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자연적 리듬은 강렬하게 일어났다 죽어가는 남근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자연히 남성 신화는 흥했다가 쇠하는, 절정과 비극을 경험하는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William Irwin Thompson 1981)
이는 푸르렀다 죽어가는 식물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여신의 아이, 파트너로 등장하는데 이들은 한결같이 수명이 짧고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는 인물들이다.
< 동물의 지배자 >
(위 그림) 커다란 뿔 달린 들소 머리, 몸에는 털가죽이 덮여 있고 꼬리가 있다. 팔은 동물, 다리는 인간의 것인데, 직립한 자세로 걷거나 춤을 추고 있다. 입과 오른팔 사이에 흥미로운 대상이 포착되는데 이는 아마도 관악기일 것이다. 들소가면을 쓴 인물이 포함된 동굴벽화 (프랑스, 기원전 1만 3999년경)
(위 그림) 반인반수의 인물, 두부에는 수사슴 머리에 큰 뿔이 달려있고 얼굴에는 동그란 눈과 긴 수염이 있으며 손 대신 사자 발 같은 짐승의 발이 있다. 야생마 꼬리가 달려 있고 꼬리 앞쪽에 성기가 있다. (프랑스, 기원전 1만 3999년경)
스칸디나비아 민담에서 동물과 숲, 산과 바다를 관장하는 신은 라(ra)이다. 이 이름은 양성적인 표현이라, 실제 동물, 숲, 산을 고유하고 지배하는 여신이기도 하고 남신이기도 하다. 10세기 기록에 rad/rod 라는 단어가 등장하는데 이는 '지배하는 힘'을 의미한다.
동물이나 산, 숲의 주인이나 수호신 혹은 정령들에 관한 민담이나 문헌이 여러 시기에 걸쳐 보존되어 있다. 그리스와 로마 문명에서는 이와 관련된 신화적 인물이 판, 파우누스, 설바누스를 비롯한 이름들로 알려졌다. 그리스의 판은 숲의 신으로 양치기였고 야생동물, 사냥꾼, 양봉가의 수호신으로 숭배를 받았다. 이들은 이상야릇한 큰 소리를 내고 예언의 능력이 있다고 믿어졌다. 판과 파우누스는 갑작스레 공포를 안겨준다. 이런 특질은 19세기와 20세기 민담에 알려진 숲의 신과 정령들의 특질과도 일치한다. 러시아, 리투아니아, 웨일스, 아일랜드 신화에는 이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고 사람들과 양떼, 사냥감들을 보호해 달라고 의례를 한다.
의례의 참석자들 : 새 가면을 쓰고 의례에 참여하고 있는 남신/남성상이 등장한다. 최소 열두 명의 남신/남성이 의례에 참여하고 있는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남근이 발기한 상태의 남자 둘, 이들 주변에 황홀경 상태에 있는 남자 다섯이 있는데 이들은 의례중에 춤을 추고 있기도 하다.
(위 그림) 후기 구석기시대와 순동기시대 수염이 있는 남신 ( 기원전 4500~4300년경) 판과 파우누스도 수염이 있다.
< 다산의 다이몬 >
기원전 5000년기 발칸 지역에는 발기한 남근을 드러내는 젊고 강한 남신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수소-인간, 염소-인간으로 합성된 반인반수 신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들이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디오니소스, 사티로스, 켄타우로스다.
이들은 모두 다산의 다이몬들이다. 토기 그림들을 통해 이들이 식물과 물의 상징, 틀에 든 그물망 문양, M자 문양과 련견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켄타우로스의 특질은 검은색 (비옥함의 색)이고 몸에는 뒤엉킨 털이 덮여 있다. 얼굴은 검은데 특히 눈에 붉은 섬광이 있고 염소 귀가 특징이다.
(위 그림) 손에 나뭇가지를 들고 있거나, 옆에 있는 생명의 나무나 생명의 기둥을 붙잡고 있다. ( 기원전 700년경)
(위 그림) 빈차 문화에서 발견된 켄타우로스는 수소-인간이다. M자 문양이 뚜렷한 인간 형상의 가면을 쓰고 있다.
(기원전 5000~4500년경)
겨울과 봄의 축제는 자연에서 벌어지는 죽음과 재탄생이라는 계절의 연속성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농경민들에게 결정적으로 중요한 의례다.
남근은 곧 남신을 의미하진 않고 생명의 기둥의 한 측면에 해당한다. 이는 자연에 드러나는 생동감과 결실을 맺는 힘을 나타낸다. 대개 남근은 여신의 몸에 결합되어 있고 여신의 힘에 포함되어 있다.
< 한해살이 신 : 강력하나 죽어가는 식생의 신 >
여기 옥좌에 앉아 있는 두 유형의 남신상이 있다. 하나는 발기한 남근을 드러낸 젊고 강한 신상이고, 다른 하나는 평화로운 모습의 고령의 신상이다. 이 두 유형은 아마도 한해살이 신일 것이다. 전자의 유형은 자연의 재생을 나타내고, 후자는 죽어가는 자연을 상징한다.
