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김진우 종주기

[김진우]

작년 종주로 인해 생긴 발목의 경계선이 사라질때쯤인 6월초에, 또다시 종주단이 떠오르고 말았다. 고등학교 2학년인 나는 이번 종주는 별로 참가하고 싶은 맘이 들진 않았으나 반습관적으로, 그리고 작년에 내가 꼬드겨서 참가한 장원이가 먼저 신청을 해서 같잖은 의리로 접수를 했다. 그러나 가기 별로였던 이유가 하나 더생긴게, 남중40명이 온다는 것이였다. 왜 이렇게 많이 접수하는 것인지. 이거 보고 진짜로 접수 취소를 생각하게 만들었었다. 종주가기 바로 전날, 그날 날씨를 보고 나는 확신했다. 이번 종주는 확실히 힘들겠다고.

1일차

이번엔 발대식 장소가 바뀌었다.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이였는데, 축구장이라길래 기대했으나, 열악이라는 표현을 쓰기엔 좀그렇고 다른 단어를 쓰자니 아쉬운 그정도의 환경이였다. 발대식 장소 변경부터 접수확인부터 물품 지급까지 다 살짝 변경되었었다. 옷을 갈아입고 조별로 앉아야하는데, 세상에 이렇게 더울순 없다. 물론 걷는게 더 덥지만. 처음부터 이렇게 더울 필요는 없었는데. 1조부터 10조까지 빼곡하게 앉아있는데, 어쩐지 올해는 별로 안내키더라. 내 앞에 앉아있던 사람이 기은이였는데 머리를 염색해서 혹시 기은인가 했는데 너무 달라져서 몰랐다. 이런저런 사람들 소개와 코스와 일정 설명이 있었는데, 당연히 집중안하고 빨리 자리이동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솔직히 바닥에 앉혀놓고 더운데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서 자세하게 보는 사람 거의 없다. 설명을 들어도 어디가 어딘지 모른다. 갑갑한 시간이 끝난뒤, 짐을 모두 들고 장소를 변경했다. 조끼리 모여서 친해지는 시간과 조깃발 조구호 조이름을 정하는 시간이 되었다. 나는 이 시간이 가장 어색하고 힘들다. 새로운 사람들은 만나는건 좋지만 그 과정을 힘들기에 싫어지는 것도 있다. 이럴때마다 작년 조원들이 그리워 지기도 하지만, 이사람들 역시 나중에 절대 잊지못하는 사람들이 될거라는 걸 알기에 너무 걱정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우리 조에 고2만 나포함해서 3명있었는데, 다 남자였다. 중3이 2명 중2가 2명 중1이 한명이였다. 솔직히 유빈이 처음봤을때 중3인 줄 알았다. 조합을 보고 참 친근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팀장님과 부팀장님 격으로 멘토님이 붙었는데, 조가 잘 굴러갈것 같다는 안정감이 느껴졌다. 조이름은 팀장님 아이디어로 출발하시조로 정하였고, 조 구호는 멘토형의 아이디어로 준비 출발이 되었다. 조 깃발을 만들적에는 모든 사람들이 소극적으로 참여했는데, 나는 꽃하나 그리고 말았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조이름, 구호, 깃발은 그 순간 이후로 제대로 생각하거나 제대로 본적이 없었다. 이후로 밥을 먹었는데, 이쯤되니까 생각이 드는게 식단이 매년 똑같은것 같았다. 발대식을 하프타임때 한다고 했는데, 그전 20분까지는 경기를 관람했다. 인천과 성남이 경기했는데, 나는 수원사람이고 축구팬은 아니기에 왠지 성남을 응원하고 싶어졌다. 하프타임 내에 이루어져야하는 발대식인지라,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했기에 대형연습을 했고 그건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발대식을 마치고, 조별로 발표를 하고 풋살경기장에서 텐트치는데, 빨리 쳐서 후라이까지 쳤는데 후라이는 치지 말래서 걷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빨랐던걸로 기억한다. 난 항상 한사람만이 잘 수 있는 가방놓는 곳에서 자왔다. 남들에게 안붙고 혼자 프리하게 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여기서 잔다 했더니 래건이가 괜찮겠냐고 물어봤다. 여기서 자본 사람만이 안다. 편하다.

