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장 누가 이 하늘 아래에서 감히 강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1. 열 명의 고수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금릉 안에서 이름난 사해표국의 주인 백리원의 소유였던 큰 집 앞.
사람이 뻔질나게 드나들고 우마차가 쉴 새 없이 오가야 할 그 집 대문 앞이 이제는 전염병이라도 걸린 사람들의 집처럼 들락거리는 쥐새끼 한 마리 없이 조용했다. 그렇게 스산한 집의 담벼락에 두 명의 거지가 앉아 한참 물이 오르는 봄 햇살 아래서 이를 잡으며 한담을 나누고 있었다.
"자네 그 이야기 아나?"
"무슨 이야기?"
"사해표국이 아주 쫄딱 망했다더군."
"그래?"
"그랬다는군."
"그래서 이렇게 집안이 조용하군. 어쩌다 그리 되었나?"
"알 수 없는 일이지. 몇 달 전에 갑자기 집주인이 사람들을 데리고 멀리 떠났대."
"표국 주인이니 표행 나선 것 아닌가?"
"그렇겠지. 그런데 표행을 나가서는 통 안돌아오더래."
"그래?"
"그러다가 얼마 전에 갑자기 집주인의 조카라는 촌뜨기들이 우우 몰려왔다는군?"
"그래서?"
"그런데 촌뜨기들이 여기 오니 웬 가짜가 집주인 행세를 하더라는 거야."
"어허!"
"촌뜨기들이 가짜를 없애버리고 지금 이 집을 차지하고 앉았다는군."
"그것 신나겠군."
"별로 신이 나지도 않을 걸?"
"어째서?"
"집안에 돈도 없고, 먹을 것도 없어. 주인이 없다는 소문을 듣고 솜씨 있는 도둑 몇이 담을 넘어 들어가 보기도 했는데 아무 것도 못 찾았다네."
"그럼 촌뜨기들도 떠났겠군? 건질게 없으니."
"아니."
"그럼 아직 이 안에 있나?"
"있네."
"뭘 하고 있는 건가?"
"글쎄, 아무 것도 안하고 그냥 집안에 처박혀만 있대."
줄곧 이야기를 듣고 질문을 던지기만 하던 거지가 손톱에 힘을 주어 이를 부숴뜨리면서 단정적으로 말했다.
"얼마 안 있어 동업자가 늘겠군!"
그들은 정말 구걸이라도 나서야 할 형편이었다. 빈집에는 먹을 것이 아무 것도 없었고 그들의 주머니에도 한 푼의 돈도 없었다. 어제 아침까지만 해도 몇 푼의 돈이 남아있었지만 그것은 어제 밤에 다섯 개의 만두를 사는 데에 모두 다 써버렸다. 그리고 그 만두는 그들이 마지막으로 먹은 음식이었다.
그들은 정말 무료하게 집안에 앉아 하루 종일 공상에 잠겼고 대부분의 시간은 잠만 잤다. 잠을 자면 배고픔을 잊을 수는 있었지만 언제까지나 영원히 잘 수는 없었다. 깨어나면 배는 더욱 고팠고, 배가 고플수록 다시 잠들기는 힘들었다.
배는 고프고 잠이 오지 않을 때 할 수 있는 것은 쓸데없는 이야기뿐이었다. 검매와 검웅은 사람이 돌보지 않아 벌써 황폐해져가고 있는 뜰에 앉아 나직나직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검란은 한 방에 처박혀 하루 종일 벽만 보고 있었고, 검호는 또 다른 방에 처박혀 더 이상 지겨워서라도 그렇게 할 수 없을 정도로 하루 종일 잠만 잤다. 검학은 요 며칠 어디로 간다는 말도 없이 이따금 몇 시간씩이나 바깥에 다녀오곤 했다. 갔다 온 뒤에도 무엇을 하고 왔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야기 상대가 되는 것은 두 사람뿐이었다.
검웅의 목소리가 검매보다도 더욱 낮았다.
"쓸모 없어."
"뭐가?"
"나 말이야, 나."
검웅은 어깨가 푹 꺼지도록 한숨을 쉬었다.
"사저, 정말 나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
다른 때라면 이 기세 등등한 사저는 분명히 그를 크게 호통 치며 사내자식이 그렇게 기가 죽어서는 안 된다고 타일렀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검매도 검웅처럼 한숨을 쉬었다.
"나도 그래."
검매의 눈은 우울한 회색빛으로 가라앉았다.
