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바다
어디가 바다인지도 모르게 안개가 자욱한 갯벌을 가끔 씩 바라보며 그녀는 낯익은 굴 껍질 위를 두 발을 가볍게 옮기며 사박 사박 걸었다.
굴 껍질은 모진 해풍에 부딪히며 모래처럼 부서져 그녀가 밣는대로 우묵우묵하게 패이며 발 자취를 남겼다.
마치 가득 딸아 논 우유 컵 속에 들어 와 있는듯한 안개속에서 그 나마 그녀가 앞으로 걸어 갈 수 있는것은, 한 쪽은 바닷물이 방금 빠진 듯한 갯벌이 시커멓게 들어나 보이고, 또 다른 한 쪽은 섬 가장자리라 수 많은 바위와 자갈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가운데 모래와 조개껍질이 부서져 작은 통로처럼 길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지척을 알 수 없는 안개 속에서 "철~석." 하며 바닷물이 밀려나가는 소리가 간간히 들렸다.
"물이 어디 쯤 빠진걸까?."
그녀가 중얼 거리며 발 밑을 보니 바닷물은 찰랑 거리며 갯 바위를 어루 만지고 있었다.
"히~휴, 웬 안개가 이렇게 끼었나?.......내가 너무 일찍 왔나?."
그녀는 가든 길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속이 들여다 보이지 않는 우물 속을 들여다 보듯이 뿌연 안개 속을 바라봤다.
"어쩌면 이리도 안 보일까?. 거의 다 온것도 같은데........"
그녀가 두리번 거리며 혼자 말로 중얼 거릴 때 안개 속에서 여자들에 말 소리가 들렸다.
"안개가 걷히려나?."
그 소리는 마치 용왕에 신하들이 지꺼리듯이 형체는 보이지 않고 웅얼거림으로 그녀에게 들려왔다.
이 짙은 안개 속에서 혼자만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든 그녀는 순간 머리끝이 쭈빗하고 서는 무서움을 느끼며 주춤하고 걸음을 멈추었다.
"곧 걷힌다고 했어, 걱정말고 굴이나 찍어."
곧 이어 다른 여자에 음성이 들리자 그녀는 한숨을 푹 쉬며 그 들에 목소리를 따라 걸어 들어갔다.
"오늘은 우리 둘 밖에는 없을거야."
가끔 씩 "탁, 탁," 거리며 굴 찍는 소리가 여자에 음성에 뭍혀 들려왔다.
"이런 날 갯굴에 오는 사람이 또 있겠어, 허나 조금있다 안개가 걷히면 이런날이 조개도 더 많이 잡히는거야, 날이 따뜻하니깐 안개가 끼는 것이거든."
자신만만한 음성이 조금은 더 가까이에서 들려왔다.
"거기 누구예요. 저도 왔습니다."
그녀에 그 소리는 마치 용왕에게 자신이 왔다고 보고 하는 소리 같기도 했고, 또한 자신에 존재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려는 의도이기도 했다.
"일찍들 오셨네요."
그녀는 배낭을 열고 굴 담을 바구니와 굴 캐는 찍새를 꺼내며 연신 말을 건넸다.
"안개가 너무 많이 끼어서 안 올려고 하다 왔는데 저 보다 먼저 오신 분이 계시네요. 많이 찍으셨어요?."
그녀가 대답이 없는 그들을 찾으려 둘러보니 히 뿌연 안개 속에서 굴 돌들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들어내고 저 만치에 사람에 그림자가 얼씬거렸다.
'너무 멀어서 내 목소리가 안 들리나."
그녀는 혼자 말로 중얼 거리며 낡은 목 장갑을 손에 끼며 일어섰다.
"자~이제부터 시작을 해 볼까."
굴 담을 바구니를 한 손에 들고 굴 찍는 찍새를 움켜쥐고 굴 돌을 향 하여 걸으며 그녀가 크게 기지개를 켰다.
칼날같이 날카로운 굴 껍질을 밟으며 그녀는 두리번 거렸다.
