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권왕연서(拳王戀書)
- 남자의 선물은 여자를 기쁘게 만든다
"모두 들어라!"
아운이 입을 열자 흑룡당의 열여덟 형제와 편일학, 그리고 소설과 소산은
아운을 바라보았다.
쌍지호의 여자들과 함께 있는 묵소정 남매만 빼고는 전부 모인 셈이다.
"흑룡당의 형제들과 소설, 그리고 소산은 내일부터 정식으로 무공을
익힌다."
"예, 형님."
우렁차게 대답하는 흑룡당 형제들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숨길 수 없는 흥분과 감격의 기운이 그들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편일학은 그들의 눈에 차오는 습기를 보고 그들이 얼마나 무공에 대해서
목말라 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들을 다시 한 번 한 명씩 살펴보았다.
싸움으로 단련된 튼튼하고 날렵한 몸들.
비록 잡탕으로 여기저기서 구해 익힌 듯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지니고 있는 내공들이 아주 무시할 정도는 아니었다.
거기에다 거칠게 살아온 그들의 기질.
또한 흑룡당의 형제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자들만 살아남아 있으니,
그들의 박투 능력은 능히 짐작할 만 했다.
특히 무공을 배우기 위한 자세는 어느 누구도 흉내낼 수 없을 만큼
잘 다듬어져 있었다.
너무 아까운 인물들이었다.
'전부 좋은 재질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모두 늦은 나이에 무공을 익히기
시작했다. 지금은 비록 어느 정도 내공을 지니고 있지만, 상승의 무공을
익히기엔 너무 늦은 나이들 아닌가?'
편일학은 흑룡당의 형제들이 모두 늦은 나이에 내공을 익혔다는 사실을
알아보았다.
그것도 제대로 된 내공심법은 아닌 듯 그들이 지닌 내공은 혼탁하였다.
이번엔 소설과 소산을 보았다.
늘씬한 체구와 긴 손발을 지닌 그녀들 역시 무공을 배우기에 적합한
체형들이었다.
특히 차분한 성격의 소설은 정파의 내공을 익히기엔 적합한 성격이었고,
소산 역시 무공을 익히기에 좋은 심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들 나이 열네 살.
무공을 배우기엔 조금 늦은 나이지만, 아주 늦었다고 볼 수도 없었다.
특히 아운이나 자신 정도의 고수가 그녀들의 근육을 풀어주고 혈을 뚫어
주면 대성은 아니라도 소성은 가능할 것 같았다.
그녀들은 무공을 배운다는 말에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아운을 보고
있었다.
아운은 흑룡당 형제들을 보면서 말했다.
"모두들 늦은 나이에 내공을 익혔고, 제대로 된 내공심법을 익히지 못했을
것이다."
아운의 말에 흑룡당 형제들은 고개를 숙였다.
우연한 기회에 반쪽짜리 내공심법을 구해서 함께 그것을 익혔지만,
반쪽짜리인데다 너무 늦은 나이라 모두들 제대로 내공을 익혔다고
말하기에도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걸로 익힌 약간의 내공으로 인해 그들은 지금까지 살아 있을
수 있었다.
또 한 가지 다행이라면, 비록 반쪽짜리라 제대로 익히지 못해 혼탁하긴
하지만, 그들이 구한 것은 정종의 내공심법이었다는 사실이었다.
아운은 그들이 구한 내공심법에 대해선 황룡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라! 이제부터 새로 시작한다는 각오로 다른 사람보다
몇 배의 노력을 한다면 그 정도는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먹을
음식과 뒷바라지는 여자들에게 부탁을 해 놓겠다. 내일부터는 잠자는
시간 두 시진을 빼곤 내내 무공 수련에만 몰두한다. 낙오자는 용서하지
않겠다."
"걱정 마십시오, 형님."
흑룡당의 형제들이 일제히 허리를 굽혔다.
그들의 얼굴엔 새로운 각오가 떠오르고 있었다.
얼마나 배우고 싶었던 무공이었던가.
이때 흑룡당의 형제들 중 팔 하나가 없는 벽상이 앞으로 한 발 나서며
묻는다.
"형님, 질문 있습니다."
"뭐냐?"
"저는 오른팔이 없습니다. 그런데 상관없겠습니까?"