"어쩌면 내가 너보다 더 쓸모없는지도 몰라. 나는 쓸모없는 주제에 신경질까지 많이 내니까."
검웅이 고개를 저었다.
"아냐. 난 쓸모없는데다가 많이 먹기까지 하는걸."
검웅의 말투는 정말 그가 많이 먹는 것이 씻을 수 없는 죄이기라도 한 듯이 들렸다. 검매는 피식 웃고 말았다.
"넌 그래도 전보다 훨씬 적게 먹잖아. 봐라, 몰라보게 여윈 것 같은데?"
검웅의 커다란 덩치를 보고 여위었다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전보다 여윈 것임에는 틀림없었다. 여윈 사람은 그만이 아니었다. 검매도, 검학도, 검란도 전보다 훨씬 여위어 있었다.
장백산을 내려온 이래로 그들 사형제들은 모두 조금씩 여위어가고 있는지도 몰랐다. 사형제들의 가슴에 칼을 꽂고 떠나가 버린 검표도 전보다 훨씬 여위어있었다. 문득 그 모습이 눈에 떠오르자, 검매의 가슴이 아려왔다. 그녀는 그 아픔을 무시하듯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그 녀석은 정말 우리와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아."
검매의 말은 느닷없었지만 검웅은 그녀의 말을 알아들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표는 너무 변했어. 우리와는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이 된 거야."
검매도 고개를 끄덕였다. 검웅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어쩌면 이제 다시는 우리를 아는 척도 하지 않을 거야."
검매는 눈을 감았다. 먼 옛날, 아니 그린 먼 옛날의 일도 아니건만 그녀에게는 이미 그 일이 까마득히 먼 옛날의 일처럼 여겨졌다.
사부는 제자들에게 산 아래로 갈 자격이 있는지를 무공으로서 시험했었다. 검표는 이 초를, 검란은 일초를, 검웅은 이 초를, 검매는 이 초 반식을, 그리고 검학은 이 초를 버텨내고 검을 떨구었다. 이사형은 아예 도전하지도 않았다.
'우린 모두 비슷했고, 나는 그 중에서도 조금도 뒤쳐지지 않았어!'
그녀는 굳게 주먹을 쥐었다.
'그런데 왜 이 몇 달 동안에 우리 사이에는 이렇게 많은 거리가 생기고, 차이가 나버린 것일까……!'
검표는 그 몇 달 사이에 훌쩍 커버린 것 같았다. 그에 비해 검매 자신은 그 몇 달 사이에 도로 줄어들어 버린 것 같았다.
변하지 않은 사람은 오직, 이사형 하나 뿐이었다. 그는 장백산에서나, 이곳 금릉에서나 여전히 방에 처박힌 채 나오지 않고 잠만 잤다.
도둑이 들어온다고 해도 훔쳐갈 것이 없이 반쯤 열어둔 대문으로 검학이 불쑥 들어왔다.
"다녀왔다."
그는 힘없이 말했다. 워낙 평소에도 말에 힘이 없었던 그인지라, 지금 힘이 없는 것이 배가 고파서인지 아니면 그냥 버릇 때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그의 눈은 배가 고픈 사람치고는 유달리 빛을 발하고 있었다.
"모두 깨워. 다 나가자."
검매가 물었다.
"어딜?"
"구경하러."
"뭘?"
"비무대회가 오늘 있다고 한다. 금릉은 지금 그 일로 아주 떠들썩해."
금릉에서 가장 큰집은 백리원의 집이 아니다. 금릉을 다스리는 관리의 집도 아니다. 금릉에서 제일 돈이 많은 사람의 집도 아니다. 그 집들은 모두 도둑이 숨어들어도 칠 주야는 뒤져야 잡을 수 있을 만큼 큰집들이지만, 그래도 금릉에서 가장 큰집은 아니었다.
금릉에서 가장 큰집은 바로 무림맹의 총단(總團)이었다.
무림맹은 강호의 제 문파들이 모여 맺은 회맹(會盟)이다. 그곳에서 바로 무림의 대소사를 관장했고, 피가 튀는 분쟁을 조정했다. 무림맹의 이름으로 해결되지 않는 무림의 일은 없었다.
무림의 일이란 반드시 명문대파의 일만이 아니었다. 음모가 난무하고 배신이 밥먹듯이 이루어지는 뒷골목 세계의 일들이라고 해도 무림맹의 손이 뻗치지 않는 곳은 없었다. 흑도인들도 무림맹의 손안에 들어있었으며 명문대파와 세가들도 그 권위 앞에 머리를 숙였다.