2일차

갑자기 바뀐 불편한 잠자리는 일찍 일어나게 한다. 첫날밤의 숙면을 위해 그전날 2시간을 자고 와서 일부러 피곤한 몸을 만들려고 했던 나는 친구와의 카톡으로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난 것이다. 씻을라면 이시간 밖에 없기에 짐을 정리하고 세면도구를 들고 화장실로 향했으나 습하고 후덥지근한 화장실은 이미 사람들로 줄이 길었다. 이중에 머리를 감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보였는데, 굳이 머리까지 감아야될까 생각했다. 그렇게 까지 깔끔을 떨어야할까. 짜피 머리는 떡지고 얼굴은 땀에 젖는다. 종주앞에는 모두가 평등하다. 텐트를 접고 자루에 침낭을 넣지만 침낭말고도 다른걸 넣는걸 이전에는 며칠뒤에 말하지만 이번에는 첫째날에 그렇게 하지말라고해서 쫄아서 웬만한거는 다 가방에 넣었다. 뭐 걷기 첫날은 이정도는 괜찮으니까. 이른 아침에 출발전에 체조를하고 식염을 먹는다. 나는 내가 둔한건지 다른 사람들이 예민한건지는 몰라도 나는 물없이도 그냥 삼키지도 않고 잘먹었다. 솔직히 짜고 괴롭다. 10조인 우리는 맨뒤에서 출발한다. 날짜를 계산해보니까 마지막날에도 맨뒤에서 걷는다. 참 힘들다. 오전코스가 완전 바뀌었다. 승기천을 걷는걸 다른데를 걸었기 때문이다. 왠지 모르지만 잘 기억이 안난다. 어떻게 걸었는지도. 아마 난 앞쪽에서 걸었던거로 기억한다. 한가지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그건 지랄 맞은 날씨일 것이다. 정말 덥고 햇빛은 따가웠다. 그래서 그런지 일찍 지치고 물을 마시는 것도 많이 마시게 됬다. 그때 아마도 나 스스로 자꾸만 힘들다고 그래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대원 문제인지 무슨 문제인지는 모르겠는데 앞사람과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조금씩 뛰는일이 굉장히 많아졌다. 이쯤되면 걷는게 반, 뛰는게 반이다. 진짜 많이 비교했다. 이런 비교는 종주가 끝날때 까지 계속 되었다. 한 11시 쯤에 시계가 멈추었는데, 작년에도 종주에서 시계가 멈춰서 굉장히 불편했었다. 이번엔 2일차에 멈춰버리니까 더욱 싫었다. 내 시계는 종주를 싫어하는 것 같다. 해돋이 공원에서 점심을 먹는데, 해돋이 공원에 도착하기 전에 동산 같은곳에 오르는데 이곳을 오르는 이유조차 고민하기 무의미하다고 느낄정도로 싫었다. 밥을 먹고 공원 매점에서 콜라 한캔을 사 마신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랬다. 이번에는 거기에다 아이스크림 까지 더 먹었다. 쉬는시간이 짧게 느껴졌다. 아니 이건 기분탓이 아니라 진짜로 짧아진 것 같았다. 소래포구를 거쳐서 인천대공원까지 가는길은 이글거렸다. 매번 이때는 거리를 그리 길게 생각하지 않지만 걸어보면 '아 이렇게 길었지'하며 다시금 깨닫게 된다. 염전있는 곳을 걸을때는 흙길이라 하더만 흙길은 무슨 돌길이다. 걸을때마다 돌에 채이고 밟고해서 힘이 든다. 산타는 걸 싫어하는 나는 생각을 평온하게 할 수 있는 평지길을 좋아하지만 '앞으로 밀착'이란 그말은 나의 생각을 그만두게 만들었다. 걸을때의 이야기가 별로 없는데, 참 외롭게 걸었다고 이제와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여튼 도착을해서 텐트에 갔는데,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다. 큰 몽골텐트가 아니라 다른 텐트였는데, 습해서 곰팡이도 피고 그랬다. 그나마 벌레는 안들어오겠지 했는데, 이 텐트는 벌레가 안에서 기어나왔다. 산에서 본 벌레보다 여기서 본 벌레가 더 다양하고 임팩트있었다. 자기전엔 벌레와 사투를 벌였는데, 급기야 나는 베게로 집게벌레를 내려쳤다. 밥을 먹고 춤을 배우는데, 우리조는 레드벨벳의 행복을 춘다고 그랬다. 이번엔 모든조가 다 다른 춤을 배운다길래 많은 분들이 오셨다. 안무는 외워지는데 속도가 문제였다. 나는 걷는건 괜찮은데 춤추는건 좀 그렇다.

