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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간만입니다.
제가 춘천에 가서 우리은행 대 삼성생명 경기를 보았는데 관전기를 늦게야 올립니다.
죄송합니다.
이번 시즌에도 제 관전기 많이 읽어주시고 아낌없는 지적 부탁드리겠습니다.
본격적으로 경기 이야기 드리기 전에 몇 마디만 하겠습니다.
우리은행 팀이나 팬 여러분들께서는 기억하시기 싫으시겠지만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에서 7승 33패라는 암담한 성적으로 꼴지를 했습니다. 제가 지난 시즌 자주 찾아갔던 호반체육관의 분위기는 팀 성적만큼이나 암울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 시즌 전에 나름 꾸준히 뉴스를 검색해 오면서 우리은행 팀의 동향에 관심을 가져왔는데, 이번에 우리은행은 선수 영입 면에서 절반 정도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우리은행의 골밑은 거의 풀타임을 뛰며 득점 타이틀을 수상한 김계령 선수 혼자 맡다시피 했습니다. 우리은행의 전통적인 강점으로 부각되어 왔던 홍현희 선수 - 김계령 선수의 골밑 콤비 플레이와, 그 플레이가 주는 위협은 지난 시즌에는 찾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에 정 감독님은 국민은행에서 지난 시즌 5리바운드라는 쏠쏠한 성적을 올린 나에스더 선수를 영입했습니다.
비록 나에스더 선수가 국민은행에서 식스맨으로 뛰었다..더 확대해서 국민은행이라는 '약팀'(지난 시즌 성적만 보면 말이죠)에서 그나마 주전도 아닌 식스맨 선수를 데려와서 뭐 하겠느냐는 일부의 말씀들이 있었지만 이는 힘겨웠던 김계령 - 홍현희 선수에게는 엄청난 효과를 가져다 주는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나에스더 선수는 공격형 선수는 아닙니다. 신세계의 양지희 선수도 원래 수비형이었다가 최근 공격에 눈을 뜨는 모습을 보여 왔다지만 나 에스더 선수는 아직은 공격형 선수의 기질을 갖추었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공격형보다 경기의 흐름에 더 중요한 영향을 많이 끼치는 것이 바로 수비형 센터입니다. 이제 리바운드나 박스 아웃의 중요성은 더 이상 말씀드리자면 지겨우며, 최근 노 차징 구역이라는 바뀐 룰을 보더라도 쇄도해오는, 혹은 밀어부치는 상대 센터를 수비하고, 박스하고, 리바운드를 따낼 줄 아는 맴버가 한 명 더 늘게 되었다는 것은 어찌 보면 굉장한 수확입니다.
나에스더 선수 이번 시즌에 슬램덩크의 변덕규(절대 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활약 부탁합니다.
"우리 팀에 30~40점을 해 줄 선수는 얼마든지 있다. 내가 꼭 그것을 할 필요는 없다. 내가 할 일은 이들의 뒤에서 묵묵히 블루워커 역할을 하는 것이다." 라는 마인드 지켜가면서요.
새로 들어온 선수들은 이 밖에도 몇 명 더 있습니다만 글이 지겨워질까봐 나중에 천천히 경기를 봐 가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개막전을 맞는 우리은행의 이번 시즌 첫 상대는 삼성생명이었습니다. 오랫동안 2위라는 대단한 자리를 지켜왔던 삼성생명이었죠.
게다가 이번에 괴물급은 아니지만 신체 능력 좋고 득점 잘하는 혼혈 선수를 데려오면서(제가 보기엔 용병 같습니다만...ㅋ) 이미선 - 박정은 -이종애 선수의 어깨를 너무나 가볍게 해 주는 영입을 성공시켰죠.
삼성생명에서 눈에 확 띄는 것은 무엇입니까? 라 물을 때 이구동성으로 '조직력'과 '노련미'라는 키워드를 떠올립니다. 이 이야기는 하도 많이 나오고 기사화되어 지금 말씀드린다면 너무나 식상하겠지요?