본래의 무림맹은 이렇지 않았다. 무림맹은 말 그대로 그냥 맹(盟)이었을 뿐이었다. 강호에 큰 일이 생기면 언제나 무림맹은 만들어졌고, 그 일이 해결되고 나면 아침 햇살을 만난 이슬처럼 또 흩어지곤 했다.
지금처럼 무림맹이 막강한 권력을 가지게 된 것은 바로 당금의 무림맹주 송호자가 집권하면서 부터였다.
그는 비단 무공이 뛰어날 뿐 아니라 아주 젊은 시절부터 무림에 이름을 떨쳐 천하 각파에 아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그는 그의 출신지인 무당파 뿐만이 아니라 여러 문파에 동조자와 친구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에게는 친구만이 아니라 돈도 있었다. 당대의 무림맹은 출범을 하면서부터 그 안에 소속된 어떤 문파보다도 든든한 재력을 가지고 있었다.
돈은 곧 칼이 될 수 있었고, 칼은 힘이 될 수 있었다. 각파의 원로들이 모여 한담이나 나누고 이따금 공적처단이나 하던 과거의 무림맹과, 지금의 무림맹은 모든 면에서 달랐다.
맹의 총단은 금릉에 있었고, 금릉에는 각파로부터 파견된 강호인들과 맹을 유지하기 위한 일꾼들이 있었다. 또한 각파에는 무림맹의 권위를 대신하는 무림사자(武林使者)라는 사람들이 한 명씩 파견되어 있어서, 천하의 모든 방파들과 무림맹 사이를 마치 머리와 손발처럼 연결해 주었다.
맹의 총단은 마치 천자(天子)가 사는 궁궐처럼 넓고 깊었으며, 평소에는 일꾼들과 무림명숙(武林名宿)들이 아니면 감히 안에 들어가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오늘과 같은 날은 예외였다. 바로 십년에 한 번 열리는 천하 무림의 최고수를 가리는 비무대회의 하루인 것이다.
이날만큼은 무림맹 총단의 굳게 닫힌 문들이 활짝 열렸고, 저자거리의 이름 없는 상인이나 심지어 다리 밑의 거지라고 해도 출입증을 보일 필요도 없이 안으로 들어갈 수가 있었다.
장백쾌검문이라는 이름 없는 문파에서 온, 거의 배고파 죽을 지경인 다섯 젊은이도 마찬가지였다.
"우와! 정말 사람이 많군."
죽은 사람처럼 잠을 자다가 검매와 검학의 성화에 못 이겨 끌려나오다시피한 검호가 바글거리는 사람들을 보며 감탄했다. 그도 이제는 거의 잠이 깬 것 같았다.
한사코 나오지 않겠다는 것을 바람이라도 쐬라며 데리고 나온 검란은 여전히 땅바닥만 보고 있을 뿐 말이 없었다. 그녀는 마치 사람들의 얼굴을 보기를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무림맹의 총단 안에는 대규모의 집회를 위한 드넓은 광장이 있었고, 비무대회는 바로 이곳에 만들어진 비무대 위에서 열리기로 되어있었다.
마치 금릉의 모든 사람들이 다 이곳에 모인 것처럼 드넓은 광장은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었다. 물론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 모두가 금릉 사람들은 아니었다. 그들 중에는 멀리 사천에서 온 사람들도 있었고, 심지어 곤륜산에서 온 도사들도 있었다. 황색 가사를 걸친 승려들이 서너 명씩 짝을 지어 다니는데 그들의 손에는 불법을 제도할 뿐 아니라 악한의 목도 서슴없이 벨 것 같은 계도(戒刀)가 쥐어져 있었다. 머리에 물을 바른 듯이 이마를 드러내고 뒤로 벗어 넘긴 채 형형한 눈빛을 번뜩이는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은 해남도(海南刀)에서 온 명성 높은 도객(刀客)들이었다. 그 외에도 눈에 뜨이는 사람들마다 모두가 기인이고 고수였으며 누군가가 큰 소리로 불러대는 이름마다 강호에 명성이 자자한 유명인사들의 이름들이었다.
사람들의 머리 위로는 오색의 깃발들이 봄바람에 펄럭거렸으며, 간식거리를 파는 행상들이 목이 쉬어라 소리를 지르며 돌아다녔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다섯 명의 촌뜨기들이 앉을 자리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그들은 간신히 자리를 잡고 앉을 수 있었다. 비무대로부터 아주 먼 자리였고, 마치 무명소졸들을 위해 남겨진 곳 같았다. 하도 외진 자리이기 때문에 아무도 오려하지 않았다.