3일차

일어나서 오늘은 어디에 가는지 떠올려 보았다. 경인교대 부속 초등학교. 거긴 참 모기가 셌다. 오늘은 오전 내내 산만 탄다. 정말 싫다. 날씨가 더운탓인지 내 체질인 바뀐건지 땀이 이마 속에서 한방울씩 떨어졌다. 얼굴에 땀이 나거나 맺히지는 않는데 땀방울이 자꾸 떨어진다. 이때 우영이가 창백하고 얼굴에 땀이 엄청나게 맺힌채로 맨뒤로 뒤쳐지게 되었다. 분무기로 얼굴에 뿌려도 저렇게 맺히지는 않는다. 나는 우영이가 탈수가 올까봐 걱정되었지만 남 걱정까지 내 머릿속에 맴돌 여유는 없었다. 정말로 멈추고 싶었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다리가 많이 힘들었지만 억지로 옮길 수 밖에 없었다. 그때 문득 생각이 든건데, 난 이렇게 힘든데 다른 아이들은 더욱 더 힘들거라고 생각해봤다. 이런 생각은 이번이 처음으로 들었다. 긴 산행이 이어졌는데 이거 일부로 돌아가는 건가 싶었다. 택시도 아니고. 약수터를 중간에 지나치게 되었는데 뒤에 있어서 받지 못했다. 이럴 줄 알았지. 부평아트센터에 도착했을땐, 작년엔 진행중이던 공사는 완공이 된 상태였다. 작년엔 이곳에서 시계가 멈춘걸 확인했었다. 기억은 안나지만 매번 여기서 점심으로 비빔밥을 먹었다고 했는데, 이번엔 아니였다. 부평아트센터 건물안이 시원해서, 그곳에서 쉬었다. 장원이에게 부탁을해서 콜라를 뽑아 마셨는데, 장원이에게 미안했다. 이번에도 역시 쉬는 시간은 많이 주어지지 않았다. 오후 일정은 횡단보도가 많아서 이전보다 더 많이 뛰어야했다. 이후 부평 구청에서 휴식했는데, 이때 참 민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알게 뭐야 내가 편한데! 항상 음료수를 사마실때면 탄산음료를 선택하게 된다. 내 뼈가 걱정되었다. 부평역사 박물관에서도 쉬었는데 이때 나뉘어서 설명을 들었지만 중간에 빠져서 쉬었다. 쉬고나서 가는중에 비가 왔다. 점점 굵어지는 비였기에 우비를 써야했다. 홈플러스에서 쉬는데 옴짝달싹못하고 앉아서 쉬기만했다. 날도 덥고 비도 오고 우비까지 입었기에, 땀으로 젖든 비에 젖든 젖는건 매한가지 인것 같았다. 초등학교에 도착하기까지 비는 계속 내렸다. 운동장에 텐트를 쳐야하는데 비가오니까 설마 안에서 잘지도 모른다고 서 기대했으나 여자들만 안에서 자고 남자들은 건물 아래에서 텐트를 치고 잤다. 이정도면 상석이다. 그리고 종주단에서만 경험할 수 있지만 절대로 하고싶지 않은 천막 샤워. 샤워시간이 5분인데 들어가는데 1분 기다리는데 1분 씻는데 2분미만 정리하고 나오는데 1분이라 이제 좀 물 묻힐라고 하면 나오랜다. 샤워라고 하기 참 뭐하다. 교육을 받고 간식으로 수박을 먹는데 한접시가 빨리 사라졌다. 그렇게 두접시 먹은걸로 기억한다. 나는 기피제를 제대로 뿌리고 잤는 줄 알았는데 모기에 물리고 말았다. 그것도 얼굴에.