'자, 어디부터 시작을 할까.'
그녀는 잠시 동안 두리번 거리며 조금이라도 더 자란 굴을 찾다가 찍새를 내리 찍었다.
" 탁, 탁, 탁,....."
소리가 들릴 때 마다 그녀에 굴 바구니에 뽀얀 우유 빛 살을 드러낸 굴 알들이 하나 둘 셋 .....하며 차곡 차곡 쌓여갔다.
굴을 따기 시작한지 몇 년만에 이제 경지에 이른듯이 그녀에 굴 찍는 손 놀림이 빠르게 움직였다.
"탁, 탁, 탁,...."
한참동안 굴 찍든 찍새를 멈추고 그녀가 허리를 펴며 크게 숨을 쉬였다.
"에구구구....허리야."
서서히 안개가 걷히는 굴 바탕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 무렵, 바닷물은 어디로 밀려 갔는지 그 자취를 찾을 수가 없었다.
안개는 바다로 내려앉고, 태양은 시커멓게 들어 난 갯벌을 곱게 비추고 있었다.
바닷물이 한 순간 밀려나간 그 갯벌위에서 미처 피하지 못한 방게들이 급하게 굴을 파고 숨어들어가고, 미처 피하지 못한 방게들을 갈매기들이 날래게 찾아 다니며 빈 속을 채워나갔다.
"끼륵~끼륵~`갹~~~."
커다란 울음 소리를 내며 갈매기 한 마리가 제법 큰 망둥이를 물고 누구에게 빼앗길 새라 하늘 높이 솟구쳐 올랐다. 그 뒤를 다른 갈매기들이 급 하게 따라 올랐다.
"끼륵 끼륵......"
망둥이를 입에 문 갈매기가 바다 가운데 있는 작은 소나무 숲으로 내려앉자 뒤를 따르든 갈매기들도 일제히 따라 앉았다. 그리고 잠시동안 갈매기들에 작은 다툼에 소리가 조용한 겨울 햇살 사이로 간간이 들렸다.
그녀가 작은 소나무 숲을 바라보다 갯벌로 고개를 돌리니, 저 만치에 낙지를 잡는 사람들에 모습이 아련하게 눈에 들어왔다.
겨울 햇살 아래서 끝없이 펼쳐진 갯벌을 바라보며 그녀는 잠시 회상에 잠겼다.
어디가 바다인지도 모르게 안개가 자욱한 갯벌을 가끔 씩 바라보며 그녀는 낯익은 굴 껍질 위를 두 발을 가볍게 옮기며 사박 사박 걸었다.
굴 껍질은 모진 해풍에 부딪히며 모래처럼 부서져 그녀가 밣는대로 우묵우묵하게 패이며 발 자취를 남겼다.
마치 가득 딸아 논 우유 컵 속에 들어 와 있는듯한 안개속에서 그 나마 그녀가 앞으로 걸어 갈 수 있는것은, 한 쪽은 바닷물이 방금 빠진 듯한 갯벌이 시커멓게 들어나 보이고, 또 다른 한 쪽은 섬 가장자리라 수 많은 바위와 자갈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가운데 모래와 조개껍질이 부서져 작은 통로처럼 길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지척을 알 수 없는 안개 속에서 "철~석." 하며 바닷물이 밀려나가는 소리가 간간히 들렸다.
"물이 어디 쯤 빠진걸까?."
그녀가 중얼 거리며 발 밑을 보니 바닷물은 찰랑 거리며 갯 바위를 어루 만지고 있었다.
"히~휴, 웬 안개가 이렇게 끼었나?.......내가 너무 일찍 왔나?."
그녀는 가든 길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속이 들여다 보이지 않는 우물 속을 들여다 보듯이 뿌연 안개 속을 바라봤다.
"어쩌면 이리도 안 보일까?. 거의 다 온것도 같은데........"
그녀가 두리번 거리며 혼자 말로 중얼 거릴 때 안개 속에서 여자들에 말 소리가 들렸다.
"안개가 걷히려나?."