그들이 자리를 잡고 난 뒤 좀 시간이 지르자 비무대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지 못한 다른 사람들이 그곳까지 몰려왔다. 결국 그곳에도 자리가 남지 않게 되었고 모두들 무릎을 모으고 불편하게 앉아야만 했다. 하지만 드디어 자리를 잡고 앉을 수 있게 된 관중들 누구도 그것을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들의 눈은 모두 흥분으로 일렁이고 있었다.
검호의 앞쪽에 앉은 두 명의 한량이 부채로 얼굴을 부치며 오늘의 비무대회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오늘은 십대 고수 중에 무려 네 사람이 시합을 한다지?"
"다른 날 같으면 고작 시합 하나를 볼 수 있을 뿐일 텐데, 오늘은 무려 두 개나 보게 되는군."
"첫 번째 시합도 첫 번째 시합이지만, 나는 정말 두 번째 시합이 기대되어 오금이 다 저리는군."
그들은 거기까지 이야기하고 입을 다물었다. 정말 오늘의 비무대회는 대결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지켜보는 구경꾼들까지도 경건하게 정숙하며 기다려야 한다는 듯이.
검호는 검학에게 물었다.
"오늘은 누구누구가 시합을 하는 거야?"
검학이 대답했다.
"글쎄. 나도 듣긴 들었는데 누구인지? 뭐, 첫 번째에는 어디 스님과... 어디 도사가 한다는 것 같은데."
"스님과 도사면 불법과 장생술을 가지고 싸우려나?"
"글쎄."
"불법과 장생술을 가지고 싸우면 그 사람들끼리는 재미있을지 몰라도 우리는 전혀 재미가 없을 텐데."
등 뒤에서 들려오는 가당찮은 이야기들을 가만히 듣고 있던 앞쪽의 한량 하나가 홱 돌아보며 꾸짖었다.
"예끼, 여보쇼!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요?"
검호는 그 사람을 향해 바보 같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뭐, 아는 바가 없어서요. 시골에서 막 올라왔거든요."
한량은 검호와 그 일행의 행색을 한 번 쓱 훑어보더니 비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본래 그들이 입은 옷은 나쁜 것이 아니었다. 문등표국의 표사들이 입던 멋들어진 푸른 옷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새로 갈아입을 옷은 없었다. 사숙의 집에서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었지만, 그 옷은 가짜 사숙의 피로 더럽혀진 것이다. 처음에는 멋들어지게 보였던 푸른 옷이 지금은 때가 꼬질꼬질하여 아주 볼품이 없게 변해버리고 말았다.
한량은 촌뜨기들에게 커다란 은혜를 베풀 듯이 거만하게 입을 열었다.
"당신네들은 십대고수에 대해 알고나 있소?"
"알 리가 없지요."
"십대고수는 곧 천하에서 가장 강한 십대 세력을 이야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요. 그것은 곧 소림(少林), 아미(峨嵋), 당가(唐家), 개방, 공동의 전통 있는 다섯 개 명문대파와, 청루궁(靑樓宮), 거경방(巨鯨幇)의 두 신흥 방파와……"
한량은 갑자기 목소리를 은근히 낮추더니 속삭이듯이 말했다.
"세상을 움직이는 산과 바다가 바로 그 세력들이오."
전이라면 이 산과 바다가 무엇을 뜻하는지 검호는 여전히 못 알아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도 이제는 그 산이 금적산이며 그 바다가 보장해임을 알고 있었다. 뿐만이 아니라 그는 셈도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
"모두 아홉 개의 세력인데, 나머지 하나는 뭐요?"
한량은 빙그레 웃었다.
"아, 그거야 뻔한 것 아니겠소? 바로 이 무림맹, 천하 제일의 무림맹이 아니겠소? 무림맹주님은 십대고수들 중에서도 가장 상석을 차지하고 있지요."
그는 목소리를 더욱 낮추며 말했다.
"하지만 소문에는, 산과 바다가 내놓는 두 명의 고수도 그에 못지않은 실력이라고 하더군요."
그때였다. 떠들썩하던 광장이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광장의 정면에 있는 전각(殿閣) 안에서 한 떼의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각 앞을 지키던 흰옷을 입은 무림맹의 무사들이 그들을 호위하여 비무대 앞으로 나아왔다.
