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께서 항상 강조하시는 창원의 복음화,
나는 초등부 교사,
근데 현실은?
창원의 복음화는 고사하고 당장 우리 교회가 코로나 때문에 모이면 안되고
코로나 때문에 모이는 예배가 줄어드는 걸 넘어 순식간에 유튜브로만 예배를 드려야하는 거짓말 같은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
우리반 아이들을 데리고서 북면의 외진 공원이나 계곡에 데리고 가서 예배를 드리는데
모이지 말라는 말들을 들을 때마다 점점 더 내 특유의 반항심이 빌드업 되기 시작하면서 자꾸만 뭔가를 찾기 시작한다.
주님 재림 때가 오시기 전에 온갖 미혹과 핍박과 환난들로 난리일 거라고 하셨는데
지금이 무슨 공산당 때도 아니고 이렇게 빨리, 모여서 드리는 예배가 단속된다고?
코로나 때문에 모이지 말라고?
손흥민이 뛰는 축구장에 빼곡히 모여 앉아 응원하는 외쿡사람들은 마스크 1도 안하고 있드만
그럼 나도 야외에서 뭐라도 해야겠네?
그러면서 이사온지 얼마안된 무학 아파트 건너편을 보니 아무도 없는 용남 초등학교 운동장이 눈에 확 들어오면서
2002년 월드컵 때 오 ~ 필승 코리아를 외치며 히딩크로 빙의되서 만들었던 조기축구단 생각이 번개처럼 떠올랐다.
당시 조기축구단명은 우왕좌왕~!
오른쪽과 왼쪽 윙 플레이가 살아있는 팀이라는 뜻인데
결과는 팀명대로 우왕좌왕 하다가 8개월만에 간판을 내리고 말았지만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 거니까 고 때 그 경험을 살려서? 라는 생각이 번뜩스치며
괜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주님께 기도하며 뜻을 물었다.
모두가 안된다 하실 때 일하시는 주님 ....
증거를 주시면 제가 하겠습니다 라는 기도를 드린 다음 날
항상 문이 열려있는
용남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슥 들어서는데 ....
어?? 저거 뭐지?!!
아무도 없는 운동장 한 가운데 낡은 축구공 하나가 왜 있는거지?
운동장 가운데에 서서 임자 없는 낡은 축구공을 집어들고서
주님 ~~
이거 가지고 시작하라는 뜻입니까?
그렇게 물으며 시작한 남산 키즈 FC ....
분노조절 안되는 욕쟁이 다툼쟁이 아이, 고집 센 아이, 버릇 없는 아이
공차다가 주저않아 땅 파기 놀이하는 아이, 공만 오면 각기춤을 추면서 공 따로 몸 따로인 아이
두세달만에 공포의 드림팀이 자연스레 결성된다.
이 아이들이 모여 축구 게임을 하다보니 축구 반 싸움 반 바람 잘 날이 없다. ㅠㅠ
근데 하다보니 아이들보다 내 혈기가 더 쎄다.
일단은 혈기로라도 이 아이들을 휘어잡지 않으면 축구장이 격투장 될 게 뻔하다는 자기 변명을 하며
아이들과 토요일마다 축구를 했는데 이게 일이 점점 더 커지더니
꼼꼼쟁이 남선영 샘께서 아이들 마실 것과 간식들도 살뜰히 챙겨주시고
이민자, 신시옥 권사님 두분께서는 행여나 학교측에서 뭐라 할까봐
토요일마다 간식거리 사들고 오셔서 기도해주시고, 쓰레기봉투 들고서 운동장 구석 구석을 도시며
쓰레기들을 다 주워담으시고, 초등부 샘들 모두다 한마음으로 기도해주시다보니
토요일뿐만 아니라 화요일, 목요일에도 열씨미 돌아가게 된
남산 키즈 FC ....
코로나 보다 무서운, 코로나를 핑계로 모임과 예배를 금하는 따가운 시선들이
아이들이 운동장에 모여 공차는 것까지는 뻗치지 않았었고
코로나든 뭐시든간에 공을 차는 동안에는
나도 아이들도 하나가 되어 웃을 수 있었고
그러는 사이 예수님을 모르던 남산 키즈 FC 어벤져스들 발걸음이 하나 둘씩 교회로 향할 때에
코로나를 이겼다 여기며 내심 승리의 미소를 지었는데 ....