그 소리는 마치 용왕에 신하들이 지꺼리듯이 형체는 보이지 않고 웅얼거림으로 그녀에게 들려왔다.
이 짙은 안개 속에서 혼자만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든 그녀는 순간 머리끝이 쭈빗하고 서는 무서움을 느끼며 주춤하고 걸음을 멈추었다.
"곧 걷힌다고 했어, 걱정말고 굴이나 찍어."
곧 이어 다른 여자에 음성이 들리자 그녀는 한숨을 푹 쉬며 그 들에 목소리를 따라 걸어 들어갔다.
"오늘은 우리 둘 밖에는 없을거야."
가끔 씩 "탁, 탁," 거리며 굴 찍는 소리가 여자에 음성에 뭍혀 들려왔다.
"이런 날 갯굴에 오는 사람이 또 있겠어, 허나 조금있다 안개가 걷히면 이런날이 조개도 더 많이 잡히는거야, 날이 따뜻하니깐 안개가 끼는 것이거든."
자신만만한 음성이 조금은 더 가까이에서 들려왔다.
"거기 누구예요. 저도 왔습니다."
그녀에 그 소리는 마치 용왕에게 자신이 왔다고 보고 하는 소리 같기도 했고, 또한 자신에 존재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려는 의도이기도 했다.
"일찍들 오셨네요."
그녀는 배낭을 열고 굴 담을 바구니와 굴 캐는 찍새를 꺼내며 연신 말을 건넸다.
"안개가 너무 많이 끼어서 안 올려고 하다 왔는데 저 보다 먼저 오신 분이 계시네요. 많이 찍으셨어요?."
그녀가 대답이 없는 그들을 찾으려 둘러보니 히 뿌연 안개 속에서 굴 돌들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들어내고 저 만치에 사람에 그림자가 얼씬거렸다.
'너무 멀어서 내 목소리가 안 들리나."
그녀는 혼자 말로 중얼 거리며 낡은 목 장갑을 손에 끼며 일어섰다.
"자~이제부터 시작을 해 볼까."
굴 담을 바구니를 한 손에 들고 굴 찍는 찍새를 움켜쥐고 굴 돌을 향 하여 걸으며 그녀가 크게 기지개를 켰다.
칼날같이 날카로운 굴 껍질을 밟으며 그녀는 두리번 거렸다.
'자, 어디부터 시작을 할까.'
그녀는 잠시 동안 두리번 거리며 조금이라도 더 자란 굴을 찾다가 찍새를 내리 찍었다.
" 탁, 탁, 탁,....."
소리가 들릴 때 마다 그녀에 굴 바구니에 뽀얀 우유 빛 살을 드러낸 굴 알들이 하나 둘 셋 .....하며 차곡 차곡 쌓여갔다.
굴을 따기 시작한지 몇 년만에 이제 경지에 이른듯이 그녀에 굴 찍는 손 놀림이 빠르게 움직였다.
"탁, 탁, 탁,...."
한참동안 굴 찍든 찍새를 멈추고 그녀가 허리를 펴며 크게 숨을 쉬였다.
"에구구구....허리야."
서서히 안개가 걷히는 굴 바탕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 무렵, 바닷물은 어디로 밀려 갔는지 그 자취를 찾을 수가 없었다.
안개는 바다로 내려앉고, 태양은 시커멓게 들어 난 갯벌을 곱게 비추고 있었다.
바닷물이 한 순간 밀려나간 그 갯벌위에서 미처 피하지 못한 방게들이 급하게 굴을 파고 숨어들어가고, 미처 피하지 못한 방게들을 갈매기들이 날래게 찾아 다니며 빈 속을 채워나갔다.
"끼륵~끼륵~`갹~~~."
커다란 울음 소리를 내며 갈매기 한 마리가 제법 큰 망둥이를 물고 누구에게 빼앗길 새라 하늘 높이 솟구쳐 올랐다. 그 뒤를 다른 갈매기들이 급 하게 따라 올랐다.
"끼륵 끼륵......"
