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 축구 한국 포르투갈 전
올림픽대회와 월드컵 축구대회는 지구촌 최대 스포츠 제전(祭典)이다. 1896년 제1회 대회가 치러진 올림픽은 그 역사가 120여 년이지만 주전 776년부터 주후 336년까지 약 1,200년 동안 개최된 사실에 기원을 두고 있으므로 3천 년 가까운 오랜 역사다. 그에 비해 세계배(世界杯) 축구대회는 90여 년밖에 되지 않는다. 1920년대 축구가 유럽과 남미에서 활성화됨에 따라 클럽이 조직되고 프로팀이 생겨났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프로팀 선수들의 올림픽 참가 금지 규정을 제정함으로써 당시 올림픽대회뿐이던 국제 축구대회는 참가할 수 없었다. 1904년에 창립된 국제축구연맹(FIFA)은 프로 축구 선수들도 참가할 수 있는 독자적인 국제대회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에 1926년에 모든 국가 대표팀이 참가할 수 있는 4년 주기의 월드컵 축구대회 개최 계획을 발표하고 마침내 1930년 제1회 월드컵 축구대회를 우루과이에서 개최함으로써 결실을 보았다. 1942년에 개최해야 할 제4회 대회는 제2차 세계대전 때문에 한동안 열리지 못하다가 1950년 브라질에서 개최되었고 그 후 제22회 카타르 월드컵까지 92년의 역사를 달려왔다. 1933년에 조선축구연맹을 발족한 우리나라는 1947년에 국제축구연맹에 가입하고 한국전쟁이 끝난 그다음 해인 1954년 제5회 스위스 대회에서 처음으로 이 대회와 인연을 맺었다. 그 후 대륙별 지역 예선을 통과하지 못하다가 32년 만인 1986년 제13회 멕시코 월드컵에 아시아 지역 예선을 통과하고 본선에 진출한 후부터 1990년 제14회 이탈리아, 1994년 미국, 1998년 프랑스, 2002년 한국·일본, 2006년 독일, 201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2014년 브라질, 2018년 러시아,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대회까지 10회 연속으로 총 11회 본선 진출의 쾌거를 이루었다. 또한 높은 세계 벽을 실감하면서도 2002년, 2010년, 2022년 월드컵 본선에서 토너먼트에 진출했으며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지금 한국은 축구 변방국에서 중심국으로 비상 중이다. 이런 국제대회는 내적으로 온 국민을 하나로 묶는 단합, 외적으로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효과가 있다.
이번 2022년 제22회 카타르 월드컵은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아시아 지역 세 개 국가들이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새 역사를 썼다. 아직은 세계의 벽이 높다는 것을 실감하지만 세계 정상에 오를 날도 머지않았으며 한국이 그 첫 테이프 끊기만을 기대한다. 한반도는 인도와 중국에 비해 13배나 작은 나라인데 그들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월드컵 무대를 2번 진출했던 북한과 함께 한반도 국가는 총 13회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으니 당연한 일이다. 카타르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연출된 각본 없는 한국 드라마는 또 하나의 한류 열풍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과 함께 H조에 편성되었다. 대체로 도박사들은 포르투갈과 우루과이가 토너먼트에 진출할 것에 베팅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들의 예측은 빗나갔다. 우루과이전은 0대 0 무승부여서 아쉬움이 남더니 당연히 이길 승산이 많았던 가나전에서 허무하게 2대 3로 패하고 말았다. 이즈음에 아시아 지역 대표인 호주와 일본은 이미 16강전에 진출을 확정한 상태다 보니 우리 발걸음이 다급해졌다. 더욱이 영원한 맞수 일본의 16강 진출은 우리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이라서 반드시 남은 포르투갈전에 승리를 맛봐야 하지만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기에 자력 진출이 불투명한 상태였다. 설상가상 가나전에서 심판의 판정에 강하게 항의한 대표팀 벤투 감독이 퇴장당하여 포르투갈전에 나설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 덮쳤다. 도박사들은 세계 28위 한국이 9위 포르투갈을 꺾는 것 자체에 걸지 않았다. 그런 조건에서도 우리나라는 포르투갈을 2대 1로 제압하고 당당하게 16강전에 진출하여 세계를 놀라게 했고 도박사들에게 엄청난 손해를 끼쳤다. 세계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온 국민에게 희망과 기쁨을 선사한 이번 포르투갈전을 보면서 축구에 몇 가지 삶의 교훈도 발견했다. 첫째, 상호협력의 소중함이다. 축구는 11명의 선수가 서로 도우며 팀을 이끌어야 우승할 수 있는 스포츠 경기다. 이번 포르투갈전에서 승리를 확정해준 황희찬 선수의 골이 그렇다. 그 공은 세계 최고 선수 손흥민의 어시스트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위기의 순간에 전방으로 넘어온 공을 받은 손흥민은 적진을 향하여 전력 질주했다. 다급해진 포르투갈 선수들이 6명이나 그를 포진했다. 3명이 철벽 방어하며 앞을 가로막아 더 진격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는 황희찬 선수가 골문 앞으로 달려오는 시간을 벌더니 침착하게 상대 선수 가랑이 사이로 골대 앞에 와있는 황희찬에게 패스해 주었고 그는 승리의 쐐기 골을 작렬시켰다.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경기였다. 게다가 16강 진출은 경우의 수를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라서 우리와 승률이 동점인 우루과이의 승리에 따라서 진출 여부가 결정된다. 결과는 우루과이가 가나를 2대 0으로 완승을 했지만 골 득실에 밀려 결국 16강 진출이 좌절되고 말았다. 한때 우리의 적수가 된 팀마저 도와줘야 진정한 승리를 맛볼 수 없는 신비한 경기가 축구다.
