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학원 1번지
요즘 그야말로 대치동 열풍이다. 학원 1번지인 대치동의 집 값이 5억 원을 호가하고 있을 정도이다. 이렇듯 엄마들이 비싼 집 값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치동으로 모이는 이유는 '노는 물이 달라야 인생도 달라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말 대치동은 노는 물이 다르다. 무려 300개의 학원이 몰려 있음은 물론이고, 그 속에 사는 사람들 또한 평범한 서민의 생각과는 거리가 멀다. 내 자식이 귀하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을까마는, 대치동 사람들의 자식 사랑은 유별난 편이다. 만일 그것을 사랑이라고 한다면……. 대치동에서의 영어 열풍은 가히 병적이다. 방학 때만 되면 서울 근교뿐 아니라 지방 각지에서 올라온 수강생들로 대치동의 영어학원은 늘 만원을 이룬다. 심지어 지금 당장 수강신청을 하더라도 테스트를 통해서 7월에나 입학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리고 학기중에 영어학원을 다니다가 방학중에 학원에 나오지 않는 학생들은 대부분 해외연수를 갔다고 보면 된다. 방학 때만이라도 해외문화를 익히게 해주겠다는, 본토 발음에 익숙하게 만들겠다는, 영어를 모국어와 동시에 가르치는 이중언어 교육을 하겠다는 학부모들의 결연한 의지인 셈이다. 물론 이런 현상이 대치동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영어를 하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는 등식이 머릿속에 자리잡은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라면 이런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다. 부모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분신과도 같은 자식의 미래를 밝게 만들어주겠다고 다짐하기 마련이니까.
학원에 보내도 엄마들은 늘 불안하다. 그러나……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아이를 학원에 보내보지만 왠지 불안하다. 잘하고 있는 건지, 다른 아이들과의 실력차이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는 엄마들은, 그러나 학원이나 방문 학습지 이외의 방법은 찾아내지 못한다. 왜, 영어에 자신이 없고, 스스로 영어를 잘 못한다고 생각하니까. 간혹 보다 적극적인 엄마들은 서점에 나가 제목이 눈에 띄는 영어학습서도 사고, TV나 신문지상에 자주 거론되는 강사의 세미나나 강연회에도 열심히 참석하곤 한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고 영어 교육 방법론을 알아야 학원비 본전이라도 뽑을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문제는 엄마들이 아이들의 영어공부 자체에만 신경 쓸 뿐, 영어학습환경 조성이나 적극적인 태도 만들기에는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그저 옆집 아이와 비교하는 것으로 아이의 영어실력을 짐작하고, 좋은 학원이라고 소문난 곳에 보내는 것만으로 아이의 영어실력이 향상된다고 믿고 있는 엄마들이 많다는 뜻이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고 했다. 엄마아빠가 매사에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아이들도 그렇게 되기 마련이다. 그런만큼 영어공부에 있어서도 단순한 비교와 유행을 쫓는 초조함을 버리고, 하나의 놀이를 하는 것처럼 즐겁게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처음에는 영어에 자신이 없기 때문에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아이 영어공부를 지켜보면서 자신의 영어실력도 키우겠다고 생각하면 그리 힘든 일은 아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 마음이 문제이고 시작이 반이다.
『내 아이 영어도사 만들기』에서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① 찬홍이와 지홍이를 영어도사로 만든 엄마의 실전 경험이 듬뿍!
“영어교육을 받은 한 사람으로,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과 엄마들을 지도한 영어교사로,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영어 교육자 과정인 테솔(Tesol)의 전공자로, 그리고 교육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 살아오면서 내가 얻은 경험의 산물들을 아이들의 영어공부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하는 엄마들에게 나누어주고 싶었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이야기들은 직접 아이를 키우고, 아이의 영어공부를 도우면서 얻은 결론들로, 정직하고 과장 없이 쓴 글들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영어를 잘하는 엄마에게는 영어교육에 관한 뭔가 특별한 방법이 있을 듯하지만, 이 책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리어 우리 아이가 처음 우리말을 배우듯이 영어도 그렇게 익히는 것이 좋다고 말하고 있다. 즉 한글 단어카드를 벽에 붙여 놓았듯이 영어 단어카드를 벽에 붙여놓고, 엄마가 밤마다 책을 읽어주었듯이 밤마다 영어책을 읽어주고, 재미있는 만화영화를 함께 보듯이 영어 비디오도 함께 보는 등, 영어를 익히는 과정은 우리말을 익히는 과정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엄마가 적극적으로 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찬홍이와 지홍이가 영어를 학습한 과정을 5단계로 구분하고, 각 단계별로 어떻게 영어를 익혀 나갔으며,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시키기 위해 어떤 방법을 썼는지, 그리고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자세히 언급해 놓았다.
② 초등학교 영어교과과정 분석과 문제점이 한 눈에!
