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웬만한 축산물이면 상표가 있다. 생산자가 누구이며 어떤 방식으로 생산된 제품인지를 명확히 밝힘으로써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다. 이처럼 축산물 브랜드화가 보편화되고 있는 가운데 도내 등록된 16개 돼지고기 브랜드 중에 유난히 돋보이는 사업체가 있다. '포크밸리'로 소문난 부경양돈조합(조합장 박재민·61)이다. 브랜드 돼지고기를 생산한지 15년째지만 고기생산 규모나 영업실적에서 경남부산지역 최대 규모다. 이 업체의 사업운영 비법이 궁금하다.
글 박효덕 편집위원 사진 부경양돈농협
105명 출발 조합원 391명으로 늘어
김해지역을 중심으로 105명의 양돈농가가 1983년 양돈전문조합을 설립한 뒤 1999년 8월 '포크밸리'라는 돼지고기 전문 브랜드를 출시했다. 그동안 성장을 거듭해 지금은 391명의 조합원을 두고 있다.
부경양돈농협은 지난해 90만 마리 분량의 고기와 육가공 제품판매로 1조6465억 원의 영업실적을 올렸다. 당기 순이익만도 102억 원을 기록했다. 조합원이 보유하고 있는 돼지 마릿수는 80만 마리로 경남부산지역 781개 양돈농가가 사육중인 115만 마리의 69.5%를 차지하고 있다.
양돈계열화시스템 덕분이다. 종돈 육성에서부터 새끼돼지 분양, 사육, 도축, 가공, 판매의 전 과정이 통일된 표준화 관리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조합원은 비육돈으로 상품성이 검증된 새끼돼지를 농협 종돈장에서 공급받고 농협이 운영하는 사료공장에서 제공하는 사료로 돼지를 키운다. 외부 사료가격의 불안정성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
그리고 조합원이 생산한 돼지는 농협이 운영하는 도축장과 육가공처리공장에서 고기와 가공식품으로 재탄생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공판장이나 직영점으로 유통된다.
사육서 가공-판매까지 계열화시스템 구축
부경양돈농협의 '포크밸리'가 소비자의 신뢰를 쌓는데는 품종선택, 육질관리, 사료급여, 축사위생관리에 농가와 농협직원간의 긴밀한 협업을 바탕으로 한다.
취재 중 질병진단센터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김해시 진례면의 한 조합원이 "돼지가 먹지 않고 호흡이 불규칙하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직원은 송수화기를 내려놓자마자 급히 현장으로 출동했다.
질병진단센터에는 센터장(수의학 박사) 1명과 전문 수의사 4명, 3명의 테크니션(technician)이 근무하면서 돼지의 건강진단에서부터 병성 감정, 정액 검사, 후보 돈 순치검사에 이르기까지 농가가 의뢰하는 각종 검사를 대행한다. 갑작스런 폐사를 줄여 농가를 보호하고 전염성 질환 대응 모니터링 역할도 한다. 부경양돈농협 질병진단센터는 검역검사본부가 전국 양돈협동조합 중 유일하게 병성감정센터로 지정한 곳이다.
양돈의 생산성 향상 노력은 전산시스템 운영에서도 확인됐다. 희망 회원농가로부터 전산화 관리방식 신청을 받아 사양관리 자료를 종합적으로 취합한 뒤 드러난 문제점에 대한 해결은 개별적으로 꼼꼼히 이뤄진다. 분뇨처리와 환기 등 축사환경에 따른 맞춤형 개선 방법을 제시하고, 사료공급의 경우는 성장단계별 사료의 종류와 필요량을 알려 고품질 돈육 생산을 유도한다. 농장경영분석과 정책자금 신청에 대한 정보, 그리고 농장신축과 관련한 설계와 인·허가 업무도 지원한다. 계열농가는 연간 이수해야 할 의무교육프로그램에 참가해 조합과 보조를 맞춘다.
이와 함께 부경양돈농협은 화재 등 뜻밖의 재난사고에 대비한 재해복구대책반을 운영, 연간 평균 17개 재해농가에 260여명의 인력을 지원하고 있다.
2000억 투입 축산물종합유통센터 건립 추진
부경양돈농협의 주요시설을 살펴보면, 우선 고성과 산청 두 곳에 '가야육종'이란 이름의 종돈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999년 설립 이후 한국형 종돈의 개량과 분양사업, 그리고 정액판매를 통해 연간 163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씨돼지와 모돈을 비롯해 현재 보유 중인 돼지만 1만4000여 마리에 이른다.
또 김해시 어방동과 주촌면에 각각 자리 잡고 있는 김해공판사업부(1997년 개장)와 부경공판사업부(2002년 개장)는 도축, 경매와 함께 도매시장 기능을 한다. 지난해 두 곳에서 40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들 사업부는 조합원이 출하한 돼지고기의 수급조절을 통해 농가수익을 안정화하는 역할도 한다.
