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후계자는 없다
성기각(1960~) 경남 창녕 출생
농고를 졸업한지 꼭 일년만에
그놈처럼
대학을 가고싶어 열차를 탔다
누군들 농사가 좋아서 농사를 짓겠느냐
젊디젊은 놈이 어디 할 일이 없어서
뼈 빠지게 농사를 짓겠느냐
생각할수록 억울하더라
하늘만 쳐다보고 물꼬 다독이다가
한평생 무딘 삽날에
골깊은 주름만 남은 아버지의
얼굴이 억울하더라
단위조합에서 외상으로 가져온
경운기랑 농자금은 우째야겠노
어머니 한숨하셨지만
사람답게 살아보기 위하여
암소 목덜미 한번
온전하게 쓸어주지 못하고
청석골 보리농사 쇠스랑을 버리고
늦여름 논두렁
따가운 햇살도 버리고 떠났다
봄비 푸지게 내리던 그날 오후
천안역에서 말아먹던
삼백원짜리 가락국수 뒷맛은 허전하고
일년 내내 못박힌 가슴
그 자리가 더욱 아렸다
아재야 내 마음 알겠더냐
장가들기 위하여
개똥논 서마지기 헐값에 팔아서
서른 한 살 늘어진 나이에 마산으로 간
십리골 아재야
내 마음 알겠더냐
농고를 나온지 꼭 일년만에
그놈처럼
오로지 대학갈 욕심 하나로
호미 낫 대신
해법수학 성문기본영어를 챙겨들고
경부선 열차를 탔다 1980년 3월.
1989년 11월 25일
열음사 간행,
성기각 시집
"통일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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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 수필
영농후계자는 없다 - 성기각 -
문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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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8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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