제7차교육과정에서는 초등영어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문법으로 익히는 영어가 아니라, 우리말 같은 말로 익히게 하겠다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개정안에는 문제가 많다. 우선 선생님들의 수준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으며, 한 반의 정원이 너무 많아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점도 무시했다. 이런 문제점으로 인해 우리 엄마들은 아이의 영어공부에 사교육비를 더 많이 쓸 수밖에 없다. 사실 교과서도 문제다. 초등영어 교과서를 보면 알겠지만, 교과서에는 한글과 영문 같은 글씨가 거의 없다. 그래서 얼핏보면 마치 그림책 같다. 이런 책을 보면 엄마들은 기가 막힐 뿐 아니라 영어에 더 자신이 없어져, 아이들을 학원에 떠넘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학년별 영어교육 목표를 언급하면서 엄마들이 집에서 도와줄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할 뿐 아니라, 영어학원의 문제점과 외국인 강사의 자질 문제, 그리고 영어학습 환경 조성을 위해 부모가 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루고 있다.
③ 영어 말하기 대회, 영어 일기, 영어 편지 등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샘플들이 친절한 설명과 함께 한 가득!
요즘 아이들은 학교에서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늘 영어를 접하게 된다. 광고, TV, 책, 각종 영어 말하기 대회 등이 알게 모르게 영어를 익히도록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영어에 자신이 없는 엄마들은, 영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막상 아이의 영어공부를 도와주려고 해도 자신의 방법이 막연하고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내 포기하고 만다. 하지만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할 것은, 엄마가 적극적이어야 아이도 만사에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는 점이다. 엄마가 자신없어 하고, 흥미를 보이지 않는데, 어떤 아이가 영어공부를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겠는가? 영어 말하기 대회가 있다면 아이가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 잘하는 것을 뽐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영어가 의외로 쉽고, 영어를 알면 이런 재미있는 대회에도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그리고 엄마와 함께 영어 그림일기를 쓴다면 아이는 영어에 흥미를 느낄 수 있을 테고, 그럼 영어공부의 반은 성공한 셈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각종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입상한 학생들의 원고를 예로 들면서, 엄마들이 이것을 표본으로 용기를 가지고, 아이를 보다 적극적인 성격으로 만들기를 바란다.
④ 온가족이 영어도사가 될 수 있는 방법이 한 권에!
엄마아빠는 자신들의 영어실력이 형편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밟았다면 적어도 10년간을 영어를 접하며 살아온 사람들이 바로 우리나라 사람들이다. 10년을 공부했으면서도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한다는 게 창피하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만 공부하면 영어를 잘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엄마아빠가 조금만 용기를 내서 아이들과 함께 영어공부를 한다면, 엄마아빠의 영어실력뿐 아니라 아이들의 영어실력도 크게 향상될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엄마아빠와 아이가 함께 할 수 있는 영어공부법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온가족이 함께 하는 영어 동화책 읽기, 아침 저녁으로 나누는 영어 인사법, 방문 학습지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법, 차트를 만들어 온가족이 긴장을 늦추지 않는 방법 등을 예로 들면서, 영어는 결코 일상에서 떨어뜨려 익히는 것이 아니라 생활에서 익히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본문 소개
함께 하고 있다는 믿음이 아이의 영어 실력을 키웁니다 ―자전거 타기와 영어공부
아이가 자전거 타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을 생각해 보자. 처음에는 넘어지지 않도록 누군가 뒤에서 잡아주어야 한다. 아이는 누군가 잡아준다는 사실에 용기를 얻어 힘껏 페달을 밟아 앞으로 나아간다. 뒤에서 잡아주던 사람이 슬며시 손을 놓아도 아이는 혼자 힘으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다. 누군가 뒤에서 잡아주고 있다는 믿음이 아이가 자신 있게 자전거 페달을 밟을 수 있는 용기의 원천이다. 설령 엄마가 자전거를 탈 줄 몰라도 뒤에서 아이를 잡아주는 것만으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영어도 다르지 않다. 자전거를 배울 때 엄마가 뒤에서 잡아주는 것이 아이에게 힘이 되듯, 영어공부도 엄마와 함께 한다는 믿음만 줄 수 있다면 엄마의 실력이 다소 모자라는 것쯤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영어 발음에 자신이 없으면 테이프를 듣거나 비디오를 보며 함께 큰 소리로 따라하고, 혼자 영어공부를 하고 있으면 옆에 앉아 즐겁게 지켜봐 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큰 힘을 얻게 된다. 그것이 바로 살아 있는 교육이다. ― 에필로그 중에서
저자 소개
지은이 이은미
성신여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모교의 영자신문사 간사를 지내며 후배들에게 영작문을 지도했다. Bayer Korea에 근무했으며, 퇴사 후 고양시 화정초등학교·홍도초등학교·화수중학교 등에서 5년 간 영어회화를 강의했다. 성균관대학교 영어전문가 과정인 TESOL 프로그램을 우등 졸업했으며, 현재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하고 있다. 이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는 두 아이 찬홍이와 지홍이의 영어공부를 도우면서 절실하게 느꼈던 많은 것들을 영어 때문에 고민하는 엄마들과 공유하고 싶어서다. 이 책이 자녀들의 영어학습에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엄마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저자의 간절한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