이번 시즌 삼성생명이 여전히 우승후보, 혹은 2위 후보(사실 2위 후보라 뜨는 것은 유쾌한 일은 아닙니다만...신한은행의 힘은 이 정도입니다..--)라 신문 기사에 당당히 나는 것은 이 혼혈 선수 - 로벌트 킴벌리 선수의 힘이 크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삼성생명은 상대적으로 센터진이 약한 팀이기도 합니다. 블록머신인 이종애 선수(미리 말씀드리지만 이종애 선수는 이 경기에서 블록을 4개나 했습니다.)와 경험많고 수비좋은 허윤정 선수, 그리고 지난 시즌 떴던 이유진 - 이선화 선수가 있긴 합니다.
아..이제 보니 삼성생명의 포스트 진은 수가 많습니다. 하지만 김계령 선수나, 신정자 선수같은 '포스'를 이 선수들이 주느냐라고 물었을 때 바로 대답하기가 곤란합니다. 적어도 제 생각은요.
이런 점을 감안하여 우리은행은 삼성생명을 공략할 때 센터진으로 밀어 부치는 모습을 많이 보여 왔습니다. 하지만 삼성생명의 막강한 협력, 지역 수비에 많이 고전하는 모습을 지난 시즌 많이 보아 왔습니다. 여기서도 앞에서 말씀드린 삼성생명의 키워드들이 떠오릅니다.
이렇게 보면 삼성생명은 같은 키워드로 오랫동안 좋은 성적을 받은 팀입니다. 다른 팀팬들이 보기엔 식상할 지는 모르겠지만 삼성생명 팬분들께서는 이 맛에 삼성생명 농구를 보십니다.
이 게임에서 제가 중점을 두었던 것은 이 게임이 첫 게임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삼성생명에게는 두 번째 게임이었지만 우리은행에게는 첫 게임..그것도 '옷'을 산뜻하게 갈아입은 후의 첫 게임이었습니다.
첫 게임의 긴장도는 프로 선수들에게도 절대 무시 못할 요소이기도 합니다. 어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제 기량을 맨 처음 쿼터에 발휘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금호생명 - 신한은행 전에서도 금호생명 선수들은 그런 모습을 보여 주었기도 하고요.
하지만 제 걱정은 역시 제 걱정만으로 끝났습니다.
삼성생명은 1쿼터 초반 대인마크로 우리은행을 압박해 왔습니다. 하지만 김은경 선수의 득점과 김은혜 선수의 '부활포'로 우리은행은 초반 리드를 하며 1쿼터를 이끌어 갔습니다.
특히 1쿼터에 우리은행에서 눈에 띄었던 것은 지난 시즌의 패스에서의 동맥경화 현상이 현저히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지난 시즌 경기를 보자면 공격의 핵은 김계령 선수에게 패스 패턴이 집중되다 보니 김계령 선수가 막힐 경우 패스 돌리는 속도가 떨어졌었습니다.
이번 경기에서는 임영희 선수를 포인트가드로 하여 패스를 이곳저곳 시원하게 찔러 넣은 모습이 보였습니다. 특히 외곽의 김은혜 선수나, 파고들어 컷인 득점을 노리는 김은경 선수에게의 타이밍 좋은 패스는 역시 우리은행이 많은 훈련을 했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해 주었던 플레이였습니다.
삼성생명은 초반 경기가 안 풀리자 역시 박정은 선수 중심으로 공격을 풀어 나갔습니다.
특히 오른쪽 사이드에서 스크린을 받아 순간적으로 빈 공간으로 쇄도하는 박정은 선수에게 주는 이미선 선수의 패스는 상대팀 팬이라도 감탄할 만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박정은 선수는 임영희 선수에 대한 대인마크에도 역시나..라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사실, 여자프로농구에서 일대일 수비의 달인을 뽑자면 신한은행의 진미정 선수, 그리고 삼성생명의 박정은 선수를 뽑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정은 선수는 진미정 선수처럼 독해 보이게 수비를 하는 선수는 아닙니다만 수비에 요령이 있습니다. 경험이 물론 실력을 키운다지만 박정은 선수는 수비에 대한 것도 '센스쟁이'입니다.
특히 같은 팀의 협력 수비를 잘 이용하는 플레이는 조직 농구를 배우시는 분들에게는 교범 삼아도 되겠습니다.
1쿼터는 우리은행의 3점차 리드로 끝났습니다. 저는 1층 플로어석에 앉아 있었는데, 이호근 감독님의 붉으락푸르락한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화 잘 안 내시는 호인이신데 말이죠.