"저 사람들은 누구요?"
한량은 경외스러운 투로 대답했다.
"무림맹의 간부들과 십대문파의 수장(首長)들이지요! 아주 귀한 분들이지요!"
비무대 앞에는 비무대보다는 작지만 높은 단이 쌓여져 있었고, 그 위에는 햇빛과 뭇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귀한 분들을 가려줄 차양이 쳐져 있었다. 차양 아래에는 귀한 분들을 위해 커다란 의자들이 그 숫자만큼 마련되어 있었다.
그들 중에는 무림맹주 송호자도 있었다. 그는 맨 가운데에 앉아있었다. 각 파의 수장들은 그에게 경의를 표하며 그가 자리에 앉고나서야 자기의 자리에 앉았다.
검호는 오늘 송호자를 처음 보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번에는 그의 옥색 바지만을 보았고, 오늘은 또 너무나 거리가 멀어 얼굴조차도 잘 보이지 않았다.
사형제들의 눈은 귀한 분들이 나타난 순간부터 그들에게 못 박혀 있었다. 그들 중에는 분명히 거경방의 방주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아니 필시 그는 바로 방우창을 장백산으로 보낸 인물일 것이다. 검표가 만일 이 자리에 있다면 한바탕 소란을 면키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검표가 아니었고, 검표와 자신들 사이에 너무나 많은 거리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속에서 그들은 거경방주의 옷자락 가까이에도 접근할 수가 없었다.
검학이 검호와 수작을 주고받던 한량을 향해 막 입을 열었다.
"저 사람들 중에……"
그는 거경방주가 누구인가를 물으려고 했다. 그러나 한량은 그의 질문을 미처 다 듣기도 전에 입에 손을 갖다대며 조용히 하라고 주의를 주었다. 그의 눈은 흥분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마찬가지였다.
"이제 비무가 시작될 거요. 오늘의 첫 대결이오! 아미파(峨嵋派)의 무정신니(無情神尼)와 공동파의 일자검(一字劍) 석수도장(晳修道長)이오."
둥! 둥!
비무대 한 옆에 마련된 커다란 북이 두 번 울렸다. 바야흐로 비무가 시작되려는 찰나였다. 그러나 시합의 당사자인 두 사람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별안간 광장의 뒤쪽에서 한 개의 회색빛 신형이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그 신형은 마치 수면을 박차고 나는 제비처럼 곳곳에 세워진 오색의 깃대의 끝을 디디며 비무대를 향해 날아갔다.
누구나 그것을 보고 놀라운 경공이라고 감탄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깃대는 대나무로 만들어져있는데 무거운 사람이 그것을 밟고 도약하는데도 휘청이지조차 않았다. 허공에서 몸을 뒤집는 것이 가볍게 손바닥을 뒤집는 것만큼이나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결코 그런 경공을 보여줄 수가 없었다.
회색 신형은 순식간에 수십 장을 가로질러 비무대 위에 당도했다. 사람들이 비로소 본 것은 회색의 도복을 입은 중년의 검객이었다.
비무대 가운데 서자마자 그는 중인(衆人)들 앞으로 손을 모으며 우렁찬 소리로 일갈했다.
"공동의 석수가 천하 무림동도들 앞에 인사드리오!"
수십 장을 나는 경공을 펼쳐 보이고도 숨조차 조금도 거칠어지지 않은 그런 목소리였다. 광장을 뒤흔들 듯한 환호와 갈채가 그의 인사에 화답했다.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은 공동파의 석수도장이 공동파 특유의 독랄한 검법에 절륜한 내공과 경공까지 익힌 사람이니 결코 오늘 비무에서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심지어 그들 중 대부분은 벌써부터 그의 승리를 확신했다.
비무에 나서야할 또 한 사람은 석수도장과는 너무나 대조적으로 등장했다. 석수도장에 대한 환호가 채 가라앉기도 전부터, 광장의 반대편에서는 아주 작은 방울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가까이 서있는 사람들조차도 잘 들을 수 없을 만큼 작은 방울 소리였다.
그러나 한두 사람이 그 방울소리를 듣고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하면서 차츰 사방은 조용해졌고 그럴수록 그 방울소리는 멀리 퍼져갔다.
