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 문 미 순 작가님
1. 한줄 요약
연금을 계속 수령하려고 어머니의 사망신고를 안 한 명주와 뇌졸중 후유증, 알코올성 치매인 아버지를 간병하며 아버지의 국민연금과 대리기사로 근근이 생활을 꾸려가는 청년 준성. 그들이 막다른 길에서 부모의 죽음을 은폐하고, 고뇌하며 선택하는 인생여정을 그린 이야기.
2. 등장인물 성격 분석 및 변화과정
1)(공)명주 – 치매 어머니를 돌보는 50대 이혼녀(701호 할머니의 딸)
2) 701호 할머니 – 증평댁 황정애(76세에 사망) 기초연금 30.7만, 유족연금 69.8만
3) 준성 – 뇌졸증 아버지를 돌보는 옆집 20대 남자(702호 노인의 아들).대리운전(월100)
4) 702호 노인 – 64세 준성아버지 뇌졸중 후유증, 알코올성 치매(인지기능은 정상)
국민연금 62만원
5) (차)은진 – 명주의 딸(23세), 5년전부터 연락을 끊었으나. 필요시 집요하게 접근함.
6) 진천할배 – 할머니 앤(?)
7) 기타 – 태윤(은진 애인), 기훈(구두매장 근무시 명주의 애인)
3. 기승전결이 드러나도록 다섯 단락으로 줄거리 쓰기
간병하던 치매에 걸린 엄마가 사망했다. 명주는 연금을 계속 수령하려고 사망신고를 안 하고, 미라로 만들어 작은 방에 보관한다. 옆집의 청년 준성은 뇌졸중 후유증, 알코올성 치매(인지기능은 정상)인 아버지를 간병하며 아버지의 국민연금과 대리기사로 근근이 생활을 꾸려나간다. 준성의 아버지가 목욕탕 낙상사고로 사망하자 두 사람은 부모의 죽음을 은폐하고, 막다른 길에서 고뇌하며 서울의 임대아파트에서 시골집으로 이사를 결정한다. 그들은 끔찍한 현실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4. 좋은 문장
한 여자가 남편을 죽이면 살인이라 부르지만, 다수가 같은 행동을 하면 사회현상이라고 부른다 헀던가.[*]
[*] 『체체파리의 비법』(이수현 옮김, 아작, 2016, 23쪽)에서 차용
“한 남자가 아내를 죽이면 살인마라고 부르지만, 충분히 많은 수가 같은 행동을 하면 생활 방식이라고 부른다.”
명주는 그 목표액을 맞추기 위해 자신의 카드로 구두를 사서 가매출을 잡고 매출이 좋은 날에 돌려받는 방식으로 매출액을 채웠다. 니들이 여기 아니면 갈 데나 있어? 식당이나 마트밖에 더 있냐고? 백화점 구두 매장 점장은 입만 열면 그런 말을 지껄여댔다.
노인은 끝이 네 개로 갈라진 지팡이에 의지해 천천히 돌아섰다. 노인의 다른 한 손은 안으로 살짝 굽어 주먹을 쥔 듯 굳어 있었다. 한 발 한 발 지팡이에 몸을 의지해 걸어가는 모습이 불안해 보였다. 명주는 노인이 건넨 영양제 봉지와 노인의 뒷모습을 번갈아 보며 마음이 복잡해졌다. 친구라고? 그럼 저 노인과 엄마가 사귀었다는 건가?
- 네, 오늘 운동 열심히 했으니까 상으로 주는 거예요
- 그래? 그럼 이왕 주는 거 소주도 한 병 추가해주면 좋겠다만,
- 아버지, 가스 불 켜면 안 돼요. 데워 먹고 싶으면 전자레인지에 돌리고요.
24시간 현금인출기가 있는 공간으로 들어가 잠시 비를 피하기로 했다....
‘대리기사분들의 출입을 금합니다.’ .... ‘대리기사도 여기서 입출금 합니다!!!’
- 엄마, 여긴 에그타르트랑 블렌딩 커피가 맛있어. 여기 바리스타가 세계대회 수상자거든.
은진은 먹잇감을 노리고 있던 사마귀처럼 명주의 제안을 잽싸게 낚아챘다. 언제 어디서든 누가 제편인지 어느 쪽에 붙어야 이로운지 직감적으로 알아채는 아이였다.
- 아저씨는 왜 안 나온 거야? 내가 아저씨 인생에 최고의 사건이랬으면서?
여자의 눈에서 불이 활활 타올랐다. 명주는 은진을 돌아보며 인상을 썼다.
