!

그때부터 자료를 수집하고, 준비물을 기록하고, 같이 동행할 사람(홍 선기군)을  찾고...  그게 출발 4주전이었다.

아산기맥이란?

충청남도 아산시. 천안시. 공주시. 예산군 등 충청남도 4개 시.군에 걸쳐있는 산줄기로 아산시 배방면 크라운제과를 들머리로 하여 배방산~태화산~망경산~광덕산~봉수산~도고산의 산줄기를 이어서 도고면 도고온천역을 날머리로 하는 산행코스이다. 명칭은 기맥이지만 산줄기 이론에 따른 명칭은 아니고 약 50여 킬로미터에 달하는 긴 산줄기이기에 기맥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 같다.

아산기맥은 아산시에서  자기고향에  있는 명산을  알리고자 개척 및  등로를 정비하였고, 아직 타 지역 사람들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20여Kg의 배낭과 하루 20여Km의 거리는 국민(?)약골인 내게는 차라리 지옥훈련에 가까울 터, 연습과 훈련은 필수라 생각되었다(가소롭다 여길 사람이 많다는 걸 잘 안다만)

하여 비슷한 무게를 짊어지고 시간은 짧지만  가까이는 태조산, 광덕산, 망경산 멀리는 방장산..

시간 나는 대로 주간 야간 할 것 없이, 누구랑 할 것 없이  닥치는 대로 쏘댕겼다.

날 받아놓으니 등창 난다더니 계속 좋았던 날씨가 출발일 가까이 되니 기온도 뚝 떨어지고 급기야 출발 전날 저녁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비가 온다고 하질 않나 도대체 하늘의 도움이 없었다. 07시에 산행을 시작하기로 약속하고 차라리 일기예보대로 밤새 비오고 아침에 활짝 개기만을 바라며 잠을 청했다.

들머리에 06시 45분에 도착하니 비가 오락가락하여 비 그치기를 기다려  차 안에서 개기다가, 마음속으로 안전산행을 기원하고 7시 20분에 출발하였다.

언제나 그렇듯이 아직은 산에 적응하지 못한 몸은 찌부지하고 더구나 개시부터 급한 경사의 나무계단은  종아리부터 뻑쩍지근 하게 만든다.

숨이 턱에 닿게 오르다 보니 지나간 밤의 돌풍의 흔적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파릇파릇한 잎사귀를 등산로 이곳저곳에 흩뿌려 놓았고, 찢어진 가지, 쓰러진 나무가 간밤의 일진광풍一陣狂風을 말 해주는 듯하다.

미친 년 널뛰듯 불어대는 칼바람을 안으며 걷다보니 어느덧 배방산 정상에 닿았다. 08시 25분   361m

인증사진을 찍고, 빵 하나 먹고, 목을 축이고 출발.  10분이 훌쩍 지난다. 쉬는 시간은 항상 왜 이리 빨리 지나가는지...

 카터고개를 향해 가다가 15분쯤 왔나?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으로 들어섰는데, 아닌 것 같아서 오른쪽 오르막으로 올라가니  길도 넓고 등산 흔적도 뚜렷해서 계속 진행했으나 결론은 “여기가 아닌걔벼, 거기가 맞는걔벼 였다” (왼쪽에는 흑색 전선 주름관이 땅 속에서 간혹 보이는데 이 길이 맞다) 엉뚱한 곳으로 내려와서 카터고개 까지 가긴 갔는데,  카터 대통령이 어쩌구 저쩌구 지명에 대한 유래가 비문에 있었으나, 40분 이상을 허비했고, 동행한 애끼는 후배(홍 선기군)가 맥이 빠졌는지 말도 안하고 酒둥이가 조금은 나온 것 같아서 읽는 둥 마는 둥 했다.

아직도 바람은 매섭게 불고 햇볕도 나지 않고 낙엽도 두툼하게 깔려있고 꼭 11월 하순의  스산한 그런 기분이 드는 날이다. 태학산을 향하여 걷다가 삼각점이 있는 곳을 지난다. 10:00.  출발하여 처음으로 사람을 만났다. 고사리 꺾으러 온 나이 드신 부부인데 우리의 배낭을 보면서 깜짝 놀란다. 아마 잠자는 것을 생각 못했던 모양이다. 고사리가 작년보다 없다고 한다. 조금 더 가다가 천안에서 온 남자 둘을 만났다. 우리의 행선지를 말하니 잘 알고 있었는데 가보지는 않은 것 같았다.