"걱정 없다. 도끼든 검이든 휘두르는데 팔 하나면 된다. 단지 궁술은
익히지 못할 것 같군."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감사합니다, 형님."
벽상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다.
그렇게 배우고 싶었던 무공을 이제 배우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벅차오르는
감정을 제어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청안귀가 물었다.
"근데 저희들 무공은 형님이 직접 가르치십니까?"
"그렇다. 그리고 일부는 편 노선배님이 해 주실 거라 믿는다."
아운이 말을 하면서 편일학을 보자,
편일학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마침 적적하던 차에 그것도 좋겠군. 한데 어떤 무공을 가르치려 하는가?"
아운은 품 안에서 세 권의 책자를 꺼내 편일학에게 주었다.
편일학은 세 권의 책자를 대충 훑어보고 감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광풍사가 강했던 것은 기초가 튼튼했던 탓이군. 이건 정말 자네 동생들을
위한 무공이라고 할 수 있네. 아주 좋군."
"이 중에서 궁과 검, 그리고 부법만 골라서 가르치려 합니다."
"이유가 있나?"
"일단 흑룡당 형제들 전부와 소설, 소산에게 무조건 검법을 익히게 할
작정입니다. 그리고 궁이나 작은 손도끼 중 자신에게 맞는 것 하나만
택해서 배우게 할 작정입니다. 부법의 경우는 도끼를 던져 상대를 공격
하는 초식을 중점적으로 익히게 할 생각입니다. 도끼는 중병기라 잘하면
검과 좋은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방법일세. 그리고 내게도 부탁이 있네."
아운이 편일학을 바라보았다.
"소설과 소산에게 나의 검법을 전수하고 싶네. 물론 종남파와는 무관하고,
정식으로 제자로 삼는 것도 아닐세. 내가 만든 칠절분광영검법의 일부만
가르쳐 볼 생각이네. 자네도 알다시피 다른 사람에게 무공을 가르치는
것은 배우는 사람뿐만 아니라 가르치는 사람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네."
그것은 편일학의 말이 맞았다.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말이 있다.
가르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알고 있던 것들이 정리가 될 뿐만
아니라, 스스로 알지 못했던 사소한 부분을 깨우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분광영검법의 일부지만 그것만 해도 두 소녀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다.
"소설과 소산을 대신해서 감사드립니다. 소설, 소산. 이리 오너라!"
소설과 소산은 아운과 편일학의 이야기를 듣고 갑자기 찾아온 행운에
어쩔 줄을 몰라 한다.
과연 자신들이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섰던 것이다.
그런데 아운이 자신들 대신 감사의 인사까지 하고나서 부르자 얼떨떨한
기분으로 다가왔다.
"예를 다해 모시어라! 앞으로 너희들에게 무공을 가르쳐 주실 것이다."
두 소녀는 자신들에게 찾아온 행운에 정신이 없었다.
허겁지겁 그 자리에 엎드려 절을 하려 했다.
그러나 그녀들은 무형의 힘에 의해 허리를 굽힐 수 없었다.
"쓸데없는 예의 따윈 괜찮다. 어차피 제자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니,
그냥 편하게 할아버지라 부르거라."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대찬 성격의 소산이 얼른 대답하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감사합니다. 정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할아버지."
소설 역시 부끄러운 표정이었지만 얼굴에 떠오르는 감격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두 소녀의 귀여운 모습을 보면서 편일학이 미소를 짓는다.
***
숭산 태실봉의 무림맹.
자리에서 일어난 북궁연과 소홀이 손님 맞을 채비를 마치고 잠시 기다리자,
건장한 체격의 노인이 안으로 들어왔다.
보기엔 마치 사십대의 장한 같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약간 마른 모습의 노인이 함께 들어왔다.
그리고 두 노인의 뒤에는 한 명의 대한이 작은 보따리 두 개를 들고 쫓아
들어온다.
을목진과 노인은 북궁연을 보고 감탄한 표정을 굳이 감추지 않으며
포권을 했다.
"금룡표국의 을목진입니다. 무림맹의 대총사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용진회의 진경화입니다. 소문보다 더욱 아름다우신 것 같습니다."
두 노인의 정중한 인사를 받은 북궁연은 더욱 곤혹스런 표정으로 마주
인사를 했다.