망둥이를 입에 문 갈매기가 바다 가운데 있는 작은 소나무 숲으로 내려앉자 뒤를 따르든 갈매기들도 일제히 따라 앉았다. 그리고 잠시동안 갈매기들에 작은 다툼에 소리가 조용한 겨울 햇살 사이로 간간이 들렸다.
그녀가 작은 소나무 숲을 바라보다 갯벌로 고개를 돌리니, 저 만치에 낙지를 잡는 사람들에 모습이 아련하게 눈에 들어왔다.
겨울 햇살 아래서 끝없이 펼쳐진 갯벌을 바라보며 그녀는 잠시 회상에 잠겼다.
그녀가 자신에 굴 바구니를 내려다 보니 한 대접 쯤이나 됨 직한 굴알들이 토해놓은 물속에서 발가벗기운 채. 아픔에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휴~~."
이 순간, 왜? 지나간 순간에 자신이 온 몸을 내 놓고 떨고있었든 기억이 떠 올랐을까?.
그녀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잊자.....잊어야 돼....."
머리속을 비워버리려는 듯 그녀가 몸을 일으켜 찬찬히 발걸음을 옮겨놓았다.
"딱 딱 딱......"
그녀에 작은 움직임도 알아 차린 듯이 굴뽕들이 열었든 입을 소리내여 닫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딱 딱 딱......"
그 소리는 마치 어린시절 밤 늦게 들리든 야경꾼들에 소리와도 흡사했다.
그녀가 정겨운 소리에 살프시 미소지으며 자리를 잡고 굴뽕을 향해 찍개를 내리 찍자 우유빛 굴알이 양수를 터트리듯이 물을 토해냈다.
발가벗기운 굴알을 지난날 자신을 보듯이 바라보다 무엇인가 결심을 한 듯이 입으로 가져갔다.
"지난 세월을 먹어버리자. 그리고 잊어버리는거야."
인간에 뇌는 왜 이리 미련한지, 잊으려 할 수록 더욱더 생생하게 떠오르는것은 아마도 인류에서 인간뿐이리라.
그녀에 눈에 뜨거운 눈물이 거친 얼굴을 타고 흘렀다.
"이놈에 눈물은 이제 마를 때도 됐건만......."
굴물에 흠뻑젖은 손으로 눈물을 닦아내며 그녀가 투덜댔다. 굴밭은 조용했다.
따뜻한 겨울햇살이 내리째는 오후에 이 너른 바다 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작은 섬에는 마치 사람은 아무도 없는 양 조용했고, 가끔 씩 불어오는 해풍이 키 작은 소나무를 스치듯 지나가는 소리와 갈매기들에 울음소리만이 고요를 깨트렸다.
"다들 어디갔을까?"
주위를 둘러보니 굴돌에 가려 사람은 보이지 않고 굴캐는소리만이 가끔씩 들렸다.
"탁 탁 탁..........."
"아직 소식이 없냐?."
솜사탕처럼 부드럽든 시어머니에 음성이 쇠 소리처럼 변 하기 시작한 것은 그녀가 결혼하고 삼년이 넘어서면서 부터였다.
"네......."
그녀는 죄인이였다.
"에구.....참. 내가 언제나 손주를 볼려나......병원에라도 가 봐야지?."
"............"
"약은 잘 먹고?."
"네."
"내가 이런다구 섭섭히 생각마라, 네가 알다시피 제가 누구냐......."
"........."
"대를 이어야지 대를......."
".........."
"아무리 다 잘해도 대를 못이으면 여자로써 할 말이 없는 것 아니냐?."
".........."
"에잉......남에 며누리들은 아들도 쑥쑥 잘 났드만......내가 무슨 죄가 많아서......."
방문을 부서지라 닫고 들어가는 시 어머니의 뒷 모습을 보면서 그녀는 할 말을 잊었다.
"휴~~~~"
그것은 고문이였다.
결혼 하면서 부터 시어머니는 손주를 원했고, 그녀도 그 소원을 들어주고 싶었다.
