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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일/집결지 : 2012년 9월 2일(일) /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 2번출구 (10시)
◈ 산행코스 : 청계산입구역-원터골입구-어둔골-사각정-돌문바위-매바위-매봉-길마재-마당바위-정자-원터골
◈ 참석자 : 13명 (용우, 정남, 종화, 기인, 형채, 윤환, 경식, 원무, 전작, 해황, 문형, 영훈, 근호)
※ 영훈 : 회원으로 가입(처음 참석)
◈ 동반시 : "웃는 울음" / 천양희
◈ 뒷풀이 : 손두부, 녹두빈대떡, 해물파전에 소·맥주와 보리비빔밥 / "소담채"(원터골 입구) → 영훈 산우 협찬
그간 발목이 좋지 않아 시산회 등반에 많이 빠졌다. 박 회장님과 전 총장님, 계속 문자를 보내주는 수고를 하는데, 많이 미안했다. 그래서 금번(9/2일)의 청계산 등반은 꼭 참석하리라 마음먹었고 오랜만에 참석하는 시산회 모임, 여러 친구들이 좋아하는 모시떡을 다른 때보다 좀 더 여유 있게 준비해 가리라 생각했다.
전날 미리 예약한 떡을 찾으러 가니 누구에게 줄 선물이라고 생각했는지 떡이 담긴 예쁜 꽃무늬 박스가 핑크색 보자기에 잘 포장되어 있어 보자기는 주인에게 다시 주고 박스만 배낭에 넣고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양재역에서 청계산행 열차를 기다리는 중 윤환과 정남을 오랜만에 만나니 그 반가움이야...
청계산역에 도착, 비록 2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지상에는 그늘이 없기에(현재의 우리나라 복지 수준으로는 기이한 현상임) 지하 1층에서 친구들을 기다리자 원무, 문형, 경식, 등이 도착했고 시간이 되어 1층으로 올라가니몇 친구가 기다리고 있었다.
정남에게 근황을 물으니 요즘 도서관에서 책 읽는 재미로 산다며 동서양을 아우르는 종교의 창시자나 동서고금의聖人들에 관한 얘기를 했다. 그들의 사상은 사랑, 자비, 仁 등으로 거의 비슷한데 그 이유는 서로 모방하고 짜깁기해 용어만 약간씩 바꿔 사용했기 때문인 것 같단다. 공감이 가는 얘기지만 그들 사상에 무조건적인 모방만 있지 않고 약간의 창의적인 것도 있지 않나 생각한다.
비록 출퇴근에 큰 제약은 없지만 1시간 반 이상 걸려 의정부까지 출퇴근하는 나로선 자기 하고픈 것에 푹 빠져 사는 정남의 생활이 부럽다. 곧이어 종화가 오늘의 뉴 페이스 조영훈 친구와 함께 도착, 13인의 산우가 모두 도착했다. 청계산은 집에서 비교적 가까워 자주 찾은 산으로 원터골 코스는 너무 붐비기에 옛골 쪽 코스를 자주 이용했다.
본인은 평소 원터골이란 지명이 발음도 좋지 않은데 이렇게 쓰인 데에는 그이유가 있을 터인데 하고 궁금해 하던 차 금번 인터넷을 검색 해 보았다. 예로부터 국가주요시설이 있었던 곳은 院(이태원, 인덕원, 조치원)이란 글자가 들어갔고 院주변으로 유동인구가 많아 여관 등이 있었던 곳은 원터, 원터골, 원터말, 원지말 등으로 불렸는바 청계산 아랫마을도 원터골이라 불렸다. 지금은 이를 한자로 표기해 원지동(院址洞)으로 바뀌었다 .
교통이 편리해 驛이 있었던 곳은 역(역촌동, 역삼동)이란 글자가 들어갔는데 지하철역이 들어서기 전부터 사용했던 양재역(말죽거리로도 알려짐)이나 벽제역 구파발역이란 명칭도 옛날에는 역이 있었던 곳이었다. 참고로 문정동은 인조가 병자호란 때 남한산성으로 몽진하던 중 문정동 근처에서 우물물을 마셨는데 그 우물이 문 씨들이 사는 마을우물이라 하여 文井洞이라 불리게 되었고, 흙이 하얗다는 白土고개에서 인조가 오금이 저렸다하여 오금동이라 불리게 되었다한다.
청계산역을 출발한 13인은 굴다리를 지나 10여 분후 갈림길에서 사람들이 덜 붐비리라 생각되는 개울 왼쪽 어둔골약수터길을 택했다. 그 어느 때 휴일보다 등산객이 많지 않아 뒷사람에게 떠밀리고 앞사람 엉덩이만 쳐다보고 가는고통은 덜고 푸르른 신록을 감상하며 가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20여분을 더 오르니 배낭이 무거워서인지 땀이 많이 나는데 마침 벤치가 나오니 선두가 휴식을 하잔다. 얼른 배낭을 풀어 떡을 친구들에게 돌리고 나니 배낭이 한결 가볍다. 마침 우리 옆에 있던 60대 중반의 등산객에게도 하나 드렸더니 떡이 아주 맛있다 하신다.