1984년 포장육사업으로 출발해 지난해 22만7000마리의 브랜드 돼지고기 가공을 통해 1058억 원의 매출실적을 거둔 육가공사업부는 자체 판매장을 활용함으로써 유통단계 축소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1994년 준공해 연간 21만8000톤의 사료를 생산하는 사료공장(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역시 조합원들의 축산경영비 절감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2년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과 업무협약을 통해 '경제성 사료'를 개발했다. 기존 사료를 먹일 때와 비교해 고기 품질은 유지하되 성돈(110㎏) 1마리 기준, 2만5000원의 사료비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박재민 부경양돈농협 조합장은 "보다 위생적이면서 값싸고 품질 좋은 포크밸리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부경축산물공판장과 김해축산물공판장을 한곳으로 모아 최신 위생설비를 갖춘 축산물종합유통센터를 김해시 주촌면에 건립할 계획"이라며 "총사업비 2000억 원을 투입해 올 연말에 공사를 시작해 2016년까지 도축장을 먼저 건립한 뒤 2단계 사업으로 2018년쯤 육가공 공장을 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웃사랑 나눔활동도 활발
지역 양돈농가의 대표조직인 부경양돈농협은 이웃사랑 실천 자원봉사를 통해 지역사회 공헌활동도 활발하게 펼친다. 산하 공판사업본부(김해축산물공판장·부경축산물공판장)는 김해시자원봉사센터와 연계해 지난 3월 21일 포크밸리 돼지고기 400㎏을 지역소외계층 331세대 365명에게 나눠줬다. 부경양돈농협은 지난해에도 보훈가족 등 김해지역 이웃들에게 돼지고기와 가공식품 1370㎏(시가 1500만 원 상당)을 전달한 바 있다.
부경양돈농협직원들의 사진동호회 모임인 '매니아포토'는 지난 3월 22일 김해시 주촌면 소재 노인요양원인 '보현행원'을 찾아 이곳에서 생활하는 어르신들의 영정사진을 촬영해주고 봉사활동을 했다. '매니아포토'가 이곳 요양원에서 재능기부 봉사를 한 것은 올해로 5년째다.
자원봉사동호회 '포기나누미'도 지난 3월 8일 김해시종합사회복지관과 연계한 소외계층 반찬지원 활동을 가졌다. 김해시종합복지관이 지난 2011년 6월부터 짝수 달의 두 번째 토요일에 운영하는 '맛있는 토요일' 나눔행사에 9명의 동호회 회원들이 참여해 돈가스와 시금치무침, 멸치볶음 등의 반찬을 만들어 독거노인 34명에게 전달했다.
수상도 수출도 결국 '신뢰'가 바탕
'포크밸리'로 대표되는 부경양돈농협은
2실 5사업부 1자회사 조직을 갖고 있다. 미래전략기획실, 양돈종합지원실, 김해공판사업본부, 부경공판사업본부, 사료사업본부, 육가공사업본부, 금융사업본부를 두고 있다. 종돈을 생산하는 ㈜가야육종을 자회사로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경남과 부산지역에 축산물백화점과 명품관 등 직영의 직판장 7곳을 갖추고 있다.
각종 대회서 우수축산물 인정
2003년 제1회 축산물브랜드 경진대회를 시작으로 2005년, 2008년, 2009년, 2012년 5회에 걸쳐 대상을 차지했다. 2010년과 2011년에는 전국 최초로 '대한민국 명품인증 브랜드'로 선정됐다. 그리고 소비자시민모임으로부터 2005~2014년까지 10년간 우수축산물브랜드로 선정되는 등 '포크밸리'의 우수성은 민관(民官) 모두 인정하고 있다.
육가공품 홍콩과 몽골 수출
지난 2012년 12월 5일 홍콩 식품유통업체인 이유지나와 육가공제품 수출계약 체결을 통해 홍콩과 마카오 등에 5년간 500톤을 수출키로 했다. 올 들어 지난 3월에는 '포크밸리' 15톤을 몽골에 수출했다. 몽골시장 수출은 2003년 개척 이후 11년 만에 재개된 것이다. 부경양돈농협은 태국과 필리핀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고기생산 이력제' 시행
'포크밸리' 구매 소비자들은 생산자 정보를 언제든지 알 수 있다. 부경앙돈농협 홈페이지(www.pkpork.co.kr)에 접속해 생산이력정보란에 고기 구입처에서 제공하는 생산이력식별(인증) 번호를 입력하고 확인버튼을 클릭하면 돼지사육농장과 먹이공급처인 사료공장, 그리고 어디서 도축하고 가공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