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이번 길에 고향 사람은 하나도 못 만났습니까?"
"하나 만났구마, 단지 하나."
"친척되는 분이던가요?"
"아니구마, 한 이웃에 살던 사람이구마."하고 그의 얼굴은 더욱 침울했다.
"여간 반갑지 않으셨지어요."
"반갑다마다, 죽은 사람을 만난 것 같더마. 더구나 그 사람은 나와 까닭도 좀 있던 사람인데……"
"까닭이라니?"
"나와 혼인 말이 있던 여자구마."
"하아!" 나는 놀란 듯이 벌린 입이 닫혀지지 않았다.
"그 신세도 내 신세만 하구마."
하고 그는 또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그 여자는 자기보다 나이 두 살 위였는데, 한이웃에 사는 탓으로 같이 놀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며 자라났다. 그가 열 네살 적부터 그들 부모들 사이에 혼인 말이 있었고 그도 어린 마음에 매우 탐탁하게 생각하였었다. 그런데 그 처녀가 열일곱 살 된 겨울에 별안간 간 곳을 모르게 되었다. 알고 보니, 그 아버지되는 자가 20원을 받고 대구 유곽에 팔아먹은 것이었다. 그 소문이 퍼지자 그 차녀 가족은 그 동리에서 못 살고 멀리 이사를 갔는데 그 후로는 물론 피차에 한 번 만나 보지도 못하였다. 이번에야 빈터만 남은 고향을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에 읍내에서 그 아내될 뻔한 댁과 마주치게 되었다.
처녀는 어떤 일본 사람 집에서 아이를 보고 있었다. 궐녀(그 여자)는 20원 몸값을 10년을 두고 갚았건만 그래도 주인에게 빚이 60원이나 남았었는데, 몸에 몹쓸 병이 들어 나이 늙어져서 산송장이 되니까. 주인되는 자가 특별히 빚을 탕감해 주고, 작년 가을에야 놓아 준 것이었다.
궐녀도 자기와 같이 10년 동안이나 그리던 고향에 찾아오니까 거기에는 집도 없고, 부모도 없고 쓸쓸한 돌무더기만 눈물을 자아낼 뿐이었다. 하루해를 울어 보내고 읍내로 들어와서 돌아다니다가, 10년 동안에 한 마디 두 마디 배워 두었던 일본말 덕택으로 그 일본 집에 있게 되었던 것이다.
"암만 사람이 변하기로 어째 그렇게도 변하는기오? 그 숱 많던머리가 훌렁 다 벗을졌두마. 눈을 푹 들어가고 그 이들이들하던 얼굴빛도 마치 유산을 끼얹은 듯하더마."
* 병석 이야기 - 슬픈 이야기입니다. 식민지 지배 또한 성을 차별화하여 착취하네요. 남성의 여성 차별이 나타나 있습니다. ( '현진건, 고향'으로 검색하면 전문이 많이 나옵니다.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sunos2&logNo=100014022129)
이것은 식민지 지배가 끝난 다음에도 계속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여성지리학에서 포스트식민주의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하는데, 제가 이에 대해 좀더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음은 위키피디아에 나오는 '포스트식민주의' 기사인데, 지리학도 언급되어 있습니다.
Postcolonialism or postcolonial studies is an academic discipline featuring methods of intellectual discourse that analyze, explain, and respond to the cultural legacies of colonialism and imperialism, to the human consequences of controlling a country and establishing settlers for the economic exploitation of the native people and their land. Drawing from postmodern schools of thought, postcolonial studies analyse the politics of knowledge (creation, control, and distribution) by analyzing the functional relations of social and political power that sustain colonialism and neocolonialism—the how and the why of an imperial regime's representations (social, political, cultural) of the imperial colonizer and of the colonized people.
As a genre of contemporary history, postcolonialism questions and reinvents the modes of cultural perception—the ways of viewing and of being viewed. As anthropology, postcolonialism records human relations among the colonial nations and the subaltern peoples exploited by colonial rule. As critical theory, postcolonialism presents, explains, and illustrates the ideology and the praxis of neocolonialism, with examples drawn from the humanities—history and political science, philosophy and Marxist theory, sociology, anthropology, and human geography; the cinema, religion, and theology; feminism, linguistics, and postcolonial literature, of which the anti-conquest narrative genre presents the stories of colonial subjugation of the subaltern man and woman.
첫댓글 저는 영어를 좀 더 공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나저나... 하비책은 잘 읽히지도 않는데...
오히려 샘처럼 문학작품을 읽으면서 이렇게 찾고 이야기하는 것도 잼나겠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