(위 그림) 자연의 재생을 상징하는 한해살이 신 (그리스, 기원전 5천년기 전반기)
(위 그림) 올드 유럽 전통에 등장하는 슬픔에 가득 찬 고령 남신. 말년을 나타내는 식생의 신. (기원전 5900~5700년경)
(위 그림) 양성적 인물상의 등장. 스툴에 앉은 남신-여신이 무릎에 손을 얹고 있다. 남성 성기와 여성의 젖가슴이 표현되었다. (기원전 6000~5700년경)
1000년 뒤에 이런 신이 여신과 남신으로 분화되어 짝으로 등장하는 유물이 발견되었다. 이는 루마니아의 흑해 쪽 묘지에서 출토되었다. 이것은 올드 유럽의 고고학 기록에서 유일하게 짝으로 등장한 신상이다. 이 둘은 유사한 기능을 하는 남신과 여신을 나타낸다. 대지의 다산성을 의미하는 노파 여신은 나이들어 평온해 보이는 측면을, 남신은 식생의 죽어가는 면을 나타내는 듯하다. (아래 그림)
(위 그림)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별명이 붙은, 소위 '슬픔에 찬 남신'인데 침울한 자세를 취한 좌상이다. 팔꿈치는 무릎에 괴고 접은 팔로는 가면을 쓴 얼굴을 받치고 있다. 짝으로 나타난 상 역시 의자에 앉은 채 가면을 쓰고 있다. 자궁 부위에 커다란 삼각형이 새겨져 있고 양손을 한쪽만 세운 무릎 위에 얹고 있다. (루마니아, 기원전 5000년경)
< 아마(linen) 와 죽어가는 신의 정념 >
고대 그리스와 유럽의 민담이나 관습에, 이 죽어가는 신의 후손들이 등장한다. 아마 (linen)나 옥수수 신은 아마나 옥수수 형태로 땅 속에서 태어나 숱한 고초를 겪다가 결국은 죽고 다시 땅에서 부활한다.
유럽 민담에서 '아마의 수난'은 널리 알려진 모티브다. 이것은 아마의 슬픈 일생에 관한 이야기로, 씨앗이 어떻게 어두운 땅 속에 묻히고 거기서 고개를 쳐들고 침투해 들어온 햇빛을 맞는지, 어떻게 푸른 꽃이 태양의 열기를 견뎌내며 지나가는 비에 재찍질을 당하는지, 그러다 마침내 어느 날 나쁜 사람들이 와서 이 가여운 식물을 뿌리째 뽑아버리는지를 자세히 다른다. 그런 다음에도 아마는 고초를 당한다. 사람들은 아마를 물에 담그고 불에 굽고 막대기로 때리고 잘라서 가늘게 빗질을 한다. 그 후 물레질을 해서 실을 잦는다. 그리고 천을 짜서는 가위로 잘라 바늘로 구멍을 내어 옷을 만들어 누더기가 될 때까지 입는다. 그 다음 물에 담그고 펄프를 만들어 광택을 내고 종이로 말려 이 이야기를 쓴다.
유럽의 아마 신이나 옥수수 신은 극동 지역 옥수수 신 타무즈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죽음의 여신' 아낫'이 '못'이라는 옥수수 신을 죽이는 기록이 있다. 못은 죽음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신의 아들 못이 잡혔다.
여신은 날카로운 칼날로 그를 베고,
못을 키질하고,
불로 굽고,
방아로 갈아,
몸가루를 온 밭에 흩뿌려
새밥이 되게 만든다.
(Eisler 1951 : 123쪽 인용)
첫댓글 * 다이몬 : 고대 그리스와 헬레니의 신화/종교/철학에 등장하는, 인간과 신들 중간에 위치하거나 죽은 영웅의 영혼을 가리킨다. (한국어 번역- 정령)
. 작가 호메로스는 다이몬을 '신', '신의 힘'의 동의어로 취급했다. 모든 일을 일으키는 진정한 원인으로 생각했으며, 갑작스레 습격해오는 불가해하며 운명적인 힘은 선악을 불문하고 모두 다이몬의 힘이라고 생각했다.
.작가 헤시오도스역시 황금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이 다이몬이 되어 후세 사람들을 인도한다고 하였는데,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지닌 수호령이라고 생각했다.
.플라톤은 이를 신과 인간과의 중간자로 위치지었고
.현대인이라면 '무의식 영역'에 작용한다고 규정되는
일체의 제력이 다이몬이다.
그리스도교의 대두와 함께 이교의 신들이 배제되고, 다이몬 = 데몬도 귀신이나 악마와 동일시하게 되었다. - 선악이원론
- 네이버 백과사전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