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원 - 시
<자유로>
용원
도도한 물결 출렁이는 영겁의 강을 따라
쭉 뻗은 넓은 길
속도 페달을 힘껏 밟는다
술에 취한 별빛을 머리에 이고
언덕길을 느릿느릿 걸어오던
다정했던 옛길은
우리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길로
보이지 않는 길인지도 모른다
갓길 따라 곧고도 강한 길
나무들과 가로등과 철책이
줄을 지어 제방선 위를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었다
임진강 거만한 침묵 속에 길 잃은 새들 뿐
빛나는 수역은 반쪽짜리에 그치고
군사 분계선을 가졌다는 그것은
불편한 것 이상의 부끄러움이었다
녹색 철조망에 걸린 나비 한 마리
생명줄에 파드닥거리며 슬픈 운명을 개탄한다
북방 가는 길이 끊어졌다
내가 자유롭게 달릴 날을
빗장을 잠근 하늘 만이 알고 있었나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통곡의 휴전선
철조망을 가르고
북방으로 이어질 날을 위해
시동을 걸어 놓고 기다리자
유럽을 연결하는 길, 자유로를 달려가자
이력
『파주문학』 신인상(시) 등단, 『문학광장』 신인문학상(시) 등단‧
시집 <애오라지 >,<성곽을 안개가 점령하다><비에 젖지 않는 강>
<풀꽃의 속삭임>