4일차

종주에 참가하면서 나에 대해서 몇가지 변한것이 있다면 그것은 등산을 싫어하게 된것이다. 등산은 숨도 차고 다리도 후들거린다. 허벅지가 터질것 같은데 쉬지는 못한다. 계양산도 오전내내 탄다. 점심도 산 내려오자마자 먹는다. 산을 오르면서 내가 갑자기 멈추거나 뒤로 넘어지게 되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봤지만 당연히 뒷사람이 다칠게 뻔하기에 이런 생각은 곧잘 그만두었다. 진짜 별에 별의 생각이 다 들었던것 같다. 숨차서 수다를 떨수도 없고. 나 하나 챙기기가 이렇게 힘들다. 다리가 후들거린다는 느낌을 받아서 쓰러지기라도 하고 싶었는데 내 다리는 쓸데없이 튼튼했다. 그렇게 튼튼하지는 않은데 말이다. 그러는 중에 유빈이의 다리가 정말로 떨리는걸 봤다. 이럴때마다 비교된다. 폭염주의보로 문자가 왔는데 남들은 에어컨틀어도 덥다는 날씨에 우리는 걷고 등산을 한다. 어쩐지 이번에는 별로 안내키더랬다. 여길 왜 4번째나 오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솔직히 생각이 안났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무슨 이유로 여길 왔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말도 안되지민 어쩌면 종주를 가는게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번에도 별로 가고 싶지도 않았는데 접수한게 아닐까. 남이 보면 왜 가냐고 할 것이다. 종주중에도 이런 얘길 몇번 들었다. 계양산을 내려와서 군부대에 있는 쉼터같은 곳에서 밥을 먹어야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들어가지 못하고 길바닥에서 먹어야했다. 메뉴는 비빔밥이였는데 이처럼 처절한 식사는 어디가도 없을 것이다. 먹고 차를 타고 고인돌로 이동하는데 차를 탈려면 조금 걸어가야 되는데. '다왔어' 페이크에 너무 많이 속은 유빈인 믿지 않았다. 차를 타면 여태껏 앉지 못한 편한 자리에 앉게 되는데, 하루 수면시간이 길어야 6시간에 해뜰때 내내 걷는 우리들은 졸음이 서해안 밀물처럼 밀려올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졸려본 것도 오랜만이다. 고인돌에 도착했을때, 내 기대를 절대로 저버리지 않는 것이 하나있다. 지랄맞게 뜨거운 태양인데, 여태 고인돌에 왔을때 구름이 진적이 없다. 정말로. 더군다나 올해는 날씨조차 더 더웠기에, 사람이 올 곳은 못된다고 생각했다. 이번엔 단장님께서 직접 고인돌에 대해서 설명해 주셨다. 또 금방 버스를 타고 민통선 지역으로 향했다. 버스에서 내렸을때, 훅 올라오는 열기와 내리쬐는 햇빛에 저절로 욕이 나왔다. 태양의 뺨을 한대 후려치고싶었다. 시원하게 걷는다면 시원하게 걸을 길이였지만, 날씨가 안따라주면 더할 나위없이 지옥길이였다. 눈은 시원하다 했는데 가늘게 뜨기 바빴다. 가다가 논에 노루인지 사슴인지 동물이 뛰어다니는 걸 봤는데, 내가 보라고 해도 아무도 못봤다. 양치기 소년이 된 기분이였다. 아니 양치기소년은 구라쟁이니까 좀 다를 수도 있겠다. 재난 문자가 와서 봤는데 폭염주의보라고 외출을 삼가하라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도 뙤양볕에 걷고있다. 누가 또 우리같은 고생을 한단말인가. 생각해보니 민우가 계양산 이후로 슬리퍼였다. 매우 힘들텐데 뒤쳐지는 기색이 하나도 없어서 놀랐다. 솔직히 얘는 종주단에 몇번 더와야 된다. 언덕 그늘에서 쉬었는데 그때 받아먹은 키위맛 쭈쭈바의 맛은 아직도 잊을수 없다. 하지만 종주가 끝나고 우리동네에 왔을땐 그 아이스크림은 찾지 못했다. 차에서 내려서 걸을때 왼쪽에 산, 오른쪽에 논이 있었는데, 서사체험장까지 가기 위해서는 그 반대가 될때까지 걸으면 된다. 항상 여기는 짧은것 같은데 길고 다온 것 같으면 몸은 매우 지쳐있다. 3km남았다는 표지판을 봤을땐 좋았지만 3km가 이렇게 멀구나하고 온몸으로 느꼈다. 그래도 차로 오면 빠를것이다. 도착해서 오리걸음을 걸었는데 정말 남을 탓하고 싶었다. 오리걸음의 악몽으로 다음번에 신청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서사체험장 역시 모기가 많다. 샤워도 물이 두번째로 차가웠다. 토끼도 있지만 솔직히 말해서 귀엽지도 않고 못생겼다. 별이 참 많았는데 이런건 강화도에 계신 할머니댁에서도 잘 보니까, 딱히 감흥은 없었다.