2쿼터는 삼성생명의 골 잔치로 진행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2쿼터에 삼성생명이 30점을 넣는 동안 우리은행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11점을 넣었습니다. 우리은행 팬들께서 '작년과 달라진 것이 없구나...'라고 심히 걱정할 만큼 빈공을 했습니다.
2쿼터에는 이종애 선수나 별명인 '학'처럼 날랐습니다. 우리은행은 4쿼터까지 이종애 선수의 컷 인에 중요한 실점을 여럿 허용했습니다. 이종애 선수의 컷 인만 몇 개 막아냈기만 해도 우리은행은 이번 경기에서 이겼을 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삼성생명의 2쿼터 초반 풀코트 프레스도 우리은행에게 압박으로 크게 들어왔습니다. 이럴 때 우리은행에게는 송태섭처럼 볼을 쏜살같이 몰며 풀코트 플레스를 하는 선수들을 '바보'로 만들어 버리는 가드가 필요했습니다.
이럴 때 삼성생명의 풀코트 프레스를 잘 아는 천민혜 선수를 잠시 기용하여 팀의 공격에 활로를 찾았으면 하는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볼을 재빨리 밀집구역에서 받아주어 밀집구역에서 탈출하게끔 만드는 선수가 이 시점에서 없었다는 것도 안타까웠습니다.
로벌트 킴벌리 선수는 2쿼터에만 12점의 맹활약을 했습니다.
정확한 키는 아직 확인을 해 보지는 않았지만 180대의 선수 리바운드 능력을 많이 발휘합니다. 특히 박스 아웃이나 순간 점프가 좋습니다. 공격력은 2쿼터의 모습만 보았을 때, 기록만 보았을 때 폭발적입니다.
하지만 지금쯤 이호근 감독님도 아셨겠지만 킴벌리 선수의 문제점도 상당 발견되었습니다.
한국여자프로농구에서 조직력 고려하지 않고 혼자농구를 한다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깝습니다. 물론 개인능력, 신체능력으로 득점은 되겠습니다만 분명 더 좋은 득점기회가 생기는데도 혼자 해결하려 하는 모습을 몇 번 봤습니다.
물론 김정은 선수처럼 팀이 득점이 필요할 때 일정 시간 팡팡 할 수도 있습니다만 킴벌리 선수가 속한 팀은 조직력으로 시즌을 잘 치루어 갔던 삼성생명입니다. 좀 더 킴벌리 선수가 '어머니의 나라'인 한국식의 세밀한 농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이호근 감독님이 바라는 시너지 효과 그 이상의 무서운 효과를 킴벌리 선수는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다른 팀은 바라지 않는 일이겠지만요.
3쿼터는 말 그대로 김은경 선수의 쿼터였습니다.
매년 발전해가는 김은경 선수는 시즌 첫 게임부터 좋은 출발을 보였습니다. 아니 그것을 넘어서서 3쿼터에는 그야말로 맹활약을 펼쳐 춘천팬들을 기쁘게 했습니다.
삼성생명은 3쿼터에 킴벌리 선수가 봉쇄당했습니다. 여기서 삼성생명 입장에서 박정은 선수가 터져야 했습니다. 여기서 안 터지면 저기서 터져야 우리은행의 무서운 추격세를 떨칠 수 있었지만 박정은 선수는 3쿼터 2점으로 침묵했습니다.
특히 3쿼터 5분에서 2분..3분이라는 찰나의(?) 시간동안 우리은행은 2쿼터의 총득점이었던 11점을, 삼성생명은 단 3점만을 득점했습니다. 여기서 우리은행의 임영희 - 김선혜 선수까지 터졌다면 우리은행은 분명 역전 가능했을 텐데 아쉽습니다.
삼성생명은 3쿼터 1분 30여초를 남겨두고 2점차 핀치에 몰립니다. 여기에 삼성생명에 히든 카드는 아니지만 이번 경기에서의 잘 드러나지 않았던 구세주가 나옵니다. 홍보람 선수의 3점 2방은 삼성생명에게 결정적으로 소중한 1승을 가져다 주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습니다.