태학산으로 가고 넋티고개로 가는 갈림길에 왔다.  10시 57분

태학산 정상으로 가지 않고 넋티고개로 향한다. 거의 내리막으로 지금까지의 길과는 다르게 조금은 수월하다.  25분쯤 내려가다 보니 벌목장伐木場이 나오는데  직진하면 안 되고 벌목장 시작되는 정면에서 바로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

터벅터벅 걷다보니 동네가 나오고 썰렁한 수철리 빙장氷場이 보이고 넋티고개가 바로 눈앞이다. 오늘 하루 사용하게 될 식수食水를 들머리에서부터 가져왔는데 이 동네에 오면서 느꼈다. 머리가 나쁘면 수족手足이 바쁘다고...

넋티고개 도착, 11시 50분

인증샷shot 한 방 때리고 오늘의 최대 고비!! 최대 난적!!! 망경산을 향한다. 평소에 다녀 봐도, 또 산행기를 읽어봐도 여기만 오르면 고생 끝 행복 시작이란다. 망경산을 오르다 보니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지난밤의 돌풍의 흔적도 적고 거짓말 같이 바람도 잦아들었다. 다만 새벽까지 내린 비 때문에 등산화에 흙이 묻어날 정도로 질척거렸고 미끄러움이 신경을 곤두서게 한다. 미끄러지고, 기어가고, 줄을 잡고 하다 보니 망경산 정상이다. 13시 00분. 애초에 계획 할 때 망경산 까지  5시간을 예상했었는데 길을 잘못 들어 허비한 시간을 계산하여 보니 대충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았다.

쉴 틈도 없이 바로 취사에 돌입한다. 취사炊事라야 라면이지만... 라면을 끓이고, 햇반을 데우고, 맥주 한잔하고..막걸리장사하고 몇 마디 나누고..휴지로 설거지하고... 55분이나 걸렸다. 출발한다 13시 55분.

망경산만 등정登頂하면 고생 끝나는 줄 알았는데 웬걸... 장군바위 가는 길도 만만치가 않았다. 더구나 내 뒤에 오는 사람을 앞서게 해 주려고 잠깐 한 눈 판 사이에 미끄러져 오른쪽 무릎을 땅에 들이박아  이때부터 고생이 시작되고 계획이 어긋나기 시작 하였다. 50분이면 갈 장군바위를 70분, 25분이면 갈 광덕산을 40분, 7시간을 예상한 광덕산을 8시간 20분만인 15시 40분에 오긴 왔다. 699m 생전처음 산 정상을 밟았는지 술에 쩔은 어린청춘들의 기성奇聲, 고성高聲이  온통 산을 시끄럽게 한다. 왜 힘들게 올라와 저렇게 과過하게 술을 처먹는지 알 수가 없다.

내가 좋아하고 자주 올라오는 광덕산에선 가장 조망眺望이 좋은 서귀봉에 오른다. 누구는 석이버섯의 석이봉石耳峰 이라 하고 누구는 칼바위라 하는데 지도에는 서귀봉이라 나와 있다. 평소에는 1시간 내외로 오르곤 했는데 오늘은 8시간 50분 만에 오르니 또 다른 맛이 있다. 물론 등로登路는 다르지만.....

이제 부터는 거의 내리막길의 연속이다. 아픈 다리를 질질 끌다 시피하고 걷고 또 걷는다. 앞에 간 애끼는 후배는 가다서다, 기다리다, 괜챦냐고 묻고 또 가고 서고 ... 그래도 업고 간다는 소리는 안한다. 사진 찍기도 귀찮고 그저 거리만 줄일 뿐, 빨리 끝나기만 바랄 뿐 아무생각 없이 졸랄 걷는다. 두 시간쯤 오니 금북갈림길인 것 같았다.  금북정맥 리본, 아산기맥 리본, 산악자전거 리본이 뒤섞여있어 이 길이 맞는지 틀리는지 헷갈린다. 아산기맥이 금북갈림길을 통과하는 줄 알았는데 거꾸로인 모양이다. 아무튼 리본 3개와 자전거 바퀴자국이 혼재混在하며 송전탑을 지난다.