5일차

등산을 안한다. 그건 축배를 들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오늘은 오전은 논길 오후는 해안도로다. 산은 안타니 좋지만, 논길이다. 소름이 끼쳐야 하는데 너무 더워서 소름조차 끼치지 않는다. 논길이라고 생각해보면 일반인들은 짱구에서 나오는 가족들이 자전거타고 나른하게 달리는 그런 이미지가 떠오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종주단에서는 스릴이 있다거나 일촉즉발의 위험같은건 없지만 치열하며, 열악하다. 벼가 말라죽지 않는게 신기하다. 논길을 가기전 까지의 길이 있는데, 이길은 나에겐 마음의 준비를 하는 길이였다. 마치 캐리비안 베이에서 아쿠아루프를 타러 줄을 기다리는 그런 심정이였다. 상황이 전혀 다르긴 하지만 왠지 그런 생각이 났다. 햇빛이 너무 뜨거워서 그늘 밑으로 부는 바람은 한기로 느껴질 정도였다. 어찌 몇센티 차이를 두고 온도가 이렇게 차이가 난다는 말인가. 종주가 아니더라도 강화도에 외할머니,외할아버지가 계시기에 많이 봐왔고 많이 다녀봤다. 하지만 이건 다르다. 종주가 끝나고 강화에 갈때엔 조원들에게 논길 사진을 직접 찍어서 보내주면 그 반응들 보는게 은근 재밌다. 그 재미는 종주 끝나고 느낄 것이고, 일단 눈앞에 보이는 광활한 논길을 횡단해야 한다는 것이 나를 한숨쉬게 만들었다. 쳐다 볼 수 없는 태양과 그위에 벼와 함께 익어가는 우리는 마치 광파오븐을 연상시키게 했다. 논길을 가로지르면서 생각나는 일 같은건 없었다. 진짜 기억이 하나도 안난다. 하나 기억나는게 있다면, 우리가 바람을 등지고 걸었다는 것. 좌우로 꺾을 때마다 시원한 바람이 기지개를 켜게 만들었다. 그렇게 걸어서 내가면에 진입했을 때, 모든 간판에 '내가'가 붙어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내가 초등학교, 내가 경찰서, 내가 성당, 내가 마트... 등등. 만약 내가 초등학교를 영어로 한다면 I am elementary school인가? 한창 아재개그를 쓸데없이 연구 중이던 나는, 내가면으로 아재개그를 생각해 냈지만 힘들어서 말할 수 없었다. 내가 초등학교에서 조금 더 간 내가 성당에서 밥을 먹었다. 너무 더워서 많이 쉰다길래 잠이나 잘까하고 돌밭에 누웠다. 물론 매우 아팠고, 잠은 좀처럼 오지 않았다. 그러다 어쩌다 잠들어서 잤는데, 물어보니 15분 밖에 안잤다고 민우가 말해줬다. 그래서 더 자야지 하고 누웠는데 잠이 좀처럼 오지 않아서 그냥 일어났다. 그때 내가 봤던 것은 진수와 래건이가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건 게임을 떠나서 그냥 맷집싸움 같았다. 남는것도 얻는 것도 없다. 내 관점에서 보면 그렇겠지만 그들에겐 빅재미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모여서 누군가 나와서 이야기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계속 나오는 사람이 있으면 그때까지 쉰다고 해서 몇명 나가서 자기 할말을 했다. 그때 기은이가 나가서 말을 했는데 사실상 생떼아닌 생떼를 부려서 피자를 먹게 됬다. 2시가 조금 넘어갈때 까지 쉬었다. 해안도로를 가기 전에 큰 마트가 하나 있다. 작년에는 거기서 음료수도 사마시고 도넛도 먹고 그랬다. 하지만 올해는 그런거 없었다. 해안도로를 걷기 직전에 암모니아 냄새나는 건물 그늘에서 빽빽히 앉아서 많이 쉬었는데 이때 아이스크림을 2개나 먹었다. 이래도 되나 싶었다. 그리고 또 너무 많이 쉬길래 이래도 되나 싶었다. 그러나 도로위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를 보고 잘됬다는 마음도 있었다. 노랫말에서 아지랑이를 들어봤을때는 나른하고 늘어지는 그런 느낌이지만, 여기서는 지옥불이 아른거리는 것처럼 보인다. 30분 더 쉰다길래 앉은채로 잤다. 이때문에 남들 다 일어났는데 나만 앉아있었다. 딱히 누가 깨워준건 아닌데 왠지모를 분위기 때문에 깬 것 같다. 해안도로를 걸을때는 썰물이였는데, 바람이 잘 불어주었다. 하지만 난 손수건을 모자에 끼워서 뒷목과 볼까지 다 가린 상태였기 때문에 바람을 잘 느끼진 못했다. 해안도로가 끝날 때 쯤에는 화채를 먹었는데 그게 그렇게 맛있었다. 먹는게 좀 열악하긴 했지만. 우영이는 과일은 못먹는다고해서 그냥 음료수만 마셨다... 사실 수박은 채소이다. 다 와갈 때쯤 가방몰아주기를 했는데, 나는 게임에서 빠졌다. 남이 들어주는 것도, 남의 것을 들어주는 것도 싫었기 때문이다. 라고 말하지만 나는 나 스스로 게임운이 없다고 생각한다. 왠지모를 자부심까지 느낄 정도이다. 심도 중학교에 도착했다. 체조를 마치고 나니 어느순간 팀장님이 우리 곁에 와있었다. 언제나 그래왔다는 듯이. 밥을 먹는데 여유부리다가 빨리 먹으라는 말을 듣고 금방 올라갔다. 교육때 지금 까지 배워왔던 것을 리허설한다고 각 조를 무대에 세웠다. 이때 서현이를 볼 수 있었는데, 내 앞에서는 말도 수줍게하는 서현이였지만 무대에서본 서현이는 웃고 자신감 넘쳤다. 이런 애가 왜 내앞에선 그러는지. 맨 마지막으로 우리조가 올랐다. 인트로 부분에서 민우랑 반 바퀴 빠르게 돌아서 자리를 바꾸는게 있는데, 그때 돌면서 미끄려져 넘어졌다. 나의 육중한 몸체는 무대 바닥을 크게 울렸고, 사람들의 웃음과 시선은 모두 나에게 집중되었다. 다 끝나고 조원들 말을 들어보니 안무 까먹었는데 나 때문에 사람들이 까먹은걸 못봤다 하더라. 학교는 바꼈지만 샤워는 그대로. 건물뒤의 수돗가에서 샤워를 한다. 이때의 물 온도는 아주 시원했다. 더운 여름에도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는 나도 이정도 시원함은 매우 기분이 좋았다. 근데 이번엔 여자들 샤워시설이 더 열악한것 같았다. 내가 샤워를 마치고 빨래를 하고 탈수를 해도 아직 끝나지 않았던 것 같다. 간식을 대기하면서, 나는 밤하늘에서 별똥별을 본 것 같았다. 긴장도 안하고 있던터라 그게 별똥별인걸 인지하기 까지 몇초가 걸렸다. 만약 내가 본게 정말이였다면, 아주아주 순식간이였다. 소원을 못비는게 당연하다. 파지를 먹고 춤연습을 하는데, 진수가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았다. 이건 뭐 평소에도 그러니까. 근데 지 나쁜행동은 다 나한테서 배웠데.