설마 또 한 명의 노인이 강북 오대 상단 가운데 하나인 용진회의 회주일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북궁연입니다. 두 분 선배님을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어떤 일로
오셨는지요?"
부드럽고 예의에 어긋남이 없었지만,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도는
두 노인으로 하여금 감히 함부로 할 수 없는 위엄이었다.
노강호인 을목진은 내심 다시 한 번 감탄하였다.
'과연 권왕의 여자로서 부족함이 없다. 겉은 부드러운데 속은 용암이구나.
운 공자와 잘 어울린다.'
을목진은 내심을 감추고 정중하게 말했다.
"표물을 전하러 왔습니다."
표물이란 말에 북궁연의 얼굴에 궁금한 표정이 떠오른다.
참으로 솔직한 표정이었다.
그녀의 그런 모습은 다른 사람에게 친근감이 들게 하였다.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어떤 표물인지요?"
을목진은 대답 대신 뒤에 쫓아온 장한으로부터 하나의 보따리를 인계
받아 북궁연에게 주었다.
"이것입니다, 총사님."
보기에도 최상질의 비단으로 쌓인 물건은 그리 큰 것은 아니었다.
언뜻 보기엔 책자 하나 정도에 불과했다.
북궁연은 받아 든 비단 보따리를 한 쪽에 놓고 이번에는 용진회의 회주인
진경화를 바라보았다.
"진 회주님은 그냥 을 국주님을 쫓아오신 것은 아니시겠지요?"
진경화는 가볍게 웃었다.
"물론입니다. 전 상단의 회주이고 당연히 거래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거래?"
"그렇습니다."
북궁연은 진경화를 바라보았다.
용진회가 자신에게 볼 일이 무엇인가?
사실 북궁세가는 경제적인 면에서도 상당히 고전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상단하고 어떤 거래를 할 만한 여력이 많지 않았고,
세가를 운영하는 자금도 바닥나기 직전이었다.
물론 북궁세가가 경제적으로 고전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호연세가의 교묘한 방해 공작과 무림맹 원로들의 견제가 가장 큰 이유였다.
북궁연의 얼굴에 가벼운 미소가 감돌았다.
"아직도 북궁세가와 거래를 하려는 상단이 있다니, 놀랍군요. 거기엔
이유가 있겠지요. 혹시 지금 온 표물하고 관련이 있나요?"
북궁연의 물음에 진경화와 을목진은 속으로 흠칫하고 말았다.
설마 북궁연이 한 번에 핵심을 찔러 올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이다.
"아니라고 하지 않겠습니다. 솔직히 그 표물보다도 그 표물 보낸 사람과의
인연 때문입니다."
북궁연은 잠시 동안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 사람이 누구냐고 묻고 있었다.
을목진과 진경화는 담담한 표정으로 북궁연의 눈을 받아 넘긴다.
아직은 말 할 때가 아니란 표정이었다.
"먼저 표물을 확인해야겠군요."
"예, 확인하고 물건에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 주십시오."
북궁연의 말에 을목진이 대답하였다.
북궁연은 차분하게 비단 보자기를 풀었다.
거기에는 제목이 적히지 않은 책 한 권과 하나의 서신이 들어 있었다.
북궁연은 서신을 펼쳤다.
마치 용트림 하는 듯한 글씨가 눈에 가득 들어왔다.
세상에서 찾아보기 힘든 글씨로 남자의 기상과 힘이 넘치는 글체였다.
어지간한 명가의 글을 전부 보았다고 자부하는 북궁연이지만 지금 서신에
적힌 글씨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읽기 시작한 글.
북궁연의 눈썹이 떨리는 것이 보였다.
그녀의 모습이 조금씩 변해간다.
옆에서 지켜보던 무림맹의 소홀은 북궁연의 표정이 변해가지 몹시 궁금한
표정으로 서신을 바라본다.
대체 어떤 서신이기에?
담대하기로 유명한 북궁연을 놀라게 하고 감탄하게 만들었으며,
지금의 저 표정은 무어란 말인가?
무림맹의 두 명 부총사 중에 한 명이자, 북궁세가의 사당 중 비봉당의
당주인 소홀은 그것이 궁금했다.
< 뜻이 있어 세상에 나와 이제 소성을 이루었지만,
아직 못 다한 일이 있어 제 자리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소.