 도로가 보이다 말다 한다. 자동차 소리가 들리다 말다 한다. 목적지에 거의 다 온 모양이다. 내리막을 내려선다. 도로가 보인다. 고개가 보인다. 이정표가 보인다. 광덕산. 7,.7Km, 봉수산 4.0Km, 각흘고개 213m  18시 40분.  11시간 20분 만에 왔다. 텐트에, 침낭에, 네四끼분 식량에, 반찬에, 쏘주에, 맥주에, 꼬냑에... 등에 지고...

길을 건너 봉수산 쪽으로 야영할 자리를 이리저리 찾아보았으나 묘지 있는 곳이 평평하고 바람도 덜 탈 것 같고 물 떠오는 곳도 가까워서  묘지 밑에 터를 잡았다. 물은 주유소에서 떠 왔는데 한 두 사람도 아니고 오는 사람마다 안 줄 수도 없고.. 떨떠름한 표정을 십분 이해 할 수 있다. 언젠가 기회 되면 기름이나 이빠이  넣어야 겠다.  주유소 사장님!!!  복 받을꺼유..

높은 산도 아니고 깊은 산속도 아니고 왜 이리 추운지 모르겠다. 내복에 우모복羽毛服까지  입었어도 후덜덜...   사월四月의 봄春밤을 어찌 지낼지 눈앞이 캄캄하다.

끓이고, 먹고, 마시고, 씻고(?) 잤다.

춥고, 굴신屈伸하기도 편치 않은 침낭 속에서 시끄럽기도 하고 상큼하기도한 새의 지저귐에  잠을 깬다는 건 그나마 행운이 아닐까 한다. 습기를 담뿍 담은 안개가 지독하다. 비비색을 적시고, 텐트를 적셨다. 어제 다친 오른쪽 무릎을 체크해본다. 오늘 산행은 포기다. 후배에게 미안하다. 훗날을 기약期約한다.

후기後記 

아침을 지어 먹고 1Km 쯤 걸어 내려와 공주 쪽(유구)에서 온양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구온양舊溫陽에서 내렸다.  거산 2리 에서는 1시간 간격으로 정시에 온양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한다. 시내버스 20분 거리를 11시간 20분 동안 걸었다.  뭔 짓거리인지...

들머리 까지 걸어갔다. 4.28 행사로 산악자전거 행렬이 줄을 잇는다.

 집에 일찍 들어가면 마누라가 깐본다고 해서, 조조할인早朝割引 영화 한 편 때리기로 합의하고 리암니슨 주연의 테이큰Taken이라는 영화를 4,000원 내고 3,000원짜리 딸기주스 홀짝거리며 40분 기다려서 보았다. 시종일관始終一貫 때려 죽이고, 쳐 죽이고, 쏴 죽이고, 화면 깨끗하고, 음향 죽이고 졸릴 틈을 안 주더라구  영화는 역시 극장에서 봐야뎌 하며 . 이 영화 전에 뭐 봤나 생각 해 보니 남부군南部軍을 졸면서 본 기억이...

어죽으로 점심 겸 해장하고 빈둥거리다  Apt 모델하우스에 가서 자재가 어쩌니 구조가 저쩌니 하다가 물티슈 받고 집에 오니 13시30분.

그나저나 2구간은 언제나 가게 될런지....... 메누리는 알래나..

일찍 왔다고 깔 볼 마누라는 어디가고 없었다.

한 줄로 요약하면 “졸라 힘들었지만 할 만 했다“

++ 대부분의 자료는 천안토요산악회에서 참고한 것이다. ++

++ 길잡이는 “자연보호 아산시”  리본을 표지로 삼았다. ++

[행복한날]

지도에....위성사진까지......대단하십니다.....^^*

[노고지리(민인영)]

후기잘쓰셨네요.전8월31일새볔4시부터10명이시작각흘고개1명오형제고개2명포기 나머지7명완주했습니다.15시간걸려저녘7시하산완료 당일산행은권하고싶지않네요. 고생하셨네요.

[백화]

후기를 보니 그림이 그려집니다^^; 내년 봄에도 한번 가보고 싶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