6일차

작년에는 코피터져서 안올라갔다. 하지만 이번엔 내 모세혈관은 튼튼했다. 5시간도 안잤다. 이날은 올라가는 사람들은 짐정리를 먼저 해둬야 하기 때문에 짐정리하고 자던가 더 일찍 일어나서 짐을 정리하던가 해야했다. 나는 4시 30분에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일어났다. 목소리도 잠겨서 말을하면 변태같은 목소리가 나온다. 아직 동도 제대로 트기 전인 때라, 짐싸는 것도 쉽지 않았다. 나는 이 짐정리가 싫다. 내방 정리하기도 귀찮은데 이짐을 언제 다싸. 물론 나는 다 정리했다. 마니산은 교과서에서만 봤었는데 이 산을 오른다. 그것도 자유 등반이 아니라 앞으로 밀착과 같이. 솔직히 단군도 제사지내러 마니산 오르기 싫어했을 것 같다. 계단이 폭보다 높이가 더 높은데, 이계단 만든사람의 뺨을... 수많은 계단을 밟고 올라서서, 마침내 정상에 다다랐다. 정상에서 본 절경은 정말 좋았다. 수백만의 앞으로 밀착, 수천만의 보행중에 유일하게 이 정상만이 나의 일상을 잊게 해주었다. 그곳에서 본 뱀의 시체는 왜 이런곳에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아마 오후2시에 콘크리트 바닥을 기어가다가 너무 뜨거워 죽은게 아닐까. 충분히 가능성 있는 (개)소리다. 내려가는 건 자유랬다. 다만 먼저 내려가는 조가 밥을 먼저 먹는다고 하였다. 이 말에 몇몇은 빠르게 내려갔지만, 우리조는 천천히 갔다. 다리 아파죽겠는데 밥이 대수이랴. 내려갈때는 여길 어떻게 올라왔는지 신기할 정도로 길었다. 계단을 내려올 때마다 그 충격이 무릎에 전달되어 아팠다. 내려와서 밥을 먹는데 그마저도 재촉받았다. 오전엔 버스만 타니까, 오후엔 산하나만 타니까. 버스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역시 편한자리. 잠아 마구온다. 하지만 조원들에게 춤을 가르쳐야하는 나는 영상을 봤다. 내가 왜 가르치는 모르겠다. 이춤 역시 내 아이디어가 아니다. 왜 내가 한거지. 어디서 들었는데 아쉬운 사람이 더 일 많이하는거라고 했다. 아쉬울게 뭐가있지 진짜. 내 자신이 이해가 안됬지만 책임감이 있기에 어쩔 수 없다. 공항에 도착해서는 중국인인척 하고 싶었다. 공항의 이용 설명을 주로 들었는데 내가 제대로 안들은 것도 있겠지만 역시 어렵다 어려워. 나는 돈이 있어도 해외여행은 복잡해서 꺼려질 것 같다. 그정도로 복잡했다. 직원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우리조는 자리가 없어서 바닥에 앉을까 했지만 나는 무시하고 차피 인생 혼자사는거 혼자 먹앉았다. 메뉴는 잡채덮밥이였는데 입에 넣을때는 느끼하고 씹으니까 뻑뻑했다. 밥을 먹고 물통을 채우는 것은 포기하고 물마시고 자판기에서 콜라 뽑아 마셨다. 나와서 버스 대기하는데 공항 한켠에서 앉아있었다. 시원했지만 맨앞에 앉은터라 문으로 들어오는 사람들과 아이컨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최대한 불쌍한 눈빛으로 있었다. 물론 내 눈빛이 의도대로 그들에게 전달 되었을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버스를 타러 다시 이동하는데 여기저기서 불어오는 더운바람에 숨이 막혔다. 뭐 금방 버스타니까 상관없다고 생각하기엔 너무 심했다. 삼목부두로 이동했다. 거기서도 약간의 대기시간이 있었는데 비좁게 있었다. 유빈이가 나보고 왜 여친이 없냐고 물어봤다. 이젠 슬프지도 않다. 솔로여도 외롭지않고 할것도 이미 충분히 많다. 연애를 한다면 좋겠지만 삶의 행복은 다른 곳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있다. 이런 말을 할때마다 찌질해지는 것 같다. 배안에서도 잠시 쉬다가 춤을 연습했다. 솔직히 장기자랑 왜있는건지. 이때 진수가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았다. 솔직히 나라도 싫어했다. 장봉도에 도착해서는 산을 하나 넘는다. 그냥 길 따라 걸어가면 15분이면 간다. 근데 산을 하나 넘는다. 이래야 종주단이지. 첫날 빼고 하루도 날로 먹지 않겠다는 단장님의 의지인 것 같다. 물고기도 회로 먹으면 맛있고, 육회도 맛있는데, 왜 종주는 날로 먹으면 안되는건지. 이날 오후는 우리조가 쓸데없이 선두였다. 이 다음날 오전이 구읍뱃터로 가는길인데, 정말 지옥같다. 아니 지옥맞다. 우리조에서도 선두로 산을 올랐다. 그러니까 단장님이 바로 내 앞에 계셨는데, 이때 단장님의 종아리에서 통닭을 보았다. 옹암해변에 도착해서 텐트쳤는데 사진작가님이 들어오셔서 누웠다. 대화 하던중 LA에서 10년간 살다오신 것도 들었다. 한국인의 입에서 이런 영어발음이 나는 것을 처음 보았다. 연습을 했는데 역시 진수가 날 싫어하는 것 같았다. 단장님 형제는 웬만하면 같이 붙여놓지 않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놀았는데, 난  바닷물에 안들어갔다. 난 물놀이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다. 나와 민우는 벤치에 앉아서 있었다. 밥을 먹으러 가는길이 참 멀더라. 밥을 먹는 중에 기은이가 국토대장정을 가고싶다는 얘기를 했다. 다들 반응이 참... 나도 학기초에 반애들한테 국토대장정을 해보고 싶다고 말한적이 있기는하다. 나는 참 사서 고생을 잘 하는 것 같다. 다시 옹암해변으로 오는데 좀 빠듯하게 걸었다. 도착한 후 얼마 안가 장기자랑을 했는데, 내 마인드가 바뀐건지 정말 재밌게 즐기긴했다. 비록 우리조는 시원하게 말아먹었지만. 나는 남을 가르치는 것에는 소질이 없나보다. 이후 씻고 각조 텐트에서 마지막 밤을 보냈다. 이때 래권이가 민우의 속마음을 파헤치려 했지만 분위기 조절에 실패하고 말았다. 밖으로 나가기도 했는데 해변에서 정훈이를 만났다. 놀이터에서 구름다리로 턱걸이를 시도해 봤지만 3개가 한계였다. 이때 사진작가님이 아이스크림을 사주셨다. 이때 같이 있었던 4명만. 나는 장기자랑때 들었던 냉탕의 상어가 너무 인상적이여서 죠스바를 골랐다. 이후로 다시 텐트에 들어갔다가 잤다.

