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은 더글라스 아담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패러디^^
여러분, 이게 뭔지 아시죠? 초등학생도 이게 뭐냐고 물어보면 다 대답할 정도로 유명한 돌하르방이죠. 현무암을 쪼아 만든 석상인데 할아버지를 닮았다 해서 '돌로 만든 할아버지'란 뜻을 갖고 있는 돌하르방입니다. 위엄 있어 보이기도 하고, 무서워 보이기도 하고, 어찌 보면 익살스럽기도 합니다. 전 이 돌하르방이 좋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지난 봄부터 돌하르방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곤 했습니다. 덕분에 이런 발표를 하게 되었네요.
우석목, 무성목, 벅수머리, 돌영감, 수문장, 장군석, 동자석, 망주석, 옹중석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다 1971년에 제주특별자치도 민속문화재로 지정되면서 '돌하르방'으로 통일했습니다.
돌하르방이 언제 처음 만들어졌는지 기록을 보면 조선 영조 때랍니다. <탐라기년>과 <증보탐라지>의 기록을 보면 당시 제주에 흉년이 자주 들어 굶주리거나 전염병으로 사람들이 많이 죽었습니다. 그러자 항간에는 죽은 이들이 원귀가 되어 살아 있는 사람들을 괴롭힌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죠. 사는 게 힘들면 그런 유언비어가 더 많이 생기죠. 이 소문을 잠재우려고 당시 제주목사 김몽규가 돌하르방을 만들라고 지시했죠. 육지에서는 나무가 흔하니 나무로 장승을 만들었지만 제주에서는 돌이 흔하니 돌로 만든 거죠.
현무암으로 만든 돌하르방의 키는 130~180cm까지 조금씩 다른데, 제주목의 것이 가장 커서 평균 187cm, 성읍 141cm, 대정 134cm 정도이고, 체형은 대부분 이등신으로 조각되어 있습니다. 부리부리한 눈과 길쭉한 코 등 큼직한 이목구비에 소박하고 해학적 표정을 짓고 있으며, 모두 둥근 벙거지를 쓰고, 두 손을 배 위에 올려놓고 있습니다. 오른손이 위에 있는지, 왼손이 위에 있는지에 따라 문관과 무관을 구분 짓는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지난번에 우연히 여기서 대한민국 명장 제53호 석공예 명장 송종원 석장을 만났을 때 들어보니 근거는 없답니다.
이렇게 만든 돌하르방을 제주목, 정의현, 대정현의 성문 입구에 세웠습니다. 제주읍성의 동문/서문/남문 밖에 각 8기씩 24기, 정의현의 동문/서문/남문 밖에 각 4기씩 12기, 대정현의 동문/서문/남문 밖에 각 4기씩 12기 등 48기를 만들었습니다.
이 48기의 돌하르방은 크게 세 가지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첫째는 육지의 장승처럼 성문 앞이나 마을 입구에 세우는 수호신의 기능입니다. 2기씩 서로 마주보게 배치해서 문지기처럼 마을과 주민들의 안녕을 책임지는 수호신 역할을 했습니다.
둘째로는 주술 종교적 기능입니다. 마을의 경계에 세워 방사 기능을 가졌던 거욱대처럼 악귀의 침범과 재난을 막아주거나, 아이를 못 낳는 여인이 돌하르방의 코를 빻아 먹으면 아이를 잉태할 수 있다는 속설처럼 소원을 비는 대상의 기능도 있었죠.
셋째는 금지나 경고 등을 표시하는 기능입니다. 성문 밖에 세워졌다는 것은 성의 위치를 알려주는 표지 기능과 성의 안팎을 나누는 경계 표지 기능도 지녔다는 겁니다. 동시에 외부인들의 성문 출입을 제한하는 금표적 기능도 있구요. 일부 돌하르방 중에는 기석에 정낭을 걸쳐 놓은 것으로 보이는 구멍이 뚫려 있는 데 이걸로 오가는 걸 관리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돌하르방이 사라지기도 하고, 자리가 옮겨지기도 하면서 혼란을 겪다가 현재 제주에는 제주시에 21기, 성읍과 대정에 각 12기씩 모두 45기가 남아 있습니다. 제주시내에는 관덕정과 삼성혈, 제주대 박물관에 각각 4기씩,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제주시청, KBS제주방송총국, 제주목관아에 각각 2기씩 그리고 이곳 돌문화공원에 1기 이렇게 21기가 있고,
서귀포시 성읍민속마을과 추사관이 있는 서귀포시 대정현 성의 동/서/남문 밖에 각각 4기씩 24기가 있습니다.