머리를 파르라니 깎은 비구니가 선장(禪杖)을 짚은 채 아주 힘들여서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걸어오고 있었다. 비구니는 사람들에게는 시선을 주지 않고 땅바닥만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영원히 비무대에 도착하지 않을 것처럼 아주 느리게 비무대를 향해 걸어갔다. 그녀가 비무대 위에 당도할 때까지 그 넓은 광장 안에 가득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따금 침 넘기는 소리만이 새어나왔다.
아무리 느린 달팽이라도 기고 또 기다보면 산을 넘을 수 있듯이, 이 비구니도 마침내 비무대 위에 도착했다. 그녀는 그 위에 올라서고서야 비로소 고개를 들었다.
"어?"
검호는 놀라 입을 크게 벌렸다. 그는 그 비구니가 틀림없이 파파 늙은 할머니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할머니가 아니라면 어째서 선장을 짚은 채 저렇게 허리를 구부리고 걸어온단 말인가?
고개를 든 비구니는 젊었다. 그것도 거의 검매나 검란의 또래로 보일 만큼 젊었다. 얼굴은 무표정했고 눈빛은 싸늘하리만큼 침착했기 때문에 그의 사매들보다 훨씬 나이가 들어보이기도 했지만, 분명히 젊은 여자였다.
그녀는 속삭이듯이 작은 소리로 중인들에게 인사했다.
"지체해서 죄송합니다. 아미의 무정입니다."
그녀는 분명히 속삭이는 듯 했지만 그 소리는 광장의 변두리에 있는 검호의 귀에까지 똑똑하게 들렸다. 관중들은 다들 '헉'하고 감탄했으며, 이어 공동파의 석수도장에게 보낸 것 못지 않은 갈채를 이 냉막한 비구니에게 보내주었다.
이 갈채가 끝나면 관중들은 희대의 대결을 보게될 것이다. 그들은 구경거리에 미친 사람들처럼 두 눈을 벌겋게 뜨고 있었다.
검호의 앞줄에 앉은 한량 두 사람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들뜬 소리로 속삭였다.
"정말 이런 고수들의 대결은 한평생을 살다가도 못 볼일이라고! 대단한 기회야."
"암, 그렇고 말고."
검호는 때를 놓치지 않고 핀잔을 던졌다.
"십 년에 한 번 있는 대회라는데, 뭘 또 그렇게 못 볼 구경거리씩이나 됩니까?"
한량들은 그를 마음껏 비웃으며 대답했다.
"정말 뭘 모르는구먼. 전의 대회 같으면 비무를 해도, 그들은 고수이기 때문에 시정의 잡배들 싸움처럼 손발을 부딪히며 싸우지 않았어. 고작해야 점잖게 앉아서 입으로 논검(論劍)이나 했다고."
"입으로 하는 논검이야 높으신 고수님들끼리는 재미있을지 몰라도 우리가 뭐 알아들을 수가 있나? 하지만 이번의 비무는 진짜 싸움이란 말일세."
"어째서 이번 대회만 이렇게 다릅니까?"
한량들은 호기심과 야릇한 충동을 감추지 못하고 몸을 떨며 대답했다.
"이 비무를 통해 무림맹 내의 세력들 간에 암암리에 서열이 결정되는 것이니까! 문파의 명예를 걸고 그들은 최선을 다해 싸우는 걸세. 우리 같은 사람들한테는 그야말로 천고에 다시 보기 어려운 대결이지."
검호는 눈을 찡그렸다. 광장 안에 가득한 모든 사람들은 일순 그에게 먹이를 다투는 맹수들을 보며 둘 중 누군가가 쓰러지기를 기다리는 비열한 까마귀 떼처럼 보였다.
까마귀 떼의 함성은 잦아들고, 두 마리의 맹수는 이제 비무대 위에 마주섰다.
공동의 맹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신니와는 지난 번 화산(華山)에서 한 번 뵌 후로 벌써 열 달이나 지났습니다 그려."
아미의 암호랑이도 입을 열어 호응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도장께서는 여전히 호탕하시고, 무공은 몇 배로 증진되신 것 같군요."
"언제 다시 화산의 매화 아래에서 신니의 검무를 뵐 기회가 있을런지요?"
"해마다 다시 피는 것이 매화이니 도장께서 무림의 일을 돌보시느라 바쁘지만 않으시다면 언제고 다시 모임을 가질 수 있겠지요."
두 사람의 대화는 나직했지만 적지 않은 사람이 그들의 말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은 강호에 몇 안되는 고수들답게 친분이 두터워보였으며, 살벌한 싸움을 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 같지가 않았다.