나날이 변해가는 남편에 모습을 보면서 하늘을 원망했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삼신할머니한테 매 달리고, 생기지 않는 아기한테 원망했었다.
그것은 마치 허공을 향해 손짓을 하는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세월에 흐름 속에서 그녀는 서서히 지쳐갔다.
십년이 넘는 세월 속에서 무엇을 더 해 봐야 하는지 그녀는 몰랐다.
전자밥통에서 김이 무럭무럭 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씽크대 한쪽에서 소주병을 꺼내여 밥 공기에 부어 꿀꺽꿀꺽 들이켰다.
포기.
그랬다.
이제 그녀는 서서히 인생을 포기하기 시작했다.
보랏빛 행복도 핑크빛 사랑도 그녀와는 먼 거리에 있었다.
아무것도 부족함이 없건만 단 하나 아이가 없다는것은 그녀에 모든것을 빼았아 갔다.
"또 술 마셨냐?."
남편이 얼굴을 찡그렸다.
"흥.......맑은 정신에 살 자신이 없어서........"
남편은 말없이 옷을 챙겨들고 집을 나섰다.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남편에 모습을 바라보다 그녀는 다시 밥 공기에 술을 따랐다.
"그래.......가라........네 마음대로 해라........"
축축히 가라앉은 실내를 둘러보며 그녀가 몸부림쳤다.
"나도 이러고 싶지 않단 말이야......엉엉엉........."
어둠속에서 그녀에 울음소리는 마치 귀신에 울음인 듯 괴기하게 퍼져갔다.
"물이 언제 쯤 들어와요?."
누군가에 물음에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젊은 청년이 햇살을 지고 눈부시게 서 있었다.
"글쎄요?.....지금 몇 시나 됐나?....."
청년이 갯뻘이 묻은 손을 쓱쓱 닦드니 핸드폰을 꺼내여 들여다 봤다.
"지금이.........두시인데요."
"그럼 이제야 물이 다 빠진거네, 물이 여기까지 올려면 세 시간은 걸리겠는데........."
"네~에, 고맙습니다. 야!~~~~아직도 멀었데......빨리와!."
그녀에 말을 듣고 청년은 일행들에게 소리치며 갯벌을 향하여 들어갔다.
"그럼 조개를 잡을 수 있는거야?."
몇 명에 같은 또래들이 청년에 뒤를 따라가며 신나게 소리쳤다.
멀어져 가는 그들을 바라보며 그녀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끼륵 끼륵........"
떠나간 바닷물을 기다리며 한가로이 앉아있든 갈매기들이 사람들에 출연에 놀라 일제히 날아오르며 한바탕 소란을 떨었다.
"꺅~끼륵~끼륵~....."
그 울음 소리는 마치 이 바다는 저희들에 것 이라는것을 암시하는것과도 같았다.
그녀는 침대 모서리를 힘껏 잡고 천장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눈이 닿는 천장에는 맑고 환한 웃음을 띤 아기들이 그녀를 내려다 보고있었다.
"아~이번에는 꼭 성공해야 하는데.'
그녀는 천장에서 자신을 내려다 보고있는 아기들을 향하여 작은 미소를 보냈다.
'아가......나야......제발.....나는 네가 갖고싶어.......너도 내 품에 안기고 싶지.'
방긋이 웃고 있는 아기들 사진을 보며 마치 그 속에 자신에 아기가 있는 듯 그녀가 애타게 찾았다.
'아가.....이제 그만 내 품으로 와줘.....부탁이야.'
그녀에 볼을 타고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자~힘 빼시고.....조금만 참으세요."
기다란 대롱이 그녀에 살을 뚫고 파고 들었다.
생살을 찢는 아픔을 느끼며 그녀가 여튼 신음을 토해냈다.
"조금만.......조금만 참으시면 됩니다."
"악!~"
그녀에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질 무렵 긴 대롱이 몸에서 빠져 나갔다.
"끝났습니다. 모니터를보세요."
모니터화면에 긴 대롱이 보이고 그 대롱 속에서 무엇인가가 쏱아져 나왔다.