뜻을 이루는 데 거리낄 것이 없지만, 나를 기다리는 부모님과 나의 아내
될 여자가 못내 걱정되어 미리 소식을 전하오.
염치 없짐나 내가 제 자리에 돌아올 동안 조금만 더 기다려 주길 바라오.
많이 어렵다고 들었소.
하지만 내가 제 자리에 섰을 때, 힘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오.
그때까지 지지말고 서 있길 바라오.
그리고 함께 보낸 책자는 내가 주는 선물이오.
그 책자엔 백 년이 지나도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적혀 있을
것이오.
혹여 주름살 때문에 초조해 하지 말고 기다려 주기를 바라오.
연 소저도 내가 중간에 할 일을 하지 못하고 돌아서는 얼간이가 되는
것은 바라지 않을 것이오.
반드시 일을 마치고 돌아가리다.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내 아내가 될 여자가 항상 보고 싶었소.
소식이 너무 늦어 미안하오. >
북궁연의 얼굴에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참으로 패기가 넘치는 말이었고, 입에 발린 소리가 없어서 읽기 좋았다.
자신이 한 일에 당당한 모습도 좋았다.
마지막에 보낸 선물도 맘에 든다.
젊음을 영원히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담긴 책이라지 않는가?
그런 선물 싫어할 여잔 세상에 아무도 없다.
거짓말이라도 기분이 좋았다.
더군다나 궁금해 하던 장래 낭군의 편지였다.
북궁연은 마치 연서를 받은 소녀처럼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고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실제 북궁연이 하영운을 그리워하는 것은 아직 사랑이라고 말하기엔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
물론 애잔함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애잔함은 결코 작은 감정이 아니었다.
북궁연은 철이 들면서부터 검을 잡고 나이 이십 세가 넘을 때까지
수련만을 거듭해 왔었다.
수련을 하면서 힘들 때 그녀가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라곤 어렸을 때
잠깐 본 어린 하영운이 전부였다.
한참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할 때도,
그녀가 생각할 수 있는 남자라곤 장래 낭군이 될 하영운 뿐이었다.
어떻게 컸을까?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그도 나를 생각하고 있을까?
삼무룡이니 사룡(또는 삼룡 일기린)이니 하는 것도 무림맹에 와서 알게
된 사람들에 불과했다.
그 이전에 그녀에게 힘이 되어 준 것은 제대로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
하영운이란 소년이었기에, 그의 모든 것은 애잔한 그리움으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가 문(文)의 기재라는 소리를 듣고 혹여 무식한 여자라는 말을 듣기
싫어 문에도 힘을 쏟았었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하영운이란 이름은 북궁연의 가슴에 마치 하나의
환상처럼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녀가 무공을 익히면서 세상과 격리되면 될수록 그것은 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하영운이 세상을 향해 뛰쳐나갔다는 소리를 듣고 북궁연은
하영운의 용기에 다시 찬사를 보내며 부러워했었다.
무공 수련이 너무 힘이 들어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그렇지면 그만 둘 용기가 없어 감히 검을 놓지 못했다.
가문에서는 북궁세가 역사상 최고의 무재라고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었지만, 그것은 그녀에게 더욱 큰 부담이었다.
그래서 더욱 하영운의 용기가 부러웠었다.
가문의 모든 짐을 지고 있었지만,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하기 위해 집을
뛰쳐나간 하영운의 행동은 소녀시절의 북궁연에겐 너무도 신선한 충격이
었었다.
그렇게 가슴에 품어 왔던 사람이었다.
명가의 여자로 이미 혼약한 남자가 있는 그녀는 다른 남자를 감히
생각조차 해 본적이 없었기에 그 애틋함은 더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영운이 세상으로 뛰쳐나간 후 언제나 가슴 한 편에 그에 대한 걱정을
지워 본적이 없었다.
또 한 편으로는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세상에 빈손으로 뛰쳐나간
미래 낭군의 용기를 지지하며 응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사람에게 처음으로 서신과 선물을 받았다.
그 설레는 감정을 다른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우리라.
북궁연은 하영운이 준 선물을 펼쳐 보았다.
읽어 내려가면서 그녀의 눈이 점점 커졌다.
설마 아운의 장담이 진짜일 줄이야.