구경꾼들 중의 많은 사람들은 그들이 너무나 친근해 보이는 것이 적지 않아 불만스러울 정도였다. 그들이 너무 친한 사이라면, 그들은 최선을 다해 싸우지 않을지도 모르는 것이 아닌가. 최선을 다해 싸우지 않는 비무란 얼마나 맥빠지는 구경거리가 될 것인가.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가볍게 목례를 보낸 뒤 각각 두 걸음 뒤로 물러나며 검을 뽑았다. 무정신니의 선장은 그녀가 힘주어 아래쪽을 뽑아버리자 새파란 검날이 나오며 그대로 검이 되었다.
촹! 챙!
청명한 검 울음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격돌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대결이 시작된 순간, 아무도 그들이 최선을 다해 싸우지 않음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하앗!"
"탓!"
우렁차고 맑은 기합과 함께 두 사람은 생사를 가르는 일전을 시작했다. 검과 검이 그들 사이에서 불꽃을 일으키며 맞부딪혔고 네 개의 발이 날개를 단 듯이 허공에서 어지럽게 움직였다. 그들의 싸움은 불꽃같았고 바람 같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십여 초를 교환하는데 놀라운 것은 검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전혀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분명 중인들의 눈에는 그들의 검이 불꽃을 일으키며 부딪히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소리는 없으나 그들의 대결은 숨막혔다. 지켜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이 턱턱 막혀올 정도였다.
검웅이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저 사람들의 검은 부딪혀도 왜 소리가 나지 않는 거야?"
아무도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손에 땀을 쥐고 두 사람의 대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심지어 사람들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모든 사람들이 숨을 쉬지 못할 때, 검호는 크게 하품을 했다. 그는 졸린 목소리로 검웅에게 말했다.
"뭘 어렵게 생각 하냐? 아마 검이 부딪히지 않는가 보지."
검웅의 눈이 동그래졌다.
"뭐?"
"검은 부딪히면 마땅히 소리가 나야 하는데, 소리가 안 나면 부딪히지 않는 거겠지."
검웅이 비무대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부정했다.
"하지만 불꽃이 튀잖아. 불꽃이……!"
그때 술렁거리는 소리가 비무대 가까운 곳으로부터 차츰 먼 곳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놀라운 얼굴로 옆사람과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뒷사람에게 귀엣말을 전했다.
그 술렁거림은 짧은 시간에 검호와 그 사형제들이 있는 곳까지 도착했다.
"두 사람의 검은 부딪히지 않았다!"
이것이 그 술렁거리는 소리의 정체였다.
"닿기 직전에 그들의 검은 이미 방향을 바꾸고 있어. 불꽃은 검기와 검기가 부딪혀 만들어진 것이야!"
검기를 뿜으며 저렇게 급하고 빠른 절초를 수십 차례나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니, 쉬운 일이 아닌 정도가 아니라 진정 검의 고수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세상에는 검의 고수가 그리 흔치 않았다. 검은 익히기는 어렵고 그 수련은 너무나 고된데다가 험난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점점 더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정말 일생에 한 번 구경하기 힘든 두 검의 고수들이 싸우는 것을 현실로 보고 있는 것이다.
점차 그들의 움직임을 빨라졌고, 급기야 석수도장의 회색 도복이 남기는 회색의 잔영과, 무정신니의 청삼(靑衫)이 그리는 푸른 잔영 사이로 이따금 노랗고 푸른 불꽃이 튀는 것만이 보이기 시작했다.
열광하던 사람들의 고함소리가 가라앉았다. 그들은 모두 손에 땀을 쥐고 이 한 판의 대결이 끝나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런 격렬한 싸움 끝에 반드시 한 사람이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두 사람의 검 끝은 반드시 상대의 요혈만을 노리고 있었으며 눈이 세 개가 달린 사람이라고 해도 제대로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빨랐다. 한 순간의 실수로도 목숨을 빼앗길 수 있는 그런 싸움이었던 것이다.
만약 쓰러진다면 누가 쓰러질 것이며 이긴다면 누가 이길 것인가? 이기는 사람은 비단 그 한 사람의 영광일 뿐 아니라 그들 문파가 무림맹 내에서 차지하는 서열 역시 올라갈 것이다.
그 승리자는 누구이고, 그 영광을 입는 문파는 어디일까? 사람들의 흥분은 점점 고조되었다.
파악!
퍽!
드디어 수십 합의 대결 끝에 처음으로 비무대 위에서 소리가 났다. 찢어지는 소리와, 얻어맞은 소리였다.