긴 대롱은 쏱아논 물속을 헤집으며 작은 물체를 찾았다.
"자~보이시죠?, 하나 둘 셋 .........모두 여섯개 입니다, 확인 하셨죠?."
"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집에 가셨다가 연락하면 오세요. 나머지 주사도 잘 맞으셔야 합니다."
"네."
간호원에 부축을 받으며 그녀는 회복실로 향했다.
"몇 개 나왔어요?."
침대로 올라가는 그녀를 향하여 옆에 누워있든 여인이 물어왔다.
"여섯개요."
"많이 나왔네, 나는 세개밖에 안 나왔는데......."
그녀들은 자신에 아이가 될지도 모르는 난자에 수를 그렇게 말 했다.
몇년에 걸쳐 이제 더이상 주사를 꽂을 데가 없는 엉덩이가 무겁게 아파왔다.
"휴~~~~"
그녀가 낮게 한숨을 쉬였다.
그리고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이번만 더 해보고.......'
일년에 세번,
그렇게 또 몇년이 덧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이제 벗어나고 싶다.
결혼해서 그녀가 한 것이라고는 십 수년을 아이를 갖기위하여 노력한 것 외에는 없는듯 했다.
마치 그것만이 그녀가 할 수 있고 할 일인듯 했다.
남편은 이제 큰 관심도 없는듯하다.
시 어머니도 이제는 지쳤는지 입을 다물어 버렸다.
모든 죄를 안고 그녀만이 명주실 같은 끈을 놓지 못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아주 쉽게 말 한다.
"무 자식 상 팔자야."
그러나 그것은 자식을 갖인자들에 허세 일 지도 모른다.
아흔 아홉석 가진자가 한석을 빼앗으며 그것이 뭐가 필요하냐고 하는 말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건드려 놓은 뱃속은 쥐어 뜯드시 아팠다.
"이번만 해 보고 안 돼면 이제 그만 둘레요....돈도 없고......."
한쪽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자 무거운 침묵이 온 방안을 내리 눌렀다.
"이번에 안 되면 다 그만 둬."
남편에 차가운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몇번에 시도 끝에 돌 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린 엉덩이를 만지며 생각했다.
'그래 이번이 마지막이야.'
몹시 아프던 통증이 가라앉자 그녀는 비틀 거리며 병원을 나섰다.
"꺅~~~~꺅~~~~갸르르르......"
갈매기 울음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물이 들어오나........."
그녀가 허리를 펴고 갯벌 저~끝을 바라보니 사람들이 하나에 점이되여 돌아오고 있었다.
"벌써 이렇게 됐나?.."
그녀는 언제나 처럼 굴 바구니에 굴을 배낭에 옮겨담고 갯벌로 한 발 내 디뎌다.
아득히 먼 저끝 어디에선가 밀려오고 있을 밀물을 만나러 나서는 길이다.
매끄러운 갯벌은 그녀의 작은 두 발을 감싸안으며 놓지 않으려 했다.
철썩 붙은 갯벌을 미련없이 털어 버리며 누군가가 쳐 놓은 그물망을 지나서 하나에
점으로 보이든 사람들에 형체가 보일 무렵, 밀물은 저 멀리서 스물거리며 갯벌을 어루만지고
갈매기들에 환송을 받으며 그녀에게로 닦아오고 있었다.
밀물에 밀려 은빛비늘을 반짝이며 작은 고기때가 갯벌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마도 저 바닷물은 변하지 않고 억만년을 밀려오고 밀려갔으리라.
그녀는 두 팔을 활짝 벌리고 대 자연에 섭리를 온 몸으로 받아들였다.
"자...모니터를 보세요.이제 지난번에 채취한 난자에 아빠의 정자를 투입시켜 그 중에서 가장 잘 자란 배아를 골라 엄마의 자궁에 세개를 넣겠습니다."
모니터에는 지난번과 같이 긴 대롱이 보이고 그 속에서 몽글몽글하게 장미처럼 피어오르는 배아들이
삼각형을 이루며 그녀의 자궁에 깊숙히 자리를 잡았다.