제주읍성 남문 밖에 있던 1기는 분실되었고, 제주읍성 동문 밖에 있던 2기는 서울 국립민속박물관 입구로 이전해서 전시 중입니다. 제주의 돌하르방이 고향으로 돌아오게 하려고 송종원 석장님이 이곳에서 서울에 있는 돌하르방 2기와 교체할 만한 것을 열심히 만들고 계시죠.
돌하르방은 제주의 상징입니다. 제주의 문화 관광을 기획할 때는 물론이고, 세간에서 제주도를 상징할 때 가장 자주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돌하르방입니다. 건물 앞에도, 다리 위에도, 바닷가에도 다양한 모양으로 구현한 돌하르방을 볼 수 있고, 제주 관광 기념품을 판매하는 매장에는 돌하르방을 모티브로 한 열쇠고리, 머그 등 소품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비타500의 제주 온리 제품인 광도르팡은 제주공항과 제주 소재 하나로마트에서 판매하는데, 인기있는 기념품입니다.
하지만 제주 돌하르방에 대한 조사를 하면서 느낀 것은 제주 돌하르방의 수호적, 주술적 역할과 문화적 가치에 대한 진지한 컨텐츠가 거의 없다는 겁니다. 돌하르방이라는 컨텐츠가 지니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앞으로 어떻게 제주 문화관광 컨텐츠에 반영할지가 우리에게 던져진 숙제입니다.
첫댓글 시연할 때도 느꼈지만 그 많은 돌하르방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찍으셨다니 대단하십니다. 이렇게 사진을 보니 다 천차만별, 너무나 다양하고 역사적으로, 예술적으로 가치가 훌륭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돌하르방 하나하나 보는 재미가 있어요. 신혜연선생님 덕분에 돌하르방의 가치를 깨닫습니다. 감사합니다.
돌하르방도 제주시 돌하르방에 비해 정의현, 대정현 돌하르방은 더 토속적이고 친근한 느낌이 있네요.
예전에 "시에따이", "촌에따이" 이렇게 얘기 했었는데 돌하르방도 "촌에돌하르방", "시에돌하르방" 이렇게 말씀하셨을 듯합니다. 예전 제주 선조들이요 ㅋ
하하하. 시에돌하르방. 재밌네요. 그쵸? 정의현과 대정현 것이 좀더 토속적이에요.
돌하르방을 하나씩 볼때는 크게 다른걸 못느꼈는데 이렇게 한꺼번에 비교하며 보니 마을 마다 다른 표정 ,다른 모습인걸 새삼 느낍니다.
이런 방대한 사진을 일일이 사진 을 찍으신 신쌤 대단 하십니다.^^
그열정이 다시금 부럽고 존경스럽네요...
돌하르방을 보며 소원을 빌었던 선조들처럼 돌하르방 사진을 보고서라도 울문탐10기생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길 빌겠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아유. 고맙습니다. 전 선생님 산담 이야기가 너무 유익했어요. 파묘에 버드나무 달걀 3개. 달걀이야기 아주 재밌었어요.
많은자료 사진과함께 세세히올려
주셨네요~~~ 담에 돌문화공원
가게되면 마니생각날거같습니다
돌하르방 시연만올리셨네요???
수고하셧습니다 ^.^ ^.^
회장님 덕분에 한 학기 즐거웠습니다. 시연에 대한 전체 리뷰는 하봉수샘이 하실 거고, 각자 본인이 시연한 자료를 올리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6월 1일에 올레 명예의 전당에 오르셨죠.. 3개월만에 올레 완주하시고,
제주에서 이제 무얼 하실거예요 하고 여쭈니
돌하르방을 찾아다닐거라 하셨었는데
그 목표도 이루셨네요.
정말 한다면 한다신 혜연 입니다!!!!!
에궁. 그 날짜, 내뱉은 말 다 기억하시니. 앞으로 말할 때 조심할래요. ㅎㅎㅎ
아주 훌륭한 기획 탐방을 하셨어요.
책을 낼 때 좋은 소재가 될듯 합니다.
서울에 간것 또한 굳이 가져오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해요.
세계로 뻗어가는 시기에
국립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것도
멋지고 자랑스럽지요.
훌륭한 이야깃 거리가 되니
그 또한 재밋는 일이기도 하구요.
수고하셨어요~^^
역시 주도면밀하게 계획 세우고 준비한 모습에 열정이 느껴집니다.
그냥 제주의 상징인 돌조각상이라고만 생각 했는데 글을 읽으니 엄청난 의미로 다가오는 돌하르방이네요.
이제부터는 돌하르방에게도 안부를 물으며 아는체 하며 다녀야겠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