북궁연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영운이 그녀에게 준 선물의 맨 마지막장엔 다음가 같은 적혀 있었다.
< 위에 구결은 불괴수라기공이란 것으로 나의 이사부님이 남긴 비전이요.
본래 일인 비전으로 절대 남에게 전해줄 수 없는 무공이지만,
부부는 일심동체라 했으니 이사부님도 이해하시라고 믿고 있소.
설마 백 년 후에 내 아내만 할멈의 모습이라면 말이 되겠소.
잘 익혀서 예쁜 모습을 잃지 말고 기다려 주시오. >
"킥…."
북궁연의 입에서 웃음소리가 새어 나온다.
환한 웃음.
소홀은 북궁연이 저렇게 환하게 웃은 모습을 처음 보았다.
북궁연이 들고 있는 서신이 무엇인지 더욱 궁금해진다.
***
아운은 흑룡당의 형제들을 두 개조로 나누었다.
황룡을 비롯한 여섯 명의 형제들이 한 조가 되었고,
청안귀 벽룡을 조장으로 한 열두 명이 또 다른 조를 이루었다.
이들이 조를 나눈 기준은 그들이 배우고 싶은 무공을 위주로 하였다.
여섯 명의 제 일조는 검법과 부법을 배우려는 자들이었고,
나머지 열두 명은 검법과 궁술을 배우고자 하는 자들이었다.
열여덟 명을 두 개 조로 나눈 아운은 흑룡당 형제들을 보면서 말했다.
"지금까지의 흑룡팔수는 없어졌다. 흑룡당도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부터
흑룡당의 이름을 풍운십팔령(風雲十八靈)으로 바꾼다. 십팔령이란 령주인
나를 제외한 나머지 열여덟 명을 지칭하는 것으로 한다. 제 일조 여섯 명
을 광풍조라 칭하고, 제 이조 열두 명을 비운조라고 칭한다. 제 일조 조장
인 황룡은 풍운십팔령의 제일 부령주로서 내가 없을 시엔 나를 대신한다.
앞으로 공석에서는 형이 아니라 반드시 제일 부령주로 부르도록. 그리고
이조 조장인 벽룡은 제이 부령주로서 황룡과 서로 협력하도록 한다. 그
외에 전 흑룡팔수 아래 서열은 황룡이 알아서 정하도록 하고, 오늘 이후로
풍운십팔령은 건덕의 뒷골목 하오배가 아니라, 강호 무림의 무사로서 거듭
났음 알린다. 모두 무사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노력해라!"
"예, 령주님."
아운의 말을 듣는 풍운십팔영의 얼굴에 새로운 각오와 함께 웅심이 치솟고
있었다.
'패기와 웅심 만큼은 대단하구나.'
편일학이 그들을 보면서 한 생각이었다.
당시만 해도 편일학은 이들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로 성장하게 되는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이렇게 권왕의 친위대인 풍운십팔령이 만들어졌다.
이후에 쌍지도는 풍운령도(風雲靈島)로 이름이 바뀌게 된다.
"질문 있나?"
조용하다.
그들의 얼굴 표정엔 빨리 무공을 배우고 시피다는 일념으로 가득했다.
아운은 더 이상 질문이 없어 보이자 편일학을 바라보았다.
"선배님께 부탁이 있습니다."
편일학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에게 칠절광영검법(七絶光靈劍法)을 전수해 달라는 부탁이겠지?"
"어떻게 아셨습니까?"
"나이가 들어서 첫 무공을 배우기엔 검법보다 도법이 쉬운 법인데,
이들의 기본 무공으로 검법을 택한 것은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했네."
"그렇습니다. 도법은 쉽지만 풍운령이 성장할 수 있는 그 이상의 무공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검법은 가능합니다. 아무래도 선배님에게 허락을
얻어야 할 것 같아서 미리 부탁을 드립니다."
"나는 상관없네. 어차피 사장되었던 검법인데, 그것이 저드로 인해 다시
부활한다면 더 없이 좋은 일이겠지. 하지만 너무 늦은 나이일세. 과연
저들이 광영검법을 배울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가?"
"제게 생각이 있습니다. 일단 광풍사의 무공으로 기초를 만들어 넣고 다시
부탁드리겠습니다. 육 개월 안에 완전히 기초를 닦아 놓겠습니다."