"보이시죠?.....세개 입니다."
"네......"
"다 넣었으니 몸관리 잘 하시고......희망을 갖아 봅시다."
간호원이 두 다리를 오무려 주고 담요를 살포시 덮어 주었다.
"몇 시간 동안 움직이시면 안 돼요."
그녀는 가만히 두 손을 배 위로 올려놓았다.
'아~~~~아가.....제발 잘 자라다오, 이번에는 꼭 만나자.'
그녀는 자신이 이미 아기엄마가 돼 있는것 같은 착각에 빠져 자신에 배속에 자리잡은 아기들을 소중이 어루 만졌다.
"무거운 것 드시면 안돼고요, 될수 있으면 움직이 마세요."
"네....."
이렇게 그녀는 또 한번에 희망을 걸었다.
"아줌마, 안 나가세요?."
눈을 떠 보니 이미 바닷물이 그녀에 발 끝까지 와 있었다.
"어머나, 언제 여기까지 왔을까?."
그녀는 철부지 아이처럼 방긋 웃으며 뒤로 물러섰다.
이미 갯벌에는 모든 사람들이 밀물에 밀려나가고 바닷물이 빠르게 그녀의 뒤를 쫒아왔다.
"쏴~아.......철썩, 쏴~~~~~아.........철썩....."
"빨리 나와요."
그녀에게 말을 걸었든 아저씨가 소리쳤으나 그 소리는 해풍에 실리어 바다속으로 사라졌다.
자박 자박.....그녀에 걸음도 빨라졌다.
바닷물이 들어 오는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그녀에 발밑에서 동그랗게 눈을 뜨고 있든 작은 생명들이 그녀에 발자국 소리에
놀라 물을 뿜으며 눈을 감았다.
한참을 걷든 그녀가 뒤 돌아보니 누군가가 쳐 놓은 그물망이 머리만 남긴 채 바닷물 속으로 그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밀물에 밀리여 되 돌아온 섬에는 아직도 굴을 캐는 아줌마들에 손길이 바삐움직이고 있었다.
"그만 좀 사 들여라. 쓰지도 않을 물건들을 왜 이렇게 사 들이는거야? 나를 아주 망개놓겠다고 작정을 한 거냐?"
술기운이 올라 흐릿하게 보이는 맞은 편에 남편에 얼굴이 어른 거렸다.
"쓸데 없으면 버리면 될거아냐......"
그녀가 식탁에 얼굴을 묻으며 뱉듯이 말했다.
"버려?.......버릴걸 왜 사와?."
"어떻게 하라고......나 보고 어떻게 하라고?.....나도 이러고 싶지않아, 나도 자식낳고 당신 뒷바라지 하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그게 안 돼는데 나 보고 어떻게 하라고......그래.....내가 떠나야 하는데.....나도 당신이 없는 먼 곳으로 떠나고 싶어......이제 나도
당신 얼굴 보는것 지긋지긋해,......그런데......갈 곳이 없잖아."
그녀가 술잔을 입안에 털어넣었다.
"떠나야지.....그래 가야해......남들은 이혼도 잘 하든데 나는 당신없이 살 자신이 없으니......당신을 놓아 주어야 하는데......혼자서
갈 길이 너무 무서워서......여보, 아이없이 살면 안 될까?, 당신 나를 사랑한다고 했잖아......나 없이는 못 산다고 했잖아......여보....
여보.....나 어떻게 해?......어디로 가야 해?."
그녀가 빈 술잔을 채웠다.
"경화야....."
남편이 주저 앉으며 그녀에 두 다리를 싸 안았다.
남편에 두 어깨가 흔들리고 그녀에 눈물이 남편에 어깨를 적셨다.
"안 가?."
거센 해풍에 찌들어 몸도 마음도 쩔어버린 듯한 노인이 하얀 미소를 머금고 그녀를 내려다 보며 물었다.
"이제는 돌아가야지......물이 예까지 왔는데....."
굴돌을 세차게 부딧치는 바닷물을 바라보며 그녀가 배낭을 어깨에 매였다.