얼마가지 않아 언덕 끝에 쉼터가 나오는데 먼저 온 등산객들이 차지하고 있어 이곳은 지나치고 약간 평평한 곳에서막걸리 한 잔씩을 마시기 위해 멈췄다. 땀을 많이 흘린 후 샤베트가 된 막걸리를 친구들이 가져온 안주에 한 잔하니갈증이 쫙 해소된다.
7월말 전 총장님의 인솔 하에 중국에 갔던 얘기와 함께 11월중의 여행지로 우리나라 최서남단의 섬 가거도에 대한얘기도 나왔다. 10여분을 더 오르니 매바위가 나오고 매바위에서 100여 미터를 올라 오늘 목적지인 매봉(582.5m)에 도착하여 표지석을 뒤로하고 13인은 인증샷을 했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기다렸던 식사시간이다. 각자 아내와 며느리가 싸준 음식보따리를 푸니 무친 홍어에 막걸리, 족발과 새우튀김, 한과 그리고 과일류 등 너무나 푸짐하다. 여러 유쾌한 얘기가 오가는 중에 분위기를 다운시키는 얘기도 나왔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국립공원에서 음주가 허용되는 유일한 나라로 음주 후 사고가 빈번하기 때문에 정부가 국립공원에서 음주를 못하게 하는 내용의 법안을 입법추진하고 있다는데 입법이 된다면 시산회 회원들은 모범생들이라, 一樂이 없어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한다.
식사 후 뒤처리도 1등인 시산회 멤버들, 몇 친구가 쓰레기를 담아 그 봉지를 배낭에 매달았지만 가장 큰 봉지 1개가남아 소시적 기분으로 돌아가 가위 바위 보를 하니 정남이 친구가 당첨되었다. 정남이 복 받을 끼여...
하산길에 문형 친구가 윤환과 함께 당구를 치잔다. 그러나 윤환 어제도 등산을 해 오늘은 피곤해서 안 되겠단다. 서운하지만 별 수 없다. 우리고교 시절 당구는 담배연기 자욱한 곳에서 불량청소년들이나 하는 놀이 라 해 이미지가 별로 안 좋았는데 지금까지 그런 고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비록 초보지만 당구에 대해 말하자면 본인의 가장 큰 취미중 하나인 바둑같이 쪼그리고 앉아 많은 시간을 소비하지않고, 테니스나 여타운동에 비해 격렬하지 않아 부상위험도 없고, 골프 1/10의 비용으로 손쉽게 배워 즐길 수 있고또한 시내에 당구장이 고개한번 돌리면 곳곳에 있어 장소에도 구애받지 않는 등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있겠다.
따라서 나이 먹어 친구를 만날 때 특별한 용무가 없으면 한두 마디 나누고 나면 할 얘기가 별로 없어 술에 의지하여한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하는데 당구 한 두게임 하고 식사를 하면 서로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많은 운동을 하게 되어 술도 적게 먹게되고, 여러 가지로 좋은 운동이 아닌가 생각되어 여러 친구들에게 권하는 바이다. 우리친구들이 등산 외에 다른 취미도 공유하면 오래도록 좋은 친분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청계산은 높이가 낮고 흙산이라 내려가는데 부담이 없어서인지 얼마 되지 않아 오늘의 뉴 페이스 조영훈 친구가쏘기로 한 '소담채' 뒤풀이 장소에 도착하여 그곳에서 생두부와 해물파전, 녹두빈대떡을 안주삼아 맥주를 마시면서여러 얘기를 나눴다. 아무튼 영훈 친구, 덕분에 잘 먹고 잘 마셨네. 회원 모두가 환영하는 분위기이므로 자주 볼 수 있기 바라네.
그리고 여러 얘기 중 종화 친구는 부탁의 말도 있었는 바, 우리 시산회에 독도 관련 시집과 뒷풀이 음식값의 도움을주었던 '독도사랑협의회' 라는 모임에서 9월 10일 오전 11시에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한규탄 시낭송이 있으니 우리 시산회에서 시낭송도 해 주고 많은 회원이 참석해 주기를 바란다는 요청이 있었다 한다. 9월 10일(월) 동 행사에 많은 친구들의 참여를 바라면서 이만 글을 마칩니다.
2012년 9월 2일 정해황 씀.
< 동반시 >
"웃는 울음" / 천양희
집 어느 구석에서든
울고 싶은 곳이 있어야 한다
가끔씩 어느 방구석에서든 울고 싶은데도
울 곳이 없어
물 틀어놓고 물처럼 울던 때
물을 헤치고 물결처럼 흘러간 울음소리
물소리만 내도 흐느낄 울음은 유일한 나의 방패
아직도 누가 평행선에 서 있다면
서로 실컷 울지 못한 탓이다
집 어느 구석에서든
울고 싶은 곳이 있어야 한다
가끔씩 어느 방구석에든 울고 싶을 때는
소리없이 우는 것 말고
몸에 들어왔다 나가지 않는 울음 말고
웃는 듯 우는 울음 말고
저녁 어스름 같은 긴 울음
폭포처럼 쏟아지는 울음
울음 속으로 도망가고 싶은 울음
집 구석 어디에서든
울 곳이 있어야 한다
< ※ 시집 :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창비 2011년)에 수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