- 왜 그래? 난 잘못한 거 없어. 어차피 경찰에 신고해도 난 미성년자라 처벌도 안 받아.
...여자는 합의금으로 2천만 원을 요구했다. ... 전셋집 보증금을 빼기로 했다.
쌍꺼풀 수술을 하고 싶다고, 해외 영어연수를 가고 싶다며 허락도 없이 명주의 카드로 결제를 했다. 날 책임지겠다고 데리고 나왔으면 이 정도는 해줘야 하는 것 아냐?
돈이 돈을 버는 세상에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을 종교처럼 믿고 살았던 아버지였다. 휴지는 두 칸씩 사용, 샤워는 십 분 안에, 반찬은 세 가지를 넘지 않게 하라는 잔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어도 부자가 되지는 못했다. 자린고비에 수전노처럼 아끼고 모아온 돈을 아버지는 뜬금없이 친구의 탄광 사업에 투자해 전 재산을 잃었다. 명주는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어야만 했고 관절염으로 일을 쉬었던 엄마는 다시 일을 나가야만 했다.
- 준성아, 그래도 병원에 전화 넣어봐라!
아버지가 안에서 소리쳤다. 준성은 머리를 흔들며 고무장갑 낀 주먹을 절인 배추 위로 힘껏 내리쳤다.
엄마와 사는 동안에 모임이라곤 나가본 적이 없었다. 어쩌다 어렵게 약속을 정해도 번번이 나갈 수 없는 이유들이 생기곤 했다. 잠시나마 집 안을 벗어나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치료니 간병이니 하는 말들이 섞이지 않은 대화다운 대화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나가려니 가슴이 불안하고 떨려왔다.
- 우리 형제들은 요양병원에 모셨어. 매달 돈 걷어 병원비 내고 시간표 짜서 주말마다 들리고, 간병이란 게 그렇잖아. 해도 해도 티도 안 나고. 누구 혼자 독박 쓰다간 화병 나고 말지. 화병뿐이야? 집안이 다 작살나는데. 그래서 우린 딱 엔분의 일로 해. ... 다 자기들 먹고살기 힘들다고 부모고 형제고 외면하는 세상에. ... 지금처럼 가족들이 간병을 책임지다간 남아나는 가정이 몇이나 되겠어?
- 왜? 무슨 큰 기업형 미용실에서 실습한다고 좋아했잖아.
- 가서 보니까 아닌가 봐요. 손님 안내하고 대화하고 샴푸하는 거 배우는데, 출근해서 퇴근할 때 까지 온종일 서 있어야 된대요. 서 있어야 오는 손님 바로 안내할 수 있다고. 샴푸하느라 애 손에 피부병이 다 생겼어요.
- 왜 하나도 안 변해요. 네? 왜 이 지지궁상 인생은 변하지도 않냐고요!
명주는 테이블을 손으로 내리치며 말했다. 다른 식탁의 손님들이 명주를 쳐다보며 수근거렸다. 입으로 푸르르 한숨이 새어 나왔다.
사람들 말로는 아들이 주식 빚 갚으려고 할머니 사는 집을 팔아 여기다 데려다 놓았다더라고. 한 달만 있다 데리러 온다. 두 달만 있으면 데리러 온다 하고선 몇 년째 소식이 없다나 봐. ... 엄마의 집을 빼앗고 요양원에 유폐시켜놓은 아들이나, 엄마를 미라로 만들어두고 연금을 빼먹는 자신이나 하등 다를 게 없었다.
- 엄마, 여기가 미슐랭 스리스타 받은 한정식집이래. 지나다니면서 꼭 한번 와보고 싶었거든.
... 명주는 이 자리가 마치 함정인 것만 같았다. 수년전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순진한 아저씨를 꾀어 우려먹던 방식으로 자신을 이용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 좋은 아버지였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저한텐 하나뿐인 가족이니까요...
명주는 준성의 말을 들으면서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차라리 고아가 되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주변의 공유 전동킥보드를 타고 고객이 있는 식당으로 출발했다.
고작 이런 것들을 먹자고, 이것들을 먹고 몇 날이라도 더 살자고 엄마를 미라로 만들어놓고 연금을 쓰고 있구나 생각하니 자신이 너무 한심스러웠다. 당장 집으로 돌아가 이런 구차한 삶 따윈 그만 끝내버리고 싶었다.
밤바람이 제법 차가웠다. 북극성 같은-어쩌면 인공위성일-별이 밝게 반짝이고 있었다. 대체 뭘 두려워하는 거나. 여차하면 서랍 속의 약을 집어삼키고 가기로 했으면서, 세상에 드러날 일들이 두렵니? 법정에 서는 게 두려워? 그렇게 되기도 전에 너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텐데. 자신 안의 또 다른 자신이 말하고 있었다. 그러자 조금 전의 두려움이 연기처럼 흐려지다 사라졌다.