7일차

첫날과 초반에는 이 종주가 언제 또 다 가나하고 생각했었다. 중간쯤에는 미친 소리긴 하지만 정말 좋다고 좀 시간이 느리게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마지막 날에는, 그냥 이종주를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이 바벨탑 같았다. 바벨탑하니까 생각난건데 바벨탑을 세우는 멍청한 짓만 안했어도 우리가 영어를 배우는 그런 끔찍한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이다. 하여튼 기어오르려는 사람들이 문제다. 다시 종주기로 돌아와서, 마지막날은 일어나는 순간부터 짜증이 확 치밀어 오른다. 짐을 정리하고 텐트를 걷어야한다. 아주 빨리. 맘 같아선 빨리 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게 현실이다. 밥을 먹고 선착장으로 갔다. 대기시간 때 쿨패드를 붙여보았지만 금방 떨어졌다. 배안에서는 다들 앉아서 짧은 잠을 잤다. 배에서 내려선 쭉쭉 걸어야 한다. 나는 종주하면서 이길이 가장 싫었다. 가장 많은 대원들이 여기서 낙오하는 길이다. 개발지역인데 인천시에서 돈이 없다고 더이상 진행되지 않는 지역이다. 그늘조차 없었다. 초반에는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이 위로해주는 듯 불었지만 갈수록 잦아드는 바람이 내리쬐는 태양을 부각 시켰다. 진짜 너무한다 싶었다. 우리조는 더군다나 맨뒤였기 때문에 앞으로 밀착을 귀에 박고 걸어야했다. 그늘에 가서 쉬기 위해 길을 건너서 쉬는데, 작년에는 차를 탔던 장원이가 보였다. 나는 신기하고 반가운 마음에 장원이를 불렀다. 역시 매우 힘들어하고 있는 상태였고, 나 역시 그랬다. 몸에서 열이 분출된다. 그리고 또 열을 받는다. 걷는데 숨이찬다. 이날 오전은 정말 기억하기 싫다. 하지만 이런걸 잘 기억해야 내년에 다시오는 실수를 안할 수 있다. 구읍뱃터 도착후, 모두 물이 없는 상태였으나 물이 크게 한병씩 왔다. 구읍뱃터에서 월미도 까지는 많이 안걸린다. 하지만 배 안은 매우 시원하다. 여기 자판기는 별로 안시원해서 안마실라 했으나 진수가 들고 온것은 차가웠다. 월미도에 도착해서 공원을 지나서 차이나타운에 입성했다. 차이나타운은 참 싫은게 엄청난 경사에 좁은 곳에 차도 사람도 많다. 데이트 장소로는 괜찮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런건 내게 있어 아무래도 상관없는 생각이기에 눈물과 함께 증발시켰다. 종주단 오기전에 점심으로 짜장면을 먹었는데 인천 짜장면 진짜 맛있더라. 잘 모르겠는데 수원 짜장면은 드럽게 맛없다. 그래서 평소에 짜장면은 별로 맛있지 않은 음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인천짜장면을 먹었을때, 이게 맛있다고 느껴지는 것이였다. 갈수록 그생각은 커져갔다. 이번에도 짜장면이 맛있었다. 다 먹고 졸려서 눈이 막 감겼을 때, 건물 안에서 나와야 했다. 자유공원에서 향후일정을 들었는데 지하철을 차고 문학산까지 이동한다고 했다. 12회 때도 그랬다. 어떤사람은 종주단이 지하철 탄다고 뭐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지하철은 탄다는 것은 걸을 날씨가 못된다는 것이다. 역안에서 잠시 있다가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 평일 이른 오후라 그런지 사람들이 별로 없었기에 나는 앉아서 갈 수 있었다. 송도역에서 내려서, 단장님의 뭔 이야기를 들었는데 종주단 주제가를 만드는데 리듬파워를 섭외했다는 얘기가 들렸다. 오 대단하다. 생각해보니 리듬파워가 인천을 연고지에 두고 있다는 사실이 기억났다. 그들 앨범 제목중에 '월미도의 개들'이라는 앨범이 있다. 자 이제 문학산을 타야한다. 작년엔 폭우가 쏟아져 패스했던, 12회때는 배가 아파서 뒤쳐졌던, 종주의 진보스 되시겠다. 마지막이라는 희망은 나에게 오히려 독이 되었다. 마지막이기에 끝순간 만을 보고 그 과정은 모두 다 패스하고 싶었다. 문학산은 길게 생겼는데 우리는 끝부터 끝까지 넘어간다. 이 산을 넘을 때마다 생각했다. 이길은 누가 다 만들었을까 하고. 문학산을 넘어와서 우리는 조금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좀 걷다보니 서현이 어머님이 오셔서 서현이와 같이 걷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인사를 드리고 조금 대화를 나누었다. 발때문에 문학산부터 시청까지 올패스한 민우는 이자리에 없었다. 그래서 조원들 끼리 민우 얘기를 좀 했다. 유빈이에 대한 민우의 집착인지 애정인지 모를 행동들에 대해서 시원하게 얘기 하다가, 민우의 어록을 듣고 난 경찰에 신고할 뻔 했다. 세상에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시내를 지나고 시청에 가까워져 갔다.