어느 날 승부욕에 흥분하여 욕을 하며 선을 넘어 버린 아이에게 빛과 소금은 커녕
악신이 들린 사울마냥 애보다 더 악을 쓰다가 그래도 아이가 욕하고 대들다가 분에 차서 씩씩거리며
운동장을 휑 나가버리는 애 뒷통수에 대고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말라는 말을
창처럼 던져버린 나 ....
내 안에 감추인 가시와 엉겅퀴와 같은 혈기와 분노가 드러나며 아이 어머니에게 분노의 문자를
받고서 벌가벗겨진 나 ....
아이 어머니에게 정신없이 사과를 하며 부끄러움에 널부러져
주님께 기도할 수 밖에 없었고 주님께 엎드릴 수 밖에 없었다.
예전 온갖 죄악에 포로되어 사망길로 끌려가던 내 모습을 잊은 체
육체의 본성을 따라 선악을 따져 스스로 재판관이 되려하고 교만과 탐욕으로 정죄하고 분노하고 미워하다
벌거벗은 내 모습이 부끄러워 주님 앞에서 숨고싶어하는 나를 보면서 ....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내게서 배우라 하신
주님의 말씀 앞에서 내가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를 곱씹는 그 시간은 참 쓰디 쓴 시간이였다.
목사님께서 항상 말씀하시는 주님의 은혜와 긍휼이 아닌, 자기 행위로는 아무도 주님 앞에 설 수 없다는 것을
수치 가운데 확인하며 끙끙 앓아야했던 시간들이 지나고 ....
남산 FC에서 친구들과 공차고 싶어 엄마와 협상에 들어가 학원 수업을 줄이고 학원 시간대도 옮긴 아이
한부모 가정인데 일나간 엄마가 집에 올 때까지 늦도록 운동장에서 공을 차며 시간을 채워야 하는 아이
소심한 아이인데 공을 찰 때만큼은 누구보다 표정이 밝아지는 아이 ....
인사를 강조하는 내 뜻을 알아주는 듯
시간 맞춰 운동장으로 달려와 나를 향해 큰 소리로 인사하는 그 아이들이 눈에 밟혀
다시 이것 저것 챙겨서 터벅 터벅 운동장을 향하니 스탠드에서 나를 기다리던 녀석들이 반갑게 달려오는데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는 모습을 녀석들에게 보이기 싫어 괜히 눈에 뭐가 들어간 척 하고있는 나 ....
그리고 서너달이 지난 후 그 날의 주인공 녀석이 쭈볏거리며 다가와 공손하게 인사하며 자기도 같이 축구 할 수 있겠냐고 묻는데
그 아이의 눈빛이 그렇게 이쁜지 그 날 비로소 알게되었다.
몇달 전부터는 유년부 강정구 샘까지 자발적으로 합류해주셨는데
초반에 공차다가 종아리쪽 인대쪽이 늘어나셔서 몇 주를 고생하고 절뚝이시더니 이제 다 나았다며
토요일마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함께 해주시니
덕분에 토요일에 열리는 선교단체 모임 참여도 좀 더 여유가 생기고 서로 밥도 같이 묵꼬 같이 공도 차고
더욱 친밀해지는 게 또 참 감사하다~^^
그리고 최근에는 요 놈들이 친구들을 운동장에 데리고 올 뿐만 아니라
아이의 부모님도 운동장에서 같이 오셔서 응원도 해주시고 아이를 교회에 보내주시는 일도 생기고
전도가 뭔지도 모르는 얼굴로 주일 날 친구들을 교회로 데리고 와서
같이 쪼로미 서서 열심히 율동 찬양하고 목사님이 먹여주시는 말씀도 딴 짓 안하고
꽤나 진지하게 듣고 있는 모습이 참 신기하고 감사한데
어제 학년별 모임 때는 남산 키즈 FC 친구들을 다섯명이나 보내주시다니 ....ㅠㅠ
그리고 요즘 자꾸 기도하게 된다.
주님 ~~
남자애들은 그렇고
이 동네 여자애들은 우째야 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