홍보람 선수는 기록상으로 분명 3점 6개 시도..그것도 짧은 시간동안..이라는 난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 난사는 의미가 있습니다. 홍보람 선수가 공격을 해 주는 동안 이미선 선수나 박정은 선수, 그리고 이종애 선수는 득점 부분에서 잠시동안이마나 휴식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농구 경기에서 난사는 절대금물이라지만 고령층 선수가 즐비한 삼성생명에게는 분명 이 난사는 코트에서의 일단의 휴식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삼성생명에게 고민거리가 있다면 역시나 노장 선수들의 체력 고갈문제입니다.
지난 시즌 국대급 고령층 선수들은 악으로 깡으로 삼성생명의 명예를 지켜냈지만 1년이라는 세월은 그들에게는 결코 만만치 않은 세월일 것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몸이 달라지네."는 이럴 때 쓰는 말인 것 같습니다.
일단 박정은 선수에게 그 문제는 드러났습니다. 무득점...그것도 4쿼터에 예전의 박정은 선수를 아는 팬들에게는 상상도 못할 장면입니다만 상황은 그렇게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삼성생명에 이번에 새로 둥지를 튼..역시 고령층에 속하는 선수민 선수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17점이라는 최다 득점을 올렸고, 4쿼터의 쫒기는 상황에서도 4득점의 적은 득점이지만 굳건한 플레이로 삼성생명의 리드를 힘겹게 지켜냈습니다. 신한은행에서 비교적 비중이 낮았던 선수민 선수였지만 삼성생명에게는 방금 말씀드린 주전 선수들의 체력 고갈 문제에 해결책을 찾아 줄 소중한 선수로 떠오르게 될 것입니다.
우리은행에서 4쿼터에 김계령 선수나 역시나 활약을 해 주었습니다. 언제나 18~25점의 활약을 해 주는 김계령 선수는 우리은행의 수호신과 같습니다. 프로야구 기아에 종범신이라 불리는 수호신이 있다면 우리은행에는 '계령신'이 있습니다.
김계령 선수는 맹활약을 벌여 우리은행 팀을 흡족케 했지만 한 가지 안타까웠던 점은 노련한 선수와는 어울리지 않는 3쿼터에 4파울 누적이라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만약 4쿼터에 김계령 선수에게 파울이 여유가 있었다면 우리은행의 추격전에 수비면에서 김계령 선수는 더욱 좋은 모습 보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은행은 아쉽게 개막전에서 7점차 패배를 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분명 지난 시즌과 달라진 우리은행의 모습을 몇 가지 볼 수 있어서 뿌듯했습니다.
첫째, 거듭 말씀드리지만 공격 루트가 다양해졌고, 다양해진 공격루트에 타이밍 맞는 패스가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특히 임영희 선수의 눈에는 확 띄진 않지만 노련한 패스플레이는 우리은행이 분명 달라졌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하기엔 충분한 장면이었습니다.
둘째, 선수들의 경기에 임하는 태도가 지난 시즌보다 긍정적이었습니다. 특히 3쿼터의 펄펄 모드는 이번 시즌 우리은행의 좋은 행보 예측에 가능성을 높여 주기에 충분했죠.
셋째, 맴버 자원이 충실해 졌다는 것입니다. 지난 시즌같은 부상 악몽만 없다면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의 몇 배 만큼 효과를 낼 수 있는 맴버를 벤치에 두게 되어 주전 선수들의 몸을 가볍게 해 줄 것입니다.
넷째, 실책 수에서 삼성생명과 동일하다는 점이었습니다. 똑같이 10개..실책 수로 경기 양상을 다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그만큼 삼성생명과 대등한 게임을 했다는 좋은 증거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 양팀 선수 기록 >
* 용인 삼성생명 비추미(1승 1패)
이미선 8득점 7어시스트 4리바운드
박정은 16득점(3점슛 1개) 11리바운드 4어시스트
이종애 14득점 8리바운드 2어시스트 4블록
킴벌리 14득점 7리바운드 3스틸
선수민 17득점 12리바운드 3어시스트
* 춘천 우리은행 한새(0승 1패)
김계령 20득점 14리바운드 7어시스트
김은혜 10득점(3점슛 2개) 5리바운드 1어시스트
김은경 14득점 5리바운드 3어시스트 2스틸
김선혜 8득점(3점슛 1개) 1어시스트 1스틸
임영희 8득점 2리바운드 5어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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