"많이 따셨어요?."
"먹을 만큼은 땄어.......이제 자네도 이곳 사람이 다 되였네 ."
늙은 아낙이 티 없이 웃으며 앞서서 걸었다.
"그럼요, 제가 이곳에 온지가 십년이 넘었는데요 뭐....."
"벌써 그렇게 됐나......세월한번 빠르네.......노인네들은 잘 있지?."
"그럼요, 오늘 저녁에는 이 굴넣고 굴 국 끓여 드릴거예요."
"고마운 일이야.......자네가 이곳으로 안 오면 어쩔뻔했어. 한 이십명 된다지?."
"네, 저도 이렇게 쓸모가 있다는것이 더 고맙죠."
"처음에 올 때는 그렇게 곱드니......이제 이곳 사람하고 똑같아졌네 그려."
"저는 그래도 지금이 사는것 같아요. 아무 근심걱정도 없고......너무 편해요."
"어서 와."
늙은 아낙은 가끔씩 뒤 돌아보며 잰 걸음을 재촉했다.
"먼저 가세요, 저는 천천히 갈래요."
"그래 그럼 나 먼저 간다."
작은 섬 모퉁이를 돌고 돌면서 늙은 아낙은 보이다 말다 하기를 몇번인가 하드니 아예 자취를 감추었다.
"어디로 가는지 말 안 할거야?."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는 그녀를 바라보며 남편이 애처럽게 물었다.
"어자피 끝난 인연인데 조용히 보내주세요, 부디 좋은 인연 만나서 행복하시고요."
그녀가 힘없이 웃으며 화장대 서랍에서 봉투를 꺼내여 휴지통에 쏱아 부었다.
"와르르....."
봉지 속에서 수 많은 주사약과 주사 바늘이 소리를 내며 쏱아져 나왔다.
그녀는 물끄러미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아냐, 미련갖지 말자.이제 모두 다 끝났는데.......'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 쉬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가야 해.'
"이 다음에 늙어서 다시 만나자, 머리가 허예지면......."
남편에 말에 그녀가 희미하게 웃었다.
"우리는 충분히 사랑했고 지칠만큼 노력했어요.사랑 한 만큼 돌아가기도 힘이 들었지만 이제 돌아왔어요.
나는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었는데.......남편과 자식에 저녁상을 차리고, 그렇게 늙어서 쭈글쭈글한 당신손을 잡고
자식 집에도 가고 싶었는데......그러나 이제 알았어요. 평범하게 산다는것이 얼마나 힘이 드는것인가를......그 평범하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이라는것을.......조물주는 저에게 모든 것을 주시었고 단 하나만 안 주었는데, 나는 준것을 쓸줄은 모르고
그 한가지 안 준것 마저 갖겠다고 몸부림 치며 몸도 마음도 모두 망가트렸어요. 이제야 그것을 깨달았으니, 이제 부터는 조물주가
제게 준 것을 제대로 쓰며 살거예요.
당신도 언젠가는 제 말뜻을 알게 될거예요. 부디 행복하세요."
"처~얼~석, 처~얼 석......."
바닷물이 어느 새 그녀에 발밑에서 바위를 치며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었다.
숨을 몰아쉬며 뒤 돌아보니 바다도 하늘도 노을에 물들어 온통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녀가 두 팔을 활짝 펴고 크게 소리질렀다.
"아!~~~~~~~행복해......이렇게 편한것을."
황혼빛에 물들은 그녀에 얼굴이 빠~알갛게 빛났다.
우리는 한치 앞도 볼줄모르면서 무엇인가를 더 갖기 위하여 자신을 상처 입히고 상대에게 상처를 주며 살고 있다.
어자피 운명이란 태여날 때 정해져 있는것이거늘,......
안개속을 헤매듯이 허우적 거리며 무엇인가 내 몫을 더 챙기려고 하지말고.
정해진 운명대로 살아가면 얼마나 행복할까.
어느 한 여인에 운명과 그녀가 택한길에 찬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