또한 교만하면 망한다. 포르투갈의 대표선수 호날두 이야기다. 2019년 7월 26일 포르투갈의 주장 호날두 소속팀 유벤투스 FC는 하나원큐팀 K리그와 상암경기장에서 친선경기를 가졌다. 화면으로만 보던 세계 최고 호날두의 축구 경기를 직접 보고 싶었던 팬들은 그의 출전을 기대했으나 호날두는 근육에 문제가 생겼다면서 경기 내내 벤치 신세만 지다가 인터뷰 요청도 뿌리치고 유유히 떠났다. 이름하여 호날두 노쇼 사건이다. 이후 ‘호날두는 날강도’라는 말을 합쳐서 ‘날강두’라고 개명해주며 그를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그다음 날 7월 27일 근육 통증으로 경기에 못 나왔다던 호날두는 러닝 머신에서 뛰고 있는 자기 사진과 함께 ‘집에 와서 좋다’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게재하여 날강두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자신의 탁월한 실력으로 한국 팬들에게 한껏 교만 쇼를 보여주었던 노쇼의 주인공 호날두가 이번에는 한국과의 경기에서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김영권 선수는 호날두의 등에 맞아떨어진 공을 받아서 첫 골을 터뜨렸다. 1대 1 상황에서 호날두에게 결정적인 헤딩 골 기회가 왔지만 보기 좋게 빗나감으로써 그의 부진을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포르투갈이 스위스를 6대 1로 대승한 8강전에서 호날두는 선발에서 제외되고 대신 출전한 하무스가 3골을 몰아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호날두는 후반 29분에 교체 투입되는 수모를 겪었다. 6골 중 호날두의 것은 하나도 없었다. 모로코와의 8강전에도 호날두는 선발 출전에서 제외되었고 그는 유효 슈팅 한 개만 기록했다. 포르투갈은 아프리카의 신예 모로코에 1대 0으로 패해 꿈에도 그리던 우승에서 또 멀어지고 말았다. 주장 호날두는 땅에 주저앉고 울었다. 최고로 교만한 선수의 몰락을 전세계가 지켜 보았다. 더욱이 H조에 편성된 4팀은 상대팀에게 모두 1승씩 거둔 특이한 기록을 남김으로써 영원한 승자는 없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교만이 패망의 선봉이요 넘어짐의 앞잡이(잠 16:18)라는 말씀이 깊이 새겨지는 경기였다.
또한 이번 경기에서는 자기희생을 엿볼 수 있었다. 가나전 주심 앤서니 테일러(Anthony Taylor) 심판은 상식 밖 판정으로 우리 선수들의 집단 항의를 받았다. 영국 프리미엄 리그에서 손흥민도 퇴장시키는 등 레드카드를 남발하기로 소문난 테일러 주심은 김영권, 황희찬 선수에게도 어김없이 레드카드를 뽑아 들려고 뒷주머니 쪽으로 손을 벋었다. 이 순간을 포착한 벤투 감독은 득달같이 달려가 심판에게 매우 심하도록 강하게 항의했다. 갑자기 심판의 시선은 선수에게서 감독에게 향하더니 꺼내 들려던 레드카드를 벤투 감독에게 던지고 말았다. 이것으로 우리나라 핵심 주전 선수들이 최소 3명이 퇴장을 면할 수 있었다. 퇴장당할 바에는 선수보다는 감독이 낫다고 판단하고 선수들을 위기에서 보호하려고 스스로 희생양이 된 것이다. 지도자의 자기희생은 팀을 구하는 능력이 있다. 수많은 축구 경기 중에 이번 카타르 월드컵 한국 포르투갈전은 우리의 신앙에 좋은 교훈을 남겼다. 축구 인생처럼 사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이다. “나는 선한 목자라 선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거니와”(요한복음 10:11).
포르투갈 선수의 가랑이 사이로 넣어 준 공이 황희찬이 받아서 쐐기골을 터뜨렸다.
코너킥 반칙을 얻어냈는데 경기를 종료시킨 주심에게 강하게 항의하는 벤투 감독
강하게 항의했다고 감독에게 레드 카드를 남발하는 앤서니 테일러 주심
가나와 우르과이 전에서 가나가 2대 0으로 져주는 바람에 골 득실에서 우리나라가 앞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우르과이와 동반 탈락한 가나는 우루과이의 실패를 더 기뻐했다.
스위와의 8강전에사 벤치를 지키고 있는 호날두
모로코와의 8강전에서 1대 0으로 패한 후 울고 있는 호날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