찢어진 것은 무정신니의 청삼이었다. 두터운 청삼의 앞자락이 길게 베어지고 그 안에 검은 승복(僧服)이 바람에 펄럭였다.
얻어맞은 것은 석수도장의 아랫배였다. 무정신니는 검의 손잡이나 마찬가지인 선장의 대가리를 이용해 그의 아랫배를 가격한 것이다.
두 사람은 잠시 그 자세 그대로 멈추어 섰다. 화공(畵工)이 그린 그림과도 같았고, 장인(匠人)이 새긴 조각과도 같았다.
문득, 귀한 분들이 앉는 차양 아래에서 한 사람이 벌떡 일어나 초조한 듯 두어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 사람은 무정신니와 같은 청삼을 입고 있었다.
별안간 무정신니가 쓴웃음을 지으며 뒤로 물러났다. 그녀는 귀한 분들이 있는 쪽과 중인들을 향해 두 번 합장을 하고는 태연하게 말했다.
"이 시합은 빈니(貧尼)의 패배입니다. 공동의 높은 무학(武學)에 실로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비무대를 내려와 총총히 사라졌다. 아까 그처럼 느릿느릿 움직이던 입장과는 아주 대조적인 패배자의 퇴장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석수도장의 검은 그녀의 옷자락을 베었을 뿐이고, 무정신니의 선장은 석수도장의 배를 쳤는데, 어째서 그녀가 먼저 패배를 시인한 것일까?
어쨌든 비무대 위에 남은 것은 석수도장 한 사람 뿐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남은 사람만이 승자로서 갈채를 받을 자격이 있었다.
석수도장은 첫 인사를 받을 때와 마찬가지로 크고 호탕한 소리로 만인 앞에 외쳤다.
"신니께서 양보해주신 점 감사드리오!"
그의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사람들은 비로소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박수와 함께 그들은 제각기 옆사람들과 떠들어댔다.
"이제 보니 무정신니의 선장은 석수도장의 배에 채 닿지 못했던 것이로군!"
"자신은 닿지 못했고, 석수도장의 검은 옷자락을 베었으니 그것으로 패배를 인정한 것이었군!"
"하하! 정말 고수들의 싸움은 눈을 똑바로 뜨고 보아도 제대로 알아볼 수가 없다니까!"
그들은 모두 흥분했고 아주 놀라운 구경을 보았다고 흡족해 마지않았다. 이제 두 번째 비무는 반시진 후에나 열릴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겨우 잡은 자리에서 떠나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 자리에 앉은 채로 방금의 싸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고 침을 튀겨가며 공동의 무학과 아미의 무학에 대해 높고 낮음을 가리려 했다.
검호는 한숨을 쉬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푸른 하늘이 어쩐지 노랗게 보였다. 하늘조차도 오늘 이 한 판의 비무대회에 휩싸여 돌아가는 것 같았다.
열광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열광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보지 못한다. 하지만 무엇에도 열광하지 못한 검호는 때때로 아주 이상한 광경을 보기도 했다.
지금 역시 그가 만약 광장 안의 관중들처럼 열광해 있었다면, 혹은 검매나 검웅처럼 주변의 떠들썩함에 정신이 팔려있었다면, 혹은 검란처럼 자신만의 세계에 깊이 침잠해있었다면 그것을 결코 보지 못했을 것이다.
검학이 갑자기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고, 사형제들조차 모르게 뒤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검호는 그가 눈치 채지 못하게 한 사람의 뒤를 쫓아가고 있음을 보았다. 그 사람은 흰옷을 입은 무림맹의 일꾼이었다.
검학이 왜 무림맹 사람의 뒤를 따라가는지 그는 알 수가 없었다. 어쨌든 그들이 앉아있던 광장의 맨 끝에는 담이 있었고, 그 담에는 아주 작은 쪽문이 나있었다. 흰옷을 입은 무림맹의 일꾼은 그 안으로 들어갔고, 검학도 그 안으로 들어갔다.
검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또 귀찮은 일이 생길 것 같군.'
하지만 그는 일어서서 그 뒤를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나는 이래서 대사형이 되고 싶지 않았다고요!'
그는 마음속으로 죽은 사부에게 외쳤다. 비록 사제들은 그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는 어쨌거나 사제들을 책임 진 대사형이었다. 적어도 그 자신만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아니, 그 사실을 아는 것은 이 세상에 오직 그 하나뿐일지도 몰랐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