"육 개월? 너무 무리 하는 것 아닌가? 광풍사의 기준으로 기초무공이라고
적어 놓았지만, 그 무공들은 능히 절기라 할 수 있는 무공들일세. 내가
보기엔 그 무공만 완벽하게 익히더라도 능히 무림에서 일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인데, 육 개월은 너무 급한 거 아닌가?"
"확실히 광풍사의 무공은 그 이상의 무공들입니다. 그리고 익히면 익힐
수록 그 위력이 강해지는 무공이란 것도 압니다. 그 무공들은 풍운령의
형제들이 평생을 두고 배워야 하는 무공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계는 있습니다. 이왕이면 풍운령이 좀 더 강해지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광풍사의 무공을 어느 정도 경지까지 올려놓고, 광영검법을 익히게 할
생각입니다. 즉, 다른 것은 그대로 익히게 하고 광풍사의 검법은 그 중
에서도 기초만 익히게 한 다음, 바로 광영검법을 익히게 하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쯤이면 제가 광영검법의 심법과 광풍사의 심법을 가미해서
풍운령의 형제들에게 어울리는 심법을 만들어 놓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말은 이해를 하겠네. 하지만 그래도 무리가 아닐까?"
아운이 웃으며 걱정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편 노선배님, 이들에겐 다른 사람과 다르게 아주 유리한 점 몇 가지가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게 뭔가?"
"하나가 선배님 같은 훌륭한 스승이 있다는 것이고."
"금칠하지 말게."
"결코 금칠이 아닙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중수로 이루어진 천중호입니다."
"천중호?"
편일학이 아운을 본다.
"천중호에 대해서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천중호에 있는 물은 단순히
중수가 아니라 흡중수(吸重水)일 것입니다. 일반 중수와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 안의 내용이 맞는다면 저들이나 나나 선배님이나 아주 큰
기연을 얻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흡중수? 기연이라고?"
"그건 나중에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다음 마지막은 풍운령 형제들의
의지와 인내력입니다. 저들이 세상을 얼마나 거칠고 힘들게 살았는지 전
잘 압니다. 그리고 무공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강했는지도 잘 압니다.
앞으로 수련을 하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저들은 멈추지 않을 것
입니다."
아운의 말에 편일학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공을 익히는데 익히는 자의 열망과 인내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말일세. 지금 새로운 내공을 익히려면 저들이 익히고 있는
불완전한 내공이 방해가 될 것일세."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내공의 기포가 될 수 있습니다."
편일학이 좀 모호한 표정으로 아운을 보면서 말했다.
"광풍사의 내공심법과 저들이 익힌 내공은 다를 텐데?"
"그 부분은 제가 바로 잡아 놓겠습니다. 광풍사의 내공심법에 저들이 익힌
내공심법을 가미해서 완전한 것으로 만들면 됩니다."
편일학은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가능한 말이었다.
불완전한 내공심법을 완전하게 만들어 사용한담녀 지금 흑룡당의 형제들이
지니고 있는 불안한 내공을 완전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불안하다는 말의 의미가 내공진기 자체라기보다는 심법의 불안함
에서 오는 한계를 말하는 것이니, 그것을 보안하면 된다.
단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자네의 말을 믿어보지."
편일학의 대답을 들은 아운은 일단 안심이 되었다.
사실 무공에 대한 것은 조심스런 면이 있었기에 아운도 조금 부담을
느끼고 부탁했던 것이다.
그런데 예상외로 흔쾌하게 허락을 하자 마음이 가벼워졌다.
"황룡!"
아운이 황룡을 불렀다.
"예, 령주님."
"지금은 사석이다."
"말씀하십시오, 형님."
"밖에 가면 두 명의 남자가 유사하 근처를 헤매고 있을 것이다. 살펴보고
와라!"
황룡은 아운의 말에 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자신의 대형은 어떻게 유사하 근처에 사람이 있는 줄 알았을까?
궁금했지만 묻지 않는다.
"예, 대형. 그런데 살펴만 보고 오면 되는 것입니까?"
"살펴만 보고 와서 보고하면 된다."
"예, 대형. 다녀오겠습니다."
황룡은 힘차게 대답하고 쌍지도 밖으로 향했다.
첫댓글 감사히 잘 읽겠습니다
기쁜 시간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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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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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저녁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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