이상한 빛이 창공을 가득 채운다.

대원들 너머에서 플래쉬가 비쳐 내려온다

나의 여정의 끝이 보이는 듯 했다.

나는 의지로 가득찼다!

시청에 도착해서 모자를 던지고 사진을 찍는다.

종주의 끝이다.

우는 사람들도 보인다.

.

.

.

그런데 내 부모님은 아직 안오셨다.

이번종주가 마지막이라고는 말 못할것 같다. 물론 내년에도 온다는 의미는 아니고. 4번째 종주를 마치면서도 걸으면서도 참 많은생각이 들었다. 비슷한 코스를 걸으면서 이때는 이랬지 하면서 작년, 재작년, 4년전은 기억나지 않는 것이 많지만 오버랩이 많이 되곤했다. 여태껏 내가 걸어왔던 길을 다시 살펴보고 되돌아보는 종주였다. 물론 힘들어서 그것에 집중이 잘 되지는 않았지만. 내가 여기를 4번째 온이유를 종주 처음부터 생각해봤지만 지금도 여전히 모르겠다. 여길 이유없이 오지는 않았을텐데 말이다. 방학의 1/4을 대가로 많은것을 경험하고 배우고 느꼈다. 남들은 사서 고생한다고 나를 나무라지만 이런 경험도 나쁘지 않다. 종주기를 올려다봤는데 너무 길다.

한줄편지는 안쓸거야

[래권]

넘길잖아이놈아

[오민우]

헐ㅋ

[수호천사문경숙 비상대표]

생생한 종주기 잘 봤어요

[박금환(의료팀장)]

종주기가 길다는 것은 그만큼 종주기간 내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또한 종주기간 동안 나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히게 되었다는 근거란다.
이제 종주 4년차가 되었고 내년엔 고3이라 어찌할지는 모르겠으나 사실 일주일 공부를 못하게 되었다고 대학진학에 문제가 될까. 그렇다면 할 수 없고
내년에 못오면 18회때 팀장으로 와.
내년에는 왜 이길을 걸어야만 할까 생각도 해보면서 걸어봐
왜 멀쩡한 도로를 놔두고 이 창후리 논길을 걸어야만 할까
그 논길이 가장 안전해서 그런단다
평상시에도 걸어봐. 강화에 나들길 20코스가 있어. 매주 한 코스씩 걸어볼레
난 지금 매주 한 코스씩 걷고 있다.

[홍기은]

ㅋㅋㅋㅋㅋㅋㅋㅋ꿀잼ㅋㅋㅋㅋ

[종주단장]

그러길래 참가신청할땐 좀 생각좀 하고 신청해야 된다니깐,,,,,거기다 중복 참가하는거라 한번도 참가안한 애들한테 기회를 줘야지,,,그치? 고생했당~!!!

[반유빈]

제가 노안이라서가 아니라 어른스러워 보여서 중3으로 본거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