- 이 밤에 전화 돌릴 손가락 힘이라도 있으면 달밤에 나가 체조라도 하지 그래? 그래야 혈액순환이 돼서 안서는 x에 피가 돌거 아냐. 한 번만 더 전화해서 그 더러운 주둥이를 놀렸다간 경찰에 신고해서 혀뿌리, x뿌리가 다 썩도록 콩밥을 먹여줄 테니까 어디 한번 또 걸어봐. 씨발. 이 병아리 x만큼도 안 되는 새끼야!
소변보러 갈 시간조차 감시하며 하루 백 통의 콜을 소화하라 쪼아대는 이들이었으니, 회사가 보호해주지 않는다면 스스로 강해지는 수밖에 없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명주는 이제야말로 진상들을 퇴치하는 확실한 매뉴얼을 얻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시간이나 되는 장거리를 어색한 침묵 속에 가느니 적당한 거짓말로 지루한 시간을 때우며 가는 건 비교적 쉬운 일에 속했다. 옆자리에 앉아 넓적다리로 손을 뻗쳐오는 변태손님들을 상대하는 것에 비하면.
무얼 어떻게 해줄 수도 없었다고 핑계를 대보지만 다른 방법은 없었냐고 누군가 자꾸만 꾸짖는 걱 같았다. ... 엄마 이름을 쓰고 100만 원을 넣었다가 혹시나 할아버지 가족들이 이상한 생각을 할까 싶어 10만 원만 넣고, 나머지 90만 원은 익명으로 냈다. 명주는 향을 피우고 절을 한 뒤 장례식장을 빠져나왔다.
702호가 아버지를 집으로 일찍 모셔온 이유가 돈이 없어서인 걸 알고 마음이 착잡했다. 702호는 흐느낌을 진정시키려 애쓰고 있었다. ... 멀리 밤하늘 위로 작은 별들 몇 개가 안간힘을 쓰며 빛은 내고 있었다.
명주는 자신의 핸드폰에 은진이 위치추적 앱을 깔았다는 걸 그제야 알아챘다. 첫 만남 때 부터였을까. 명주는 은진이 무섭게 느껴졌다.
- 근데, 언제까지 집 안에 모셔둬야 할까요?
- 언제고 묻어드려야겠지
- 내가 궁리해볼게
명주는 자신에게 이성이 있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렇다. 인간은 원래 사약한 동물이었다. 처음 한대가 어려웠지 한 번 나간 손은 좀처럼 멈춰지질 않았다. 명주는 엄마가 놀라 눈을 부릅뜬 채 자신을 쳐다보는데도 엄마의 얼굴과 머리를 사정없이 때려댔다. 살기로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목을 조르는 건 시간문제였다. 엄마가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두 손으로 빌며 말하지 않았더라면 명주는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질렀을지도 모른다.
- 왜 말해주지 않았어? 사는 게 원래 이렇게 지긋지긋하고 지옥 같다는 거. 엄만 알았어? 엄마는 알았냐고. 응?
- 미안해 엄마. 이렇게밖에 못해줘서....... 정말 미안해요.
5. 배울 점
1) 난해하지 않은 문장으로 적정한 정도의 긴장감을 주며 뒷얘기의 궁금증을 유발시켜 독자로 하여금 단숨에 완독하게 만드는 테크닉.
2) 신문에 엽기적인 사건으로 보도된 인물들을 소환하여 그들의 일상을 치밀하게 그렸다.
또한, 작가는 소설 속에서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독자들에게 고발한다.
(간병 문제, 노인애정 문제, 현장 실습문제, 대리운전자 문제, 보험회사 콜센터,
노래방도우미...등을 통해 독자들과 유대감/동질감/친밀감 관계 형성)
3) 부모의 죽음을 은폐하는 반도덕적 행위는 독자를 윤리적 딜레마에 빠뜨린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잔혹한 현실에서 작가는 역설적으로 인간적인 연대와 온기를 이야기하는 과정으로 전환되는 듯 하다.
...........................................................................................24/01/25 youngkwon ;~)
첫댓글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것도 유의미하며, 윤리적 딜레마는 독자를 몰입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후에 과제방으로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길을 걷는 데... 포인트, 포인트를 '콕콕' 찍어 주시니... 매우 감사하옵나이다.
요약 하신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남은 시간도 활기차고 편안한 시간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님도 ... 좋은 시간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